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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인터뷰

‘영혼의 예술, 가면’ 선보이는 김정환 박사

2021-04-25

디자인정글이 만난 핫이슈 메이커_ 세계 가면 수집 통해 축제 연구하는 김정환 박사

 

얼굴을 가리거나 다른 모습으로 보이기 위한 가면은 무서운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신비로움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가면은 원시 사회에서 종교적, 주술적 목적으로 얼굴에 채색을 했던 것에서 시작됐는데,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그 모습과 의미는 다채롭게 변화돼 왔다. 주술적이고, 유희적이며, 상징적인 가면을 통해 인류는 신을 느끼고, 안전과 안녕을 희망하며 즐거움을 찾았다. 

 

김정환 박사(건국대학교 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 초빙교수, 관광학 박사, 한국축제문화연구소 대표 연구원)는 전 세계 곳곳을 다니며 가면을 수집해온 ‘가면 수집광’이다. 지난 20여 년간 모은 가면이 무려 1,600여 점에 이른다. 

 

김정환 박사 (사진제공: 김정환 박사)

 

 

그의 가면 수집은 ‘축제학 연구’에서 비롯됐다. 전 세계 축제를 몸소 체험하고 경험한 그는 (사)한국축제포럼 한국축제문화연구소를 설립 후 한국축제포럼을 통해 매달 세미나를 개최, 축제에 대한 다른 접근과 시각을 제공하며 ‘축제’가 지닌 문화적 의미를 탐구하고 있다. ‘축제학자’로서 우리의 축제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한 연구를 선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그는 지속적인 축제 연구는 물론 한국장학재단의 대학생 멘토링 프로그램에서 멘토로 활동하는 등 후학 양성을 위한 다양한 활동도 펼치고 있다. 

 

김 박사의 가면 및 축제에 대한 연구활동은 필리핀과의 문화교류로도 이어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필리핀의 3대 축제는 물론 필리핀 주요 지역의 8개 축제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정환 박사가 지금까지 직접 수집한 가면을 최초로 선보이는 전시를 갖는다. 부천시청역 갤러리에서 4월 28일까지 열리는 ‘세계의 가면 전시회’다. “가면은 영혼의 예술이다”라고 말하는 김정환 박사의 메시지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흔치 않는 기회다. 

 

김 박사를 만나기 위해 전시품 설치 기간 찾은 갤러리에는 놀라운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100평이 넘는 넓은 전시장 바닥이 형형색색의 다채로운 형태의 가면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전시장에 가지고 나온 가면의 개수는 1,500여 점. 포장을 벗기는 데에만 꼬박 하루가 걸렸다. 그중엔 ‘얼굴에 쓰는 것이 맞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신기한 형태의 가면도 있고, 거대한 크기의 가면, 화려한 색의 가면, 가면이긴 하지만 얼굴에 쓰지 않는 가면도 있다. 

 

 

 

부천시청역 갤러리에 펼쳐져있던 1,500여 점의 가면들

 

 

그는 수많은 종류의 가면 전시에 앞서 관람객들이 가면에 대해 알 수 있도록 가면의 분류와 종류 등에 대해 정리해 전시장에 설치해 두었다. 의식이나 제의식을 위한 고대 동물 형상의 가면부터 축제를 위한 중세 시대의 가면, 일탈과 풍자의 수단이었던 근세 시대의 가면, 신비함을 품은 근대의 가면, 다양한 문화에서 상징적으로 사용되는 현대의 가면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최대한 많은 가면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세 번에 걸쳐 설치 방식을 바꾸고 가면을 대륙별로 나누어 구성한 그는 이번 전시를 통해 가면에 담긴 역사와 문화, 인류가 꿈꾸고 소망했던 수많은 이야기를 전한다. 

 

김정환 박사가 전시에서 선보일 가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관광학 박사이시면서 축제를 연구하신다.


