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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무민’과 함께 떠나는 소설 속 모험 

2020-11-20

“이 편지를 발견한 분께. 누가 이 편지를 보실지 모르겠지만 누구든 가능하다면 힘 닿는 데까지 저를 좀 구하러 와 주십시오! 제 멋진 집은 홍수에 떠내려가 버렸고 물이 점점 차오르는 지금, 저는 홀로 굶주린 채 추위에 떨며 나뭇가지 위에 올라와 있습니다. 불행한 무민 드림.”

 

무민의 엄마는 울면서 말했다.

“홀로 굶주린 채 추위에 떨고 있다니. 아, 불쌍한 우리 아들, 아빠는 이미 오래전에 물에 빠져 돌아가셨나 보구나!”

 

무민이 말했다.

“울지 마세요. 아빠는 근처 어딘가 나뭇가지 위에 앉아 계실 거예요. 물도 곧 빠질 테고요.” 

 

-소설 ‘작은 무민 가족과 큰 홍수’ 중에서-

 

‘무민 오리지널: 무민 75주년 특별 원화전’ 전시 포스터

 

 

핀란드 대표 캐릭터 ‘무민’은 1934년 작가 토베 얀손(Tove Jansson)의 그림 ‘검은 무민트롤’을 통해 세상에 처음 선보여졌다. 조각가 아버지와 일러스트레이터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토베 얀손은 1945년 출간한 소설 ‘작은 무민 가족과 큰 홍수’를 시작으로 ‘무민’ 시리즈를 발표했다. 이후 1966년에 어린이 문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한 작가는 핀란드 최고 훈장을 받았다. 

 

‘무민 오리지널: 무민 75주년 특별 원화전’에 설치된 작품 ⓒ Design Jungle 

 

 

핀란드 어느 한 골짜기에 사는 무민의 정확한 명칭은 무민트롤(Moomintroll)로 북유럽 설화에 등장하는 트롤을 모티브로 완성되었다. 다소 통통한 외형과 귀여운 얼굴로 마치 흰색 하마를 연상케 하는 무민의 초기 모습은 엄청나게 긴 코에 기이한 형태를 하고 있었다. 토베 얀손이 잡지에 자신의 삽화를 연재하기 시작하면서부터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무민의 모습으로 진화되었다.
1954년 그 당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던 영국 신문 <이브닝 뉴스>에 무민 만화를 연재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무민 시리즈는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 무민은 총 9권의 소설 속 이야기를 시작으로 만화, 그림책,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로 제작되며 75년간 꾸준한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무민 오리지널: 무민 75주년 특별 원화전’ 전시 전경

 

 

무민 가족은 친구들과 떠난 모험을 통해 사랑과 우정, 공존의 가치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하게 하며 우리의 일상 속에서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찾게 한다. 친구와 함께 떠나는 무민 가족의 새로운 모험이 그라운드시소 성수에서 펼쳐진다. 

 

이번 전시는 무민 탄생 75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자리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완성된 무민을 총망라하여 선보인다. 모두 15개의 섹션으로 나눠 구성되었으며 1946년부터 1970년까지 나온 8편의 무민 연작 소설 시리즈 내용을 토대로 공간화하였다. 
무민 원화와 삽화 작품 총 250여 점이 전시되며, 무민 가족의 흥미진진한 모험이 담긴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비롯해 무민 캐릭터를 활용한 3D 애니메이션과 미디어아트 등을 만나볼 수 있다. 그중 무민 소설 속 펜화와 캐릭터 원화는 핀란드 무민캐릭터스와 얀손의 집안에서 소장하고 있는 원화를 직접 공수한 것으로 의미를 더한다. 

 

다채로운 체험형 전시 콘텐츠로 기획된 ‘무민 오리지널: 무민 75주년 특별 원화전’은 자연 친화적이며 사색과 음악을 즐기는 무민 가족의 특징을 담아 공간마다 무민 전시 만을 위해 새롭게 제작된 음악이 흘러나와 오감을 자극한다. 

