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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월드리포트

미국판 복면가왕 〈더 마스크 싱어〉 흥행의 중심, 코스튬 의상

2019-04-17

미국판 복면가왕 〈더 마스크 싱어(The Masked Singer)〉가 화려하게 시즌 1을 마무리했다. 첫 방송에서 FOX 방송국 사상 가장 많은 시청자를 기록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됐다. 회당 평균 천만 명에 이르는 시청자들을 끌어모으며 말 그대로 대박을 터트렸다. 10회짜리 쇼가 쏘아 올린 나비효과는 엄청났다. 한국 MBC에서 수입한 예능 프로그램이 미국에서 이토록 큰 화제몰이를 한 원인이 뭘까? 흥행의 중심에는 상상을 현실로 끌어낸 정교한 코스튬이 있었다. 〈더 마스크 싱어〉 의상을 디자인한 마리나 토이비나(Marina Toybina)로부터 코스튬 제작에 얽힌 숨겨진 이야기를 들어본다.

 


마리나 토이비나(사진출처: marinatoybina.com)

 

 

마리나 토이비나, 1년 동안 의상 제작
올해 초 마스크 싱어 프로그램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을 때, 시청자들은 경악했다. 이것은 음악 예능인가, 블록버스터 영화인가. 그동안 TV에서는 볼 수 없었던 무대 의상이었다. 우선 준비 기간이 길었다. FOX 방송사는 〈더 마스크 싱어〉 제작을 확정하자마자 가면 디자이너부터 섭외했다. 팝가수 레이디 가가와 케이티 페리, 테일러 스위프트의 의상을 제작한 마리나 토이비나가 최종 낙점됐고, 1년 동안 치밀하게 준비했다. 스튜디오 구성이나 무대장치 등 프로그램 준비가 몇 주 만에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긴 시간이다. 

 

토이비나 의상팀은 1년 동안 12벌의 완성도 높은 코스튬 의상을 사전 제작했다. 캐릭터 밑그림을 그리고 여러 번 수정하는 데 약 3주가 걸렸다. 이후 곧바로 모형을 만들어 사람 몸에 입혀보는 데까지 꼬박 두 달이 걸렸다. 20~30명의 의상팀 스태프들이 철저한 분업으로 이뤄낸 성과다. 이렇게 탄생한 의상이 유니콘, 사자, 공작새, 몬스터 등이다. 당시에는 출연진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과연 누가 이 옷을 입게 될지 토이비나 역시 예상할 수 없었다. 키가 유난히 큰 출연자가 섭외될 수도 있고, 몸집이 작은 출연자가 섭외될 수도 있었다. 그래서 크기 조절이 쉽도록 제작 초기부터 XXXXL 치수로 만들었다. '더 마스크 싱어' 의상이 유난히 거대하고 화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The Peacock(사진출처: www.instagram.com/marinatoybina)

 

The Rabbit

 


The Deer

 


The Bee 

 


The Raven. Photo by Michael Becker / FOX

 

 

인종·특징 추측 못하게 전신 감싸는 디자인 
마리나 토이비나는 의상을 사전 제작하기에 앞서 가장 먼저 한국의 〈복면가왕〉 프로그램을 모니터 했다. 황재근 디자이너가 만든 것으로 알려진 복면가왕 가면은 기발하고 귀여웠다. 만화적인 상상력 위에 밝은 이미지를 덧씌운 캐릭터가 주를 이룬다. 토이비나는 〈복면가왕〉 가면 디자인에 영감을 받아 토끼, 꿀벌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오기도 했다. 한 가지 다른 점은 한국 〈복면가왕〉은 얼굴만 가린 형태의 말 그대로 '가면'이다. 이 때문에 복면가왕에 출연했던 '흥부자댁'의 경우, 시청자들은 목에 있는 점의 위치를 근거로 소향이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미스터리 음악쇼라는 부제가 무색하게 출연자의 손톱 색깔, 고음을 지를 때 생기는 핏대 모양 등이 그대로 노출됐다. 

 

반면 미국판 〈더 마스크 싱어〉 의상은 전신 인형탈에 가깝다. 토이비나가 〈더 마스크 싱어〉 담당PD에게 전달받은 유일한 임무가 “피부색을 추측하지 못하도록 머리끝부터, 손끝, 발끝까지 모두 감싸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장갑 크기를 기형적으로 부풀리고, 망토, 수술 같은 장식을 과하게 달았다. 의상이 이미 가봉된 상태에서 12명의 출연자들이 원하는 동물탈을 골랐다. 시즌 1에서 우승한 티페인(T-pain)은 특유의 제스처와 체형, 걸음걸이 등 자신을 나타내는 모든 것을 숨기기 위해 일부러 둥근 원통 형태의 괴물 의상을 선택했다. 그리고 캐릭터는 한국의 〈복면가왕〉 보다 사실적이고 입체적이다. 토이비나는 귀엽고 앙증맞은 토끼가 아닌 멋있고 강한 모습의 토끼를 만들었다.

