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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스토리×디자인] 나의 청춘과 너의 청춘_ 시대에 따라 변천하는 청춘의 의미

2019-09-28

요즘 전 세계 국제 언론은 갓 16살 난 담대한 한 유럽인 소녀 사회운동가를 주목하며 보도하고 있다. 그 주인공 그레타 툰베리(Grat Thunberg)는 스웨덴 태생의 올해 16세 사춘기 소녀로 최근 유럽에서 요트 항해를 시작, 미국 유엔에 진입해 지구 환경파괴에 대한 경각심을 촉구하는 글로벌 환경 시위에 돌입했다. 한창 학업에 정신없을 나이의 이 소녀는 학업을, 부모는 생업을 뒷전으로 미루고 환경운동에 투신하고 있다. 환경운동에 투신하는 그레타는 앞으로 성인이 되어서도 이어갈 목표와 사명감을 청춘기부터 준비하는 것일 테다.

 


청춘기는 롤모델을 따르며 모방하는 과정 말고도 자신의 신념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기성체제에 저항도 서슴지 않는 행동을 거치면서 정체성을 구축하는 자아형성기다. ‘나의 청춘, 너의 청춘’ 전시 광경. Photo ⓒ Daniel Hinterramskogler. Courtesy: Museum Niederösterreich

 

 

옥스포드 영어사전에 따르면, 청춘(靑春, youth)은 아동기와 성인기 중간으로, 어린 시절부터 젊은이 시절을 포함한다. 아동기 어린아이가 부모 밑에서 동물적 본능을 타고난 기초 욕구를 억제·조절하는 것을 배우고 타고난 재능을 발굴하기 시작하는 시기라 한다면, 청소년기는 지식을 쌓고 또래집단과의 사교와 교류를 통해 성숙되고 기능적인 성인이 될 차비를 하는 단계다. 사춘기를 포함한 청춘기는 그래서 개인의 사회적·문화적 경험, 자기발견, 자신감, 인생의 목표를 구축하고, 성인이 될 미래의 청사진을 구성하는 인생의 과도기이자 중대한 형성기다.

 

인류는 시대마다 청년에 대한 개념도 달랐고 청년을 향한 사회적 기대도 달랐다. 틴에이저, 히피, 펑크, 밀레니얼 세대, 셀카 세대, Z세대 등 - 매 30년 한 세대마다 그 시대의 전형적인 젊은이들을 묘사하는 어휘가 다르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그들이 추구한 이상(理想)과 우상(偶像)도 함께 변천했다.

 


고대 그리스 시대 침묵과 비밀의 신 하르포크라테스. ‘쉿’하며 손가락을 입술에 댄 자세를 한 이 도상은 금발의 어린 미소년을 형상화해서 20세기 이후부터 천진함과 유년적 유쾌함의 상징이 됐다. 기원후 1~4세기 로마시대 사람들이 휴대하고 다니던 하르포크라테스 부적. Landessammlungen NÖ, Archäologischer Park Carnuntum, Photo: Christoph Fuchs

 

 

근대 이전 전통사회 사람들은 대체로 어린이를 체구가 축소된 작은 성인판 인간이라고 봤다. 지금보다 평균 기대수명이 짧았던 과거 시대, 청소년과 청년기란 일찍이 가업이나 기술을 배우고 노동을 하면서 성인으로 살아갈 기술을 연마하는 시기였다. 20세기 초엽 ‘유겐트스틸(Jugentil)’이라는 개념으로 파릇파릇 새싹이 돋듯 신사고와 신미학의 탄생을 축복한 유럽에서는 개인의 인권이 신장되고 공익 제도가 구축되면서 어린이와 청년은 일터에서 해방되어 학교에서 교육을 받는 학생으로 신분이 전환됐다.

 

 

연예인들을 우상으로 하는 대중음악과 컴퓨터 게임 문화는 학교, 학원, 과외활동으로 짜인 청소년과 청년들의 하루에서 또래집단과의 사교적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Photo: Daniel Hinterramskogler

 

 

오늘날 아동기와 성년기 청년에게 학교는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필수 제도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 학교 제도의 분위기, 수업방식, 교수법도 변화하지만 학교는 언제나 학생으로부터 우수한 학습력, 시험, 학업 성취를 기대하고, 학생들은 그 속에서 미래에 성인이 되어 직장에서 겪을 경쟁, 업무수행력, 성능 평가의 현실에 적응할 훈련을 받는다. 학교 성적이 개인의 미래를 크게 좌우하는 실적주의 사회를 사는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청춘시절은 학교, 학원, 방과 후 특별활동, 인턴십에 이르는 사교육제와 스펙 쌓기에 전력해야 하는 치열한 시절이다.

