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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인터뷰

아기와 엄마 아빠의 성장기를 담은 육아 일러스트 

2019-06-23

아기를 무척이나 기다렸다. 기다리던 아기가 찾아온 날 환호를 시작으로 긴 기다림의 시간이 시작됐다. 열 달이라는 시간. 세 번의 계절이 바뀐 뒤 드디어 아기를 만났다. 

 

세상 밖으로 나온 아기는 엄마 아빠의 보물 제1호가 됐다. 열심히 먹이고 재우고 씻긴다. 말로는 단순해 보이는 이 세 가지가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그렇지만 엄마 아빠는 더 좋은 것을 먹이고 입히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적절한 영양 균형은 물론, 시기별 성장 및 발달을 위해 엄마 아빠는 정보들을 찾고 끊임없이 공부한다. 정신없는 하루하루가 지나고, 아기는 쑥쑥 자란다. 

 


〈난 진지해, 놀아줘〉

 

 

비슷한 일과지만 매일이 새롭다. 아기가 성장함에 따라 해야 할 일도 달라진다. 엄마 아빠라는 역할엔 익숙해졌지만 또 다른 걱정과 고민, 할 일이 생긴다. 아마도 이 작은 아기가 어른이 될 때까지 계속되겠지. 앞으로의 임무가 막중하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사는 거다. 전혀 몰랐던 못했던 감정을 느끼고, 참 많은 것들을 경험하는 일은 마치 새로운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 같다. 

 

‘202동 상꼬마토끼’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보람 작가는 임신을 하고 아기를 낳아 기르며 180도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아기를 키우며 경험하는 여러 가지 일들을 그림으로 기록하기로 했다. 기쁘고 행복하지만 때론 너무 어려워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들을 헤쳐나가는 초보 엄마의 그림은 아기의 발달과정과 엄마의 마음을 담은 육아일기이자, 차차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 엄마 아빠의 성장기다.   

 

〈한 뼘 멀어졌지만 한결 가까워진 우리〉

 


출산 후 산후조리원 퇴소날 막막한 기분을 느끼고 그림으로 표현한 작가는 SNS를 통해 당시의 감정을 그린 〈조리원 퇴소날〉을 비롯해 임신부터 출산, 육아의 모든 과정을 담은 일러스트를 조금씩 선보이기 시작했다. 작가 자신의 이야기와 경험들에서 비롯된 그림들은 아기를 키우는 엄마 아빠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서로 아끼는 부부, 그들을 찾아온 천사 같은 아기의 이야기에서 시작된 상꼬마토끼의 육아 일러스트는 아기를 키우며 겪는 수많은 에피소드들을 전달할 예정이다.

 

 

작가님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202동 상꼬마토끼’라는 필명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21개월 딸을 둔 평범한 엄마입니다. 필명은 맘까페에서 활동할 때 썼던 닉네임이에요. 


가구 디자인을 전공한 후 가구 디자이너로 활동하다가 좀 더 넓은 범주의 디자인을 해 보고 싶어서 실내건축 공부를 했어요. 좋은 기회가 주어져 해외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활발하게 활동하다가, 현재는 육아를 주제로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현재 육아 일러스트를 선보이고 계신데요, 그림 그리기는 언제부터 하셨나요?
중학교 때 만화 그리기를 좋아하는 친구들끼리 모여서 매달 한 권씩 만화잡지를 만들고 다른 반 친구들한테 팔았던 경험이 있어요. 그 후에 입시미술을 시작해서 12년 가까이 그림을 그리다가 인테리어 회사를 다니면서 놓았던 그림을 출산 후 다시 그리게 됐죠. 아이를 키우는 매일이 소중해서 이 순간을, 즐거운 에피소드들을 무엇으로든 남기고 싶었는데요, 고민을 하다가 제가 좋아했던 그림 작업으로 표현하게 됐어요.

 


〈입덧〉

 

 

육아 일러스트 작업을 시작하게 된 구체적인 계기가 있으시다면요?
아이를 임신하고 낳아 키우는 것은 지금까지 저의 신념이나 생활이 180도 바뀌는 소중한 경험이었어요. 그때 키큰나무 작가의 일러스트를 보게 되었고 많은 영감을 받았어요. 저도 아이를 키우고 경험하는 이야기들을 그림으로 표현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죠. 회사를 그만두고 아이를 키우면서 저의 새로운 가치를 제시해 준 것이 그림이었어요. 

 

〈공주님이 된 기분〉

 

 

임신부터 육아의 과정이 다 펼쳐지는 것 같은데, 이야기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첫 번째 그림은 ‘조리원 퇴소날’이었는데요, 남편과 친구들에게 그림을 보여줬는데 반응이 좋아서 임신부터 시간차순으로 연재하기로 했어요. ‘초보 엄마 아빠’의 내용은 작업이 완료돼 있는데, 임신 초반을 주제로 한 그림을 그리다 보니 한가지 주제를 더 다양하게 표현해보고 싶었고, 그러다 보니 그 후 이야기들의 공개가 조금 늦어지고 있어요. 

