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전체보기

분야별
유형별
매체별
매체전체
무신사
월간사진
월간 POPSIGN
bob

컬쳐 | 리뷰

[디자인정글 칼럼] '작지만 강한 디자인 기업'을 육성하자 - 공공기관 입찰제도가 바뀌어야 하는 이유

2025-03-03

디자인 서비스 기업을 운영하는 대표들 사이에서 “차라리 혼자 하는 게 낫다”는 말을 심심찮게 듣는다. 직원 없이 혼자 운영하면 자신이 할 수 있는 프로젝트만 선택적으로 수행할 수 있고, 수익도 온전히 자신에게 돌아온다. 반면, 직원을 둔 기업은 다르다. 아무리 유능한 대표라도 직원들의 월급과 운영비를 충당하려면 지속적인 프로젝트 수주가 필수적이며, 일이 많을 때는 괜찮지만, 프로젝트가 끝나거나 경기가 나빠지면 인건비가 큰 부담이 된다.

 

특히 디자인 서비스 기업은 제조업처럼 재고를 쌓아두고 팔 수 없고, 규모가 커진다고 해서 반드시 수익이 증가하는 것도 아니다. 클라이언트의 의뢰를 받아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구조에서는 ‘일의 유무’가 곧 매출과 직결된다. 일의 흐름이 불규칙한 디자인 서비스 업계에서, 직원 채용은 대표 입장에서 늘 부담스러운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기업 운영의 방향을 놓고 고민하는 대표들이 많아졌다. 한편에서는 ‘작지만 강한 기업’을 지향하며 전문성을 키우고, 유연한 운영 방식을 구축하려는 시도가 있다. 반면, 규모를 키워 보다 안정적인 기업 구조를 갖추려는 움직임도 있다. 그러나 현재의 공공기관 입찰제도는 이 두 가지 운영 방식 모두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

 

직원을 늘리면 기업이 성장할까?

 

공공기관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다보면 용역 담당자로부터 현재의 인력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이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인력이 부족하면 채용하면 된다고 쉽게 말할 수 있지만, 한 명을 새로 고용하는 것은 결코 단순한 결정이 아니다. 급여 외에도 4대 보험, 퇴직금, 복리후생 등 다양한 비용이 추가되며, 새로운 직원이 업무에 적응하고 매출에 기여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프로젝트 수주가 안정적인 대기업이라면 이런 부담을 감당할 수 있지만, 디자인 서비스 기업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또한, 한 번 직원을 늘리면 기업은 더욱 많은 프로젝트를 수주해야 하는 압박을 받는다. 일감이 많을 때는 문제가 없지만, 시장 상황이 어려워지면 인건비 부담이 급격히 커진다. 결국 대표는 “버티는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예상보다 커질 경우 회사의 존폐가 걸린 문제가 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디자인 기업들은 건설업처럼 ‘프로젝트 단위의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식을 고민한다. 일이 있을 때 각자의 역할을 맡아 협업하고, 일이 끝나면 해산하는 형태다. 하지만 디자인 서비스 업계에서는 이러한 방식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유는 공공기관의 입찰 시스템 때문이다.

 

공공기관 입찰제도, 중소 디자인 기업에 불리한 구조

 

디자인 서비스 기업이 지속적으로 운영되려면 민간 시장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프로젝트도 중요한 수익원이 된다. 그러나 현행 공공기관 입찰제도는 디자인 서비스 기업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문제는 ‘하도급 제한’과 ‘직접 생산 증명서’ 등의 규제다. 건설업의 경우 프로젝트 특성상 하도급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받아 예외가 적용되지만, 디자인 서비스 기업에는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공공기관 프로젝트를 수행하려면 기업이 직접 인력을 보유해야 하고, 외부 협력사와 유연하게 협업하는 방식은 제약을 받는다.

 

또한, 정부 연구 과제나 공공 디자인 프로젝트에는 종종 ‘신규 채용’ 조건이 붙는다. 정부 입장에서는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는 정책이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인력을 늘리는 것이 오히려 위험이 될 수 있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추가로 고용한 인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결국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오히려 노동시장 불안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디자인 서비스 기업이 효율적으로 운영되려면, 공공기관의 입찰 시스템이 기업의 현실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직접 고용’이 아닌, ‘전문가 네트워크를 활용한 협업’을 인정하는 유연한 방식이 도입되어야 한다.

 

빠르게 움직이며 다중 작업을 수행하는 1인 디자인 기업 CEO의 분주한 모습을 속도감이 살아 있는 수채화 느낌으로 표현했다. 디지털 디자인 작업, 원격 협력 네트워크, 다중 스크린을 통한 프로젝트 관리 등 신속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디자인 서비스 기업의 역동적인 분위기를 강조했다.

 

 

’작지만 강한 디자인 기업‘만이 해답이다

 

디자인 서비스 기업의 경쟁력은 ‘규모’가 아니라 ‘전문성’과 ‘유연성’에서 나온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직원 수’와 ‘고용 규모’만을 기준으로 기업을 평가하고 지원한다. 이제는 ’작지만 강한 디자인 기업‘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전환되어야 한다.

 

1. 공공기관 입찰제도의 유연화

디자인 프로젝트의 특성을 고려하여, 건설업처럼 하도급을 인정하거나 컨소시엄 형태의 운영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직접 생산 증명서 등의 기준도 디자인 서비스 기업의 현실을 반영해 조정할 필요가 있다.

 

2. 고용 중심 정책에서 탈피

신규 채용을 조건으로 한 프로젝트 용역 입찰이나 연구 지원 사업은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지속 가능한 고용을 위해서는 단기 프로젝트 단위의 인력 활용을 인정하고, 유연한 협업 구조를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3. ’작지만 강한 기업‘을 위한 맞춤형 지원

현재 대부분의 정부 지원 정책은 제조업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하지만 디자인 서비스 기업은 사업 모델이 다르기 때문에, 재택근무나 프로젝트 단위 협업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고,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는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지속 가능한 디자인 서비스 기업을 위해

 

디자인 서비스 업계는 변화하고 있다. 무조건 규모를 키우기보다, 작은 조직이더라도 전문성을 강화하고, 유연한 협업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를 위해 ‘작지만 강한 디자인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는 기업의 현실을 반영한 유연한 정책을 통해 디자인 서비스 기업이 자유롭게 협력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디자인 서비스 기업 또한 단순히 규모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전문성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앞으로 디자인 서비스 기업의 경쟁력은 직원 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유연하고 강한 구조를 가지느냐에서 결정될 것이다. ‘작지만 강한 디자인 기업’이 한국 디자인 산업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열쇠가 될 것이다.

 

에디터_ 정석원 편집주간(jsw0224@gmail.com)

facebook twitter

#디자인기업 #작지만강한디자인기업 #공공기관입찰제도 #디자인서비스기업 #공공기관프로젝트 #중소디자인기업 #디자인서비스기업의경쟁력 #지속가능한디자인서비스기업 #디자인서비스업계 #디자인서비스기업경쟁력 

당신을 위한 정글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