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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신화' 삼성전자도 실패할 때 있다

2005-06-07

 

[동아일보]《삼성전자는 2000년 개인휴대정보단말기(PDA)와 MP3플레이어 사업에 주력할 인력 200여 명을 선발해 팀을 구성했다. 휴대전화의 진화속도가 빨라지면서 PDA 사업은 접었지만 MP3플레이어는 곧 국내 시장점유율 1위에 올라섰다. 그러나 저작권 시비 때문에 판매량은 미미했고 시장은 커지지 않았다. 결국 2002년 사실상 팀을 해체하다시피 해 팀원을 대폭 줄이고 이후 신제품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2003년 이후 MP3플레이어 시장은 폭발적으로 커졌다. 삼성전자는 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올해 초 과거의 판단 잘못을 인정하고 2007년까지 세계 1위 목표를 내세우며 재기에 나섰으나 성공 여부는 아직 미지수. 좀처럼 찾기 힘든 삼성전자의 실패 사례다.》

○ 시장예측이 빗나갔다

윤종용(尹鍾龍)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핵심 비결로 ‘스피드 경영'을 꼽는다.

기술변화 속도가 빠른 정보기술(IT) 산업에서는 과감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휴대전화 부문에서 삼성전자의 성공신화는 여기에 바탕을 둔다는 설명이다.

MP3플레이어는 이런 ‘스피드 경영'에서 벗어나 삼성전자의 자존심을 구긴 제품이다.

2002년까지 이 분야 선두였던 삼성전자가 완전히 ‘변방'으로 밀려난 것은 MP3플레이어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시장이 얼마나 커질지에 대한 예측을 잘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기업 애플이 2003년 저작권을 사들인 뒤 소비자들에게 값싸게 음악을 내려받도록 하는 ‘솔로몬의 지혜'를 내놓으면서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당시 삼성전자는 다른 글로벌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애플의 성공 가능성을 낮게 봤고 초기의 인기는 일시적 현상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애플은 3년 만에 1000만 대가 넘는 MP3플레이어를 팔면서 세계 시장을 석권했다.

윤 부회장은 임직원들에게 “MP3플레이어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 해놓고도 왜 밀려났는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질책했다.

○ 뒤늦게 다시 출발하다

MP3플레이어는 남다른 의미를 가진 제품이다.

우선 10대 초반부터 사용하기 때문에 미래의 잠재고객을 잡는 의미가 크다. 일본 소니의 고객 가운데 충성도가 가장 높은 연령층은 30, 40대. 이들은 10대 시절 소니의 ‘워크맨'에 매료됐던 세대다.

또 MP3플레이어는 하루 종일 들고 다니기 때문에 브랜드를 알리는 데도 제격이다. 휴대전화 ‘애니콜'이 삼성전자의 위상을 높인 ‘1등 공신'이었다는 점과 비슷하다.

삼성전자는 이를 인정하고 뒤늦게 회사 역량을 MP3플레이어에 집중하고 있다. 자회사인 ‘블루텍'의 오디오 연구개발(R&D) 및 마케팅 인력을 흡수해 본사 차원에서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 가격인하 정책의 후유증도

후발주자가 된 삼성전자는 3년 안에 세계 1위에 오르기 위해 축적된 반도체 기술과 디자인 능력, 세계 판매망을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나타난 무기는 가격인하 전략이다. 중국처럼 질 낮은 제품을 내놓는 게 아니라 고급 제품의 가격을 싸게 하는 전략이다.

문제는 가격인하의 칼날이 애플이 아니라 레인콤, 거원시스템, 엠피오 등 국내 중소업체로 향하고 있다는 점.

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해외 바이어들이 브랜드 가치가 높은 삼성전자보다 비쌀 수 없다며 납품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어 마진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가격인하 공세는 애플이 먼저 시작했으며 삼성전자는 여기에 대응할 뿐”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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