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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인터뷰

농촌을 변화시키는 디자인 씽킹

2020-03-25

디자인정글이 만난 핫이슈 메이커_ 농촌 디자인 운동 창시자 강원대 한기웅 교수

 

농촌이 변화하고 있다. 전략적으로 농사를 짓는 농부들이 늘어나고, 싱싱하고 품질 좋은 농산품은 귀한 선물이 된다. 농사만을 짓던 마을에 볼거리가 생기고 생기가 돈다. 

 

농촌에 부는 바람, 농촌을 대하는 인식이 변하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랜 일이 아니지만, 우리는 분명 달라지는 농촌을 느끼고 있다. 

 

소비자로 하여금 농촌에 가고 싶고, 우리 농산물을 먹고 싶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변화하는 농촌의 모습 뒤엔 ‘농촌 디자인’이 있었다.

 

한기웅 교수(강원대)는 농촌 디자인 운동의 창시자이자 농촌 재생 운동가로, 이미 오래전부터 농촌을 변화시키기 위한 농촌 디자인을 꿈꿔왔다. 

 

디자인과 교수로 재직하면서도 그는 자신이 자란 고향을 지키고, 고향의 많은 농부들의 환경을 개선하고자 하는 바람으로 2009년 내포디자인포럼 설립, 2018년 농촌재생포럼 개최 등을 통해 농촌의 환경 개선 및 변화를 위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을 연구했으며, 디자인 농장 및 농식품 공장 개설 등 농업의 6차 산업화를 주창, 실천해 왔다. 

 

농촌을 위한 한 교수의 소셜 디자인은 농촌지역 주거 환경 개선, 농촌 내 문화공간 조성, 농산품 판매 증진, 농촌 관광상품 디자인, 농촌 문화체험 등 다양한 형태의 농촌 활성화 사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기웅 교수

 

 

디자인적 사고로 농촌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한기웅 교수로부터 농촌 디자인에 대해 들어보았다. 

 

한기웅 교수 interview


‘농촌 디자인’이란 무엇인가요? 
농촌 디자인은 다른 의미로 말해서, 농업 농촌 디자인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즉, 농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디자인적 관점에서 접근해 보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떻게 농촌 디자인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잘 아시다시피, 우리 농업은 지금까지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해 왔습니다.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대다수의 농부들이 농사를 잘 짓는 기술만 갖고 있을 뿐, 농업의 시대 변화에 따른 산업화 전략이 부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소비자들에게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농업의 가치를 새롭게 전달하려는 마케팅 전략 즉, 감성(感性)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려는 교감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죠. 그로 인해 오늘날 급격하게 변화하는 농업 환경에서 소중한 농업의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이제는 대량으로 들어오고 있는 품질 좋고 값싼 수입 농산물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고민하는 어려움에 처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에요.

 

농부의 아들로서, 이런 불합리하고 억울(?)하기까지 한 농업의 후진성을 디자인과 결부시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새로운 농산업으로 변화시키는데 미력하나마 보탬이 되고자 시도한 것이 저의 농촌에 대한 소셜 디자인(Social design)의 시발점입니다. 

 

구체적인 계기가 있으셨다고 들었습니다.
1996년, 45세에 고향 서산으로 내려가 환경디자인연구소를 오픈하고, 후학들을 가르치며 농촌에서의 활동을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단순히 후배들에게 그림을 가르쳐주는 선생님으로 시작을 했는데, 농사를 짓는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갑자기 농업 디자인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죠. ‘비닐하우스는 꼭 저런 구조여야만 할까?’, ‘저 할머니가 하루 종일 일하시는 터전(논, 밭)을 좀 더 농사짓기에 편리한 구조로 바꿀 수는 없는 것일까?’ 이런 생각이 들면서 농사짓는 제반 환경에 대한 개선 의지가 발동하게 됐습니다. 

 

범위가 매우 광범위할 것 같아요. 농촌 디자인의 역할은 어디까지인가요?
농업 디자인의 역할은 정말 다양하고, 광범위하다고 할 수 있어요. 중요한 것은 농업에 왜 디자인이 필요하고, 어떻게 접목되어야 하는가를 정확하게 꿰뚫는 혜안입니다. 우선 지금까지의 농업에 대해선 개인은 물론, 국가적 차원에서도 기능 중심의 정책과 사업으로 일관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소비자의 니즈(needs)를 충족시키는 것은 기능만으론 충분하지 않아요. 사용자의 오감에 호소하는 감성마케팅 시대의 한가운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따라서 농업도 이젠 농사를 잘 짓는 기술적 측면과 함께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감성 농법을 추구해야만 하는 것이죠. '우리 동네의 쌀 농사는 친환경 농사법인 우렁이 농법으로 짓기 때문에 최고의 웰빙 쌀입니다'라는 차별화되고 감성을 흔들 수 있는 농법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어요. 물론, 그런 친환경 쌀을 대변할 수 있는 좋은 브랜드와 패키지 디자인까지도 일체형으로 추진돼야 하겠죠.   

