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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나난이 선사하는 그림 같은 삶

2019-03-07

다가오는 봄을 반기듯 화사하게 핀 꽃들도 예쁘지만, 한 획 한 획 정갈하게 쓰인 글자들이 참 곱다. 분홍 꽃잎 속 총총 맺힌 수술과 ‘The Pictorial Life’라는 글자의 별들이 차분하게 반짝인다. 

 

나난의 개인전 ‘The Pictorial Life’ 전시 포스터(이미지 제공: 롯데갤러리 에비뉴엘 아트홀)

 

 

‘The Pictorial Life’는 나난의 전시 제목이다. ‘그림 같은 삶’이란 어떤 것일까. 그림 그리는 삶을 꿈꾸며 20대 초반부터 20여 년간 늘 그림을 그려온 그녀의 삶이 스친다. 

 

나난은 ‘윈도우 페인터’라는 수식어와 ‘롱롱타임플라워’라는 작업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자연에서 영감을 받고 주변을 사랑하는 그녀의 그림은 훨씬 더 다양하고 폭넓다. 광고에도, 잡지에도, 제품과 패션쇼에도 그녀의 그림이 등장한다. 

 

(왼쪽)〈LONG LONG TIME FLOWER NO.185〉, 2018, 종이 위에 과슈 채색, 오리고 고정, 픽사티브, 무반사 유리, 미송 프레임, 프레임 700×840mm(내부 540×680mm)(이미지 제공: 롯데갤러리 에비뉴엘 아트홀)
(오른쪽)〈LONG LONG TIME FLOWER NO.189〉, 2019, 종이 위에 과슈 채색, 오리고 고정, 픽사티브, 무반사 유리, 미송 프레임, 프레임 700×840mm(내부 540×680mm)(이미지 제공: 롯데갤러리 에비뉴엘 아트홀)

 

스트리트 매거진 〈런치박스〉의 에디터, LG텔레콤 발행 매거진 〈카이〉의 편집장으로 활동하면서 ‘그림 그리는 나난’으로 알려지고, 우연히 친구의 집 창문에 그림을 그린 것을 계기로 국내 최초 윈도우 페인터가 된 나난은 국내뿐 아니라 뉴욕, 영국, 홍콩에서도 창문에 그림을 그렸다. 

 

윈도우 페인팅을 통해 나무를 베지 않고도 만들 수 있는 나난 윈도우 트리 키트를 선보인 그녀는 잡초에게 마음을 담아 그림으로 화분을 만들어주었고, 수많은 기업과의 컬래버레이션으로 더 가까이 우리에게 다가왔으며,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시들지 않는 꽃 롱롱타임플라워를 만들었다. 

 

윈도우 페인터, 일러스트레이터, 디자이너. 무엇으로 불리든, 그녀는 진심을 담아 그림을 그리는 나난이다. 

 

 

전시 전경

 

 

나난의 개인전이 잠실 월드타워 에비뉴엘 아트홀에서 열리고 있다. ‘The Pictorial Life 그림 같은 삶’이라는 전시 제목은 그녀에게 그림이 소통과 공유를 위한 중요한 플랫폼이며, 그녀의 삶의 방식이 오롯이 그림을 향해 있음을 말해준다. 나난은 “그림과 함께 하는 모든 시간들이 쌓여 그림 같은 삶이 되는 것”이라 말한다. 

 

나난의 첫 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서는 그녀가 일상 및 자연을 예술로 변화시키는 철학과 작업 방식을 그대로 살펴볼 수 있다. 

 

나난의 초기 작업부터 롱롱타임플라워의 변천사까지 볼 수 있는 전시공간

 

 

전시장은 광고창작을 전공한 그림 그리기 좋아하던 나난이 에디터로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편집장으로 활동하며 각종 매체들의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했던 초기 시절을 보여주는 ‘나난의 일기’, 아무도 관심 갖지 않지만 자연의 법칙을 따르며 잘 살아가는 생명을 돌아본 ‘나난 가드닝’, 윈도우 페인터로 곳곳의 창문에 그림을 그린 작업들을 소개하는 ‘윈도우 페인팅’, 감사와 축하 등 특별하고 소중한 의미를 담아 작업한 ‘롱롱타임플라워’, 보기만 해도 행복을 주는 것들을 그린 그림을 선보이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 등 다섯 가지의 카테고리로 구성된다. 

 

 

 

여러 기업과의 다양한 컬래버레이션 작업들

 


나난의 작업 도구와 그림들 

 

 

나난의 프로젝트가 실린 매거진, 에디터와 편집장으로 활동했던 당시의 잡지, 기업과의 수많은 컬래버레이션, 다양한 화보에 등장한 그녀의 그림, 친구를 위한 부케에서 시작된 롱롱타임플라워의 변천사와 함께 그녀가 사용했던 붓과 물감, 가위 등의 도구와 그리고 또 그린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다. 

 

어딜 가서든 자신의 그림을 보여줄 수 있도록 작게 만든 포트폴리오 북과 미래에 대한 고민 속에서도 그림이 좋아 앞으로도 그림을 그릴 거라는 다짐을 한 1997년 어린 나난의 일기는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2004년부터 2018년까지의 여러 활동을 기록한 비디오 아카이브도 상영된다. 

 


안경창문 작업

 

 

그녀에게 윈도우 페인터라는 이름을 갖게 해준 첫 윈도우 페인팅 작품과 해외에서의 윈도우 페인팅 작품들을 비롯해, 전시장엔 유리에 그림을 그린 윈도우 페인팅 작업과 안경창문 작업이 설치돼 있다.  

 

그림으로 그리면 갖지 못하는 것들도 내 것이 되는 것 같았다는 그녀의 작지만 확실한 행복들은 자연 속 따뜻한 한 잔의 커피, 우아한 꽃 한 송이, 평화로운 바다의 지평선, 깊은 아름다움을 품은 고려청자 등의 그림으로 표현됐다. 


전시장 한쪽에는 그림으로 그려진 성경과 초, 잎의 모양으로 이루어진 십자가 그림이 설치된 ‘기도의 방’도 마련돼 있다. 

 


전시장에 특별 이벤트로 마련된 ‘나난의 플라워 샵’

 

 

특별 이벤트로 설치된 나난의 플라워 샵에서는 전시 기념 한정판 롱롱타임플라워이 판매되며, 전시 기간 중에는 나난이 직접 플로리스트가 돼 꽃을 포장하고 관객과 호흡하는 시간을 갖는다.  

 

전시장 곳곳엔 그녀의 작업과 관련된 몇몇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있다. 그림뿐 아니라 그녀의 인생에 있어 소중한 사람들이다. 나난의 그림 같은 삶에는 그들과 함께 해온 많은 시간들과 그들을 향한 마음이 있다. 이번엔 모든 이들을 위한 사랑을 담았다. 나난의 전시를 통해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그림 같은 삶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전시는 3월 31일까지 잠실 월드타워 에비뉴엘 아트홀에서 열리며, 4월 29일까지 본점 에비뉴엘에서도 나난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4월 3일부터 4월 28일까지는 롯데갤러리 영등포점으로 전시가 이어진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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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난 #윈도우페인터 #롱롱타임플라워 #그림같은삶 #ThePictorialLife 

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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