 

‘청년에게 더 많은 기회를!’ 1968년 노동절 날 오스트리아 빈 도심에서 일자리 시위를 벌이는 사회주의 청년단의 모습. ⓒ ÖNB/Wien, VGA E5/333, Collection: Sozialistische Jugend

 

 

또 인류 역사를 돌이켜 보건대 주어진 시대적 상황에 따라 세대들은 다른 청춘기를 보냈다. 특히 과거 20세기 양차대전과 폭발적 경제 흥망을 겪었던 ‘침묵의 세대’(현재 74~94세)와 ‘베이비부머 세대’(현재 55~74세)는 격변과 광기의 풍랑 속에서 청춘을 경험했다. 독일 제3제국 나치 시대에 ‘청춘을 소유한 자만이 미래를 쟁취한다’고 말했던 히틀러는 청년 세대의 왕성한 혈기와 예민한 감수성을 이용해 히틀러유겐트(1933년 창설)를, 소비에트연방은 레닌주의 ‘콤소몰’ 전 연방 청년 공산주의 연맹을 조직해 운영했다. 중국의 마오는 문화대혁명을 지휘하기 위해 신청년 운동을 지휘했고, 베트남 전쟁 시 호치민은 베트남 혁명청년협회를 결성해 반식민주의와 공산주의 사상을 전파했다(자료: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오늘날 밀레니얼과 Z세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 높은 운동화는 자유분방함, 캐주얼함, 유쾌한 청춘을 대변한다. 특히 컨버스(Converse) 운동화는 수많은 록 뮤지션들이 즐겨 신어 청년의 기성세대와 체제에 대한 저항과 반항의 심벌이 됐다. 개인소장자 대여. Photo: Christoph Fuchs

 

 

그러나 역시 이 성장기를 거치는 모든 청춘의 가장 큰 관심사는 자기 정체성이다. 나는 어떤 스타일로 옷을 입고 어떤 브랜드 제품을 고집하며 어떤 특정 하위문화와 동일시하는 스타일로 나 자신을 타인들에게 표현하는가? 미디어 시대 시각문화에 민감한 여자아이들은 초등학교 고학년기부터 화장을 통해 자신의 외모를 가꾸면서 정체성을 찾기 시작하고, 그 트렌드는 점차 학생들 사이에서도 번지면서 기성 사회가 당연시했던 남녀 간 외모나 역할 차이에 따른 인습적 구분의 경계도 흐려지고 있다.

 

2000년대 이후 화장하는 젊은 남자 인구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남자도 여자 못지않은 고운 외모를 갖고 싶다는 욕망과 화장은 여자만의 자기 치장 의례가 아니라는 경계 파괴적 태도를 반영한다. Photo: Jina Park

 

 

남녀 모두에게 청춘기는 급격히 성숙하는 신체 변화를 경험하고 성에 대해 눈을 뜨는 때다. 전통적인 성향의 남자 청년들은 스포츠에 심취하고 스스로 근육을 키우면서 신체 성장기를 보낸다. 그런가 하면 또래집단 친구들과 어울려 술, 담배, 마약 같은 성인들의 세계에 기웃거리며 호기심을 해소하는 방황, 탐험, 혹은 비행의 시기이기도 하다.

 

(왼쪽)오스트리아의 학교에서 청소년들을 위해 제공하는 성교육 정보와 피임용 도구들 © ÖGF

(오른쪽)히트송이 담긴 추억 카세트테이프는 베이미부머와 X세대 성인들 사이에서 청춘시대의 추억의 사물이다. 같은 음악 취향을 공유하는 단짝 친구나 애인과 공유하기 위해 직접 음악을 큐레이팅하고 테이브에 녹음한 아날로그형 플레이리스트라 할 수 있다. 개인소장 Photo: Christoph Fuchs

 

 

예를 들어, 1970~80년대 미국의 하위문화로 시작했지만 오늘날 전 세계 보편적 청년예술 문화가 된 낙서화 운동은 과거의 비행행위가 오늘날 주류 청년문화이자 창조적 조절기제로 정착한 좋은 예다. 예를 들어, 오스트리아 여러 도시 - 비엔나, 린츠, 잘츠부르크, 크렘즈, 장크트푈텐 등에서 분산 활동하는 거리낙서화가 컬렉티브 HSC는 이 나라 젊은이들의 생각과 의견을 시각예술로 반영한다. 기습적으로 도시 거리 공간에 낙서화를 남겨서 지나가는 대중이 볼 수 있도록 하는 활동 외에도 이 컬렉티브를 좋아하는 팬들이 그들의 아트를 걸치고 다닐 수 있는 실험적 패션웨어와 액세서리를 제작해 판매하기도 한다.

