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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전시 포커스] 도발적인 시비, 유쾌한 반란, ‘MSCHF: NOTHING IS SACRED’

2023-11-12

세상을 향한 도발적이고 유쾌한 반란을 일으키며 장르를 가리지 않고 그 경계를 무너뜨리는 아티스트 그룹 미스치프(MSCHF)의 전시 ‘MSCHF: NOTHING IS SACRED’가 대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대림미술관과 미스치프가 함께 기획한 전 세계 최초의 미술관 전시로 더욱 관심을 모은다. 

 

전시 전경

 

 

‘미스치프’는 ‘장난짓(mischief)’이라는 뜻으로 그 이름에서 그들의 활동을 짐작해볼 수 있다. 익숙한 일상과 제품들에 대한 상식을 뒤집는 아이디어를 접목해 도발적으로 ‘시비를 거는’ 작품들은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사회적 현상의 일부분을 꼬집는다. 인터랙티브 게임, 오브제, 회화, 퍼포먼스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 100여 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미스치프의 작품들의 의미와 성격에 따라 5가지 섹션으로 나뉘어 구성된다. 

 

‘ARCHIVE’ 섹션에서는 미스치프가 한정판으로 발표한 작품과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한 제안, 작품을 통해 소구하고 싶은 메시지 등, 추구하는 핵심 가치를 담은 아카이브용 자료 형태의 8권의 매거진이 디지털 버전으로 공개된다. 2020년 처음 발표한 이후 최근 2023년 9월 발표된 7권의 매거진과 특별판(MSCHF MAG 360)을 통해 소셜미디어, 매스미디어 등 주류 문화에 대항하는 미스치프의 시각을 엿볼 수 있다.  

 

전시 전경

 

 

‘MULTIPLAYER’ 섹션에서는 블랙 유머를 가미한 게임 형태로 선보이는 작품들이 전시된다. 일반적으로 게임의 소재로 다루지 않는 사회, 경제, 정치, 투자 등과 같은 이슈들에 대해 미스치프가 고안해 낸 참여와 경쟁을 유발하는 게임들을 만날 수 있다. <핑거 온 더 앱(Finger on the App)> 프로젝트는 정상적인 삶을 포기하면서까지 휴대폰을 중독처럼 사용하는 현대인들을 실험하기 위해 진행된 게임으로, 70시간의 게임 끝에 참여자의 건강을 위해 3명의 우승자가 선정, 상금 25,000달러(한화 약 3천만 원)이 주어졌다. 

 

미스치프는 계좌 하나에 연계된 체크카드를 5천 장 만들고, 카드를 가진 사람들이 통장 잔고를 두고 벌이는 게임인 <카드 V 카드(Card V Card)>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채워지는 잔고가 언제, 얼마나 들어오는지 모른 채 진행된 게임으로, 공동으로 소유한 한정된 재산을 결과에 대한 계획 없이 지출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비극을 경험할 수 있는 사회적 실험이다. 게임의 플레이어가 된 관람객들은 게임의 주제나 진행 방식을 살펴보며 교묘한 전략과 욕망, 투기, 보상, 강박적 집요함 등의 사회적 문제들을 보게 된다.

 

‘모두를 위한 사기 또는 하나를 위한 사기’라는 뜻의 ‘FRAUD FOR ALL, FRAUD FOR ONE’ 섹션에서는 현대 사회의 비합리적인 구조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미스치프의 발상을 볼 수 있다. 개인이 집단으로 모여 만들어 낸 결과물이 때로는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갖기도 하고, 부당한 제도에 맞서려는 시도가 개인의 이익이 되기도 하는데, 이들은 이 같은 결과가 정당화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자동차 1대에 5,000개의 열쇠를 개당 19달러에 판매한 <키 포 올 (Key 4 All)> 프로젝트는 특정 전화번호를 통해 차량의 위치 힌트를 얻어 발견하면 열쇠를 가진 누구나 차의 주인이 될 수 있는 프로젝트로, 차는 파손, 도난, 회수, 수리를 반복하며 미국 전역을 돌아다녔지만 뺏고 빼앗기며 누군가 완전히 소유할 수 없었다. 이 프로젝트는 공동소유권과 공유경제의 허상에 대한 실험이다. 


<의료비 청구서 회화(Medical Bill Art)>는 미국 의료 부채 시스템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프로젝트다. 미스치프는 실제 의료 부채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의료비 청구서를 묘사한 세 장의 대형 유화를 판매, 약 1억 원의 수익금으로 청구서 주인의 부채를 갚아주었다. 

