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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인터뷰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이야기] 미션을 수행하다 - 스웨덴의 오틀리 Oatly

2020-11-05

[디자이너 토크 Designer Talk]

 

주목받는 스웨덴의 기업들이 있다. 그들은 비즈니스 목적을 단순 이윤 추구에 두지 않는다. 그 보다는 의미 있는 가치를 창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기업들. 이번 [디자이너 토크] 세션을 함께한 오틀리(Oatly, www.oatly.com)가 그렇다. *귀리(Oat)를 주재료로 제품을 만드는 스웨덴 브랜드로 음료, 요커트, 아이스크림, 오트밀, 아몬드 밀크 등 동물성 식품을 대체하는 다양한 식물성 제품군을 만든다.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소비문화와 인간의 식생활을 위해 희생되는 동물 문제를 일깨우고, 생산 과정에서의 환경 문제를 다루며, 인류의 건강에 대해 이야기하는 기업이다.

 

최근 들어 이들의 행보를 알아본 미국의 투자가들이 앞다퉈 스웨덴으로 오고 있다. 스타벅스의 전 최고경영자(CEO)인 하워드 슐츠와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배우 나탈리 포트만, 유명 힙합 가수 제이 지가 설립한 연예 기획사 락네이션도 이 투자 대열에 합류했다고 한다. 식물성 대체 식품이 환경 보호와 인류의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가져온다는 스토리텔링이 바로 성공 요소다. 실제로 언론에서는 "젖소에서 얻는 전통적 우유의 수요는 감소하는 반면, 귀리, 아몬드, 코코넛으로 만든 대체 우유 판매는 빠르게 늘고 있다"라고 보도하고 있어 오틀리의 행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오틀리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중요하고, 심각하며, 때로는 무겁지만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는 놀라운 ‘반전’이 있다. 유쾌하며 위트가 넘친다. 이 반전의 포인트는 2012년 토티 피터슨(Toni Petersson)이 새로운 CEO로 영입되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디자이너인 필자의 관심을 끈 것도 바로 이들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이다. 광고, 패키지, 로고, 아이콘 등 소비자와 맞닿는 그것들은 재미있고 신선하다. 그렇게 시작된 개인적인 호기심 + 팬심은 오틀리의 디자인 디렉터, 라스 엘프먼(Lars Elfman)과의 토크 세션으로 이어졌다(비대면 온라인 진행).

 

*귀리: 타임지에서 선정한 10대 슈퍼 푸드 귀리는 다른 곡류에 비해 단백질, 필수아미노산, 수용성 섬유질이 풍부한 식품으로, 밥에 넣어 먹거나 귀리의 가공품인 오트밀로 많이 이용된다.

 

 

 

토크 세션에 온 것을 환영한다. 본인 소개를 부탁한다.

 

참여하게 되어 영광이다. 나는 랄스 엘프먼이며 오틀리에서 디자인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오틀리에 합류하기 전에는 약 30여 년간 광고 분야에서 일했다. 지금은 오틀리의 크리에이티브 부서에서 일하며 또 다른 길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오틀리는 인류의 건강과 지속가능한 지구 환경을 구축하는 일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기업이다. 스웨덴 남부의 룬드 대학교(Lund University)의 연구를 기반으로 시작되었다. 특허받은 효소 기술로 친환경의 자체 공정을 거쳐 인간을 위해 설계된 섬유질이 풍부한 액체 식품을 제조하고 있으며 스웨덴 말뫼(Malmö)에 본사가 있다.

 

디자이너로서 경험하는 오틀리의 커뮤니케이션은 늘 신선하고 명쾌하다. 그 디자인 철학과 배경이 궁금하다.

 

좋은 인사이트가 된다니 고맙다. 오틀리의 디자인은 퍼스널리티(Personality), 즉 개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 특별한 개성이 드러나고 단 한 사람만을 위한 제품이라는 의미가 담기기를 원한다. 내가 이 일에 적임자였던 것은 아마도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일한 경험이 없고, 첨단 기술의 도움 없이 거의 모든 작업을 수작업으로 진행했던 경험 때문이었다. 그만큼 오틀리의 디자인을 창조하는 과정에는 상당한 공력이 들어가지만, 그렇기에 오틀리의 아이덴티티가 진정성이 있고 특별한 것 같다. 이 과정에는 결코 지름길이 있을 수 없다.

