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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월드리포트

옛이야기가 시각적으로 표현된 말레이시아 헤리티지 메뉴

2020-10-23

세인트 레기스 쿠알라룸푸르는 올해 말레이시아 국경일을 맞아 “우리의 말레이시아: 재해석된 말레이 헤리티지 메뉴(Malaysiaku: A Reimagined Malay Heritage Menu)”를 새롭게 선보였다. 이번 행사는 영국으로부터의 독립 63주년을 기리는 독립기념일(8월 31일)과 13개 주로 구성된 지금의 말레이시아 형성을 기념하는 말레이시아의 날(9월 16일)을 맞아 마련됐다. 요리는 6가지 코스로 오르 되브르, 애피타이저, 수프, 메인 요리가 제공되며 디저트와 프티 푸르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오르 되브르 - <르당산의 공주(Puteri Gunung Ledang)>

 

 

첫 번째 코스인 오르 되브르(식욕을 돋우기 위하여 대접하는 간단한 요리)는 말레이시아의 전설 <르당산의 공주>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르당산의 공주>는 조호주에서 전해지는 전설로 지금까지 여러 차례 영화화되었다. 이 가운데 2004년에 제작된 동명의 작품 <르당산의 공주>는 말레이시아 역사상 아카데미 수상식에 도전한 첫 작품이기도 하다. <르당산의 공주>는 술탄(왕)의 청혼을 받은 전설의 공주가 불가능한 일곱 가지 조건을 걸어 현명하게 청혼을 거절했다는 이야기다. 공주는 술탄이 사는 믈라카와 르당산을 잇는 황금 다리와 은다리를 지을 것을 요구하고, 일곱 쟁반의 모기 심장과 세균의 심장, 일곱 항아리의 어린 빈랑나무 수액, 처녀의 눈물 그리고 아들의 피를 줄 것을 결혼의 조건으로 내건다. 술탄은 조건을 갖추는데 실패하고 르당산의 공주는 영원히 산속에서 행복하게 살았다.

 

공주가 내세운 여러 조건은 아름다운 오르 되브르로 재탄생했다. 술탄이 가져오기에 가장 어려웠던 아들의 피는 고추로 색을 낸 말레이시아식 어묵 오탁오탁(otak otak)으로 표현됐다. 모기의 심장은 붉은 장식을 꽂은 막대과자로, 르당산에서 믈라카를 잇는 은다리는 은멸치로 준비됐다. 공주가 살고 있을법한 나무 형태의 장식물에 오르 되브르를 선보여 특별함을 선사했다.

 

애피타이저 - <두 자매 이야기(Bawang Putih, Bawang Merah)>

 

 

<두 자매 이야기>는 샐러드와 농어 요리로 재해석한 애피타이저로 변신했다. 애피타이저는 순무로 감싼 말레이시아식 샐러드 끄라부(kerabu)와 농어 요리로 준비됐다. 순무로 감싼 끄라부는 두 자매를, 농어 요리를 장식하는 식용꽃은 물고기로 환생한 어머니를 상징한다. <두 자매 이야기>는 말레이시아판 <콩쥐팥쥐> 이야기로 계모에게 괴롭힘을 당했던 바왕 푸티가 어머니의 도움으로 왕자를 만나 행복한 삶을 살게 되는 내용의 이야기다.

 

이야기를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마음씨 착한 ‘바왕 푸티’는 물에 빠지는 사고로 어머니를 여읜 뒤 계모와 이복 언니 바왕 메라에게 온갖 구박을 받지만 묵묵히 견뎌낸다. 어느 날 물고기로 환생한 어머니가 나타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계모는 물고기를 잡은 후에 요리를 해서 바왕 푸티가 먹게 한다. 어머니를 먹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바왕 푸티가 남은 뼈와 살을 나무 밑에 묻었고, 나무에서 어머니가 부르던 자장가를 부르니 움직이는 마법의 그네가 생겨났다. 어느 날, 노래를 부르며 그네를 타고 있는 바왕 푸티를 본 왕자는 그녀를 따라가 집으로 찾아간다. 이복 언니는 왕자를 속이려 했지만 노래를 불러도 그네가 움직이지 않아 거짓말이 들통났다. 결국 계모는 바왕 푸티를 데려왔고 그네를 움직여 자신의 정체를 드러낼 수 있었다. 왕자의 청혼을 받은 바왕 푸티는 결혼식을 올리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

 

수프 - <저주받은 게(Ketam Sumpahan)>

 


수프는 게로 변하는 저주에 걸린 공주가 진정한 사랑을 하게 되어 행복하게 살았다는 <저주받은 게>의 이야기가 재현됐다. <저주받은 게> 이야기에 따르면 가난하지만 착한 어부 아왕 바융이 어느 날 큰 게를 잡게 되지만, 자신을 풀어주면 보답하겠다는 게의 말을 듣고 풀어준다. 집으로 돌아가자 낡은 집은 대궐 같은 집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날 밤 꿈에 한 노인이 나타나 게의 모습을 한 공주를 사랑하면 그녀의 저주가 풀리게 된다고 말한다. 공주를 사랑한 아왕 바융이 청혼을 하고 공주 역시 청혼을 받아들이면서 저주를 풀게 된다.

