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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눈으로 보고 즐기는 책 ‘라스트 북스토어’전

2021-02-15

요즘 서점은 단순히 책만 판매하는 곳이 아닌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한다. 책 특유의 냄새가 나던 공간이 커피 향으로 가득 찼다. 매장에 들른 손님은 누구든지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매장마다 설치된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다. 
기존에는 카테고리에 따라 진열된 책 부스를 어슬렁거리다 마음에 드는 책만 골라 나왔다면, 새롭게 생겨난 복합문화공간 형태의 서점에서는 소비자의 트렌드를 반영한 책들과 다양한 제품을 보고 체험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책을 보다 친근하게 만든다.

 

‘라스트 북스토어’ 전시 입구에 설치된 거대한 책 설치물

 

 

책을 소재로 한 전시가 열린다. 바로 ‘라스트 북스토어’전이다. K현대미술관에서 펼쳐진 전시는 추억 속 서점의 모습과 책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거대한 책 조형물로 완성된 입구를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것처럼 지나면 전시가 시작된다. 전시 공간은 요즘 서점의 추세를 반영했으며, 서점을 방문했을 때 느꼈던 감성과 감정들을 다양하게 연출된 설치작품을 통해 느끼게 한다. 

 

전시장에 설치된 ‘뉴스페이퍼 드레스’는 종이신문 대신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읽는 이가 많아지면서 언젠가 사라질지 모르는 종이신문을 아름다운 드레스로 완성하였다. 구겨진 신문지에 아름다운 디자인이 가미되어 감각적이면서도 화려한 작품으로 변신했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매개체였던 신문에 관한 관심을 환기하는 의미와 더불어 종이 책의 소중함까지 담고 있다. 

 

‘라스트 북스토어’ 전시 전경

 

 

‘라스트 북스토어’전에서는 책이라는 매체를 가지고 완성된 다양한 설치물이 전시된다. 책을 캔버스 삼아 그 위에 그림을 그려 넣기도 했으며, 1920~30년에 완성된 책들을 소재로 거대한 모빌을 완성한 작품도 있다. 세월의 흔적을 담은 빛이 바랜 책에 그려진 드로잉과 책이 본래 가지고 있는 그 원형을 유지하며 완성된 책 모빌은 책에 담긴 추억들을 회상하게 만든다.

‘그들을 기억하며’라는 공간은 작가 마르셀 브로타에스(MARCEL BROODTHAERS)의 작품  〈하얀방(The white room)〉에서 착안해 꾸며졌다. 마르셀 브로타에스가 자신의 방을 모두 하얗게 칠하고 미술과 관련 있는 용어들을 방에 써놓은 것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한 문인들의 이름들을 적어놓았다. 

 

책을 판매하는 서점 이외에도 언제든지 책을 볼수있는 도서관을 구현한 공간이 마련된다. 아늑하고 감각적으로 꾸며진 도서관은 당장이라도 앉아서 책을 읽고 싶게 만든다. 기다란 나무 책상 위에 초록색 스탠드를 설치해 현대적인 도서관보다는 고전적인 모습의 도서관을 재현했으며 편안한 느낌이 들도록 하였다. 작품과 함께 벽면 가득 꾸며진 영상작품은 도서관에서 대출할 수 없는 오래된 고서를 상징하며, 악보들은 다양한 책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문인들의 초상화로 꾸며진 전시 전경

 

 

유명 작가들의 작품에서 착안한 설치작품 이외에도 이번 전시에는 세계 각 나라를 대표하는 많은 문인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된다. 학창시절 필수도서 리스트에서 보았던 시, 희곡, 수필, 소설 등을 쓴 작가들의 초상화가 설치된다. 
오랜 기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온 작품을 쓴 작가들의 얼굴을 확인해 보거나 좋아하는 작품의 작가 초상화가 설치됐는지 찾아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이외에도 작품을 통해 문학 역사에 있어 거장이라고 불릴 수 있는 인물들을 기억하고 되새기는 자리를 마련한다. 

 

‘라스트 북스토어’ 전시 전경

 

 

‘공간’ 섹션은 이번 전시 명에서 착안해 ‘​마지막 서점’이라는 설정하에 꾸며진 공간이다. 특정 세대 혹은 국적을 불문하고 모인 책을 쌓아 벽을 만들고 아치 형태의 입구를 만들었다. 차곡차곡 쌓인 책들이 무엇인지 보면서 수많은 책으로 싸여 있던 서점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편안하게 앉아 잠시 쉴 수도 있다. 

책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완성된 공간 ‘어떤 단어가 떠오르시나요?’에서는 알파벳으로 구성된 설치물이 전시된다. 나무를 재료로 사용한 알파벳을 줄로 엮어 매달아 놓았다. 관람객들은 설치된 알파벳을 보고 연상되는 단어를 떠올리거나 책의 제목 혹은 문구를 상상해 볼 수 있다. 

 

‘라스트 북스토어’ 전시 전경

 

 

‘상상 속 서재’는 단어 그대로 마법 세계 속에나 등장할 것 같은 서재로 꾸며져 있다. 기울어진 책장 위에 절대로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는 책과 공중에 떠다니는 책이 연출돼 흥미롭다. 
이외에도 복잡하게 얽혀 있는 빨간 실타래로 구성된 공간을 비롯해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생의 윌리엄 켄트리지(William Kentridge)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설치물도 전시된다. 

 

인터넷의 발달로 언제 어디에서든 스마트폰으로 각종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이 얼마나 빠르고 편하게 책을 고르고 받아 소비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지면서 오픈마켓에서도 책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책을 판매하는 서점의 형태 변화는 모바일 시장의 성장까지 도모했다. 이러한 변화로 오프라인 서점들이 하나둘씩 줄어들게 되었다. 하지만 사회, 문화, 경제적 변화에 따라 움직이는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해 종이 책을 판매하는 서점의 트렌드가 변할 수 있었다. 서점의 형태가 여러 가지로 변화한 만큼 책을 판매하는 곳에서 문화 콘텐츠를 즐기며 소비하는 문화생활의 중심지로서 역할을 한다. 이는 비록 스마트 기기로 책을 볼 수 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종이 책에 대한 향수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스트 북스토어’ 전시 전경

 

 

‘라스트 북스토어’전은 책과 연관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다양한 전시 구성으로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게끔 책을 재료로 다양한 설치물들을 만나볼 수 있으며, 평소 책을 좋아하지 않았던 이들도 흥미롭게 전시를 즐길 수 있다.
전시는 2021년 6월 6일까지 펼쳐지며, 입장료는 성인 기준 1만 5천 원이다. 


글_ 한혜정 객원기자(art06222@naver.com)
사진제공_ K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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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정 객원기자
경계를 허무는 생활속 ART를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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