난 축제학자인데 우리나라에서 축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관광적인 시각이다. 물론 나도 관광학으로 학위를 받았기 때문에 축제학자이기 이전에 관광학자이지만, 축제는 관광학적으로 바라보면  안 된다. 민속학이나 무속학, 문화인류학 등 인문적인 기본 바탕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관광학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몇 명이 왔고, 얼마를 벌었는지가 중요해진다. 그러면서 콘텐츠만 찾는다. 그런데 인문학적인 접근으로 간다면 콘텐츠는 무궁무진하다. 판을 펼쳐놓고 우리끼리 즐기다 보면 사람들이 한두 명 오게 되고, 그러다 보면 점점 많아지는 거다. 그래서 그런 부분이 좀 안타깝다. 난 관광학을 공부할 때 처음부터 민속학적으로 접근을 했다. 학위논문 연구 대상도 ‘동제(洞祭)’였다. 관광에서는 처음으로 시도한 거다. 

 

축제 연구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계신데.


2013년 4월 사단법인 한국축제포럼을 만들었다. 대한민국의 축제학자, 관광학자, 민속학자, 인문학자, 사회학자를 비롯해 축제연출자와 기획자, 문화재단이나 정부기관의 축제 관련자들 15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다른 학회와 다른 것이 어찌 보면 산학연이 되는 것이다보니 철저하게 한달에 한 번씩 세미나를 열었고, 지금까지 80여 차례를 진행했다. 이유는 지속성을 갖기 위함이었다. 

 

우리나라 팔도의 축제를 진단하기 위해 지역 축제에 대해 고민하고 지역의 대표축제를 뽑아 세미나해왔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축제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서 온라인과 관련된 새로운 영상 제작을 위한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세미나하고 있다. 

 

 

 

김정환 박사가 세계 각지에서 수집한 가면들

 

 

어떻게 가면을 수집하게 됐나.


지금은 펜데믹 때문에 나가질 못하고 있지만 1년이면 7~8번, 많게는 10번까지 외국에 나간다. 여름 방학 겨울 방학 땐 40일씩 나가있고. 첫 번째 목적은 현장 축제이고, 두 번째는 소수민족들의 문화 경험이다. 특히 남들이 가기 힘들어하는 산간오지로 많이 다니는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하나둘씩 가져오게 됐고, 어느 날 나가면 무조건 가면을 가져와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것이 생겼다. 적게는 7~8개, 많게는 10개씩 가져오는 것 같은데, 한 나라를 가면 한 지역에만 있지 않는다. 인도 같은 경우는 국내선을 10번 정도 탄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가면의 색과 형태, 양에 압도됐다. 가면하면 얼굴에 쓰는 이미지만 떠오르는데, 무척 다양하다. 


얼굴에 쓰는 가면도 있지만 벽사가면의 경우엔 얼굴에 쓰지 않는 것도 있다. 귀신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의미로 굉장히 다양한 형태의 가면이 존재한다. 사면이 모두 다 다른 얼굴로 돼 동서남북에서 들어오는 귀신을 막아주는 조각품 같은 벽사가면도 있다. 우리나라의 장승과 같은 개념이라 생각하면 된다. 전시장 벽면에 가면의 역사와 분류 방법 등에 대해 정리해 붙여놓았는데, 관람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거다. 

 

수집하신 가면에 대해 페이스북에 기록을 해두시는 것 같은데.


가면의 역사나 의미 같은 것을 계속 아카이빙 작업하고 있다. 지금까지 소개한 것이 1,550점 조금 넘는다. 20년 가까이 기록하지 않았다가 시작했는데, 가면 이름을 메모해둔 것이 없어진 것도 많지만 워낙 많이 하다 보니 대충 어떤 대륙의 것인지 안다. 부족한 정보는 구글링을 통해 수집하기도 한다.  

 

가면 말고 조각품 같은 형태도 보인다. 


수집품 중 가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목각 조각품도 있다. 수집한 가면과 같은 의미 혹은 같은 부족의 것들, 관련된 것들을 함께 모은다. 스탠딩 방식으로 세워두는 특별한 설치 방식의 가면들도 있다. 가면 같지 않지만 가면인 것도 있다. 임신한 여성의 신체 모양으로 된 가면도 있다. 아프리카의 다산, 풍년 등을 기원하는 가면이다. 