 

활동성 높이려 가벼운 소재 사용
그렇다고 심미적인 요소만 고려하지는 않았다. 출연자들은 그 의상을 몸에 걸치고 격렬한 춤과 라이브를 소화해야 한다. 여기서 토이비나의 기지가 엿보인다. 그녀는 독특한 의상과 퍼포먼스로 유명한 팝가수 레이디 가가 의상 담당 출신. 독창적인 코스튬 의상으로 2012년부터 4년 연속 에미상 의상상을 받았다.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를 때 활동적이면서도 최대한 화려해 보이도록 기술적인 노력을 더했다. 눈빛조차 밖으로 새어 나오지 않게 의상 안에는 메시 소재의 촘촘한 그물망을 덧댔다. 

 

또 무게감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가벼운 소재를 선택했다. 코스튬 의상을 입으면 잠수한 것처럼 시야가 흐려지는 것은 물론이고, 귀가 멍해지면서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숨구멍을 여러 군데 뚫었지만 일부 출연자들이 답답함을 호소해 라이브 대신 미리 녹음한 립싱크로 대체하기도 했다. 

 


The Unicorn. Photo by Michael Becker / FOX

 

 

유니콘 유리 뿔이 뜨거운 조명에 녹아내리기도
1년여의 코스튬 제작 기간 동안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었다. 토리 스펠링이 입은 유니콘은 이마에 우뚝 솟은 뿔이 생명이다. 토이비나는 유리를 뜨거운 불에 녹인 뒤 입으로 불어 성형하는 블로운 글라스(blown glass) 방식으로 뿔을 만들었는데, 강렬한 조명 아래서 유니콘 뿔이 서서히 녹아내렸다. 유니콘이 무대에 오를 때마다 의상팀은 비상이었다. 모두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유니콘 뿔만 쳐다보고 있었다. 다행히(?) 유니콘은 결승까지 진출하지 못하고 3라운드에서 탈락했다. 

 


The Monster. Photo by Michael Becker / FOX

 

 

몬스터 의상에 습기 차 다시 제작하기도
시즌 1 우승자 티페인이 입은 몬스터 의상은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탄생했다. 몬스터는 외눈박이 털북숭이 모습인데 원통형 모양을 유지하기 위해 플라스틱으로 틀을 잡았다. 다른 코스튬 의상은 눈을 메시 소재로 처리한데 반해 몬스터는 눈동자까지 플라스틱이었다. 섬유 소재가 아니다 보니 통풍이 전혀 안돼 막상 사람이 코스튬을 입었을 때 내부에 습기가 차 앞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계획을 전면 수정하고 처음부터 다시 제작해야 했다. 입을 크게 뚫어 숨구멍 면적을 넓혔고, 시야 또한 입을 통해 확보했다. 등에는 무선 선풍기를 달아 통풍이 잘 되도록 했다. 

 


The Lion. Photo by Michael Becker / FOX

 

 

의상 박물관에서 캐릭터 만날 수 있기를 
특히 사자, 사슴, 공작 캐릭터는 유난히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았다. 고급스러운 완성도는 말할 것도 없고, 소재와 장식이 화려해 라스베이거스 쇼를 방불케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더 마스크 싱어〉에서 제 역할을 다 해낸 캐릭터 코스튬 의상들은 모두 FOX 방송국이 소유하고 있다. 토이비나는 “FIDM(Fashion & Design and Merchandising) 의상 박물관 같은 곳에서 보다 많은 팬들이 실물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개인적인 바람을 드러냈다. 

 

〈더 마스크 싱어〉는 첫 번째 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일찌감치 두 번째 시즌 제작을 확정하고 편성 시기를 조율 중이다. 음악 예능이지만 출연자들이 불렀던 노래보다 그들이 입은 의상이 더 화제가 되는 프로그램이다. 핼러윈 코스튬 시장은 벌써부터 〈더 마스크 싱어〉 캐릭터 패러디에 들어갔다. 새 시즌에서는 어떤 기상천외한 캐릭터가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줄까.

 

글_ 이소영 워싱턴 통신원(evesy02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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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 통신원
워싱턴 D.C.에 거주하며 여러 매체에 인문, 문화, 예술 칼럼을 쓰고 있다. 실재하는 모든 것이 디자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보다 쉽고 재미있는 소식으로 디자인의 대중화에 앞장서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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