 

오틀리의 다양한 제품들 ⓒ Oatly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디자인의 설계 과정은 마치 기나긴 여행과 같다고 믿는다. 중요한 것은 여행을 계획하고, 떠나는 모든 과정을 진심으로 즐겨야 한다는 것. 오틀리의 아이덴티티를 설계하는 과정은 우리 팀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은 장거리 여행과도 같았고, 지금도 그 ‘즐거운’ 여정은 현재 진행형이다.

 

현재의 오틀리 디자인 아이덴티티는 과거와 비교해 많은 변화가 보인다.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하다.

 

예전 디자인은 개성이 뚜렷하지 않았다. 매장에 진열되어도 타사 제품에 묻혀서 전혀 오틀리만의 아이덴티티가 드러나지 않았다. 특별함이 부족했다.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 즉 기업의 아이덴티티가 묻어나는 접점이 필요했다. 바로 장인 정신(Craftsmanship), 스웨덴의 유산(Swedish heritage) 및 헌신(commitment)이 그것이다. 무엇보다 오틀리는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먹고 마실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하는데 전념하고 있으며, 우리는 그 사실이 디자인이라는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통해 고스란히 담기길 바랐다.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과거와 현재 ⓒ Oatly

 

 

그렇게 탄생한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가진 특별함을 꼽는다면?

 

기업으로서의 오틀리는 매우 대담(boldness)하고 민첩(Agile)한 편이다. 이것은 오래된 전통과 관습에의 도전에 정말 도움 되는 태도다. 특히 우리는 사용자 리서치나 마케팅 분석 등을 수행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소비자의 직접적인 반응과 피드백, 그에 따른 직감에 기반하여 비즈니스를 운영한다. 그리고 이 프로세스는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작동되고 있다. 아마 오틀리의 디자인 아이덴티티에서 느껴질 것이다. 우리는 심각하지도 무겁지도 않다. 하지만 진실되며 유쾌하다.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

 

2015년에 오틀리는 여러 우유 관련 회사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기존 동물성 우유에 대해 부정적인 언급을 했다는 이유로 말이다. 당시 우리는 오틀리의 제품을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는 인간을 위한 우유를 만든다(It’s like a milk, but made for human).” 고소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모든 법률 문서를 온라인으로 투명하게 제공하여 소비자들이 소송의 공정성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동시에 우리는 이와 관련된 광고와 소셜 미디어 게시물을 제작해 공개했다. 소비자의 반응은 즉각적이었고 압도적이었다. 많은 이들이 오틀리를 지원하고 함께 해주었다. 

 

놀랍게도 이 사건은 오틀리가 메인 플레이어로 성장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순식간에 대중들은 오틀리가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왜 동물성 우유 대신 귀리를 마셔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가장 도전이 되는 것이 있다면.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항상 어려운 과정이다. 특히 미국처럼 거대한 시장이라면. 다행히 지금까지 미국에서 놀라운 결과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얼마 전에는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9 위(브랜딩 부문 2 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제품의 생산과정을 설명해 주는 오틀리 웹사이트 ⓒ Oatly

 

제품 광고 이미지 컷 ⓒ Oatly

 

 

오틀리의 거리 광고. 독특한 그래픽 요소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 Oatly

 

 

 

다양한 매체에 오틀리만의 아이덴티티가 동일하게 적용된다. ⓒ Oatly

 

 

개인적으로 패키지 뒷면의 ‘지루한 사실들’(Boaring side)’ 아이디어가 흥미롭다.

 

사람들이 잘 읽지 않는 내용이다. 주재료, 성분, 함유량 등 다소 따분하고 지루할 수밖에 없는 정보들이다. 그래서 역발상으로 재미있게, 대화하듯 표현하고 싶었다.