 

<저주받은 공주>는 필리핀과 사바에서 주로 먹는 신맛 나는 국물 음식 ‘시니강 크랩(Siniggang Crab)’으로 재탄생했다. 게를 주 재료로 사용한 시니강 크랩은 꽃게로 국물을 내고, 타마린드와 라임 등으로 신맛을 더했다. 그리고 해바라기 생화에 게의 풍미를 더해주는 캐비아를 올렸다.

 

메인 - <쌀로 만든 꽃(Nasi Menjadi Bunga)>

 

 

메인 요리는 말레이시아의 쌀 생산지로 알려진 끄다와 쁘를리스에서 전해지는 <쌀로 만든 꽃>에서 따왔다. <쌀로 만든 꽃>은 한 모녀가 슬퍼하는 쌀알을 모아 향기가 나는 꽃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한 모녀는 옆집 마당에 흩뿌려진 쌀알이 울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쌀알에게 다가가 왜 우는지 물어보자 사람들이 쌀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고 바닥에 내던졌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야기를 들은 모녀는 쌀알을 주워 모아 꽃의 형태로 빚었고, 쌀로 만든 꽃은 달콤하고 그윽한 향기를 뿜게 됐다. 모녀는 왕에게 쌀로 만든 꽃을 선물하기 위해 왕궁으로 찾아가지만 꽃이 아름답지 않다며 문전박대를 당한다. 하지만 그곳에 있던 공주가 향을 맡고 향기의 근원지를 찾아 헤매다가 시름시름 앓게 되었다. 딸을 걱정한 왕은 모녀를 왕궁으로 데려왔고, 쌀로 만든 꽃향기가 가득 넘치자 공주는 건강을 회복하게 된다. 모녀는 이에 대한 보답으로 왕궁에서 살게 된다.

 

<쌀로 만든 꽃>은 페이스트리로 재탄생했다. 언뜻 보기에는 간단한 요리처럼 보이지만 페이스트리를 반으로 가르면 향기로운 비리야니(biriyani)로 가득 차 있다. 비리야니는 생쌀에 향신료와 채소 등을 넣어 찐 인도계의 쌀요리로 향신료가 어우러져 풍요로운 향기가 퍼진다. 페이스트리와 말레이시아의 꼬치요리 소고기 사떼(satay)가 메인으로 제공됐다.

 

디저트 - <시 딴강(Si Tanggang)>

 

 

디저트는 둥근 구체에 초콜릿을 코팅해 바위 같은 모습을 완성한 후식으로 준비됐다. 나무망치로 바위 모양의 디저트를 두드리면 클란탄의 디저트인 쿠웨이 푸트리(kuih puteri; 판단 잎과 코코넛으로 만든 커스터드 크림)가 흘러나온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유명한 전설 <시 딴강(Si Tanggang)>에 등장하는 바위를 형상화했다. <시 딴강>은 가난하지만 착한 청년 시 딴강이 어머니를 무시한 죄로 바위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가난한 청년 시 딴강은 무역상의 밑에서 큰돈을 벌고 무역상의 딸과 결혼해 큰 성공을 이루지만 그를 찾아온 가난한 어머니를 모른척하고 무시한다. 그 모습을 본 어머니가 신에게 기도를 올리자 신이 벌로 아들을 바위로 만들어버렸다는 이야기다.

 

프티 푸르 - 말레이시아 민요 <사랑을 느껴(Rasa sayang)>

 


마지막으로 프티 푸르(커피와 제공되는 작은 케이크)는 말레이시아 민요 <사랑을 느껴(Rasa Sayang)>의 가사에서 따와 만들었다. 말레이시아의 민요 <사랑을 느껴>에는 "울타리 너머에 잭푸르츠가 있어”, “항해를 떠날 때 황금 바나나를 가져와”라는 가사가 있다. 가사에 등장하는 열대과일 잭푸르츠와 바나나는 작은 케이크로 재탄생했다.

 

말레이시아 문화를 테마로 한 6가지 코스요리는 말레이시아의 요리를 소개하고 말레이시아가 갖고 있는 찬란한 역사와 문화를 보여준다. 보는 즐거움과 먹는 즐거움을 기본으로 잊고 있던 옛이야기를 새롭게 조명해 아름다운 요리를 선보였다. 매년 독립기념일과 말레이시아의 날이 있는 8월~9월에는 말레이시아 문화를 내세운 행사가 많으니 올해를 놓쳤다면 내년을 기대해볼 만하다.

 

글_ 홍성아 말레이시아 통신원(tjddk4277@gmail.com)
사진제공_ 세인트 레기스 쿠알라룸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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