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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월드리포트

미국이 반한 한국 현대 미술

2018-07-18

현대 미술(contemporary art)은 처음 먹어보는 요리와 같다. 재료는 익숙한 듯 하나 도무지 그 맛이 예상되지 않는다. 식탁에 놓인 포크, 나이프, 숟가락, 젓가락을 보고서는 무엇을 들고 어디부터 맛봐야 하나 고민이 앞선다. 이렇게 현대 미술이 낯선 요리같이 느껴진다면 보다 익숙한 소재로 우리 주변을 표현한 친근한 작품부터 맛보자. 

 

도시, 낯선 풍경 'City, unfamiliar landscape’전
미국 워싱턴 한국문화원은 한국 신진작가 3인이 참여하는 ‘도시, 낯선 풍경(City, unfamiliar landscape)’ 전시 행사를 7월 30일까지 연다. 이번 전시회는 권인경, 변현진, 진보라 3명의 작가들이 ‘도시’라는 공통 주제로 각자만의 시각적 표현 방식과 고유 기법으로 창작한 작품 약 30여 점을 선보였다. 이들 작가들에게 한국의 수도 서울은 익숙함과 낯섦이 공존하는 독창성의 무대이자 인간 환경의 중요한 요소로 다양한 방식의 영감을 주는 독특한 공간이다.

 

현대미술이라고는 하지만 마르셀 뒤샹의 소변기 작품(〈샘(Fontaine)〉, 1917년) 만큼 난해하지는 않다. '도시'를 주제로 한 까닭에 작품 해설서나 도슨트 설명 없이 누구나 작품을 보고 이해할 수 있다. 특히 다양한 작품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한 점이 이번 전시의 특징이다. 관람객들은 퀴즈를 풀 듯 답을 추리하며 작가의 의도에 한 발짝 다가선다. 

 


 
워싱턴 한국문화원

 

권인경 작가 '동서양 화법을 한 폭에'
권인경 작가는 산업화에 의해 빌딩 도시로 성장한 현재의 서울 모습과 70, 80년대 논, 밭이었던 과거의 서울 모습을 동시에 담아내고 있다. 특정한 도시의 재현이나 기록이 아닌 자신이 살고 있는 주변의 환경을 그리는 방법을 통해 자신을 재발견한다. 주로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의 풍경을 캔버스에 담는데, 이는 내면의 눈으로 외부를 바라보는 관찰자의 시선과도 같다. 집과 울타리가 되어 주는 포근한 안식처이자 무한 경쟁의 무대이기도 한 도시의 양면적인 모습이 주를 이룬다. 이 같은 도시의 풍경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현재 도시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권인경, 〈타인의 방 1〉, 188×125㎝, 한지에 고서 콜라주, 수묵채색, 아크릴, 2016

 


권인경, 〈펼쳐진 집〉, 126×156cm, 한지에 고서 콜라주, 수묵채색, 2013
 


권인경 작가

 

권 작가는 홍익대학교에서 동양화과 학·석사, 박사과정을 마쳤다. 그의 작품에서 산수풍경이 두드러지는 이유다. 붓끝으로 먹물의 스밈과 번짐을 조절해 시간성을 표현하는 것이 동양화의 매력이다. 권 작가는 전통적인 재료인 먹 위에 아크릴이나 다른 물감을 얹고, 오래된 고서의 파편을 콜라주(collage) 하는 독특한 화풍을 선보인다. 한지 바탕에 먹물과 아크릴을 동시에 사용하면서 동서양을 혼재한 기법이 권 작가의 가장 큰 특징이다.  

 

화폭에는 빌딩과 바다, 산, 나무 등 다양한 풍경이 비현실적인 모습으로 펼쳐져 있다. 원근과 사실성이 배제된 풍경은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를 연상시킨다. 각자의 시선을 부감으로 담은 듯한 표현법이 닮았다. 

 

도시를 거대한 엄마의 자궁으로 봤을 때 그 안에서 불안한 현실을 살아가면서도 결국은 안락하고 편안한 낙원을 꿈꾸는 현대인을 함축적으로 비유하기도 한다. 

 

변현진 작가 '현대는 거대한 인공정원'
변현진 작가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쉽게 지나치기 쉬운 도시의 환경에 궁극적인 물음을 던진다. 자연과 산업이 절묘하게 공존하는 현시대의 도시 풍경을 풍자적으로 표현했다.

