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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지금을 만들어가는 젊은 디자이너 10인 展, 그 현재를 보다.

2005-06-29

+ 전시명: HOW IS IT GOING?
+ 기간: 월 1일부터 7월 10일까지
+ 장소: 제로원 디자인 센터
+ 문의: 02-745-2490, www.Howisitgoing.co.kr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디자이너들. 그들은 지금까지 무엇을 경험해왔으며,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꿈꾸고 있을까?
대학로 제로원 디자인센터에서는 7월 1일부터 열흘 동안, 디자인 필드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젊은 디자이너 10명이 함께 모여 전시회를 갖는다.
이번 전시는 전문적이고 일반적인 성과물의 나열이 아닌, 디자이너로써의 또 다른 자신의 자아를 찾아 노력하고 있는 이들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 줄 것이다.
이들은 상업적 필드의 디자이너이기 이전에 크리에이티브 메이커(Creative maker)로써 각자의 색깔을 자유롭게 표현해 내고 있다. 사회의 한 부분으로써 새롭게 자리매김해 가는 이들을 통해, 이 땅의 디자이너들의 삶과 이상은 어떤 것인지 함께 생각해보자.

취재 | 권영선 기자 (happy@yoondesign.co.kr)

성과물 위주로의 작업들에서 조금은 벗어나 이제는 자기자신만의 목소리를 내고 싶어 이 자리에 모였다는 10명의 디자이너들. 이들은 친구를 통해, 혹은 지인을 통해 우연한 기회로 이 자리에 함께 서게 되었다. 24시간이 빠듯하게 돌아가는 바쁜 회사 생활 속에서 이렇게 만나고, 모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라고 이들은 입을 모아 이야기 한다.

잘 지내? 어떻게 살고 있니? 현재 자신의 삶에 만족해?
디자이너로 4,5년 차가 지나게 되면 저절로 스스로에게 되묻게 된다는 질문들이다. 디자이너로써 4년이 넘게 일을 하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의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하게 된다.
디자이너의 역할만 하기보다는 관리자로써의 역할이 중요해지기 시작하고, 제법 작업에 자신감이 붙어 개인 사업을 꿈꾸기도 한다. 간혹 다른 곳으로의 이직을 꿈꾸기도 하고, 상업적인 프로젝트보다는 개인 작업물을 만들어보는 것을 원하기도 한다.
물론, 개인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이들은 여러 가지 갈래 속에서 스스로의 방향을 고민하고, 또 생각한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는 10명의 디자이너들은 지금까지 지내오던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소리치고 있다. 'How is it going?'


이 곳에 참여하는 디자이너들은 모두 열 명이다. 십(十)이란 숫자가 의미하는 바는 없지만, 이 숫자를 꼭 채우고 싶었단다. 홀수보다는 짝수가, 작은 수 보다는 보다 큰 숫자가 현재 디자이너들의 모습을 말해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신범석, 심.비.숲, 백승덕, 장재혁, 정진열, 서진수, 이푸로니, 김승태, 임진호, 공민선.
이번 전시는 꼭 이렇게 10명이 모여 전시회를 준비했다.

한국에서 디자이너가 본격적으로 직업군으로 진입한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일이다.
우리나라의 디자인을 개척한 첫 세대,
우리 땅에 디자인을 확립시키고 방향을 모색한 그 두 번째 세대,
그리고 바야흐로 현재엔 대략 세번째 세대가 이 땅에 디자이너로써 새로운 활동을 펼치고 있다. 처음 디자인을 시작했던 분들, 그리고 그 분들이 가르치신 제자들, 그리고 다시 그 제자들을 가르친 20~30대 사람들이 디자인계를 키워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활발하게 도약해 나가고 있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디자이너들은 무엇을 생각하며, 꿈꾸고 있을까?

디자이너라는 직업은 상상력과 비전을 맘껏 펼칠 수 있는 동경의 대상일수도 있지만, 그 이전에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직업이기도 하다.

>> 디자이너로 살아오면서 힘들고,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이푸로니: 문화, 전공, 분야, 취향, 세대, 지역, 국가 등의 차이점을 서로 이해하고 공존토록 하기. 하지만 어려울수록 의미 있다.

서진수: 그래픽디자인, 커뮤니케이션디자인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광고주와 기획자, 출력소, 인쇄소 그리고 같이 작업하는 팀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어렵고 힘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원하는 것을 설득시키고 이해시키는 것, 그리고 내가 틀린 점을 겸허히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것. 같은 부분이 굳이 디자인분야가 아니라도 사람들과 살아가면서 가장 힘든 일이다.

심.비.숲: 시간과의 싸움. 고정관념을 가지고 반복적이며 획일화적 일상코드를 강요하는 일부 사람들.

