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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이미지로 놀다

2018-11-27

압축과 팽창, <Charlie Oscar/ Echo X-ray>: 사무실 공간, “김”과 “안”이 기존 실측도와 현장 실측을 토대로 구성한 CO/EX 사무 공간, 제작가구, 간판, 포스터, 복합기, 데스크, 모니터, 파일묶음 등, Variable Size, 2018

 

압축과 팽창은 이미지를 인테리어 자재처럼 다루며 전시 공간에 구현하는 아티스트 듀오다. 이미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생산과 분류를 거듭하는 듀오의 작업은 철저하게 계약을 바탕으로 이행된다. 

 

부드러운 핑크색 벽지와 마주보고 있는 책상 두 개, 벽과 탁자에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이미지들, 그리고 정갈하게 놓인 파일. ‘CO/EX’라는 선명한 로고가 새겨진 모니터 화면이 있다. 전시장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이질적인 사무 공간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전시에서 배포되는 의문의 협업계약서까지 디스플레이 되어 있어 한마디로 새롭다 못해 생소하다. 사진 듀오 압축과 팽창(CO/EX)의 근작 <찰리 오스카 / 에코 엑스레이(Charlie Oscar / Echo X-ray)> 작업을 보고 느낀 첫인상이다.

 

압축과 팽창, <Charlie Oscar/ Echo X-ray>: 테스트한 이미지, “김”과 “안”이 생산한 및 ‘이미지 구글 검색’을 통해 수집한 이미지를 활용하여 테스트한 샘플들, Variable Size, 2018

 

이미지 키워드로 공간을 시공하다
압축과 팽창은 사진 이미지를 다루는 두 작가 김주원, 안초롱으로 구성된 팀이다. 2016년 두 사람의 첫 협업 전시 <open-end(ed)>(계남정미소, 2016) 이후, 2018년 <유령팔>(서울시립미술관)까지 총 네 번의 전시를 가졌다. 그리고 지금 다섯 번째로 공간이 아닌 지면을 이용한 북 작업을 함께하고 있다. 최근 북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유령팔> 전시에서 선보인 <찰리 오스카 / 에코 엑스레이> 작업은 화이트큐브를 가상 인테리어 사무실로 탈바꿈시킨 공간 구성이 돋보였다.

 

Charlie Oscar/Echo X-ray: Original Data, wall_05, C-Print, 297 x 420mm, 2018

 

설계도에 따라 시공하고 공간을 구축한 것이다. 이미지는 구글 이미지 검색을 통해 얻은 만 장의 데이터를 출력해 파일링 하거나 액자에 끼워 디스플레이 했다. 물론 여기에는 사전에 정해놓은 규칙이 있다. 이를테면 ‘펜탁스 리코GR2’ 카메라로만 촬영해야 한다든지, 두 작가가 1백 장씩 촬영한 원본 데이터를 액자에 넣어 타임라인 순으로 디스플레이 한다든지, 원본 데이터 1개 당 상위 50개의 유사 이미지를 구글에서 수집하고, 구글 AI가 제시한 키워드를 텍스트로 샘플북을 만드는 것 등이다. 이뿐만 아니라 촬영모드, 컨버팅 지침, 유사 이미지 저장 방법 등 세부 조항까지도 전시장에 비치된 협업계약서를 통해 공개했다. 이 협업계약서는 두 사람의 계약 관계를 증명하는 문서인 동시에 작업의 이해를 돕기 위한 총체적인 설명서인 셈이다.

 
이들 작업의 중심적인 축은 바로 ‘키워드’다. 서로의 사진 1천 장에 각주를 달아 분류했던 첫 작업부터, 키워드를 넣고 스톡사진을 구매했던 전작, 그리고 구글 AI가 이미지 좌표를 읽고 제시한 키워드를 가져온 이번 작업까지 일관되게 이미지를 코드화하여 분류하고 해석했다. 또 이를 공간에 재구성하는 큰 흐름을 계속 이어간다. 압축과 팽창은 이 작업을 통해 디지털 시대에 우리 앞에 놓인 무수한 이미지 데이터가 소비되고 번역되는 방식, 그 지점에서 발생하는 오류와 한계를 드러내고자 했다. 

 

Charlie Oscar/Echo X-ray: Original Data, fur clothing, C-Print, 297 x 420mm, 2018

 

따로 또 같이 
재밌는 점은 압축과 팽창이 계약에 근거해 작업을 하는 듀오라는 것이다. 두 작가는 작업을 시작하기 전 매번 세밀하게 협업계약서를 작성한다. 그리고 그 계약을 바탕으로 일정을 맞추고 의견을 조율하면서 작업을 완성해간다. 이들은 비슷한 점이 많다. 둘 다 인테리어 업계에 종사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는, 소위 ‘투잡’ 작가라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스냅사진을 다루며, 주제 없이 방대한 이미지를 생산한 다음 그 소스들로 결과물을 완성한다는 작업 프로세스도 같다.

 

계약을 맺는 이들의 독특한 관계는 인테리어 회사에서 클라이언트와 계약서를 썼던 포맷이 그대로 반영되었다. 방대한 양의 이미지를 생산한 후 두 사람만의 정해진 기준으로 분류하고 전시장에 펼쳐 놓는 방식, 매번 전시했던 결과물을 폐기하고 새로운 디스플레이를 보여주는 스타일도 이제껏 구현해온 전시들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Charlie Oscar/Echo X-ray: Original Data, pattern, C-Print, 297 x 420mm, 2018

 


철저한 계약 관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보면 영락없는 현실 오누이다. “작업을 하다가 의견 대립으로 다투면 눈도 안 마주치고 헤어진다. 그러다가도 술 한 잔 기울이며 풀어내곤 한다.”는 말에서 둘의 관계를 짐작할 수 있다. 듀오는 “작업은 일종의 놀이에 가깝다.”고 표현한다. 굉장한 노동량이 뒤따르는 작업임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구상을 펼치는 두 사람은 작업을 즐기면서 한껏 상기되어 보인다. 듀오이기에 도전이 두렵지 않다는 압축과 팽창. 그들의 작업이 변화무쌍한 이유이다.

 

Charlie Oscar/Echo X-ray: Original Data, houseplant_02, C-Print, 297 x 420mm, 2018

 

압축과 팽창 김주원, 안초롱으로 구성된 듀오로 인테리어 업계에 종사하며, 사진 이미지를 공간에 물리적으로 구현하는 작업을 해왔다. 매 프로젝트마다 ‘협업계약서’를 작성하고 각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성실하게 이행되었는가에 집중한다. 김주원은 한예종 전문사 조형예술과를 졸업했고, 안초롱은 홍익대 일반대학원 조소과를 졸업했다. ‘2018 서울사진축제’ 전시 참여 및 보스토크 프레스 사진집 출간을 앞두고 있다.

 

에디터_ 박윤채
디자인_ 전종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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