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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월드리포트

문화예술축제가 된 미국 타투 엑스포

2019-01-31

무서운 형님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문신. 팔에 용을 휘감은 아저씨를 보고 자신도 모르게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는 영화 속 한 장면이 떠오른다. 그 정도로 우리 사회에서 문신이란 곧 조직폭력배, 불량, 탈선 같은 부정어로 연결된다. 문신을 과시용, 위협용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강한 탓이다. 때문에 방송에서 모자이크 처리되거나 긴 옷 속에 숨겨야 하는 보이지 못할 치부로 취급당한다. 하지만 미국 사회의 인식은 다르다. 얼굴에 화장을 하듯, 기분에 따라 손톱의 매니큐어 색깔을 바꾸듯, 타투 역시 나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꾸밈의 일종으로서 유쾌하게 타투를 즐기는 미국인들의 일상 속으로 한 발짝 들어가 보자.

 

워싱턴 D.C.에서 제9회 타투 엑스포가 개최돼 세계의 타투이스트들이 참여했다.(사진출처: www.dctattooexpo.com)

 

 

DC Tattoo Expo #9
전 세계 내로라하는 타투 아티스트들이 한자리에 모여 기량을 겨루는 타투 엑스포가 지난 1월, 워싱턴 D.C.에서 열렸다. 올해로 9번째를 맞은 박람회에 400명이 넘는 타투이스트가 참가했다. 과거에는 용이나 뱀 같은 천편일률적인 무늬가 대세였다면, 요즘은 인생의 좌우명이나 연인, 아이의 얼굴 등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그림을 몸에 새기는 추세다. 실제로 올해 박람회에서 선보인 타투들은 예년보다 더욱 과감하고 사실적인 디자인이 돋보였다. 색감 또한 다양해졌다.
 

흑백 소형, 대형 타투 부문 2관왕을 차지한 제이미 모랄레스(사진출처: instagram@mister_untouchable)

 

 

전신 흑백, 전신 컬러, 팔뚝, 컬러 인물화 등 모두 22개 부문에서 심사가 이뤄진다. 그중 베스트 흑백 문신 대형, 소형 부문 2관왕을 차지한 제이미 모랄레스(Jaime morales)는 가슴 중앙에 커다란 심장 모양을 그렸고, 그 주변으로 늑대, 사자, 호랑이의 포효하는 표정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큰 점수를 받았다. 이 작품은 부위별 그림을 조금씩 채워 넣는 방식으로 몇 년에 걸쳐 완성됐다.  특히 흑백 잉크의 명암 표현이 자연스럽고 과감한 스케치가 돋보였다는 심사위원단의 평을 받았다. 

 

흑백 부문 베스트로 선발된 돈 페디코드(사진출처: instagram@donpeddicordart)

 

 

베스트 흑백 타투는 메릴랜드에서 온 타투이스트 돈 페디코드(Don Peddicord)가 차지했다. 옆구리에 백골과 시계를 연결해 새겼다. 이 문신을 디자인한 돈 페디코드는 시간 앞에 한없이 초라한 인간의 삶을 형상화했다. 누구나 시간이 지나면 죽고 흙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시간이 사람의 육체를 빼앗아 백골화되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흑백 인물화 부문에서 수상한 셀쿡 코카만(사진 출처: instagram@markvincenttattoos)   

 

 

흑백 인물화 부문은 펜실베니아 출신 타투이스트 셀쿡 코카만(selcuk kocaman)이 수상했다. 팔뚝에 할리우드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 얼굴을 그리고, 또 다른 팔에 해리포터 시리즈에 호그와트 교장으로 등장하는 덤블도어 캐릭터를 정교하게 새겼다. 머릿결 하나하나, 얼굴 사이 주름까지 사실적으로 옮겨와 마치 살아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셀쿡은 인물 문신의 경우 눈빛과 표정을 살리는데 가장 큰 공을 들인다고 말했다. 또 평면 도화지가 아닌 곡면인 사람의 몸에 인물을 옮길 때에는 움직일 때 타투 표정이 어떻게 변하는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신 박람회는 뭐니 뭐니 해도 수준 높은 수상작품을 감상하는 재미와 함께 타투이스트들과 관람객들의 독특한 문신을 구경하는 재미가 크다. 톰과 제리 캐릭터를 양쪽 허벅지에 익살스럽게 그린 참가자가 눈에 띈다. 한 관람객은 자신의 심장이 있는 왼쪽 가슴에 갓 태어난 딸의 얼굴을 그려 넣었다. 아이는 자라면서 신생아 때 얼굴이 없어지겠지만 자신의 심장에 잊지 못할 순간의 기억을 기록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패션의 일종이 된 문신
인류 역사에서 문신의 흔적은 원시시대부터 발견된다. 이집트 미라와 세티 1세의 무덤에서 나온 인형에 화려한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당시 문신은 귀신을 쫓고, 영생을 바라는 주술적 의미가 컸을 것으로 유추된다. 그러다 1900년대 들어 영국 해군들이 배를 타고 전쟁에 나설 때 부적처럼 올드스쿨 문신을 새긴 것이 오늘날 미국 문신 문화의 시초이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과거에는 소속이나 직업을 드러내는 상징이었다면, 오늘날 문신은 패션의 일종으로 문화 예술이 되었다는 점이다. 

 

바디 아트(Body Art)로 불리는 문신은 거대한 산업으로 자리 잡아 미국에서 연간 16억 달러(약 1조 8천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미국인 4천5백만 명이 적어도 하나 이상의 문신을 새겼고, 18세에서 25세 사이 미국인 36%가 문신을 갖고 있다. 특정 마니아들의 은밀한 취미생활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이 같은 문신 박람회도 워싱턴 D.C.뿐만 아니라 시애틀, 애틀란타, 로스앤젤레스, 골든스테이트 등 미국 전역에서 매년 열린다. 타투이스트들은 예술가(Artist)로 분류되며, 그들의 작업 공간은 가게(Shop)가 아닌 작업실(Studio)로 불린다. 문신 자체가 미술의 영역으로 대중문화가 되고 있다. 

 

글_ 이소영 워싱턴 통신원(evesy02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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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 통신원
워싱턴 D.C.에 거주하며 여러 매체에 인문, 문화, 예술 칼럼을 쓰고 있다. 실재하는 모든 것이 디자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보다 쉽고 재미있는 소식으로 디자인의 대중화에 앞장서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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