 

나쁜 악마가 착한 악마가 돼 사람들을 보호해 주는 주인공의 얼굴(가면)도 있다. 이런 스토리는 오스트리아, 네팔 등 지구촌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죽은 자의 얼굴에 씌워주는 죽은자의 가면도 있다. 사령가면이라고 하는데 그 또한 중국, 과테말라 등 여러 나라에서 볼 수 있다. 일본 가면 중에도 재미난 것이 많다. 앞엔 일반 가면같이 생겼지만 뒤엔 다산, 종족 번식을 상징하는 표현이 돼 있는 반전이 있는 가면도 있다. 얼굴에 쓰는 것은 아니지만 입신양명, 소원성취, 가내안전, 불로장수 등을 기원하는 부적가면도 있다. 

 

제작된 지 7~80년이 됐는데 현재는 전승이 되지 않고 있는 가면도 있고, 현존하지 않는 가면도 있다. 우리나라 하회 별시굿 각시탈인데, 채색 방식과 형태가 모두 특별한 유일무이한 가면이다. 전시품 중에는 예전에 드라마 촬영에 사용을 요청해서 빌려주었던 가면도 있다. 저마다 모두 독특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특별한 소품들도 보인다. 


가면을 가면으로만 보면 섬찟한 것이 많지만 하나의 문화콘텐츠로 응용할 수 있는 것들이 무척 많다. 대표적인 것이 쿠션이나 화병, 액자 같은 것들이다. 방울이나 미니어처 세트, 보석함으로 만들 수도 있다. 이 수집품들 모두 현지에서 가지고 온 것들이다. 

 

그전에도 가면을 전시한 적이 있나. 전시의 목적이 있다면.


가면을 전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획하게 된 계기는 두 가지다. 하나는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태다. 축제도, 공연도 없고, 외국도 나가지 못한다. 방법이 뭐가 있겠나, 재미도 없고. 매주 주말만 되면 축제 현장에 가있었는데. 그럼 잘 됐다, 이번 기회에 정리 한번 해보자 했다. 그것이 첫 번째 생각이었다. 그 생각 속에 사진 촬영도 제대로 해서 아카이브 작업 한 번 해야겠다는 것도 포함돼 있다. 

 

두 번째는 이것들이 탈인데, ‘탈’이라고 하는 말속엔 ‘떨쳐버리자’는 벽사의 개념도 있다. 그래서 코로나 벽사 한 번 해보자는 것이 두 번째 목적이었다. 전시 초청공연에서는 무당이 와서 탈굿도 한다. 무용가들이 가면을 들고 하는 즉흥 무용도 펼쳐지는데, 마찬가지로 코로나19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내용이다. 그밖에 페르소나를 콘셉트로 하는 플라밍고, ‘가면은 영혼의 예술이다’라는 문구에 대한 캘리그래피 퍼포먼스도 진행된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책 출간을 준비 중이다. 가면 연구가들, 문화축제연구가들을 위해 만들어야 하는 책이다. 내용은 준비가 다 돼 있어서 올해 안으론 완성될 것 같다. 10월엔 울산에서 또 다른 전시 계획이 있다. 울산북구문화예술회관에서 초대전이 열린다. 

 

또, 현재 단체를 하나 만들고 있다. 한국필리핀축제문화교류협회(Korean Philippine festival and cultural exchange association)다. 이미 한국에선 교수, 학자들, 축제 연출자 및 기획자, 문화재단 대표 등 45명이 가입했고, 필리핀에선 시장, 부시장, 지역 관광청의 헤드오피서 등 27명이 가입을 했다. 협회를 통해 하고자 하는 일은 상호 교류 및 조사연구, 축제를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한 장학 사업 등 총 9가지다. 이미 줌으로 첫 번째 회의를 가졌고, 5월 말경 두 번째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가면은, 축제는 무어라 생각하나.


가면은 영혼의 예술이고, 축제는 삶이다. 그 말이면 모든 게 이해될 거라 생각한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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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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