 

<어린이 십자군(Children’s Crusade)> 프로젝트는 소통이 쉽지 않은 정치인, 공무원에게 효율적으로 의견이 전달될 수 있도록 어린이의 글씨체로 편지를 써주는 로봇을 만들어 낸 프로젝트다. 이러한 프로젝트를 통해 놀이이자 짓궂은 장난이 공익을 가져다준다는 명분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전시 전경

 

전시 전경

 

 

‘FOR EVERYTHING ELSE, THERE’S MASTERCARD’ 섹션의 제목은 1997년 마스터 카드사의 브랜드 캠페인 문구인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 외 다른 모든 것들은 마스터 카드로.’에서 차용한 것으로, 명품브랜드, 식품, 의약품, 도서 등 장르를 넘나들며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선보인 작품들을 통해 상업성과 희소성의 이중적 특성을 들여다본다.

 

<블러(Blur)시리즈>는 미스치프가 극도로 낮은 해상도로 블러 처리된 돈뭉치 모양의 피규어를 20달러, 한화 약 3만 원에 판매했던 프로젝트로, 단 몇 분 안에 매진이 된 이 프로젝트는 충동구매의 극단적인 끝을 실험한 작품이다. 미스치프는 소금 한 톨보다 작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아야 하는 루이비통 가방을 경매로 선보이기도 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이 가방은 원래 가격의 4배가 넘는 63,000달러, 한화 약 8,400만 원에 판매가 됐다. 

 

고급스러운 명품 자체가 원자재가 될 수 있다고 제안하며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 버킨백의 가죽을 해체하고 가공해 만든 대중적인 아이템 버켄스탁 샌들 <버킨스탁(Birkinstock)>은 최고가 9천만 원대로 판매됐다. 현실의 제약에서 우리를 해방시킨다고 밝힌 만화적인 부츠 <빅 레드 부츠(Big Red Boot)> 등, 미스치프가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발표해 매진되고 재판매(리셀) 열풍을 일으킨 화제와 논란의 작품들은 현대인의 물질적 소유와 소비 심리에 대해 한 번 더 돌아보게 한다. 

 

전시 전경

 

 

마지막 섹션 ‘NOTHING IS SACRED’에서는 ‘우리에게 논란은 오히려 각 작품에 담긴 메시지를 단단하게 만들고 더 많은 관심을 받게 하는 수단일 뿐’이라고 밝힌 미스치프의 메시지가 담긴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수많은 브랜드의 컬래버레이션 속에서 미스치프는 예수님과의 컬래버레이션을 시도, 운동화의 에어솔 부분에 성수를 넣은 <예수 신발(Jesus Shoes)>을 내놓았고, 이는 2019년 구글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신발이 됐다. 이후 래퍼 릴 나스 엑스(Lil Nas X)와 협업, 나이키 운동화의 에어솔에 진짜 사람 피 한 방울을 넣어 만든 신발 <사탄 신발(Satan Shoes)> 666켤레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는 나이키와 법정 분쟁에 휘말리기도 했다.

 

<예수 신발(Jesus Shoes)>

 

<사탄 신발(Satan Shoes)>

 

 

또한 미스치프는 데미안 허스트의 스팟 페인팅 중 하나인 <L-Isoleucine T-Butyl Ester>(2018)를 구입 후 작품 속 점들을 하나씩 자르고, 남은 프레임까지 각각의 작품으로 판매, 7배 이상의 수익을 올린 <Severed Spots>, 앤디 워홀의 작품을 복제해 판매하는 과정을 예술로 간주, 미스치프가 구입한 진품 1점과 가품 999점을 섞어서 누구도 진짜를 알 수 없는 구조로 모두 판매한 <어쩌면 앤디 워홀의 ‘요정’ 진품 (Possibly Real Copy Of ‘Fairies’ by Andy Warhol)>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예술, 종교, 기술 등 보편화된 사회 분야의 인식을 타파하며 도발적인 ‘시비’를 거는 작업을 통해 이 세상에 건드리지 못할 성역, 신성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아티스트 콜렉티브 미스치프의 전시는 2024년 3월 31일까지 이어진다. 관람료는 성인 17,000원이며, 매주 월요일과 신정, 구정 연휴는 휴관(단 24년 2월 9일은 운영)이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4길 21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대림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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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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