임진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있어서 디자이너로서의 관점과 클라이언트로서의 관점에는 항시 약간의 견해 차이가 발생한다. 클라이언트가 요구하는 근본적인 제작 목적을 최대한 수용하고 디자이너의 크리에이티브를 효과적으로 적용시킬 수 있도록 조율하는 부분은 어려운 숙제이다.

신범석: 나와 팀원, 나와 상사, 나와 회사, 나와 클라이언트, 나와 나, 나와 디자인, 모두에게 좋은 관계를 이루어가는 문제는 대인기피증이 있는 나에게 힘든 일이다.


>> 자신의 디자인에 가장 영향력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
공민선: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

심.비.숲: 나를 둘러싼 모든 현상들. 말 그대로 모든 것이다. 그들은 신기했었고 앞으로도 신기할 것이다.

신범석: 서기흔 선생님의 활자에 대한 태도와 감성, 어머니의 캘리그라피, 알렉세이 브로도비치의 사진을 다루는 방법, 그리고 책장에 꽂혀있는 수많은 magazine들..

정진열: 존 버거, 장 그르니에, 질 들뢰즈, 류이치 사카모토 (음악뿐만 아니라 음반자켓, 그의 공연까지), U2(마찬가지로 음악을 포함해서 보노의 정신세계, 조슈아트리 앨범의 자켓, 최근의 공연연출까지) - 디자인 필드보다 이런 쪽이 내겐 더 절실한 영향을 줬다.

임진호: 지금 현재까지 성장할 수 있도록 옆에서 항상 조언해주고 격려해주었던 모든 교수님들, 회사동료들, 친구들 그리고 지금 것 지도해온 학생들이다. 그 어떤 자료나 정보를 뛰어 넘어서 그들에게서 항상 놀라운 영감을 얻고, 그들이 분출하는 에너지에 나 자신을 되돌아보며 성장해온 것 같다.

서진수: 항상 바뀌는 편이다. 최근에는 유럽쪽의 타이포그래피에 마음을 뺏기고 있다.
간결하고 임팩트있고 기본에 충실한, 그러면서도 충분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유럽의 타이포그래피들을 볼 때마다 내가 하고 있는 것이 잔재주만 부리는 것 같아 항상 나 자신을 부끄럽게 만든다.

김승태: 가족과 친구와 나의 삶이 나의 디자인이다. 그 속에 작은 것 하나하나가 다 소중하며, 나에겐 영감이라고 할 수 있다. 어머니의 새치 한 가닥에서 massin의 캘리그래피까지 모든 것이 아름답고 숭고하다.

10명이나 되는 디자이너들에게 한마디씩만 물어보아도, 벌써 열 줄이 훌쩍 넘어가 버리고 만다. 3세대로 접어들어가는 한국 디자인계를 구성하는 대표주자라고 말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이들은, 이제 디자이너로써 4~5년 차에 접어든 실력자들이다.
그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은 사회와의 공존, 그리고 가장 영향력을 많이 받는 것은 그들의 모든 일상이다.
이제 이들은 디자이너를 꿈꾸며 디자인을 공부하던 학생일 수 없고, 이제 막 디자인에 입문한 신입 디자이너가 될 수도 없다. 디자인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맛을 알아가기 시작한 이들. 그들은 서로 다른 스스로의 고민에 빠져있다.

그 동안 전문적이고 일방적인 성과물을 위해 디자인하고, 디자이너로써의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기 위해 정신 없이 달려왔지만, 이제 한번쯤은 주위를 둘러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자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는 것보다 그리는 것에 더 익숙한 이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자신의 독특한 목소리를 각자의 개성 있는 작업물로 나타내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하는 사적인 고민부터, 그 동안 너무 빡빡하게 일만 하며 살아왔던 자신에게 힘을 주는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기존에 진행했던 회사의 전문적이고 상업적 작업물이 아닌, 개인의 다양한 가능성과 색깔을 자유롭게 표현해 보자는 것이 이번 전시회의 목표이다. 어쩌면 이 생각들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디자이너들이 가지게 되는 공통된 바람일 수 있을 것이다.

디자이너란 성공적인 작업물을 만드는 사람이기 이전에, 개인의 색깔을 가진 개별 독립체이다. 기업의 성공적인 디자인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숨가쁘게 살아온 현재의 디자이너들에게 그들은 말하고 있었다.
단순히 상업적인 디자인을 예쁘게 만들고 치장하기 보다는 자신만이 가진 개성을 디자인해 보라고 말이다. 이 곳에 모인 사람들은 이번 전시에서 클라이언트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다만, 개인 작업물의 완성을 통해 자신의 색을 찾는 것이다.
디자이너가 되고자 했던 처음 그 느낌처럼, 이번 전시를 통해 자신만의 색깔을 찾는 계기를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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