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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인터뷰

니켈로디언 무비의 한국인 비주얼 디벨롭먼트 아티스트 카예강

2021-04-15

니켈로디언 무비(Nickelodeon Movies)는 미국 최대 어린이 케이블 채널 니켈로디언의 극장용 영화 제작사로 1995년 설립, 1996년 첫 영화 <꼬마 스파이 해리> 제작을 시작으로 전 세계 어린이와 청소년, 가족들에게 즐겁고 유쾌한 영화를 제공하고 있다. 

 

니켈로디언 무비가 첫 극장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십 대 닌자 거북이들의 성장을 담은 <Teenage Mutant Ninja Turtles: Next Chapter>로, 작업에는 한국인 카예강(Kaye Kang) 디자이너가 참여하고 있다.  

 


카예강 디자이너의 개인 프로젝트 중 하나인 <Lionborn Sinha>. 스리랑카의 문화와 신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프로젝트에 등장하는 캐릭터들 라인업이다. 

 

 

카예강 디자이너는 애니메이션 아티스트, 컨셉 아티스트 등을 거쳐 니켈로디언 무비로부터 제안을 받아 Visual Development Artist로 활동하게 됐다. 

 

한국인 디자이너로, 전 세계 어린이들의 주목을 받을 영화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카예강 디자이너로부터 온라인 인터뷰를 통해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Lionborn Sinha>에 등장하는 Kandy 왕국 왕의 초기 디자인. 사자의 힘을 물려받은 왕으로, 머리와 수염을 사자의 갈기 느낌이 나도록 디자인했다.

 

 

Q. 안녕하세요. 정글 독자들에게 본인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미국 니켈로디언 무비에서 비주얼 디벨롭먼트 아티스트로 일하고 있는 카예입니다.  4년 전 미국으로 건너와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Academy of Art University에서 Visual development 학사과정을 전공했습니다. 졸업 후 니켈로디언에서 잡 오퍼를 받아 일을 시작했어요. 

 


카예강 비주얼 디벨롭먼트 아티스트

 

 

Q. 그동안 어떤 작업들을 해오셨나요?


한국 Locus에서 <런닝맨> 애니메이션 프로젝트의 비주얼 디벨롭먼트 아티스트로 일을 하다가 미국으로 왔어요. 미국에 와서는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해 있는 nWay에서 컨셉 아티스트로 일했는데, 대표 게임으로는 <Power Rangers: Battle for the Grid>, <Power Rangers: Legacy Wars>, <Undefeated>가 있어요. 여러 단편 애니메이션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어요. 최근에 트레일러가 나온 단편으로는 Steamroller 스튜디오의 <Master>가 있습니다. 

 


nWay에서 컨셉 아티스트로 활동했을 때 작업한 콘솔 게임 <Power Rangers: Battle for the Grid>의 스플래시 스크린. 게임을 시작하면 나오는 메인 메뉴에서 볼 수 있다. 

 


nWay에서 작업한 격투게임 <WWE Undefeated>의 스테이지 초기 썸네일들. 가로로 폰을 돌려서 게임을 했을 때 캐릭터들이 싸우는 스테이지가 어떻게 보이면 좋을지 레이아웃적, 디자인적으로 여러 가지를 시도했다. 

 

 

Q. 니켈로디언 무비는 어떤 곳인지 소개해 주세요. 


니켈로디언은 <네모바지 스폰지밥>, <닌자 거북이>, <티미의 못말리는 수호천사> 등, 유명한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들을 만든 미국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이고, 제가 일하고 있는 니켈로디언 무비는 그런 유명한 TV 시리즈들을 극장판으로 제작하는 곳입니다. 

 

Q. 비주얼 디벨롭먼트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계신데, 어떤 일을 하시나요?


비주얼 디벨롭먼트 아티스트, 줄여서 비즈뎁(VisDev) 아티스트라고 부르는데요, 비즈뎁 아티스트는 쉽게 말해서, 게임 업계의 컨셉 아티스트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다만 게임 업계가 아니라 애니메이션 업계일 뿐이죠. 비즈뎁 아티스트는 애니메이션을 어떤 스타일로 제작할 것인지부터 캐릭터 디자인, 배경, 인테리어 디자인을 해요. 

