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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인터뷰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이야기] 북유럽의 소프트 미니멀리즘을 말하다 - MENU

2020-04-24

[디자이너 토크 Designer Talk]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은 날마다 새롭게 발전하는 도시 중 하나다. 도심 곳곳은 신시가지 개발과 공사로 바쁘게 돌아간다. 그중 노드하븐(Nordhavn) 지역은 단연 힙한 곳으로 손꼽힌다. 주거 목적의 아파트 단지를 비롯해 오피스, 부티크 호텔, 레스토랑, 디자인 쇼룸 등이 자리 잡으며 주목을 받고 있다. 

 

바로 이곳에 오늘 소개하려는 브랜드의 메누 스페이스(MENU Space)가 있다. 이곳은 덴마크 인테리어 브랜드인 메누(MENU)가 설계한 코워킹(Co-working) 스페이스다. 오피스, 카페, 디자인 쇼룸이 어우러져 있는 복합 공간으로 이곳에 들어서면 가구, 조명, 오브제 모두 메누의 감각적인 제품들로 꾸며졌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덴마크 최대 디자인 행사인 ‘3 Days of Design in Copenhagen’에서 소개되며 주목받은 공간이기도 하다. 이번 디자이너 토크 세션에서는 메누의 브랜드 총괄 디렉터인 요아킴(Joachim)과 함께 북유럽의 인테리어 디자인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메누의 디자인/마케팅 총괄 디렉터 요아킴과 함께  

 


‘디자이너 토크’ 세션에 참여해 주어 고맙다. 소개를 부탁한다.
의미 있는 시간을 함께 하게 되어 영광이다. 현재 메누에서 디자인과 마케팅 총괄 디렉터로 일하고 있는 요아킴이라 한다. 메누는 나의 증조할아버지가 1970년대 후반 창업한 브랜드로 우리 가족의 패밀리 비즈니스라 할 수 있다. 창업 초기에는 스틸 케이스 제품으로 첫 생산을 했고, 이후 1980~90년대를 거치며 본격적인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인테리어 브랜드 메누의 디자인 철학이 있다면.
디자인을 강조하는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인하우스 디자이너가 없다. 다양한 분야의 외부 디자이너들과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한다. 협업 디자이너들에는 북유럽뿐 아니라 아시아 지역의 디자이너도 포함된다. 디자이너, 건축가, 조각가 등 한마디로 분야에 대한 경계는 없다. 단, 메누가 추구하는 디자인 철학과 뜻을 함께하는 예술가들과 만난다. 바로 소프트 미니멀리즘(Soft Minimalism)이다. 이는 세 가지 요소를 포함한다. 군더더기 없는 세련미(Clean), 현명한 접근 방식(Clever), 자연에서 받은 영감(Nature). 바로 우리 브랜드의 DNA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형태의 협업이 이루어지지만 이 기본 철학은 유지된다. 장식적이지 않으며 설득력 있는 스토리텔링이 담기고, 각 제품의 연결성이 보여짐과 동시에 자연의 텍스처와 소재가 적용되는 것은 바로 브랜드의 언어이자 파워로 나타난다. 기존 미니멀리즘에 차갑고 지루한 면이 있었다면, 소프트 미니멀리즘은 좀 더 편안하고 부드러운 신뢰감을 담고 있다.

 

많은 북유럽 기업들이 인하우스 디자인팀 대신 외부 디자이너와의 협업 방식을 택하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브랜드의 이미지나 언어가 한 곳에 정체되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검증된 외부 디자이너와의 협업은 이 부분에서 상당히 매력적이다. 늘 새로움을 유지할 수 있고, 작업에 있어서 한계점이 없다. 서로의 경험에서 나오는 불꽃튀는 시너지는 프로젝트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중요한 것은 서로의 디자인 철학과 추구하는 방향이 잘 맞아야 한다. 

 

우리가 지금 이야기 나누고 있는 이곳, 메누 스페이스에 대해 설명 부탁한다.
메누 스페이스는 파일럿 프로젝트로 진행 중인 공간이다. 오피스 공간을 비롯해 미팅룸, 카페, 브랜드 쇼룸 등 크고 작은 다양한 공간이 공존하고 있다. 메누 스페이스가 위치한 노드하븐 지구는 새로운 움직임이 날마다 일어나고 있는 매력적인 곳이다. 우리 공간도 그중 하나다. 