 

농촌 디자인의 주안점은 무엇일까요? 
농촌 디자인은 농촌환경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환경디자인은 물론, 농업의 고부가가치화에 비중을 두고 농부가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는데 역점을 두어야 해요. 따라서 자기만의 차별화된 농사짓기에 기술과 디자인이 컬래버레이션을 이루어야 하는 것이죠. 

 

그 부분을 현실화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가요?
농산업 디자인에 유능한 디자이너들이 함께 하는 것이 필수요건인데요, 현재 대다수의 유능한 디자이너들은 도시, 그리고 중견 및 대기업에 몰려 있습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농업농촌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유능한 디자이너들이 농업 디자인에 올인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농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일은 자동차 산업이나 반도체 산업을 통해 우리나라를 수출 중심의 산업국가로 끌어올렸던 정책만큼이나 중요한 일로, 농산업의 전략화에 디자인을 접목하는 국가적 정책 수립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한국농업 디자인학교'를 세워서 농부들이 보다 더 적극적으로 농업의 기술 개발을 확장할 수 있도록 하고, 창조적 농사법을 연구하는 크리에이터(creater) 농부를 배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농촌 디자인에서는 지역주민과 농민들의 공감대 형성, 지자체와 농업기술센터 등 관련 기관의 인식개선과 참여가 필요합니다. 일반적으로 ‘농업기술 개발과 보급만이 살길’이라는 편협된 생각을 갖고 있는데, 이 같은 획일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는 거죠. 기술 개발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고, 기술과 디자인적 사고의 융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대다수의 소농인들이 경쟁력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파워 농산업의 영위를 위한 차별화된 농업경영이 필요해요.

 

향후 한국 농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혁신적인 제도 개선의 일환으로, 전국 단위의 시, 군에 농업 디자인학교를 설립하는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가장 실천 가능한 방법은 전국 농업기술센터 안에 그런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새로운 농업 경영 방식 도입을 위해 인식 개선, 디자이너와 농부의 협업도 중요할 것 같은데요. 
지금까지 추진해 온 농촌에서의 디자인 계몽은, 흔히 말하는 농촌의 하드웨만을 바꾸는 환경디자인적 범주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농산업의 새로운 부가가치를 높여줄 수 있는 농업 콘텐츠 개발에 창의적 생각(Creative Thinking)을 접목하는 역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농업 디자인의 실천은 디자이너 혼자 이루는 것이 아니고, 농부들과 함께 고민하고 개선하며 이루어야 하는, 농업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농부들이 자신만의 농사법을 만들어 가는 지난한 노력이 전재되어야만 하는 어려운 작업이었어요. 

 

농업 디자인의 접근은 수요자인 농민과 연계되지 않으면, 그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어요. 따라서 처음부터 농부와 함께 접근하고, 이들에게 ‘농업은 기술+감성, 창의디자인이 접목된 것으로, 나만의 부가가치를 더해야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시키면서 동참시키는 일부터 시작돼야 합니다.

 

농촌 주민들의 생계과 직결돼 있는 일을 하시면서 미래를 예측하고, 사람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으셨을 것 같아요. 부담은 없으셨나요? 
부담감이 많았죠. ‘정치할 거 아니냐’는 오해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고1까지 농촌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농업농촌의 선진화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하는 열망과 바람이 무엇보다 컸어요. 지속적인 노력으로 큰 결실들이 나타나면서 좀 더 자신감을 갖고 농업, 농촌의 활성화를 위한 일들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 제가 무엇을 하자고 하면 무조건 찬성과 지지를 보내주는 죽마고우들과 대학 선후배를 비롯한 디자인계 인사, 제자들의 협조와 참여가 제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는 데에 절대적인 힘이 됐어요. 

내포디자인포럼은 2010년 시작됐으며, 지난해 10회 행사를 개최했다. 

 

 

내포디자인포럼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디자인으로 농업 농촌을 변화시키는 일은 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산업 및 시각디자인, 영상디자인과 건축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참여가 필요했습니다. 또한, 지역주민들의 참여와 지지도 긴요했고요. 지인들과 협의한 끝에 2009년 1월 '내포디자인포럼'을 창립하게 됐고, 다음 해인 2010년 사단법인화하면서 ‘제1회 내포디자인포럼’을 서산에서 개최하게 됐죠. 