 

더 나아가, 작품의 분위기, 톤, 색상 팔레트를 만들고 캐릭터가 입는 옷, 캐릭터가 사용하는 소품, 캐릭터가 먹는 음식 등 아주 작은 디테일까지 작업을 하죠. 한마디로 1시간 30분가량의 애니메이션을 위해 가상의 세계를 실제로 존재하듯이 만드는 역할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카예강 디자이너의 개인 프로젝트 <Oasis Express>. 전쟁 영웅인 두 캐릭터가 세계를 돌아다니며 음식을 먹는 음식기행이자 먹방 애니메이션이다. 아래의 이미지는 캐릭터가 타고 다닐 차량들을 디자인한 것이다. 

 

 

Q.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니켈로디언에 취업을 하셨는데요,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시기인데 취업에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시기적으로 운이 좋았고, 졸업 전에 이미 포트폴리오가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있는 상태라 취업에 어려움은 없었어요. 또 애니메이션 업계는 다른 업계에 비해서는 코로나의 영향을 덜 받았다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사람들이 집에서 자가격리를 하는 동안 게임하기, 넷플릭스 보기 등의 취미 생활을 많이 즐기시니까요. 또한 학교생활을 하면서 꾸준히 운영해온 소셜미디어도 큰 영향을 주었어요. 대부분 저에게 연락하는 스튜디오들이나 감독들이 제 인스타그램(www.instagram.com/kaye_bin)이나 트위터(twitter.com/kaye_bin)를 통해 그림을 접하고 연락을 주는 케이스들이 많았거든요. 니켈로디언 또한 프로젝트 감독님에게 연락을 받고 일하게 되었습니다. 

 

Q. 함께 일하시는 동료분들 중 한국인 디자이너분들이 또 계신가요? 유학파가 아닌 한국 출신 디자이너 분도 계신지 궁금해요.


스토리보드 아티스트로 일하시던 한국인 한 분이 계셨었는데, 짧게 일하고 나가셔서 지금 한국인은 저 혼자예요. 한국에서 건너와 바로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하시는 분들을 주변에서 잘 보지 못하긴 했어요. 프로그래머 쪽은 바로 건너오신 분들이 있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아티스트는 비자 받기가 더 까다롭고 힘들어서 대부분 조금 더 가망이 있는 유학 진로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도 그랬고요. 

 

Q. 참여하고 계신 <Teenage Mutant Ninja Turtles: Next Chapter>는 어떤 작품인가요? 


<Teenage Mutant Ninja Turtles: Next Chapter>는 니켈로디언 무비의 첫 극장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로, <닌자 거북이>라는 코믹북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작품이에요. ‘닌자 거북이’하면 보통 액션 장르가 대부분인데, 그것보다는 이 4명의 닌자 거북이들이 십 대라는 점에 초점을 맞춰 제작하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액션보다는 그들의 성장을 다룬 드라마 위주로 구성되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관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될 것 같습니다. 작년에 프로젝트가 시작됐는데, 완성까지 2년은 더 걸릴 것 같고요, 미국에서 개봉이 되면 한국에서도 만나보실 수 있으실 거예요.

 

Q. 현재 소속돼 계신 팀은 어떻게 구성돼 있나요? 그중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계신지, 프로젝트 진행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설명해 주세요.


저희 아트 팀은 저를 포함해 비즈뎁 아티스트 다섯 명, 캐릭터 디자이너 한 명, 아트 디렉터 한 명, 프로덕션 디자이너 한 명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같은 비즈뎁 아티스트라도 잘하는 분야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역할 분담이 다르게 나뉘는데, 저는 그중에서 시네마틱 모먼트를 대부분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자세히 말하자면, 감독님에게 스토리보드 씬 중 하나를 받고 감독님이 원하시는 캐릭터의 감정과 분위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받아요. 