 

전시장에는 무민파파가 만든 부잔교가 설치되어 있다. ⓒ Design Jungle 

 

 

‘무민 오리지널: 무민 75주년 특별 원화전’에 설치된 그림책 작품 ⓒ Design Jungle 

 

 

무민 골짜기의 상징인 무민 하우스를 그대로 묘사해놓은 첫 번째 섹션 ‘인트로’에서는 무민파파가 만든 부잔교를 만날 수 있다. 무민 소설 속 다양한 캐릭터와 역사를 친절하게 소개해놓은 전시장은 무민 특유의 친근함을 선사하며 캐릭터가 생소한 이들 또한 관람이 편안할 수 있게 한다. 

 

‘무민의 그림책’에서는 1952년부터 1980년까지 토베 얀손이 그린 4편의 그림책이 전시된다. 거대한 그림책 속 배경들이 설치되어 마치 그림책에 직접 들어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는 공간으로 무민에 대한 흥미를 더한다. 

 

‘무민파파의 회고록’이라는 주제로 구성된 공간 ⓒ Design Jungle 

 

 

8편의 연작 소설 시리즈 내용을 담아 구성된 공간들은 삽화를 중심으로 꾸며져 있다. 소설의 내용에 따라 아름다운 산골, 타잔놀이를 하고 싶은 정글, 눈이 가득 내린 골짜기, 별들로 가득한 우주 등 무민의 소설 속 배경이 테마별로 구성되어 있다. 

‘무민파파의 회고록’에서는 작가이자 과학자인 무민파파의 모자가 함께 진열되어 관람객들은 모자를 직접 착용할 수 있다. 사진 촬영까지 가능하며 무민 가족과 함께 떠나는 여행 속 장면을 연출해 볼 수 있다.

 

프로젝션 맵핑으로 구성된 ‘무민의 겨울’ ⓒ Design Jungle 

 

 

세상을 새하얗게 만들어 버린 눈과 혹독한 추위 속에 모두가 잠이 든 사이 홀로 깨어나 처음 겨울을 맞이하는 무민이 투티기를 만나 따뜻한 우정을 나누는 장면이 연출된 공간은 ‘무민의 겨울’이다. 이곳은 전면 프로젝션 맵핑으로 완성된 공간 연출로 관람객의 몰입도를 한껏 높여준다. 의자까지 마련되어 있어 천천히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파도 소리가 가득한 ‘무민파파와 바다’에서는 지루해진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험을 찾아 떠난 무민 가족들이 느꼈던 고독함에서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과정을 함께 그려내기 충분해 보인다. 

 

토베 얀손의 작업실을 재현해 놓은 공간

 

 

높이가 낮게 제작된 조그마한 입구를 들어서면 토베 얀손의 작업실을 재현해 놓은 공간과 마주하게 된다. 이곳에서는 작가가 직접 그린 원화들을 만나 볼 수 있으며 무민이 창작되어가는 과정을 간접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다. 

 

홀로그램으로 제작된 무민의 캐릭터들 ⓒ Design Jungle 

 

 

이번 전시에서는 국내에서 처음 공개되는 2019년에 핀란드와 영국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3D 애니메이션 ‘무민밸리’시리즈의 에피소드 일부가 상영된다. ‘무민밸리’는 현대 사회와는 동떨어진 상상 속 장소를 섬세하게 재현한 무민의 TV 애니메이션 시리즈이다. 핀란드, 영국, 일본 등지에서 각 13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2개의 시즌이 공개되었다. 이외에도 홀로그램으로 제작된 무민파파, 무민마마, 무민트롤, 밈블 등이 전시된다. 

 

‘무민 오리지널: 무민 75주년 특별 원화전’은 2021년 11월 14일까지 펼쳐진다. 입장료는 성인 1만 3000원, 아동과 청소년은 1만 원이며, 36개월 미만 영유아는 무료입장 가능하다.

 

글_ 한혜정 객원기자(art06222@naver.com)
사진제공_ 그라운드시소 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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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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