 

내포지역은 서산-태안-홍성-예산-보령에 이르는 서해안 내륙의 해안에 걸쳐있는 지역을 의미해요. 내포디자인포럼은 지역(농촌) 개발에 디자인을 접목해 지역 정체성 찾기,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 등, 아주 구체적인 어젠다를 제시하는 학술행사예요. 1년 동안 내포디자인포럼에 몸담고 있는 디자이너, 건축가, 환경운동가, 지역활동가, 농업전문가 등이 지역의 현황들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면서 실효성 있는 창의적 제안들을 발표해 오고 있습니다. 

 

내포디자인포럼의 핵심적 가치는 이론에만 치우친 연구가 아니라 직접 현장을 누비면서 지역 주민과의 실질적인 문제점을 찾아내고, 그에 대한 해결점(solution)을 제시하는 매우 실효성이 높은 연구가 추진되고 있다는 데에 있습니다. 초기 1~2년은 큰 반응을 얻지 못했지만, 포럼에서 발표된 어젠다가 실용화 프로젝트로 선정되고, 또 선정된 아이템에 전문가 그룹이 자문 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지역사회로부터 점차 좋은 호응을 받게 됐고,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연구, 발표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2019년 개최한 제10회 포럼은 디자인이 도시(중앙)가 아닌 농촌에서 새로운 빛을 발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 의미 있는 자리였어요. 

 

내포디자인포럼은 2009년 1월을 시작으로 매년 디자인을 통해 농촌을 변화시키기 위한 다양하고 구체적인 어젠더를 제시해오고 있다. 

 

 

내포디자인포럼을 통해 실현된 프로젝트들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운산면 여미리가 농림수산식품부가 공모한 신문화공간조성 사업 대상지에 선정됐고, 서산시 운산면의 문화벨트화 전략 제안을 통해 운산면 면 소재지인 용장리 활성화 사업이 선정될 수 있었어요. 또, 당진시 정미면 사관리의 6차 산업화 단지조성화 전략을 들 수 있습니다. 이 마을은 우리나라에서 단위 면적당 철탑이 가장 많은 곳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던 곳인데, 새로운 전략(디자인)을 마련, 국회(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에 발표해 긍정적인 동의를 이끌어냈고, 한국전력의 지원을 받아 새로운 전원마을을 조성하고 옛 마을은 박물관 마을로 추진하는 혁신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어요. 현재는 실천 직전 단계에 있습니다. 

 

100% 민간주도로 설립된 여미오미로컬푸드

 

여미오미로컬푸드 내부 전경

 

 

지역 관광상품 디자인 제안으로 서산시가 지역 최초로 관광상품 공모전을 개최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어요. 그 밖에도 폐교를 이용한 새로운 도농교류 공간조성 등을 통해 농촌 활성화 사업에 기여했고, 서산의 여미오미로컬푸드를 100% 민간주도로 설립하는데 견인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보령시 웅천읍에서 도시재생지역으로 선정 받기 위한 시 차원의 초기 단계 사업인 주민역량 강화 교육도 추진될 계획이고요.

 

무엇보다 중요한 수확은 주민들에게 디자인 접목의 필요성과 유효성을 인식시켰다는 사실입니다. 내포권의 새로운 재생과 발전에는 디자인적 씽킹이 확고부동하게 자리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죠.

 

내포디자인포럼은 농축산식품부, 한국농어촌공사와 함께 ‘6차 산업 경영체 디자인 활성화 사업’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재배기술과 디자인의 접목’이 흥미로운데, 디자인은 어떤 역할을 하나요?
농업의 6차 산업(1차 산업×2차 산업×3차 산업=6차 산업)화에 디자인의 접목은 매우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또 그렇기 때문에 높은 경쟁력을 뚫고 선정된 것이고요. 디자인의 역할은 창의적 재배기술과 디자인 경영을 통해 철저히 자신만의 농법을 구사하도록 아이디어를 제공해 주는 것이었어요. 예를 들어, 수박농사를 짓는 농부에게 선진 사례를 보여주면서, ‘어떤 차별화된 농법으로 나만의 우수한 수박을 생산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여기서 우수하다는 것의 의미는 맛, 형태, 빛깔, 영양상태, 친환경 및 웰빙 농사법 등 다양합니다). 즉, 농부(기술자)와 디자이너의 협업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죠. 