 

얼마 전 오픈한 아우도(AUDO, www.theaudo.com) 역시 소개하고 싶다. 메누의 창업자 비욘 한센(Bjarne Hansen)이 노만 아키텍(Norm Architects)과 킨포크의 나탄 윌리엄즈(Nathan Williams)와 함께 설립한 브랜드이다. 카페, 레스토랑, 라운지, 게스트 룸으로 구성된 감각적인 복합문화 공간으로 방문하는 이들에게 가치 있는 인사이트를 줄 것이다.

 

아우도의 이미지 컷 ⓒ AUDO

 

 

메누의 메인 라인업 제품을 소개해달라.
사실 어느 한 가지로 규정짓기에는 무리가 있다. 조명, 테이블, 의자, 소파 등 다양하고 광범위한 인테리어 오브제를 만들기 때문이다. 쉽게 설명해 당신이 지금 레스토랑을 오픈한다면 그 안에 들어갈 수 있는 모든 것을 디자인한다고 보면 된다. 바로 토탈 데코레이션(Total Decoration)의 개념이다. 작은 것 하나라도 메누의 의미가 담긴 오브젝트를 디자인한다.

 

인테리어의 모든 제품을 디자인한다니 흥미롭다. 그렇다면 주된 고객은 누구인가.
크리에이티브 마인드를 가진 어반 시티즌(Urban Citizen)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자면, ‘전통적인 방식에서 탈피하려는’ 세대.

 

전반적인 디자인 프로세스와 양산 과정이 궁금하다.
‘Birth to Produce’라는 문구를 자주 쓴다. 말 그대로 제품이 태어나서 세상에 나오기까지 모든 단계를 관리하는 것이다. 예상하겠지만 워낙 라인업 제품이 많다 보니 비즈니스 케이스마다 프로세스가 다르다. 협업하는 디자이너와의 커뮤니케이션, 양산 업체의 조율 및 디렉팅, 비즈니스 큐레이팅 등의 과정이 유연함 속에 움직인다. 최종 출시까지의 과정은 험난하지만 막상 양산된 제품을 만나면 그 힘든 기억들은 모두 사라지곤 한다. 

 

다양한 제품군을 다루니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도 많았을 것 같은데.
‘코 체어(Co Chair) 프로젝트’가 기억에 난다. ‘Co Chair Collection’을 의미하는 제품명으로, 더 오피스 그룹(The Office Group)의 노만 아키텍과 엘스 반 후레비크(Els Van Hoorebeeck)가 공동으로 고안한 의자이다. 단순한 형상임에도 불구하고 까다로운 작업 공정과 후가공 처리 덕분에 신경을 많이 썼던 프로젝트였다. 이렇게 축적된 노하우와 경험은 다음 프로젝트 진행시 언제나 큰 도움이 된다.

 


코 체어 시리즈의 이미지 컷과 카탈로그 페이지 ⓒ MENU

 

 

디자인에 대한 인사이트는 어디서 얻는가.
반가운 질문이다. 외부 디자이너들과 협업을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새로운 인사이트의 발견이다. 건축, 가구, 세라믹, 조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그들로부터 받게 되는 영감은 생각보다 강력한 시너지를 가져온다. 개인적으로는 여행 속에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이미지 브라우징 작업을 통해서도 호기심을 채운다.

 

북유럽 인테리어 디자인 트렌드는 여전히 식지 않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가 있다면.
지금의 북유럽의 디자인 키워드는 시대와 지역을 아우른다고 본다. 무엇보다 자연 소재와 텍스처, 색감은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다. 북유럽의 감성은 다른 지역, 예를 들어 독일의 차갑고 인더스트리얼적인 감성이라든지, 남미의 화려하고 따뜻한 색감과는 전혀 다르다. 그 다름이 차별화된 경쟁력을 만들고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 양산된 제품 중에 가장 도전이 되었던 프로젝트가 있다면.
하버 체어(Habour Chair) 시리즈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쉘(Shell) 형태의 플라스틱 몰딩 체어로, 제작 공법이나 재료의 성질을 예측하기 어려워 상당히 까다로웠다. 이 공정을 위한 시설 투자도 추가적으로 이루어져야 했기에 더욱 부담이 됐다. 무엇보다 초기 아이디어 개발 당시 설계했던 전체적인 균형미가 생산 공정에서 완벽하게 구현되기까지는 길고도 험난한 여정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시장 반응도 성공적이었고 메누의 아이코닉한 제품으로 자리 잡았지만, 과정은 그리 녹녹치 않았다.

