2025-08-29
충청남도 부여는 백제의 공예 문화 유산을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부여군 규암에는 백제의 역사와 그 문화적인 가치를 이어가고 있는 곳이 있다. 123사비공예마을이다.
123사비공예마을
123사비공예마을은 백제 123년 사비의 역사에 공예인의 손길이 더해진 곳이다. 123사비공예마을의 시작은 옛 건물을 활용한 공방들이었다. 이러한 공방들에 충남의 힘이 더해져 완성된 123사비공예마을에서는 옛 자취에 더해진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손길을 발견할 수 있다.
123사비는 백제 123년 사비의 역사가 새겨진 도시 부여에서 찬란했던 백제의 문화예술을 이어가는 공예창작클러스터로, 지역주민의 삶의 가치를 풍요롭게 하고 지역 공예문화산업의 진흥을 도모하고 있다.
청년공예인들과 지역주민이 상생하며 일상에서의 공예문화를 확산하고 있는 123사비공예마을은 창작센터, 레지던스, 아트큐브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옛 건물을 활용한 공방창업 지원을 펼치고 있다.
123사비창작센터
123사비공예마을에는 총 12곳의 공방들이 자리하고 있다. 도자기, 한지, 가구, 북아트 등 다양한 공예를 접할 수 있는 이곳에서는 직접 공예를 경험할 수 있는 체험도 가능해 123사비공예마을은 ‘K-공예 체험 여행지’로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123사비공예마을에 대한 기획과 운영은 123사비공예사업단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공예를 전공하고 부여에서 지역과 공예를 연결하는 방법론에 대한 연구를 해온 123사비공예사업단의 고우리 단장은 “123사비공예마을은 공예를 매개로 창작자들과 지역 주민이 함께 규암의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곳”이라 소개했다. 고우리 단장으로부터 123사비공예마을에 대해 들었다.
Q. 123사비공예마을에 대해 소개한다면.
123사비공예마을은 느리지만 따뜻한 손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쓰임과 나눔을 실천하는 일상의 공예를 지향합니다. 자생하는 공예마을을 만들기 위해 마을 내 빈 점포나 가옥을 활용해 공방 운영을 지원하고, 규암의 옛 자취가 담긴 공간에서 창작센터, 레지던스, 아트큐브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3년 4월 주요 거점공간인 창작센터, 레지던스 등을 개관하면서 본격적으로 공방, 청년공예가, 지역주민 등 다양한 주체들과 함께 생활 속 공예를 실천하고, 마을을 방문하는 사람들과 그 가치를 함께 나누기 위해서 교육이나 전시, 축제, 공예상품개발 등 공예를 통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Q. 123사비공예마을은 어떻게 기획이 됐나.
처음에는 민간에서의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123사비공예마을이 위치해 있는 규암면 자온로와 수북로 일원에 책방이나 공예품숍 등이 하나 둘 들어서면서 민간에서 마을을 좀더 북적이게 만들고자 하는 시도들이 진행되었죠. 이러한 과정에서 부여군에서도 힘을 더해 관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모색하게 되었고, 충청남도 균형발전사업에 선정되면서 사업비를 확보해 2019년 12월부터 공예마을을 활성화할 수 있는 기반 시설 구축, 공방 창업 지원, 시범 프로그램 등을 추진해 왔습니다.
‘부여에서 왜 공예마을을?’이라고 의아해하는 분들도 많았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여는 과거 백제의 마지막 수도였던 ‘사비’로 금동대향로와 같은 뛰어난 백제의 공예 문화유산이 많이 남아있었고, 부여에 위치한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는 전통미술공예학과가 있어 청년 공예가들이 매년 배출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연유로 부여군에서는 ‘공예’를 키워드로 침체되어 있던 마을을 다시금 활성화하고자 하는 사업을 추진하였고, 이를 통해 현재 마을 곳곳에 10여 개의 공방이 자리잡았으며, 창작센터와 레지던스에는 11명의 청년 공예가들이 규암을 창작의 열기로 채우고 있습니다. 민간에서 시작된 작은 움직임에 지자체의 추진력이 더해져 점차 마을이 활기를 되찾으면서 카페나 로컬서점, 작은 갤러리 등이 마을에 들어와 방문객들의 발걸음도 부쩍 늘어났습니다.