 

또한, 6차 산업의 마지막 부분에 해당하는 3차 산업(체험, 관광, 서비스) 분야에서 디자인의 속성을 가미하는 전략이 있어요. 즉, 감자 캐기, 고구마 캐기, 벼 베기 등 지금까지 있어왔던 농촌체험활동에 흥미, 건강, 교육적 요소를 재치있게 가미하고 도시인들을 초대, 경험하게 해 구매력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물론, 농촌에서 머무르도록 하기 위한 예쁜 농장 만들기 사업, 자기 농장(텃밭) 브랜드화하기 등을 교육하는 것이죠. 

 

6차 산업화와 디자인 경영을 접목하는 교육은 로컬푸드 탄생의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한 가지 예로, 서산에서 대봉 단감나무를 생산하는 농부에게 서산 대봉 단감이라는 상표를 '서대감'으로 만들어드렸는데, 이것이 소비자들에게 새롭게 다가가는 계기가 됐고, 이로 인해 수익이 2~3배 증가하는 효과를 볼 수 있었어요. 

 

 

농촌재생포럼은 농산업의 고부가가치화 실현을 적극 추진한다. 

 

 

2018년 국내 최초로 ‘농촌재생포럼’도 개최하셨는데요, 그동안 어떤 결과들이 있었나요? 
농촌에 헌책 도서관을 차별화해 만드는 사업이 진행 중에 있고요, 농업의 융복합화 사업으로 농산업의 고부가가치화 실현을 적극 추진해, 현재 서산지역에 '로컬푸드센터 및 농가레스토랑'을 운영 하고 있습니다. 로컬푸드 운동의 전개, 소비자와 생산자 간의 직접연결, 그리고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는 농촌체험 사업들이 체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죠. 또한, 도시인에게 소중한 농사체험과 재미있고 유익한 농촌체험활동을 경험하게 하는 디자인 농장(Design Farm) 사업들이 시범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이와 같은 실험이 성공할 수 있다면, 작은 텃밭에서 4~5배의 경제적 수익을 담보하는 매력 넘치는 관광농장으로 탈바꿈하는 계기가 될 겁니다. 농사를 지어서 윤택한 삶이 보장되는 시대가 온다면, 젊고 유능한 귀농인구가 급팽창하는 시기가 올 수도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죠.

 

체험농장 농사현장

 

 

여미오미로컬푸드 & 농가레스토랑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모습

 

 

여미오미로컬푸드의 상임고문직을 맡고 계신데, 어떤 역할을 하고 계신지, 이곳에서 디자인이 힘을 발휘하는 부분은 어떤 부분인지 궁금합니다. 
여미오미(餘美五味)로컬푸드에서는 전국 로컬푸드와의 차별화를 추진하는 데에 있어 디자인적 관점에서 자문을 하고 있어요. 즉, 로컬푸드의 기본인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도록 품질보증원과 손을 잡고 꾸준한 GAP(우수농산물관리) 교육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좋은 농산물을 공급하도록 앞장서게 하는 일과 함께, 농산물 가공을 통한 고부가가치 산업화에 앞장서고 있죠. 또한, ’디자인농장’을 운영해서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이야말로 디자인을 통한 농업의 새로운 가치 전달과 수익창출을 도모하는 감성마케팅 전략이라고 할 수 있어요. 생산된 제품의 브랜드 개발이나 포장디자인 등을 실천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겠죠.

 

 

 

여미오미 농산물 가공공장 및 체험센터

 

 