 


(좌) 패키지 뒷면에 표기된 ‘지루한 사실들(The boring side)’. 주재료, 성분, 함유량 정보 등이 설명되어 있다. (우) 다른 면에서는 ‘기업의 가치’를 대화 방식으로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 Oatly

 

 

전 세계적으로 경쟁이 치열한 분야이다. 오틀리만의 강점을 든다면.

 

대담함(boldness)이라고 생각한다. 브랜딩 전략, 회사의 투명성, 제품 자체 등 모든 부문에서 그렇다. 가장 기본적인 것들에 자신감이 있고 진정성이 있다면 그 어떤 것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당신에게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은 어떤 의미인가.

 

나는 80년대를 거쳐 스웨덴에서 자랐다. 당시에는 미국 대중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시기이기도 했다. 만화책, 뮤직비디오, 컴퓨터 게임 등. 그 당시 모든 것들이 여전히 나의 영감의 원천이다. 아마도 여러 가지 매력적인 이야기들이 이리저리 섞였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은 자연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지만, 사실 난 자연에서 멀리 떨어진 도시에서 성장했다. 숲은 좀 무섭다(웃음).

 

요즘 관심 있는 브랜드나 디자이너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브랜드나 디자인 트렌드를 거의 들여다보지 않는 편이다. 오히려 내 관심은 다른 곳에 있다. 바로 음악과 예술이다. 오틀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분야 같지만 엄청난 이야기들이 숨겨진 보석 같은 영역이라 생각한다.

 

한국의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최종 목적지로 가기 위해서 지름길로 들어서지 않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남들이 보기에 근사한 일보다 스스로에게 끌리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험해보니 그렇다.

 

오틀리의 다음 비전은 무엇인가.

 

전체적인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미세하게 조정하고 있다. 새로운 시장으로의 진출 역시 중요한 과제다. 아직 우리를 찾지 못했거나, 우리를 시험해 볼 기회가 없는 사람들이 전 세계에 너무 많다. 그 기회들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가려 한다. 지구와 인류의 건강을 위해 오틀리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온라인 토크 세션을 함께 진행한 오틀리의 디자인 디렉터, 라스 엘프먼 ⓒ Oatly

 

 

*오틀리만의 특별한 마케팅 스토리가 궁금하다면 “How to Crack Consumer Marketing Without a Marketing Team”

 

미션을 수행하다

 

오틀리의 기업 가치는 단순히 숫자로만 증명되지 않는다. 지구 환경을 배려하며, 동물 학대 이슈를 일깨우고, 지속 가능한 소비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며, 인류 건강증진에 기여한다. 그 스토리는 검증받은 퀄리티의 제품들로 힘을 얻는다.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인류에게 꽤나 오래된 과제이기도 하다(쉽게 풀리지 않는). 북유럽의 어느 한 기업이 이 거대한 미션에 도전장을 낸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 미션의 수행은 더 이상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그들의 메시지에 전 세계가 귀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허나 그 이야기가 너무 직설적으로 세상에 목소리를 냈다면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오틀리는 진정성(sincerity)에 바탕을 둔 소통 방법을 고민함과 동시에 ‘디자인’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유쾌하고 위트 있는 방식으로 외치고 있다. 트랙 위에 놓인 수많은 허들을 하나씩 넘어야 하는 도전의 시대에 그들의 특별한 커뮤니케이션이 주목받는 이유다.

 

우리는 가끔 잊고 산다. 현실에서 마주하게 되는 심오한 주제, 가볍지 않은 문제들… 한 발자국 물러서고, 살짝 비틀어보면 의외로 흥미로울 수도, 매력적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글_ 조상우 객원편집위원(www.sangwooch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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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우 디자이너
현재 북유럽 스웨덴에서 산업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삼성전자 모바일 디자인 그룹 책임 디자이너, 소니 모바일(Sony mobile) 노르딕 디자인 센터를 거쳐, 현재 스웨덴 컨설팅 그룹 시그마 커넥티비티(Sigma connectivity), IoT 부문 수석 디자이너로 근무하고 있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근원지에서 살아가며 느끼는 경험들을 바탕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www.sangwooch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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