 

그것을 토대로 마치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캡처한 것처럼 배경과 캐릭터를 그리고요, 스토리텔링, 감정, 분위기가 관객에게 성공적으로 전달될 수 있게 완성을 합니다. 그렇게 완성된 그림들은 애니메이션의 스타일이나 라이팅, 렌더링을 위한 가이드로 쓰여요. 저희는 보통 일주일에 두 번 정도 Zoom을 이용해 회의를 하고, 프로젝트에 대한 진행도와 방향성을 이야기하며, 아트웍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받습니다. 

 

Q. 니켈로디언 무비에서 1년 정도 근무하셨는데, 직접 경험하신 회사 문화는 어떤가요? 


작년부터 이어진 코로나19로 인해 저는 계속 재택근무를 하고 있어요. 그래서 한국 조직과의 차이점을 자세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아무래도 직급의 세분화 및 상사라는 개념이 없다 보니 회사 사람들과 피드백을 주고받기가 훨씬 편한 느낌이에요. 일에 대한 긍정적인 말도 더 많이 듣고, 주어진 시간 동안 빡빡하게 일만 한다기보다는 여러 가지 활동들을 같이 하면서 여유를 더 즐기는 것 같아요. 물론 이 부분은 회사마다 다를 수도 있어요. 

 

전에 일했던 게임 회사에서는 금요일마다 항상 함께 Happy Hour 시간 동안 바에 가서 술을 마시고(웃음), 매달 회사에서 여러 가지 이벤트와 함께 파티를 했었는데, 저한테는 그런 식의 회사 문화가 사람들과 더 편하게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해, 작업의 퀄리티를 올리면서 업무의 효율까지 올려주더라고요.

 

<Oasis Express>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했을 때 스타일을 고안하기 위해 완성한 일러스트

 

 

Q. 프리랜스 잡으로 하셨던 애니메이션 작업들에 대해서도 소개해 주세요. 작업엔 어떻게 참여하셨고, 어떤 작업을 맡으셨나요? 


<The Ace>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는 졸업한 학교의 전공 디렉터님과 연이 닿아 캐릭터 디자이너이자 비즈뎁 아티스트로 1년 정도 참여했어요. 주인공의 반 친구들과 어머니, 아버지를 디자인하고 주인공이 판타지 세계로 넘어가게 되는 장소를 디자인한다거나, 건물 혹은 거리 디자인을 맡았습니다. 

 

Steamroller 스튜디오의 <Master>에는 배경 디자인 아티스트로 참여했는데요, 프로젝트의 감독이자 애니메이터인 Jamaal Bradley가 트위터에서 제 그림을 보고 연락을 주어서 같이 일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공개된 트레일러에 나오는 배경이 제가 디자인한 배경이에요. 

 

Q. 롤 모델로 삼는 비주얼 아티스트가 있다면요?


롤 모델로 삼고 있는 비즈뎁 아티스트 리스트는 굉장히 많지만, 굳이 한 명을 꼽자면 Mingjue Helen Chen 프로덕션 디자이너님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에서 오랜 시간 일하시며 아트 디렉터로 활동하시다가 최근에 개봉한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에서는 프로덕션 디자이너로 일하셨고, 영화의 전반적인 스타일이나 아트웍에 대해서 가이드를 제시하고 디렉팅을 하셨어요. 여성들이 많이 없는 디렉팅 자리에서 아시안 아메리칸으로서 젊은 나이에 성공하시고, 언제나 자기 확신에 차있는 모습이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하시는 작업물도 정말 좋고요. 

 

Q.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극장 애니메이션 쪽에서 일을 좀 더 하면서 프로덕션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을 좀 잡은 후에는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쪽에서도 일해보고 싶어요. 그런 다음 아트 디렉터나 프로덕션 디자이너로서 일하고 싶고, 후에 제가 현재 작업하고 있는 개인 프로젝트들 중에 하나를 더 디벨롭시켜서 그래픽 노블이나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완성할 생각입니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카예강(www.kayek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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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켈로디안무비 #극장애니메이션프로젝트 #비주얼디벨롭먼트아티스트 #카예강 

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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