공예마을 공방, 선화핸즈
Q. 123사비공예마을의 장소적 특징은 무엇인가.
과거 규암은 나루터를 기반으로 사람과 물자가 드나들던 나들목이었습니다. 1930년~1960년대는 규암 나루가 가장 흥성했던 시기로 나루터 주변에는 오일장과 상설시장이 형성되어 부여의 물산이 집결되는 중심지 역할을 했습니다. 쇠전, 모시전, 포목전, 싸전, 어물전이 펼쳐지던 규암장은 각지에서 몰려드는 수백 명의 장사꾼들과 보부상으로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나루터 주변에는 수많은 장사치들을 위한 식당과 선술집이 줄지어 들어서 있었습니다. 여관과 하숙집은 물론 극장, 백화점 등 상업시설들이 성업하며 한 때는 200호 이상의 가구들이 모여 살던 번영한 마을로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를 자아냈던 곳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1968년 백제교가 준공되면서 규암은 큰 전환점을 맞게 됩니다. 백제교의 준공은 지역 주민들의 오랜 숙원이 결실을 맺은 것이었지만, 다리가 개통되면서 육로 이동이 활발해졌고, 마을 상업의 중심이었던 나루터가 점차 기능을 잃어가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면서 마을 골목 곳곳에는 번성했던 마을의 옛 기억을 꺼내는 비어 있는 집이나 상점이 남아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민간에서 먼저 오랜 시간 방치된 몇몇 건물을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시도들이 시작되었고, 부여군에서 방치된 옛 건물을 활용한 공방 창업을 지원하면서 옛 규암의 분위기를 간직한 색다른 공방들이 점차 늘어나게 되고 지역이 가진 고유의 모습이나 레트로한 분위기를 찾는 흐름이 맞물리면서 부여의 색다른 여행지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규암마을 전경
Q. 공간들의 특징이 있다면.
규암에 새롭게 문을 여는 공방이나 카페, 서점 등은 되도록 건물의 옛 모습을 남겨두되 저마다의 색을 입혀 공간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 흥미로운 점인데요, 마을 초입에 위치한 공방 선화핸즈 외벽에는 아직도 예전 상호의 흔적이 남아있고, 리모델링하며 발견한 과거 상점의 매출장부나 집주인이 주고받았던 편지 등을 공방 한 켠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마을에는 건물의 덧대어진 간판 구조물을 철거하던 과정에서 금강사진관이라는 옛 간판이 나와 과거 건물의 용도와 이름을 확인할 수 있는 상징적인 건물이 있습니다. 최근에 젊은 청년이 해당 공간에 새로운 책방을 오픈하면서 리모델링을 할 때, 건물이 담고 있는 장소적 특징을 그대로 남겨두고자 간판을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남겨둔 채 최소한의 손길을 더해 공간을 활용하기도 하였습니다.
다소의 불편함을 감소하더라도 옛 자취를 되도록 간직하며 새롭게 활용하자는 사람들의 인식 덕분에 방치되고 기능을 잃어버렸던 마을의 건물들이 오랜 기억을 담은 색다른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져 올 수 있었습니다.
Q. 12개의 공방들은 어떻게 공예마을에 자리하게 됐나.
2019년 12월부터 123사비공예마을 조성이 시작되면서 약 2년에 걸쳐 마을의 유휴공간을 활용해 창업할 공방을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기존 공예마을이나 유사한 조성사업은 중심거리를 두고 해당 거리에 공방들이 늘어서 있는 형태가 많이 있었습니다. 규암에 위치한 공방들은 실제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마을 곳곳에 자리잡고 있어 옛 골목을 거닐면서 하나하나 찾을 수 있는 곳입니다.
사실, 123사비공예마을을 이끌던 센터가 2021년 12월경,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1년 동안 운영을 멈췄던 적이 있습니다. 이때 공예마을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던 데에는 마을에 있던 공방들의 역할이 굉장히 컸습니다. 마을에 뿌리내린 공방들은 협의회를 조직하고, 십시일반 쌈짓돈을 꺼내어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마다 ‘공예마을 규암장터’를 열기 시작했습니다. 지자체의 지원 없이도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는 취지였다고 합니다. 이렇게 시작된 공예마을 규암장터는 지금까지도 공방들이 자체적으로 지역농산물, 수제 먹거리, 공예품이나 체험 등 지역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셀러들을 모집해 꾸려 나가고 있습니다.
