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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덕트 | 인터뷰

스피커라 하기엔 너무 아름다운

2019-02-19

한 번 마주했을 뿐인데, 그 스피커를 잊을 수가 없다. 웅장한 소리를 뿜어내던 그것은 소리를 전하는 단순한 스피커라 하기엔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정성스럽게 잘 만들어져 시간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고급 앤티크 가구와 같은 느낌이랄까. 아니 그보다 장인 정신이 배어있는 단 하나뿐인 예술품에 가깝다. 

 

하나의 예술작품이라 불리기에 충분한 이 클래식한 디자인의 스피커는 디자인그룹 아나로기즘(analogizm)의 예술 음향기기이다. 좋은 나무와 가죽, 금속, 유리 등의 재료가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더한다. 

 


〈Collection. A〉, walnut, leather, steel, aluminium brass, speaker system, 900(h)×1000×370mm,  2018

 

 

아나로기즘은 ‘아날로그(analog)’와 ‘이즘(ism)’의 합성어로, 아날로그를 지향한다는 뜻이 담겨있다. 하지만 단순히 고전적인 것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클래식한 외관에 최고의 음향 기술을 장착해 클래식과 첨단이 만난, 특별한 클래식을 추구한다. 

 

한성재 대표는 학부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목공예를 전공하다 아나로기즘을 세웠다. 디자이너와 공예가, 엔지니어가 함께 작업해 예술 음향기기 스피커를 비롯한 가구, 조형, 예술 장신구 등을 선보인다.  

 

 

〈Ak Sang II〉, walnut, speaker system, steel, 840(h)×700×355mm, 2015

 

 

아나로기즘의 〈악상 2(Ak Sang II)〉은 러시아 푸틴 대통령 선물로 선정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음악가이자 애국가의 후렴 전(前) 1절을 작사한 김인식 선생에게 헌정하고자 만든 작품으로, 한 대표가 과거 숭실학교 기숙사에서 매일같이 늦은 시간에 오르간을 치다 쫓겨난 김인식 선생의 일화를 듣고 어둡고 조용한 공간에서 얼마든지 음악을 듣고 작사할 수 있도록 제작한 테이블형 음향기기다. 오르간 형태를 모티브로 한 이 작품의 부제는 ‘고요한 시간에 음(音)을 들을 수 있게, 어두운 시간에 작곡(作曲) 할 수 있게’다. 

 

 

〈Wine Credenza Ⅱ〉, walnut, plywood of birch, gear, stainless steel, steel, glass, 1040(h)×1330×570mm, 2015

 

 

아나로기즘의 제품은 감각적인 인테리어, 주인공의 고상한 음악적 취향을 드러내는 소품으로 유명 드라마 및 영화에 다수 등장하며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물론, 세계적인 디자인 어워드에 선정되며 디자인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옛 기억을 회상시켜주는 친구 같은 형상으로 디자인된 〈Golden Bug〉는 2017 이탈리아 A’DESIGN AWARD에서 위너(WINNER)를 수상했고, 와인 바 겸 테이블의 용도를 지닌 〈Wine Credenza Ⅱ〉로 2018 A’DESIGN AWARD 금상을, 일본 ASIA DESIGN PRIZE 위너를 수상하기도 했다. 

 

 

〈D. Horn〉, oak, brass, leather, speaker system, 1700x700x750mm, 2013

 

 

루이까또즈, 루이비통, 카림라시드 등 유명 브랜드 및 세계적인 디자이너와 다양한 협업도 진행했다. 한성재 대표는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으로 발랜타인과의 협업 작품을 꼽았다. 발랜타인 위스키의 창립자 조지 발랜타인의 글씨가 새겨져 있는 작품을 나무 진액을 위스키에 녹인 결과물로 코팅해 위스키의 향과 색을 그대로 담았다. 

 

최근에는 19세기 초의 간결한 가구 형태를 띠고 있는 〈Collection A〉로 큰 주목을 받았다. 기본 디자인과 음향적인 부분을 제외한 모든 자재는 고객이 직접 선택하는 방식으로 주문 제작된다. 세상에 하나뿐인 스피커로 완성된 이 예술 음향기기는 사용자의 이야기와 역사를 보관하는 트렁크가 된다. 

 

모든 디자인의 콘셉트는 ‘담는 것’들이다. 한 대표는 “사람을 담는 자동차, 소중한 것을 담는 가방과 같은 것들”을 언급하며, “오래된 기억을 꺼내줄 물건”이라 표현했다. 때론 따뜻한 기억에서 힘을 얻는 것처럼, 그에게도 추억과 같은 감성은 중요한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기억이 가장 많이 담긴 것들, 오래된 기억을 꺼내줄 이 물건들처럼, 모든 관객이 아나로기즘의 작품을 보며 각자의 기억을 되짚어 봤으면 한다”고 했다. 

 


〈Golden Bug Ⅰ〉, walnut, steel, brass, birch plywood, aluminium, 530×350×800(h)mm, 2015

 

 

아날로기즘의 제품은 모두 수작업으로 제작된다. 디자이너의 디자인에 엔지니어의 음향적 설계가 더해지면, 공예가가 서로의 안을 반영해 소재를 찾고 제작에 들어간다. 완성된 결과물은 아나로기즘의 쇼룸인 호텔드아티잔에 전시된다.

 

아날로기즘의 스피커는 기능적인 면에서도 뛰어나다. 처음엔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현재는 최고의 부품 장착으로 뛰어난 성능을 갖췄다. 〈Collection A〉는 독일에서 개발된 최고출력 360W RMS의 유닛(30-50000Hz), 일본에서 개발된 280W 리시버(DAC 내장)가 내장돼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며, Bluetooth, Wi-Fi, Airplay, USB, FM/AM 라디오, 인터넷 라디오 등의 기능도 갖췄다. 

 

무선 기능은 모든 제품에 탑재돼 있고, 최상의 소리를 위해 기술 연구를 통해 1년 주기로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며, 2년에 한 번씩 신제품을 출시한다. 신부품 입고시에는 구매 고객들의 스피커를 무상으로 업그레이드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아나로기즘 한성재 대표

 

 

다양한 전시에 참가해 작품을 선보였던 아나로기즘은 특히 지난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가죽이라는 새로운 재료, 과거에 비해 작아진 크기의 제품으로 많은 여성 고객들의 관심을 샀다. 올해는 미국과 두바이 시장의 진출을 앞두고 있으며, 새로운 제품도 출시할 계획이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아나로기즘. 사용자의 기억과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가치를 더해가는 이 예술 음향기기는 ‘소리’ 이외에 뜻밖의 소중한 감성까지 돌아보게 한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자료제공_ 한성재(www.analogizm.com, www.instagram.com/analogizm_, www.instagram.com/hoteldearti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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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 #예술음향기기 #아나로기즘 #호텔드아티잔 

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이야기, 우리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의 모습을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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