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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합정동 카페스토리] 화려하지 않지만 돋보이는, 그레이랩

2019-09-28

카페 이름에 걸맞게 회색 느낌이 물씬 느껴지는 공간이 있다. 바로 토정로에 위치한 ‘그레이랩’이다. 회색(그레이)은 다른 색상을 돋보이게 해 줄 수 있는 색상이라 생각해 카페 이름을 ‘그레이랩’으로 정했다고 한다. 즉, 다양한 색상을 가진 고객들이 돋보일 수 있는 공간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레이랩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큰 나무 테이블이 보인다.(사진제공: 그레이랩)

 


그레이랩 이태광 대표가 카페 테이블에 앉아있다.

 

 

카페를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그레이랩 이태광 대표가 앉아 있는 커다란 테이블이 그 특징 중 하나다. 상단에는 와이어를 매달고, 하단에는 철판으로 지지대를 만들어 붙인 목재 테이블이다. 밝은 회색 톤의 벽과 잘 어울린다. 테이블 위에는 알전구를 주렁주렁 매달아 놓아서 다른 곳과는 차별화된 특별함이 느껴진다.

 

주문 테이블은 철판으로 제작되었다.

 

 

주문 테이블은 철판으로 제작되었다. 용접부가 아주 조금 노출되어 보이지만, 회색 톤의 전체적인 카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철판 테이블은 제작비가 많이 높지만, 약간의 주의만 기울이면 목재나 플라스틱에 비해 오염되지 않아 유지 보수가 쉽다.

 

기둥과 벽 일부는 러프하게 마감되어 있다.(사진제공: 그레이랩)

 

 

기둥과 벽은 일부 러프하게 처리했다. ‘러프하다’고 해서 ‘신경을 덜 썼다’라는 뜻이 아니다. 반듯하게 마무리된 마감은 아니지만, 정갈한 혼잡함이 보인다. 실내 마감재의 특징을 잘 살린 디자인이다.

 


무채색 가구들이 회색 벽과 제법 어울린다.(사진제공: 그레이랩)

 

 

그레이랩 내부 인테리어는 대체로 회색으로 되어있다. 이런 곳에는 목재로 된 가구나, 무채색으로 마감된 가구가 잘 어울린다. 색상을 쓰더라도 파스텔 톤의 가구가 잘 어울린다. 의자, 테이블, 쿠션 등의 가구 선정에도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이태광 대표의 손길이 닿았다. 그의 센스가 돋보인다. 그레이랩은 부분적으로 보아도 ‘그레이’고, 전체적으로 보아도 ‘그레이’다.

 


각 테이블마다 스폿 조명이 위치해 있다.(사진제공: 그레이랩)

 

 

테이블 사이사이에 공간을 구분하는 벽이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테이블에 앉은 손님들이 느끼기엔 각 테이블마다 공간이 개별화되어 있다고 느낀다. 그 이유는 테이블마다 스폿 조명을 이용해 공간을 정의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테이블 위에 커피와 간식을 두고 사진 찍기에 최적의 조건이 되었다.

 

카페 뒤에는 테라스 공간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사진제공: 그레이랩)

 


카페 뒤편에는 벚꽃 나무가 심어져 있는 테라스가 있다. 덕분에 3, 4월엔 그레이랩이 ‘벚꽃 카페 맛집’이 된다. 필자도 그 시즌에는 꼭 한번 그레이랩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곤 한다. 필자가 꼭 그레이랩을 가는 날이 또 있다. 바로 비가 올 때다.

 

비가 오는 날 카페에서 찍은 사진이다. 밖의 날씨를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다.

 


이태광 대표는 그레이랩이 ‘자연광에만 완전히 의존하며, 인공적인 조명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카페’를 지향한다고 했다. 단순히 창이 크게 있다고 해서 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레이랩처럼 바깥을 바라보고 있는 의자를 두거나, 태양 위치에 따라 빛이 들어오는 각도를 설계에 반영해 창을 위치시키는 등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덕분에 그레이랩은 계절과 시각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다.

 

그레이랩은 특히 비가 올 때 낭만적이다. 카페 입구 쪽과 테라스 쪽 전창을 통해 시원한 뷰가 만들어지니 낭만적이지 않을 수 없다. 카페 뒤에 위치한 당인리 화력발전소의 공원화 이후에 더욱 기대되는 곳이다.    


주소: 서울특별시 마포구 토정로3길 16, 1층

 

글_ 한기준 건축콘텐츠연구가(dbxkrvk2@naver.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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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랩 #이태광대표 #무채색인테리어 

한기준 건축콘텐츠연구가
2014년에 건축콘텐츠연구소 '디지트'를 창업해 운영하고 있다. 건축과 인테리어, 알고리즘 디자인과 VR/AR에 관심이 많다.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 하길 좋아해, 건축을 매개로 소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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