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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인터뷰

빛나는 드레스 만드는 김태곤 작가

2018-09-20

옷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기본적인 요소 중 하나지만 이러한 역할 외에도 옷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과거에는 신분을 나타내기도 했고 현대사회에서는 개인의 개성과 취향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많은 옷 중에서도 특별한 날에 입는 드레스는 누군가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주고 더 아름답게 빛내준다. 

 

김태곤 작가의 드레스

 

 

김태곤 작가의 빛이 나는 드레스는 꼭 입지 않아도 보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준다. 광섬유로 만들어져 여러 가지 빛을 내는 아름다운 드레스. 자세히 들여다보니 씨실과 날실이 얽혀 옷감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그의 드레스도 그렇게 조금씩 천천히 만들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특별한 실로 한땀한땀 뜬 드레스는 누굴 위한 드레스일까, 이 드레스엔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까. 

 

김태곤 작가는 드레스 작업으로 퍼기(Fergie)의 〈A Little Work〉 뮤직비디오에 참여하고(왼쪽), 영국 캠브리지대학 젊은 패션디자이너 작품 발표에 초대 받는 등(오른쪽), 세계를 무대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태곤 작가는 한국에서 환경조각을 전공하고 프랑스 스트라스브르그의 장식미술학교를 졸업한 후 프랑스에 거주하며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드레스 작업은 이미 유럽에서 많은 프로젝트를 통해 소개돼왔다. 패션쇼 등 패션 관련 콜라보 작업을 비롯해 뮤직비디오 작업에도 참여했다. 

 

 

잠실점 애비뉴엘아트홀에서 전시된 김태곤 작가의 드레스. Photo by 염준호

 

 

그의 작품이 롯데갤러리에서 열린 프로젝트 ‘LAAP(Lotte Annual Art Project) : Boundless Closet 경계없는 옷장’ 중 잠실점 애비뉴엘아트홀에서 열린 ‘더블 엣지(Double Edge)’전에 설치됐다. 그의 작품은 이번 전시를 통해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됐는데, 전시에서는 이신우 디자이너의 작품에 대한 느낌을 드레스로 제작한 작품을 포함해 총 4점의 작품이 소개됐다. 

 

그의 드레스 작업은 오래 전의 경험에서 시작됐다. 처음 유학길에 올라 낯선 곳에서 전혀 다른 언어를 사용하며 힘든 시간을 보낼 때 그는 작업으로 소통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인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언어적 고립을 느낀 그는 가족이 그리웠다. 어머니와 누나들이 늘 곁에서 함께 했던 반면 항상 밖에 계셨던 아버지의 부재 때문이었는지 그에게 가족의 이미지는 여성, 즉 드레스였다. 언어 이외에 다른 방식의 소통을 위해 많은 시도를 하던 그는 그리운 가족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멀리 떨어져있는 가족과의 거리를 의미하는 약 3km에 이르는 전기줄로 드레스를 만들었다. 능동적인 소통에 대한 표현으로 드레스에 전구를 달아 불을 켰고, 불이 켜진 드레스를 완성시켰다.

 

광섬유로 제작된 김태곤 작가의 드레스 작품

 

 

이후 그는 광섬유로 드레스를 제작하게 된다.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 ‘낭만적인 연설의 단편’에서 영감을 받은 그의 작업에는 사랑이야기도 담겨있다.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할 때 매우 깊은 친밀감을 갈망하며 사랑하는 사람이 되기를 원하기도 하는데, 바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됐음을 상상하는 것, 이것이 그의 드레스 작업의 출발점이다. 그는 광섬유의 재료적 성질과 비디오 프로젝트를 이용해 빛이 나는 아름다운 드레스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입히고 싶은 마음을 표현했다. 

 

김태곤 작가와 H&M의 콜라보 프로젝트

 

 

여러 색의 빛을 내는 것 또한 작가 작품의 특징이다. 

 

 

작가의 드레스는 여러 색의 빛을 낸다. 이 빛은 각각의 다른 이야기인 동시에, 작품을 보는 관람객들의 다양한 감정을 의미한다. 관람객은 여러 색으로 변하는 드레스를 보면서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드레스를 선택하게 되고, 상상 속에서 드레스를 입게 된다. 

 

그의 작업은 무엇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한다. 작업을 시작하기 전 형태를 만들고 그 틀을 이용해 드레스를 만드는데, 모든 과정을 직접 수작업으로 한다.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기 까지는 자그마치 1개월에서 3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옷을 만드는 마음으로, 소원을 빌며 천 마리의 종이학을 접는 기분으로 이러한 노동집약적 작업에 임한다고 했다. 마치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 긴 시간 스웨터를 뜨는 마음 같은 걸까. 

 

그의 드레스에서 경이로움을 느끼는 것은 외형적인 아름다움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드레스를 만드는 그의 행위에 담긴 사랑이 비단 어떤 한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닌 우리 모두를 이어주는 연결고리이기 때문일 것이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김태곤(www.kimtaeg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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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섬유 #빛나는드레스 #김태곤 

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이야기, 우리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의 모습을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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