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전체보기

분야별
유형별
매체별
매체전체
무신사
월간사진
월간 POPSIGN
bob

컬쳐 | 리뷰

작가의 작업송은 지금부터!

2020-12-09

몇 년 전부터 떠오르는 힙플레이스로 트랜드의 최전방에 있는 이들의 발길을 모으는 문래동.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문 닫은 철공소는 언젠가부터 저마다의 개성을 담은 가게들로 하나둘씩 채워졌지만, 한때는 이곳이 철강의 메카로 번영을 누리며 쉴 새 없이 쇳가루가 날리던 곳이었다. IMF 외환위기가 터지고 대형 철강 산업체가 생겨나면서부터 문래동에는 주인을 잃은 공장이 늘어났다. 그렇게 잠시 적막감이 맴돈 문래동에 주머니 사정 가벼운 젊은 예술인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다른 지역에 비해 문래동의 저렴한 임대료는 그들을 불러 모으기에 충분한 원동력이 되었다. 온종일 시끄러운 철공소만의 작업환경이 작가들에게는 주변의 눈치 볼 것 없이 오로지 작품 활동에만 매진할 수 있는 장점으로 다가왔다. 낡고 녹슨 골목의 분위기는 예술인들에게 예술적 영감을 자극하는 특별한 곳이기도 했다. 이처럼 문래동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들이 모여들면서 자생적인 예술촌을 형성하게 되었다. 

 

‘러브송은 멈추지 않아’ 전시 전경

 

‘러브송은 멈추지 않아’ 전시 전경

 

 

문래예술공장 1층 갤러리 M30에서는 ‘러브송은 멈추지 않아(Artists never stop)’ 전이 12월 5일부터 13일까지 열린다. 서울문화재단 문래예술공장과 GS홈쇼핑의 협력으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2020 문래창작촌 지원사업 ‘MEET’에 선정된 작가들의 작품을 모은 그룹 전시이다. 
‘MEET(Mullae Effect)’는 서울문화재단 문래예술공장에서 진행하는 문래창작촌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예술 지원사업이다. 2010년부터 11년째 운영 중이며, 지금까지 1600여 명의 예술인과 200여 건의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선보여 왔다.

 

‘러브송은 멈추지 않아’ 전은 ‘MEET 2020’에 선정된 25팀의 예술가 중 16팀이 참여하며 회화, 거리극, 음악공연, 문학, 영화, 디자인 등 다양한 매체로 완성된 30여 개의 작품이 전시된다. 

 

문래동을 배경으로 완성된 작가 김보배의 작품들이 설치된 전시장 한편

 

 

철물, 용접, 월드정밀 등 철공소의 간판을 담은 일러스트는 디자이너 김보배의 작품이다. 지역 생태계를 기록하고 시각화하는 공공디자인 프로젝트를 선보여온 작가는 문래동을 배경으로 철공소 단지 곳곳에서 자라나는 오동나무의 모습을 사진, 일러스트, 맴핑 영상, 실크스크린 등으로 기록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문래동 철공 단지의 간판을 수집해 디지털 아카이빙 자료로 전환하여 다시 실크스크린으로 변형하는 과정을 담은 프로젝트 〈최사장과 오동이〉 작품과 새롭게 선보이는 프로젝트 〈문래 지구〉의 일부인 일러스트 책과 사진집이 전시된다. 

 

 김봄,  〈오백채〉

 

 

작가 김봄의 한눈에 보아도 지도를 연상케 하는 회화 작품은 하늘에서 바라본 문래동을 담고 있다. 작가는 실재하는 지도를 재해석해 과거와 현재에 우리가 바라보는 풍경의 변화를 관찰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도시의 모습을 캔버스에 담아내었다.

 

노제현, 〈떠밀려진 시간〉

 

 

배우 겸 연출가로 활동 중인 작가 노제현은 10년 동안 문래동에서 지내면서 보고 기록한 철공소와 인쇄소의 이야기와 물류업 현장에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그려낸 공연 속 설치작품을 전시에 선보인다. 그의 공연 <워커 인 더 박스(WORKER IN THE BOX)> 노동의 공간과 공간 속 노동자를 상징하는 이야기를 몸짓과 오브제로 풀어내 자본주의 안에서 기계와 인간 사이에 존재하는 구조의 모순과 몰락하는 노동의 가치를 다시금 환기하고자 한다. 
이처럼 이번 전시에는 문래동을 배경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의 다양한 시선을 엿볼 수 있다.

 

서로 마주하는 두 개의 구조물은 작가 손혜경의 〈대성적백〉이다. 주변에서 흔히 보는 가구를 소재로 작품을 완성하는 작가는 자본주의 체제가 가지고 있는 필연적 모순과 사회적 인간관계에 대해 표현하고자 한다.

 

김혜리, 〈illusion 01〉, 〈illusion 02〉

 

 

현실과 유토피아 사이에서 부유하는 이미지를 작품으로 그려내는 작가 김혜리는 〈illusion 01〉, 〈illusion 02〉 등을 전시한다. 현실에서 좌절된 개인의 욕망이 미술이라는 매체를 통해 얼마나 충족될 수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된 그의 작품은 이상적인 장면들로만 이뤄진 상업미술 속 이미지들을 부분적으로 차용하고, 모방과 재현을 통해 새로운 형식으로 재생산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러브송은 멈추지 않아’ 전시 전경

 

 

이번 전시는 서로 다른 분야에서 활동 중인 예술인들이 한자리에 모인 자리인 만큼 전시된 작품의 매체와 그 안에 담고 있는 이야기 또한 다양하다. 
텍스트와 무용을 몽타주 하는 작업을 선보이는 퍼포머 문준섭은 자신을 괴롭게 하는 감정과 생각에서 빠져나와 온몸의 감각에 집중하고자 하는 동작에 일부를 담아낸 장면을 전시한다. 
영화 시나리오 작가이자 감독인 최정은의 장편영화 <빨간섬>의 티저 영상도 전시된다. 영화 <빨간섬>은 2039년 전염병이 휩쓸고 간 한국의 미래모습을 담고 있다. 
작가 안가영은 게임플레이 영상과 애니메이션으로 재구성한 〈사이버신체 해방 선언〉을 통해 가상공간에서 탈코르셋을 외치는 90년대 페미니스트들을 내용을 담아낸다. 
그밖에도 여성의 일상과 노동에 대해 그려낸 김진 작가의 아트북, 여성과 퀴어를 포함한 소수자의 목소리를 기록한 장모리 작가의 〈말과 초상〉, 김태형 작가의 시집 〈마흔여덟〉 등이 전시된다. 

 

‘러브송은 멈추지 않아’ 전시 전경

 

 

‘러브송은 멈추지 않아’ 전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 팬더믹 속에 사전예약을 통한 대면 행사를 진행하고자 했으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에 맞춰 온라인으로 작품이 공개된다. 전시된 작품과 참여 작가들의 작품 스토리가 담긴 영상은 서울문화재단 공식 유튜브 채널 ‘스팍TV’(youtube.com/sfacmovie)와 문래예술공장 유튜브 채널(url.kr/8FRSpT)을 통해 볼 수 있다. 

 

글_ 한혜정 객원기자(art06222@naver.com)
사진제공_ 문래예술공장

 

 

facebook twitter

#문래동 #문래예술창작촌 #문래예술공장 #서울문화재단 #문래동전시 #러브송은멈추지않아 #전시 

한혜정 객원기자
경계를 허무는 생활속 ART를 지향합니다.

당신을 위한 정글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