 

하버 체어 시리즈의 이미지 컷 ⓒ MENU

 

메누와 디자인 협업 중인 아티스트들 ⓒ MENU  

 

 

메누에서 출시하는 다양한 인테리어 제품군 ⓒ MENU

 

일본의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케이지 아시자와(Keiji Ashizawa)와의 협업을 통해 선보인 레일 데스크(Rail Desk) ⓒ MENU

 

 

최근 이케아 등의 몇몇 브랜드는 인공지능이나 사물인터넷 등의 첨단 기술이 접목된 인테리어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메누의 비전에도 이 시나리오가 있는가.
긍정적으로 고려 중이다. 몇몇 조명 제품에는 스마트폰 앱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길 바라진 않는다. 인테리어 오브제라는 기본과 본질에 먼저 충실하고 싶다.

 

가구 박람회나 디자인 관련 페어에도 참여하는가.
그렇다. 전시회는 우리 브랜드를 다양한 방법으로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중요한 기회이며, 브랜드의 가치를 홍보할 수 있기 때문에 적극 참여하려 한다. 특히 타 브랜드나 디자이너들과 협업하여 전시 공간을 꾸미기도 한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는 항상 우리와 고객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준다. 바로 윈윈(Win-win)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자신만의 고유 디자인 브랜드를 만들고자 하는 후배 디자이너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디테일을 보는 눈과 열정을 말하고 싶다. 그리고 겸손함에 베이스를 두는 디자인은 중요하다. 때로는 공격적이며 강하게 밀어붙이기도 해야 한다. 디자인과 비즈니스가 공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 언급하자면 바로 ‘사람’을 중요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그들에 대한 투자와 인풋이 브랜드의 성공과 직결된다고 믿는다.

 

메누의 다음 비전은 무엇인가.
곧 선보일 프로젝트가 여러 개 준비 중이다. 디테일한 요소가 강조된 액세서리 파트와 메모리 스토리와(Memory Story)에 기반한 새로운 라인업 출시를 앞두고 있고, 신진 디자이너들과의 콘셉트 프로젝트도 구상 중이다. 기대해달라. 


본질의 확장 그리고 유연함
이번 디자인 토크는 브랜드 본질의 확장과 성장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메누는 앞서 소개한 것과 같이 다양한 제품을 여러 디자이너들과 협업하며 출시하고 있다. 자칫 브랜드의 가치나 이미지가 다양한 협업 방식을 거치며 산만해지기 쉬운 구조처럼 보인다. 수많은 인테리어 제품이 메누만의 통일된 언어로 선보이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이들은 본질의 확장, 그리고 유연함(flexibility)을 택했다. 브랜드의 근간이 되는 핵심 본질은 유지하되, 그 방향성과 범위를 유연하게 확장해 나가는 전략. 이 과정에서 브랜드 가치의 치밀한 설계와 협업, 디자이너들과의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은 필수다. 덕분에 메누는 한 곳에 정체되지 않고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가며 지금도 성장하고 있다. 

 

사실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외부로부터 인정받은 어떠한 가치는 섣불리 수정하거나 손대기가 쉽지않다. 이미 검증받은 요소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정적인 범위(Safty zone) 안에 계속 머물려만 한다면 언젠가는 도태되고 경쟁력을 잃게 되기 마련. 때문에 그 가치는 (이미 인정된 요소라 할지라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성장되어야 한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이다. 이 변화와 확장의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본질의 견고함이다. 최초 설계한 브랜드의 기본적인 본질만은 흔들림 없이 끌고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물론 그것이 올바르다는 전제하에). 그렇게 성장하고 확장되어가는 브랜드의 가치는 힘을 갖게 되고 곧 그 브랜드의 이야기 - 스토리(Story)가 된다. 

 

결국 그 스토리에 사람들은 열광한다. 이제 우리는 단순히 더 나은 제품을 찾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원하는 것은 바로 경험과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글_ 조상우 객원편집위원(www.sangwooch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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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우 디자이너
현재 북유럽 스웨덴에서 산업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삼성전자 모바일 디자인 그룹 책임 디자이너, 소니 모바일(Sony mobile) 노르딕 디자인 센터를 거쳐, 현재 스웨덴 컨설팅 그룹 시그마 커넥티비티(Sigma connectivity), IoT 부문 수석 디자이너로 근무하고 있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근원지에서 살아가며 느끼는 경험들을 바탕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www.sangwooch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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