공방 체험
공예 런케이션_ 체류형 심화 워크숍
Q. 공예마을에서는 여러가지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데, 프로그램은 어떤 방식으로 운영이 되나.
123사비공예마을에서는 크게 지역주민, 마을공방과 청년공예가, 여행객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부여군은 지방소멸 고위험 단계에 진입한 곳으로 공예마을 사업 역시 인구와 지역의 활력을 도모하기 위한 사업의 역할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각 프로그램의 타깃을 고려해 다양한 층위의 사업을 기획해 추진해오고 있습니다.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의 경우 123사비 창작센터를 중심으로 문화적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 자기계발이나 문화적 즐길 거리를 제공하여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교육 위주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주말에 간단하게 참여해볼 수 있는 원데이 클래스부터 디지털 공예 창작장비를 활용해 전문적으로 공예를 배워볼 수 있는 심화형 프로그램, 지역에서 활동하는 공예가들이 체계적인 강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해주는 강사 양성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양성된 강사와 함께 부여군의 학교나 청소년 시설 등에 찾아가 교육을 제공하는 활동도 점차 확대하고 있습니다. 해당 프로그램은 모두 무료로 제공되며 123사비공예마을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며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마을공방, 청년공예가와는 공예문화상품, 공예체험 콘텐츠 등을 함께 협력하여 기획·개발하는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나온 결과물들은 마을의 행사나 공예트렌드페어, 팝업스토어 등을 통해 선보이면서 공방과 청년 공예가들의 수익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 년에 두 번 공예를 컨셉으로 많은 분들이 공예마을에 방문해 공예를 즐길 수 있는 축제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상반기에는 전국 공예주간에 맞추어 제철에 즐기는 공예를 컨셉으로 ‘제철공예, 규암의 맛’ 행사를 3일간 운영하여 팝업스토어, 공예체험, 플리마켓, 북크닉 등 행사를 진행하였고, 다가오는 9월 20일~21일에는 올해로 3번째를 맞는 ‘123사비공예페스타’를 통해 공예로 지역을 여행하고 즐길 수 있는 행사를 운영하여 많은 분들이 규암 공예마을을 찾으실 수 있는 축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공예마을 규암장터
Q. 공예마을 조성 이후 변화된 점이 있다면.
공예마을이 조성되고 사업을 추진해온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부여에 온 여행객들이 공예마을을 찾는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있고, 소소한 마을의 풍경과 공예를 즐길 수 있는 여행지로 조금씩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다소 낯설어했던 지역주민들도 공예마을에서 진행되는 교육 프로그램이나 전시, 행사에 참여하시면서 공감과 호응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한때 수많은 지자체가 유행처럼 공예마을이나 공방거리를 조성했다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해 유명무실해진 사례들을 봐왔습니다. 그런 지점에서 규암 공예마을 역시 부여군은 물론 공방, 청년공예가, 지역주민들이 지속가능한 길을 함께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최근 K-콘텐츠가 각광을 받으면서 공예마을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지고 있을 것 같은데.
올해 들어 공예체험을 찾는 문의가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충남권 대학교의 외국인 유학생, 한국을 방문한 차세대 동포 청소년 등 약 1,200명이 방문해 부여의 역사문화를 즐기고, 감수성을 자극하는 색다른 공예체험과 소도시 여행을 즐기고 돌아갔습니다. 마을에 있는 공방에서도 이러한 수요에 맞춰 다양한 소비층에 맞는 공예체험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기획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에는 공방 협의회가 KCDF 공예주간 기획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체류형 공예 심화 워크숍을 선보이기도 하였습니다. 2박 3일동안 전문가 대상 공예 워크숍은 물론 규암 백마강의 자연과 함께 차담회, 요가 등 프로그램을 통해 힐링하고, 주민들이 준비한 제철 식재료 음식을 맛보면서 높은 만족도와 규암을 재방문하고 싶다는 호응을 얻었습니다.
마을 공방들도 이러한 관심도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서 협의회를 중심으로 다양한 공모사업에 도전해 공방과 청년공예가들이 개발한 상품을 유통할 수 있는 프로모션 사업에 선정되어 공예상점을 새롭게 오픈하였고, 규암의 이야기와 공예를 콘텐츠로 한 로컬 크리에이터 사업에 선정되는 등 각자의 역량을 모아 공예마을이 더 활성화될 수 있는 지점들을 하나씩 더 찾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공예마을 굿즈샵, 홍조
Q. 123사비공예마을의 방향성, 목표는 무엇인가.
올해 초부터 앞으로 공예마을을 어떻게 운영해 갈 것인지 마을 공방들과 잦은 회의를 거쳐서 마을이 나아갈 지향점을 좀 더 명확하게 하고, 내실화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왔습니다. 앞으로는 ‘공예여행’ 테마를 중심으로 규암 공예마을이 가진 고유의 콘텐츠를 바탕으로 브랜딩을 강화해 나가려고 합니다.
결국 지속가능한 경쟁력은 영리성과 고유성이라는 단어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지자체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사업이기 때문에 공공성의 확보가 우선이지만, 동시에 영리성이 없는 활성화는 계속되지 못합니다. 지금까지는 지자체의 예상과 행정을 통해 규암을 재가동시킬 토대를 마련했다면, 이를 마중물로 공방과 청년공예가, 공예마을에 자리한 카페, 식당, 숙소, 서점 등 다양한 상권을 공예를 매개로 공예마을이 가진 고유성을 살린 ‘공예여행’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가치화하고 점차 민간이 주도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나갈 수 있는 자생적 구조를 만들어 나갈 계획입니다.
인터뷰어_ 정석원 편집주간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
사진제공_ 부여군 123사비공예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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