 


21세기 젊은이들은 ‘셀카 세대’. 스마트폰으로 시시각각 자신의 모습을 찍고, 주변인들과 공유하는 것을 통해서 자아를 확인하고 경험을 기록하는 21세기 청춘들은 스마트폰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는 디지털 네이티브다. Photo: Daniel Hinterramskogler

 

 

이제 청춘 세대는 21세기의 독특한 성장과정을 거치며 그에 따른 소통 방식도 그 시대가 지배하는 성인문화가 지시하는 방식에 따라 변하지만, 역으로 성인문화에 선도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오늘날 우리 청년들은 참으로 독특하고 나름대로 복잡한 세상에서 적응해 나가고 있다. 보통 만 10세가 되면 부모는 자식에게 전용 스마트폰을 쥐여준다. 부모는 스마트폰으로 자식의 일상을 감독하고 안전 여부를 확인하며, 아이들은 모바일 테크와 인터넷이라는 현대적 방식에 맞춰 규범을 배우고 사회화된다.

 

21세기 청소년과 젊은이들은 모바일 인터넷과 테크, 교통 통신의 눈부신 발전과 대중화 덕분에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자유와 선택 속에서 살고 있다. 과거 청년들은 대학 입학, 취업, 결혼 등과 같은 인생 중대사를 계기로 부모의 둥지를 떠나 경제적·물리적 독립을 하는 것으로 성인 신고식을 했다. 그러나 요즘은 잘 됐든 잘못됐든 길고 끝없는 교육 기간과 스펙 쌓기, 청년 취업난, 부모 애착 양육 문화, 이혼율 증가와 가족형태의 다양화로 인해서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는 권위-복종 관계에서 벗어나 한결 소통이 잣고 친밀해졌다.

 

통신과 교통의 눈부신 발달과 대중화로 21세기 젊은이들은 과거 인류 그 어느 세대 보다 자유롭고 저렴하게 세계 여행을 누릴 수 있는 세대이기도 하다. 이 지도에 보이는 점들은 유럽인들이 가장 많이 방문한 여행지를 보여준다. 특히 빨강과 주황색 점들은 현재 유럽 젊은이들이 부모 비동반으로 가장 선호하는 해외여행 목적지로, 유럽과 동남아시아를 꼽는다. Photo: Jina Park

 

 

과학기술의 진보와 정치 경제의 변천에 따라 청춘의 개념, 역할, 청년문화가 변화해 온 과정을 고대 로마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살펴보며, 나이 든 관객에게는 잠시 잊고 살았던 과거 청춘시절에 대한 추억을 일깨워주고, 젊은이들에게는 성장통 만큼이나 기쁨과 환희의 시절이라고 말하는 문화역사 전시회 ‘나의 청춘, 너의 청춘(Meine Jugend - Deine Jugend: Eine Generation schreibt Geschichte)’는 오스트리아 장크트푈텐 니더외터라이히 역사박물관에서 오는 2020년 1월 19일까지 전시된다. 

 

글_ 박진아 미술사가·디자인컬럼니스트(jina@jinapark.net)
Images courtesy: 2019, Museum Niederösterrei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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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칼럼니스트
사회학과 미술사학을 전공한 미술사가·디자인평론가로 현 월간미술 오스트리아 통신원, 미술·디자인·문화 분야 기고가·서적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1994~1997년 뉴스위크 한국어판, 1997년 월간 디자인의 객원기자로 시작해 2013년까지 정기 기고했다. 1998~2000년 미국 스미소니언 미국미술관, 뉴욕 모마, 이탈리아 베니스 구겐하임 컬렉션에서 일한 후 2000년부터 현재까지 오스트리아에서 미술과 디자인 분야에서 기고 및 번역 일을 하고 있다. 개인 홈페이지(Jinapark.net)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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