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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덕트 | 인터뷰

게으른 사람의 정리를 도와주는 스툴

2019-02-08

에디터는 스스로가 일거리를 눈앞에 두고서는 도무지 쉴 수 없는, 본능적으로 치우는 걸 좋아하는 부지런한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일 뿐, 시간이 흘러 한 살 한 살 먹고 보니 사실은 지저분한 것도 싫지만 움직이기는 더 싫은,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마음처럼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지럽히지 않아도 정리할 일은 계속 생겼고, 특히 아이가 생긴 후부터 정리는 하고 돌아서면 또 해야 하는 끝나지 않는 일이 됐다. 움직임을 최소화해 정리와 청소를 쉽고 편리하게 끝낼 수 있는 도구들이 먹는 것만큼이나 중요해졌고, 인정하고 싶진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게으름을 받아들였다. 

 


방서연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레이지어 스툴. 스툴 안쪽 공간으로 물건을 슥 밀어 넣으면 정리 끝이다. 

 

 

방서연 디자이너는 육아 경험은 물론 결혼도 하지 않은 학생이지만, 지인을 통해 어린아이가 있는 집에서 깔끔하게 정리를 한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게 됐고, 정리는 해야겠는데 움직이기는 싫은, 적당히(?) 게으른 이들에게 딱 좋은 정리함 겸 스툴을 디자인했다.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장난감 보관 때문에 멋진 인테리어가 어렵다는 선입견을 깨버리는, 아이들의 장난감 정리에도 도움을 주고 인테리어에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다용도 정리함은 레이지어(Lazier) 스툴(stool)로, 방서연 디자이너는 지난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 학생 디자이너로 참가해 제품을 선보였다. 

 


일반적인 스툴과 달리 앞쪽에 입구를 만들어 안쪽에 물건을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을 디자인했다. 다용도 정리함뿐 아니라 반려동물과 함께 앉는 의자로도 사용할 수 있다. 

 

 

사용법은 물건을 슥 밀어 넣기만 하면 끝. 이런저런 물건들이 순식간에 정리된다. 레이지어 스툴은 정리를 쉽게 도와주는 정리함인 동시에, 아이들에게는 하나의 놀이공간이 되기도 한다. 스툴은 겉면과 안쪽 바닥면 모두에 완충 처리가 돼 있어 반려동물과 함께 앉는 의자로 사용하기에도 좋다. 

 

레이지어 스툴은 어떻게 기획하셨나요?
4살, 6살 아이가 있는 지인 집에 놀러 간 적이 있는데, 집 바닥이 온갖 물건들로 지저분해진 걸 봤어요. 2년 후에 갔는데도 똑같길래, '아이가 있는 집은 어딜 가나 다 이렇구나' 생각했죠. 아이가 있는 사촌 언니도 집을 깔끔하게 정리하기를 거의 포기한 것 같더라고요(웃음). 아이들은 장난감을 바닥에 펼쳐두고 놀기 때문에 물건들을 큰 투명 박스에 넣거나, 한곳에 몰아두는 형식의 정리가 대부분이었는데, ‘아이들은 더 재미있게 놀고, 인테리어적인 요소도 챙기면서 정리도 도와주는 물건은 뭘까’ 생각한 끝에 이 스툴을 기획하게 됐어요.

 

정리를 도와주는 레이지어 스툴은 아이들의 놀이공간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정리함 이상의 기능이 있는 것 같아요.
다용도 정리함으로 기획한 스툴이지만 정리를 쉽게 도와주는 ‘깔끔하게 정리하는 정리함’보다는 하나의 놀이공간을 만들어주는 개념이 더 큰 스툴이라고 할 수 있어요. 보통 수납 스툴은 앉는 부분이 뚜껑처럼 열리는 형태지만, 레이지어 스툴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아지트 같은 놀이공간을 만들기 위해 입구를 앞쪽에 뚫어 디자인했어요. 이렇게 하면 스툴 앞으로 아이가 앉아서 놀 수 있는 놀이존(zone)이 형성이 되고, 정리도 스스로 더 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가장 먼저 유아에 초점을 두고 만든 제품이긴 하지만, 어떻게 쓸지는 사용자에 의해 정해지는데요, 반려동물과 함께 쓰는 가구로 쓰셔도 전혀 무방해요. 실제로 디자인하는 도중에도 형태 때문에 개 집 같다는 의견을 많이 들어서, 반려동물과 함께 앉는 의자로 사용할 때를 대비해 안쪽 바닥 면에도 스펀지 처리를 해 폭신하게 제작했어요. 겉면과 안쪽 바닥면에 다 완충 처리가 돼 있어서 아이들도 쓸 수 있고, 반려동물과도 쓸 수 있는 가구예요. 