디자인 농장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겠네요. 
농업 농촌의 새로운 전략 모색에 디자인적 사고가 접목되는 것이 핵심 키워드예요. 디자인 농장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추진되고 있는데, 하나는 농사를 짓는 농부들에게 그들의 ‘밭’이나 ‘논’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를 일깨우고, 자문해 주는 것입니다. 즉, ‘하루 온종일 허리를 굽히고 뜨거운 햇볕에서 일을 해야 하는 나쁜 환경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농부와 디자이너가 함께 고민하고, 개선해 나가는 일이에요. 능률 개선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다른 하나는 기술적인 측면과도 밀접한 농사를 짓는 방법을 차별화하는 전략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것으로, ‘나만의 차별화된 농사법’을 고민하는 겁니다. 이 부분에서도 창조적 사고(디자인적 사고)는 문제 해결에 큰 역할을 해요. 디자인 농장을 통해 새로운 농사처의 제시와 새로운 농사법으로 나오게 되는 거죠. 현재는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단계로, 앞으로 2~3년의 시행을 거쳐 완성도 있는 디자인 농장이 마을 전체로 퍼져나갈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농업디자인학교'의 설립이 매우 시급하고 긴요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농부는 농사를 잘 짓는 기술자라고 단언합니다. 따라서 기술만을 중시하며 농사일을 하는 농부에게 창조적 사고력을 키워줄 수 있는 학교의 설립은 시대적으로 너무나 당연한 솔루션이라고 판단돼요.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국가와 FTA를 체결했고, 우리 시장은 앞으로 대량 농축수산물의 비과세에 의해 공략될 것이 자명합니다. 우리의 농축수산물은 어떤 전략으로 이 어려운 사태를 이겨낼 수 있을까요? 현재 국가적으로 연구하고, 정책적으로도 유용한 전략을 마련하고 있지만, 우리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나가려는 의지와 환경이 필요합니다. 바로 우리 농축수산물의 경쟁력을 키워내는 원동력은 이 시대가 원하는 농부의 역량을 키워나가는 일이고,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이 바로 농업디자인학교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농촌 디자인을 잘 하기 위해서 디자이너가 갖춰야 할 요건들은 무엇일까요?
농업 농촌을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이 필요충분조건입니다. 다시 말하면 디자이너 자신이 농업 농촌을 이해하고 좋아해야 한다는 거죠. 농업 디자인은 현장에서의 관찰과 농부와의 직접적인 대화가 필수적인 요소예요. 따라서 농업 디자인을 위한 기본적인 요소는 농촌을 알고, 농업을 이해하는 바탕 위에서 추진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다른 어떤 디자인 분야도 그렇습니다만, 현장에서의 리서치와 분석을 바탕으로 디자인 콘셉트가 설정돼야 현실성이 있는 것이죠. 특히 농업 농촌에 대한 디자인은 농업과 농촌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통찰이 아주 중요한 요건이라고 할 수 있어요. 따라서 아무리 뛰어난 감각과 종합적인 디자인 능력을 소유하고 있는 디자이너일지라도, 농업에 대한 관심과 애착이 없이는 농업 농촌을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것입니다.

 

농촌 디자인의 미래, 어떻게 보시나요?
저는 ‘농업 농촌 디자인’을 ‘미래의 블루오션 분야’라고 주저하지 않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세계의 식량산업은 가장 핵심가치를 갖는 중요 산업이고, 국가가 전략적으로 농업 농촌의 선진화와 차별화에 앞장서야 할 때입니다. 특히, 기능 중심의 전략이 아니라 기능과 디자인적 융합이 잘 버무려진 우리만의 농산업이 발전될 수 있는 대한민국만의 감성 농산업 개발이 적극 추진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농촌은 단지 농산물을 생산해 내는 터전이 아니라 도시와 상생하면서, 그 어떤 공간보다 편안함과 따뜻함을 주는 마음의 안식처로, 우리의 건강을 담보할 수 있는 기름진 관광농장으로 키워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농촌의 모습은 앞으로 어떻게 변화될까요? 
미래의 농촌은 우리 모두의 로망으로 변해야 하고, 또 그렇게 될 것으로 예상해요. 농업을 통해 충분히 문화 국민의 일원이 될 수 있고, 농업이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는 희망의 매개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좀 더 새롭고 차별화된 농사를 짓는 젊은 농부가 있고, 농업으로 충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전제가 돼야겠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좀 더 차별화된 농업을 영위할 수 있는 창조 농부의 양성이 필요하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선진농업을 일구어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독특한 유·무형적 문화가 접목된 웰빙 농촌을 만드는 데 있어 정제된 농촌환경디자인의 접목은 물론, 현대의 과학적 방식과 융합한 우리만의 고유한 농사법이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농촌건설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해 봅니다. 이의 실현을 위한 유능한 소셜 디자이너의 수요가 급팽창하기를 소망하면서 말이에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저의 가장 중요한 계획 중 하나는 ‘한국농업디자인학교’를 만드는 일이 될 것 같습니다. 미래의 한국 농업 농촌을 견인해 갈 수 있는 창조 농부 양성의 산실이 될 학교를 만들고, 농업 농촌 디자인에 관심 있는 원로, 중진, 젊은 디자이너들과 함께 산업디자이너 양성이 아니라 농업 디자이너(창조농부)를 키우는 일에 일생을 바치고자 해요. 또한, 그러한 농부들과 함께 일터이자 관광지인, 쉼과 보람이 함께 공존하는 디자인 농장을 넓혀가는 일에 전념하고자 합니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한기웅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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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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