 


〈조리원 퇴소날〉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궁금해요.  
〈조리원 퇴소날〉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제가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준 첫 작품이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 그림을 보고 계속 그림을 그려보라고 이야기해주었어요. 

 

아이를 낳고 조리원 마지막 날 조리원에서 아이 목욕시키는 법, 아플 때 대처법 등 책 한 권 분량의 내용을 두 시간에 걸쳐 교육해 주었어요. 아이를 케어하는 법을 두 시간 동안이나 들었는데 기억에 남는 건 아무것도 없고, ‘이제 어쩌지’ 하는 망연자실한 상태가 됐어요. 그 느낌이 마치 비가 쏟아지는 망망대해에서 아이를 안은 채 종이배를 타고 있는 것 같았어요. 그걸 비유적으로 표현했는데 다들 많이 공감이 됐나 보더라고요. 저에게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해준, 저에게 가장 의미 있는 작품이에요. 

 

〈맞는 옷이 없어〉

 

 

육아 과정 속 수많은 에피소드들 중 어떤 이야기들을 소재로 삼으시나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소재로 많이 작업하고 있어요. 신생아를 처음 대했을 때의 감정들이나 미숙함도 다루고요. 육아 일러스트지만 사실 ‘엄마 아빠의 성장기’를 주제로 삼는 경우가 많아요. 

 

작업엔 주로 어떤 도구들을 사용하시나요?
대부분 디지털 드로잉이에요. 아이가 어려서 물감과 붓을 펼쳐놓고 작업할 수가 없어 태블릿으로 시간 날 때 작업을 해요. 프로그램은 오토데스크 스케치북을 사용하고 있어요. 요즘엔 그림에 활용하면 좋을 것 같아서 캘리그래피도 배우고 있는데요, 적용하기까진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그 작업 역시 태블릿으로 하지 않을까 싶어요. 가끔 날씨가 좋을 때는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 근처 벤치에서 그림을 그리다가 아이 하원 시간에 맞춰 데리고 오는 경우도 있는데요, 저처럼 아이 키우는 엄마가 쓰기에 합리적인 도구인 것 같아요.

 


〈신생아 첫 목욕〉 

 

 

작업에 있어 작가님만의 특징을 꼽으신다면?
비유적인 표현을 하려고 노력해요.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이기도 한데, 그림을 잘 그리시는 분들이 워낙 많아서 저는 상황을 생각하고 제가 느낀 것을 비유적으로 보여주려고 해요. 예를 들어 〈신생아 첫 목욕〉은 아기를 처음 목욕시키는 이야기인데요, 서투른 저희 부부가 형님네 부부에게 아이 씻기는 것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했어요. 그런데 형님 부부도 아이가 7살이라 신생아 목욕은 7년 만이었던 거죠. 어른 4명이 아기 하나를 씻기는데 진땀을 뺐고, 아기는 서투른 손에 목욕이 끝나고 한참이 지나서야 진정이 됐어요. 그 모습을 묘사하기 위해 아기는 커다랗게, 4명의 어른은 작게 그려서 작은 신생아의 영향력을 비유적으로 표현했어요. 

 

이 작업의 가장 큰 장점으론 어떤 것들을 꼽을 수 있을까요? 또, 이 작업을 통해 변화되신 점이 있다면요?
힘든 육아가 저를 성장하는 엄마로 만들어 주는데요, 엄마와 아이가 함께 커가는 과정을 기록한다는데에 가치가 있어요. 또, 아이의 감정 표현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게 해주고, 아이의 성향을 더 잘 알게 해줘요. 덕분에 아이를 양육하는데 크게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아이와 상호작용하게 해주는 큰 변화가 있었어요. 

 

아기에게도 좋은 선물이 될 것 같은데, 작업을 통해 무엇을 전하고 싶으신가요?
아이는 제가 아이를 낳기 전에는 몰랐던 행복을 저에게 주고 있어요. 나중에 커서 엄마가 작업한걸 보고 부모님과 많은 사람들의 사랑 속에 태어나고 자랐다는 걸 느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육아 이야기이긴 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작업을 하기가 어렵진 않으신가요?
긍정적인 면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아이랑 생활하면서 좋은 일과 힘든 일 모두를 겪게 되는데, 그런 것들을 그림으로 그려봐야지 생각하면 일상에 생기가 돌아요. 많은 엄마들이 그러하듯 저도 육아휴직 후 복귀하지 못했는데, 아이와 함께 있을 수 있으면서 제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이라 힘들다는 느낌보다 소중한 시간이라 감사하는 마음이 더 커요. 

 


〈어미새〉

 

 

작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같은 것이 있으시다면요?
육아를 통한 부모의 성장기를 그림으로 표현해서 공감을 주고 싶어요. 모두 엄마 아빠는 처음이잖아요. 시행착오를 거치며 성장하는 부모들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현재 그림이 주는 기쁨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면서, 아이를 키우는 많은 엄마 아빠들과 함께 성장하는 202동 상꼬마토끼가 되고 싶습니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202동 상꼬마토끼(www.instagram.com/superior_rabb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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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러스트 #상꼬마토끼 

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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