 

상단 옆 부분에는 가죽 스트랩을 달아서 이동 시에 편리하게 디자인했어요. 이 스트랩은 레이지어라는 브랜드의 특징을 더하는 태그의 역할을 하기도 해요. 

 

상단의 가죽 스트랩은 레이지어 제품임을 나타내는 태그인 동시에 손잡이로 사용할 수 있다. 

 

 

육아 경험이 없으신데 디자인이 어렵진 않으셨나요?
경험이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모든 경험을 다 해볼 수는 없잖아요. 무언가를 해결하려면 그 문제를 주의 깊게 보고, 기억하는 시각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번 제품은 운 좋게도 평소 생각과 잘 맞아떨어졌어요. 지금은 6, 8살이 된 친한 아기들에게 가장 고마워요. 아이들 집에서 무척 자주 놀아줬거든요. 그 아이들이 아니었으면 아마 이 스툴을 생각해내지 못했을 것 같아요(웃음).

 

레이지어(LAZIER)라 이름 붙인 이유는요?
‘lazier’는 ‘lazy’의 비교급으로, ‘더 게으른’, ‘여유로운’ 등의 뜻이 있는데요, 디자인을 하다가 ‘정리가 귀찮은 사람들은 허리를 굽히지 않고 발로 툭 차서 물건을 넣을 수도 있겠는데?’하는 장난스러운 생각에, 게으른 행동을 더 극대화하는 의미에서 ‘레이지어’라고 정했어요.

 

모래성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셨는데요. 
유아들이 손으로 만지면서 느끼는 감각들은 정서발달에 매우 큰 도움을 준다고 하는데요, ‘예나 지금이나 어린 시절 한 번씩 다 해보는 손으로 하는 놀이가 뭘까’ 생각하다가 떠오른 것이 두꺼비집 짓기, 모래성 쌓기 놀이였고, 모래성의 스케일을 과감하게 크게 만드는 스툴이면 제 콘셉트에 딱이겠다 싶었어요. 

 

또, 모래성 형태는 간단하지만 어딘가에 기대거나 올라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욕구를 풀어주기에 좋았고, 개인적이고 좁은 공간을 찾아 책상 밑에 들어가 놀기도 했던 저의 어린 시절이 생각나기도 해서 형태적 콘셉트로 잡게 됐어요.

 


2018 서울디자인페스티벌 전시 부스. 샙 그린, 코럴 핑크, 그레이의 세 가지 색상을 선보였다. 

 

 

몇 가지 제품으로 구성되나요?  
두 가지 크기, 세 가지 컬러를 선보였는데요, 유아용은 평균 유아용 의자 높이인 300mm, 성인용은 평균 성인용 의자 높이인 430mm으로 설정했어요. 컬러는 아이와 어른이 함께 쓰는 제품의 특성을 고려해 원색은 자제하고, 스트랩과 스툴 사이의 배색을 맞춰 선정했어요. 

 

신제품 출시 계획이 있으시다면?  
일일이 수작업으로 제작을 하는 상황이라 다량의 제품 생산이 어려운데요, 그래서 전문적으로 생산을 도와주실 수 있는 관계자분들을 찾았으면 해요. 그렇게 되면 더 다양한 컬러나 소재의 제품을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아요. 


방서연 디자이너(Photo: 2108 SDF)

 

 

앞으로 레이지어를 어떤 브랜드로 만들어갈 계획이신가요?
과하지 않고 편안한 디자인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 즐거움을 남길 수 있는 브랜드로 키워가고 싶어요.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방서연(bangsy9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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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이야기, 우리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의 모습을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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