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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정글 이슈] 광화문 새 현판, 바꾸려면 한글 현판으로 바꿨어야

2023-10-19

서울 광화문의 현판이 바뀌었다. 흰 바탕에 검은색으로 쓰여 있던 현판대신 검정 바탕에 금색 글자로 된 현판이 새롭게 걸렸다. 

 

새로 걸린 광화문 현판 (사진제공: 서울여자대학교 한재준 교수)

 

이전의 광화문 현판. 현재의 현판과 비교해보면 현판의 가로세로 비례와 배자, 배열, 여백 등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사진제공: 서울여자대학교 한재준 교수)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이후 복원된 광화문엔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친필로 쓴 한글 현판이 걸렸었다. 이후 광화문 복원 사업 추진으로 현판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논란 끝에 2010년 광복절을 맞아 임태영(1865년 경복궁 중건 때 훈련대장으로 영건도감제조(營建都監提調)를 겸함)의 글씨를 복원한 한자로 된 현판이 걸리게 됐다. 하지만 3개월만에 현판에 금이 가면서 다시 교체가 결정됐다. 

 

한자로 된 광화문 현판에 대한 지적은 그간 꾸준히 있어왔다. 하지만 지난 15일 새롭게 공개된 광화문 현판 역시 검은 바탕에 금박을 입힌 한자로 완성됐다. 새로 바뀐 현판은 고증을 거쳐 작업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하지만, 제대로 된 고증이 아니라는 비판의 의견도 많다. 또한, 광화문이라는 장소의 의미를 생각했을 때 광화문의 현판은 한글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광화문은 서울의 대표 명소이자 광장의 중심일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상징인 곳으로 그 이름에 담긴 의미를 담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광화문한자복제현판반대투쟁본부 리대로 본부장

 

 

광화문한자복제현판반대투쟁본부(본부장 리대로)와 한글문화단체모두모임(회장 차채경)은 광화문의 새 현판이 공개되던 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경복궁 정문에 걸렸던 한글현판을 떼고 나라가 망한 1910년에 걸렸던 한자현판을 복제해 건 것은 잘못임을 밝혔다. 또한, “한글이 태어난 경복궁 정문에 한자현판 웬말이냐! 나라 얼굴 광화문에 한자복제현판 안된다! 세종대왕 등 뒤에 한글현판 대한민국 빛낸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한자현판대신 한글현판을 달 것을 호소했다. 
광화문한자복제현판반대투쟁본부 리대로 본부장은 기자회견에서 “13년 동안 우리 한글단체는 우리 뜻을 밝히는 건의도 여러 번 했으나 들어주지 않아 1인 시위도 하고 문화재청장에게 공개토론도 제안했으나 아무 대답이 없다. 이렇게 국민을 무시하는 국가기관은 처음 봤다”며 “국치일인 지난 8월 29일 광화문복제현판 투쟁본부 출범식을 하고 광화문과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오늘까지 1인 시위를 계속 해왔다. 앞으로도 나라 얼굴인 광화문에서 한자복제현판을 떼고 한글현판을 달 때까지 계속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국어문화원 김슬옹 원장

 

 

세종국어문화원 김슬옹 원장은 한 칼럼을 통해 “광화문 현판을 한글로 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21세기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곳의 상징물 명칭이기 때문이다. 21세기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한자 사대주의로 중국의 속국(소중화)임을 자처하던 시대의 한자 현판을 내세울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다. 물론 한글 현판을 반대하는 이들의 문화재 존중 논리가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경복궁 한복판에 있는 근정전 현판이 한자로 되어 있다고 이의를 제기하거나 이를 한글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글전용주의자는 단 한 명도 없다. 그러나 광화문 현판은 사정이 다르다. 대한민국을 그대로 드러내고 자랑하는 공간의 현판이기 때문이다. 또한 복원 논리를 적용할 수 없는 현판이기도 하다. 한자 현판을 처음 내건 때는 1426년, 한글 반포 전에 걸었는데, 지금 광화문은 그때의 건물이 아닌 데다가 그때의 한자 현판을 재현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복원 관점을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다. 만들 때의 본래 뜻을 살리되 시대적 상황을 절충하는 것이 순리다. 독립문 방식으로 한다면 전통 관점도 존중하면서 대한민국의 국격도 높일 수 있다. 더불어 앙부일구의 엉터리 한자도 바로잡고 이순신 장군 이름도 한글로 표기한다면 광화문 광장은 대한민국의 한류의 근원지로 더욱 빛날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세종마을가꾸기회 조기태 회장

 

 

세종마을가꾸기회 조기태 회장은 한자로 된 현판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광화문 현판을 쓴 사람이 어떤 인물이었는지에 어떤 업적을 가졌는지에 대한 정확한 연구가 있어야 한다. 그는 경복궁 중건을 할 때 큰 영향력을 미쳤던 사람이 아니다. 또, 기독교와 가톨릭 신자들을 박해할 때 영향력을 끼쳤던 장본인이라 한다. 복원을 했다고 하지만 정확히 원본을 복원한 것도 아니다. 이번에 새로운 현판이 검정 바탕에 황금색으로 글자를 썼는데, 그 원형이 무엇인지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다. 경복궁은 한글이 탄생한 곳이다. 적어도 그곳엔 훈민정음체로 현판을 만드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한자 현판이 꼭 필요하다면 경복궁 안쪽(광화문 광장에서 보면 뒤쪽)에 한자로 광화문을 써 붙여도 무방하다. 훈민정음체로 된 광화문 현판을 붙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캘리그라퍼 강병인 작가

 

 

캘리그라퍼 강병인 작가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에 건 한자 현판 역시 고증이 제대로 되었는지 알 수 없다. 대한민국의 상징, 서울의 심장부인 광화문 광장에 과거만 있고 현재와 미래는 없다. 광화문 광장에 서 있는 광화문 현판만큼은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아우르는 한글의 첫 모습, 훈민정음체로 해야 한다. 광화문 현판이 왜 한글이 되어야 하는지는 그 이유가 분명하다”고 밝혔다. 또한,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복원할 때도 그 옛날 세종시대에 걸었던 현판이 아니라 새로운 사람이 글씨를 써 새롭게 만들었다. 현재도 광화문과 현판은 이 시대에 새롭게 만들었으니, 이 시대 생각, 지금의 대한민국을 담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서울여자대학교 한재준 교수

 

 

서울여자대학교 한재준 교수는 “다시 바꾼 광화문 현판 글씨는 원형을 복원한 글씨가 아니다. 애써 재현하고 꾸며낸 가짜 글씨다. 현재의 광화문 현판 복원에 문제가 없다면 문화재청은 그 과정을 낱낱이 국민에게 공개할 수 있어야 한다. 온전한 복원이 불가능하니, 훈민정음체로 바꾸자는 거다. 무조건 한글로 바꾸자는 것이 아니다.”라고 입장을 전했다. 

 

 

훈민정음체로 만든 예시 현판 (이미지 출처: 강병인 작가 페이스북)

 

 

광화문은 한글과 매우 깊은 관계가 있는 곳이다. 한글이 태어난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이곳의 현판이 온전히 복원될 수 없다면 대한민국의 정신이 담긴 훈민정음으로 이루어진 한글 현판이 자리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에디터_ 정석원 편집주간(jsw@jung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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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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