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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2008년, 내일의 캔버스가 기다린다. 제11회 하나 달력디자인 공모전

2007-06-05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했는데, 하나은행의 달력디자인 공모전이 올해로 11회를 맞았다. 지금은 기업의 문화정책이 곧 그 기업의 아이덴티티로 이어지는, 아주 중요한 홍보 마케팅 수단이 되었지만, 10년 전만 해도 실제로 문화정책이라 할만한 활동을 하는 기업은 거의 없었다. 때문에 10년 전부터 시작된 하나은행의 달력디자인 공모전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단순한 달력디자인 공모전이 아닌, ‘하나은행=문화은행’이라는 것을 잘 표현해줄 하나은행의 문화정책으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수상작에는 총 1,000만 원의 상금과 부상을 수여하고 전시도 열어주고 있어, 매년 공모전 참가자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국내 최초로 시행된 달력디자인 공모전인 만큼 시작부터 디자인 업계와 대중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아왔다. 시간이 갈수록 출품작들도 프로페셔널의 수준을 능가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도 하나은행의 2008년 달력디자인이 기대되는 바이다.

취재 | 권연화 기자(yhkwon@jungle.co.kr)

1997년부터 시작된 공모전이니, 십 년 동안 하나은행을 통해 고객의 집으로, 고객의 책상 위로 가게 된 달력들만 해도 상당하다. 그 달력들을 하나씩 기억해보자.

하나 달력디자인 공모전 초창기인 1997년부터 2000년까지는 벽걸이형 달력을 공모했었다. 그러나 공모전이 계속 진행될수록 새롭고 신선한 작품이 나오지 못하고, 정체되었다는 느낌을 주는 시기가 있었다. 그래서 하나은행에서는 벽걸이 달력이 아닌 ‘탁상달력’으로 공모전 소재를 바꾸는 과감한 시도를 했다. 이러한 과감한 시도가 있었기에 10년이 넘게 달력디자인 공모전이 진행될 수 있었을 것이다.

2002년은 표현방법이 다채로워지는 시점이었다. 하나은행 달력공모전이 6회를 맞으며 그동안의 입지가 분명해졌는지, 출품된 응모작도 훨씬 늘어났다. 2002년도의 특징이라면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한 작품들이 지나치게 많았다는 점이었다. 심사위원은 컴퓨터가 아닌 손맛을 살린 일러스트 작품 쪽으로 손을 들어주었다. 손맛을 살린다고 하여 지나치게 생략되었거나, 거칠고 성의 없는 작품들은 여지 없이 탈락되었다. 수상작들은 모두 아이디어가 뛰어났고, 컴퓨터 그래픽에만 의존하지 않았으며, 표현력에 있어서도 완성도가 뛰어난 작품들이었다.

2003년의 공모전의 심사에서 중요했던 점은 특별한 아이디어보다 달력에 담을 컨텐츠(일러스트레이션 또는 사진)의 완성도였다. 우선 그 컨텐츠가 우수하다면, 아이디어가 조금 부족하더라도 일단 본선에는 오를 수 있다.
지나치게 간략하고, 거친 그림이나 팬시 상품과 같은 그림들은 탈락의 대상이 되었다. 그런 그림들은 기초가 단단하지 않으면 성의 없어 보이고, 완성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2003년의 심사를 마치고 사실성이 높은 그림, 세심한 디테일이 돋보이는 그림들을 당부했었다. 당시의 대상작을 비롯한 수상작들을 보면 알게 될 것이다. 단순하지만 조화로운 컬러와 섬세한 디테일 터치가 수상작이 될 수 있는 비결이었다.

2004년의 출품작은 불안한 한국경제를 반영이라도 하듯, 2003년에 비해 조금 줄어든 경향을 보였었다. 2004년 출품작들의 특징은 회화적 표현을 보이는 작품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2003년의 수상작의 영향 때문이었겠지만, 크레파스, 수채화, 유화, 판화의 모든 회화적 기법을 도입한 작품들이 그 어떤 해보다 많았다.
수상작의 영광은 참신한 아이디어와 회화적 완성도에서 모두 높은 점수를 받은 작품들이었다. 특히 콜라주 기법으로 탄생된 대상작은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그 아이디어만큼 작품의 완성도도 뛰어나 심사의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2005년도의 주제는 ‘혁신(innovation)’으로, 그 어떤 해보다 참가자들의 ‘열정’이 돋보이는 해였다고 평한 바 있다. 트렌드를 다양한 각도에서 재해석한 작품들과 이모티콘 등 현대적인 기호체계를 이용한 작품들이 많았다. 모든 공모전의 심사가 그렇겠지만, 디자인적 고려를 하지 않은 작품이나 아이디어에 비해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들은 당연히 선정되지 않았다. 대상작은 주제인 ‘혁신(innovation)’에 부합되며, 하나은행의 이미지를 생동감 있게 그려낸 작품이 선정되었다.

2006년도의 공모전 주제는 ‘기쁨, 열정’으로, 달력디자인 공모전 최초로 입체달력 출품을 받았던 해이다. 입체달력을 공모하기로 한 첫해인 만큼, 팝업북 형식과 서정적인 색감으로 뛰어난 완성도를 선보인 작품이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섬세한 디테일이 돋보이고, 어느 프로페셔널 한 작품을 능가하는 작품으로 심사위원들이 만장일치로 뽑은 대상작이었다.
우수상 역시 입체적 접근방법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작품이 선정되었다. 매달 일상의 작은 소재들을 주제를 정하고, 각각 다른 크기의 원을 뚫어 일상의 소재들을 대입시켰다. 평면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작은 차이를 준 작품들이 2006년 수상작의 영광을 안게 되었다.

중요한 날에는 색연필로 큼지막하게 동그라미를 그려넣고, 새해가 되면 빨간 날이 얼마나 되는지 세어보기도 하고, 우리와 1년 365일을 함께하는 달력. 또 가만히 벽에 걸려 바라봐주기만 하는 달력이 아닌, 책상 위에서 하루하루를 함께 할 수 있는 탁상달력. 이런 달력을 11년째 디자인 공모하고 있는 하나은행은 문화은행임이 분명해졌다.
고객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달력은 하나은행을 통해 다시 고객의 책상 위에 올라가, 고객과 함께 1년을 살게 된다. 그렇게 1년씩, 지난 10년을 함께 해온 하나의 달력디자인 공모전이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왔다.
제11회 하나 달력디자인 공모전은 하나 또는 혁신(innovation)을 주제로 ‘입체달력’과 ‘응용달력’까지, 어떤 형태의 제약 없이 참여할 수 있으니 달력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눈과 귀를 집중시켜야 할 것이다.

하나은행을 통해 단순하기 그지없던 달력이 예술의 옷을 입었다. 종일 붙어 있는 친구가 이왕이면 멋쟁이인 편이 좋지 않을까? 답답한 사무실 안, 네모 반듯한 책상 위에 멋쟁이 친구를 소개해준 하나은행의 달력디자인 공모전. 2008년 한 해를 함께 할 멋쟁이 친구를 하루 빨리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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