 

‘인공 정원으로의 초대’라는 주제의 작품 속에는 산업화에 따른 인공적 기호품들이 마치 자연생명체 혹은 녹색 식물과 같은 형태를 지니며 균일하게 배치돼 있다. 변 작가에게 도시 속 고층 건물, 네온사인, 자동차 등 생산되거나 만들어진 산업 물품들은 마치 자연을 장식하면서 우리가 창조한 ‘인공 정원’과도 같으며, 이 정원 속 생명체들은 현대 사회의 경쟁의식 속에 획일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다. 

 

변 작가는 동국대학교에서 한국화과 학·석사를 학위를 받았다. 한국화 특유의 섬세한 선과 선명한 색감을 고스란히 살려 사실적으로 묘사한 점이 특징이다. 

 


변현진, 〈인공산수〉, 130x160cm,장지에 채색, 2016

 


변현진 작가

 

진보라 작가 '욕망의 타워' 
진보라 작가는 매일 마주하는 화장대 위에 빽빽하게 진열된 화장품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 모습이 마치 건물로 가득 찬 도시 모습과 유사하다고 느꼈다. 규칙적으로 빼곡하게 늘어선 같은 형태의 다양한 화장품들은 진 작가의 작품 속에서 산업사회의 대량 복제를 상징한다. 홍익대에서 판화과 학·석사, 박사 과정을 마친 진 작가는 실크스크린을 주 기법으로 사용하는데, 이는 미에 대한 유형과 틀을 만들어 반복, 복제하는 화장품이 지닌 상징적 의미와 유사하기도 하다. 군집을 이룬 화장품의 인위적인 배열을 통해 현재 도시의 삭막한 풍경과 현실의 냉담함, 현대인의 욕망을 표현하고 있다. 

 

진 작가는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태어나 20년 넘게 생활하다 보니 복잡하고 획일화된 도시 풍경에 대한 환멸을 느끼면서도 역설적으로 그 속에서 안정감을 얻기도 한다”며 “전시작 ‘욕망의 타워’에 이 같은 모순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진보라, 〈Tower of desire-reflection〉, 45x60cm, Digital printed on Aluminum, 2018

 


진보라, 〈Urban emotions〉, 45x60cm, Digital printed on Aluminum, 2018

 


진보라 작가

 

현대미술은 어렵다? 
강아지 한 마리가 있다. 두 사람이 똑같은 강아지를 그리지만 결과물은 정반대다. 한 사람은 놀이공원에서 광대들이 어린이들에게 만들어 주는 풍선을 연상했고, 한 사람은 전설 속의 유령을 연상했다. 전자는 생존하는 가장 비싼 작가로 평가받는 제프 쿤스(Jeff Koons)(〈강아지 풍선(Balloon Dog)〉)이고, 후자는 평생 수천 마리의 파란 강아지만을 주인공으로 그린 팝 아티스트 조지 로드릭(George Rodrigue)(〈블루 독(Blue Dog)〉)이다. 강아지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싶다면 사진을 찍으면 될 것을, 굳이 캔버스에 그림을 그릴 이유가 없다. 이렇게 같은 주제를 두고 서로 다른 선과 모양을 나타내는 것이 현대미술이다. 

 

누군가는 “세 살짜리 아이가 벽지에 장난친 것 같다” “비싸게 팔리는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다” “저 정도는 나도 그리겠다” 말하기도 한다. 현대미술이 친절한 예술은 아니다. 깊고 복잡한 작가의 작품세계를 온전히 이해하기란 영원히 요원할지 모른다. 현대미술이 닿을 수 없는 강 건너 언덕같이 느껴진다면 미술 그 자체보다 예술가의 삶과 작품을 창조하는 조건에 초점을 맞춰 조심스럽게 다가가보자. 작가의 성장 배경부터 가치관, 작업과정까지 세세하게 알고 나면 현대미술을 감상하는 새로운 관점이 생긴다. 이 과정을 통해 다른 작가의 새로운 작품을 만나더라도 자신만의 해석으로 자유롭게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도시, 낯선 풍경(City, unfamiliar landscape)’ 전시를 기획한 한국문화원 윤지영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하나의 장르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시각적 표현 방법으로 작품을 창작하는 한국 신진 미술가들의 참신함과 독창성, 작품 세계를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밝혔다. 세 작가의 '도시' 작품을 통해 현대미술과 조우해보자.


전시명: '도시, 낯선 풍경(City, unfamiliar landscape)’ 
전시기간: 2018년 7월 30일(월)까지
참여작가: 권인경, 변현진, 진보라
장소: 2370 Massachusetts Avenue N.W. Washington, D.C. 

 

글_ 이소영 워싱턴 통신원(evesy0220@gmail.com)
사진제공_ 한국문화원(www.koreaculturedc.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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