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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인터뷰

‘촉지판을 이용한 점자 시’로 모두를 위한 문화공간 된 지하철역

2020-08-14

지하철을 이용할 땐 적어도 시(詩)를 한 편씩은 보게 되는 것 같다. 스크린도어에 붙어있는 시들 때문인데, 여기저기 부착된 시들은 특별히 보려고 하지 않아도 지하철을 기다리거나 플랫폼에서 이동할 때 문득문득 눈에 들어온다. 이동 시간 중에 만나는 시들은 짧은 시간에 잔잔한 감동을 주기도 하고, 삶의 태도에 대해 점검을 하게 해주어 참 좋다. ‘빨리빨리’하며 동동거리던 마음은 어느새 가라앉고, 스마트폰을 내려둔 채 잠시나마 차분한 생각에 잠긴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문화환경 조성을 위해 설치된 ‘스크린도어 시 전시 캠페인’은 바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잠깐이나마 희망과 용기, 감동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지하철을 이용하는 누구나가 지하철에서 시를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들은 시를 읽을 수 없는데, 한 사람의 아이디어를 통해 이들도 모두가 이용하는 공간인 지하철역에서 시를 읽을 수 있게 됐다. 아이디어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아이디어 전문 광고기획사 아이디엇의 이승재 대표의 아이디어로 지하철역에 점자 시가 부착된 것이다. 

 

 

 

아이디엇 이승재 대표의 '촉지판을 이용한 점자 시' 프로젝트가 인천지하철 1호선 경인교대입구역에 설치됐다. 

 

 

지하철을 이용할 때마다 스크린도어 유리에 설치된 시를 보며 즐겼던 이승재 대표는 어느 날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문화환경 조성을 위한 스크린도어 시 전시 캠페인을 모두가 즐길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지하철을 이용할 때마다 스크린도어 유리에 설치된 시를 보는 것이 무척 즐거웠어요. 바쁜 일상 속에서 잠깐이나마 희망과 감동을 전달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는 사업이라 생각했고요. 그러다 문득 지하철은 남녀노소, 노약자 구분 없이 모두가 이용하는 문화공간인데, 이러한 문화 감상으로부터 소외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각장애인들에게도 시를 통한 감동을 전달할 수 있도록 하고자 했고, 시각장애인들이 지하철을 이용할 때 반드시 잡아야 하는 난간 손잡이에 점자로 시를 적게 됐죠.”

 
눈으로 시를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들도 일상 속에서 시를 즐길 수 있도록 하고자 이승재 대표는‘촉지판을 이용한 점자 시’ 아이디어를 인천교통공사에 제안했고, 모두가 차별 없이 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이 아이디어는 지난 5일 전국 최초로 인천지하철 1호선 경인교대입구역에 적용됐다.  

 

아이디엇 이승재 대표

 

 

이승재 대표는 2018년 ‘제14회 시사문단 문학상’에서 수상하면서 등단한 시인이기도 한데, 이번에 경인교대입구역 7곳에 설치된 점자 시는 모두 이승재 대표의 시다. 시와 광고라니,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그에겐 둘 다 창의력을 표현하기 위한 도구다. “시 쓰는 걸 좋아했어요. 정확하게는 일상을 주의 깊게 관찰하며 무언가를 발견하는 것을 좋아하죠. 이러한 발견을 담아내는 포맷이 시였던 것 같고요. 같은 에너지로 광고 작업을 하면 광고가 되고, 글을 쓰면 시가 된다는 것을 요즘 부쩍 느껴요. 크리에이티브한 작업에는 영역의 구분이 없는 것 같아요.”

 

 

 

아이디엇의 대표 이승재 시인의 작품. 경인교대입구역에 설치된 시 중 일부다. 

 

 

지하철역엔 이 대표의 <소년이여>, <길>, <무인도>, <얼룩>, <포스트 잇> 등의 시가 설치됐다. “‘시선’과 ‘희망’을 주제로 한 시들이에요. 대표적으로 <길>에는 시인이 된 후 느끼게 된 경험이 녹아 있어요. 매일 보이지 않는 길을 걸어가고 있는 제 자신의 모습과, 꾸준히 걷다 보니 조금씩 희망으로 풍경이 바뀌어 가는 모습을 담은 시예요. 시를 통해 용기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감동, 희망, 용기를 주는 시들에는 재치와 유머까지 담겨 기발하고 간결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아이디엇의 샘솟는 아이디어를 짐작게 한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아아디엇의 프로젝트는 그전에도 있었다. 2017년 아이디엇이 진행한 ‘그림 없는 전시회’는 앞을 볼 수 없지만 구체적인 이미지로 세상을 형상화하는 시각장애인들의 모습을 구체적인 글로 묘사해 적고, 비시각장애인들이 그 글을 읽으며 머릿속으로 시각장애인의 세상을 상상하며 감상해볼 수 있도록 한 전시로, 92%에 해당하는 관람객들에게 시각장애인에 대한 인식 변화를 경험시켜주었다. 

 

시각장애인에 대한 인식 변화를 가져온 '그림 없는 전시회' 영상

 

 

아이디엇은 이번 프로젝트 외에도 ‘그림 없는 전시회’나 홍대 앞의 쓰레기 문제를 개선한 ‘미니 환경 미화원 - 쓰레기통 표지판’ 등, 수익과 관련 없이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여러가지 캠페인을 진행해왔다. 이러한 작업은 “많은 시간을 크리에이티브한 환경 속에 머물며 그 상태를 오래 유지하고 싶다”는 이승재 대표의 ‘행복하고 풍요로워지는 방법’ 중 하나다.  

 

광고회사 아이디엇은 원하는 광고들을 해왔고, 시장의 뜨거운 반응을 확인했으며, 국내외 유명 광고제에서 수상하면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기업의 광고든, 사회적 인식개선이든, 떠오르는 아이디어로 무엇이든 해내는 아이디엇은 이제 글로벌 캠페인을 통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광고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지금까지 원하던 바를 꾸준히 달성해 온 아이디엇이 의미 있는 프로젝트로 더 큰 무대에서의 성취를 이뤄내길 응원한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자료제공_ 아이디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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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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