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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절단된 몸을 다루는 [마음의 일기]

2005-10-31

길을 지나다 병아리와 놀고 있는 어린아이를 본다. 병아리의 목을 쥐고는 들어올리려 하지만 아이의 손이 작아 그만 땅으로 곤두 박칠 치고 마는 병아리. 강아지와 마주한 어린아이는 자꾸만 강아지 이곳저곳을 찌르고 귀찮게 한다.

어린아이들이 작고 여린 동물들을 거칠게 다루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마음으로 느끼기에는 귀엽고 어여쁘지만, 방법을 모르는 아이들은 그저 꼬집고 던지기만을 반복한다.

무엇인가에 대한 집착은 가끔 거친 표현을 낳는다. 작가 ‘정복수'에게는 병아리도, 강아지도 아니다. 그가 과도한 관심을 보이며 함부로 다루게 되기까지 된 대상은 바로 우리, 인간의 몸이다. 그의 작품에는 ‘잔혹'과 ‘엽기'가 있어 잔잔하지 않아 재미도 있다.

정복수 개인전 <마음의 일기>.

전시 제목이 참 서정적이다. 마음의 일기……아마도 거침없는 일기가 될 듯 하다.

인간의 몸에 대한 정복수의 사랑은 잔인함으로 표현되어 사랑하는 만큼 인간의 몸에 상해를 입히고 절단한다. 인간에게 가해지는 온갖 종류의 폭력을 인간의 몸에 적용하는 동시에 현대사회 속 만연된 몸짱 열풍과 다이어트 같은 ‘인간의 몸 함부로 다루기'에 힘 있는 반론을 편다.

정복수의 그림은 배경을 인위적으로 제거한다. 배경이 없는 그림에서는 자연스레 중심인물로 집중되기 마련. 이것은 하얀 도화지 위해 해부된 신체가 좀 더 끔찍하게 와 닿을 수 있도록 했다는 작가의 배려로 더욱더 극적인 효과를 부여한다. 입체 작품은 인간의 실제 피부와 피를 재현하여 강도 놓은 충격을 선사하기도.

전시를 감상한 뒤에는 준비된 방명록에 몸 드로잉을 남길 수 있으며 추후 이 방명록 가운데 인상적인 드로잉을 촬영해 온라인 전시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관람객에게 이러한 드로잉을 유도함은 전시된 작품 속 잔인함이 우리의 몫이라는 철학적 깊이가 스며있다.

(10월12일 ~ 11월12일 종로구 안국동 사비나미술관 전관 문의 02)736-4371)

한나래 기자 han@pla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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