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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 리뷰

홍승완의 초심을 그린 브랜드, 옴펨

무신사 | 2015-10-26


‘선심초심’이라는 말이 있다. 깨달음을 얻으려거든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불교 용어다. 굳이 불교신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명언일 것이다. 각자 방식은 다르겠지만 디자이너 홍승완은 로리엣(Roliat)에 이은 두 번째 레이블 론칭으로 초심 찾기에 나섰다. 이름은 옴펨(Homfem), 15년간 쌓인 격양된 규범들을 벗어나 보다 유연하고 자유로운 발상을 하고 싶어 만든 브랜드라고 한다.

기사제공 | 무신사  


홍승완 최초의 남녀 토털 브랜드
옴펨은 남성과 여성을 뜻하는 옴므(Homme), 펨므(Femme)의 초성을 합쳐 이름 지었다. 지금까지 남성복만을 디자인했던 홍승완이 처음으로 여성 라인에 도전하는 토털 브랜드이기도 하다. 메인 레이블인 로리엣의 키워드가 클래식과 모던의 무게감 있는 결합이라고 한다면 옴펨은 옷의 가장 기본적인 실루엣에 집중했다는 차이점이 있다.

이 브랜드를 두고 ‘초심’이라는 단어을 사용한 이유는 기본으로 돌아가려는 홍승완의 시도가 마치 그의 초창기 컬렉션을 무척이나 닮았기 때문이다. 빠른 유행 변화, 다각화되는 패션 스타일 등 하루하루가 달라지는 현시대에서 트렌드를 선도하는 것보다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스탠다드 타입의 컬렉션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홍승완, 무신사를 만나다
홍승완은 상당히 섬세하다. 수작업 공정, 최상급 소재 등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고집이 남다른 것. 남성복의 전통적인 테일러링을 위트 있게 풀어내는 과정에서도 15년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쏟아내기에 팬들은 항상 그 정성에 반하고 만다. 반면 특유의 감도가 뚜렷하게 드러나 고객층이 옷의 가치를 알아주는 마니아에 한정됐다는 한계를 외면하기는 조금 버거웠다.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해 그가 선택한 방법은 그간 잊고 지내던 초기의 청사진을 다시 꺼내 리마인드하는 것이었다. 좋은 각도의 라펠, 질 높은 소재, 탄탄한 재봉의 코트에 캐주얼 아이템을 섞는 믹스앤매치 스타일. 지금은 스트리트 패션을 입는 2030세대가 클래식을 즐기는 중년이 되어서도 입을 수 있는 그런 옷. 끝내 홍승완은 머리 속으로만 그렸던 초기의 그림들을 현실화하기로 결심했다. 곧이어 진입을 확신하게 된 플랫폼은 단연 무신사였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디자이너 홍승완과 무신사의 조우는 조금 어색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트리트 성향과의 이상적인 조화를 위해 제작했다는 모자를 보면 오히려 그 시너지가 기대될 것이다. 클래식의 정도를 강조해온 홍승완의 컬렉션에서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옴펨은 무신사를 통해 보다 성숙한 느낌의 스타일링을 원하는 젊은 층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길 기대하고 있다.  


마치 첫 번째 컬렉션 같은
옴펨은 코트, 스태디움 재킷, 맨투맨, 바지, 머플러, 모자 등 약 30개의 아이템으로 첫 시즌을 전개한다. 특별한 점이라고 하면 4만원 대부터 20만원 대까지 포진된 가격대를 잊게 할 정도로 고급스럽다는 것. 그 수준은 소재, 부자재, 봉제가 메인 레이블과도 견줄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물론 아주 사사로운 몇 가지 부분에 있어서는 차이가 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울 코트를 예로 들 수 있겠다. 단단한 멜튼 울, 테일러 봉제, 오픈 커프스, 암홀 벨트, 큐프라 안감 등 대부분의 디테일이 고급 코트와 동일하다. 비슷한 코트가 로리엣 초창기에 50만원을 호가하는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5차례 이상의 리오더를 기록했다는 후문도 있다. 허나 100% 울이 아니라 단지 10%의 나일론이 섞였다는 이유만으로 가격을 절반 이상 낮춘 것이다.

스웨트셔츠, 니트도 남다르다. 니트는 울 함유량이 80% 이상이며 스웨트셔츠는 2년 전 로리엣에서 효자 품목으로 꼽힌 아이템과 퀄리티가 거의 흡사하다. 하지만 봉제가 100% 수작업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 가격을 기존 컬렉션보다 대폭 낮췄다. 알고 보면 공장에서 진행된 과정도 고작 라인을 따는 정도였기에 오히려 기존 한계점으로 꼽혀왔던 부족한 물량을 보완한 셈이다.  


유년의 감동을 표현한 컬렉션
옴펨은 1960년대 프랑스 영화 <남과 여>에서 대부분의 모티브를 얻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이 영화는 홍승완이 지금까지 수십 번을 반복해서 봤다고 할 정도로 남다른 의미가 있기도 하다. 그가 막연히 디자이너를 꿈꾸던 유년 시절부터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복장, 시대적 배경 등을 패션으로 풀어보길 원했던 영감의 원천인 것. 그리고 그 결과물이 십여 년이 지난 이제서야 옴펨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공개된 것이다.

영화 속 인물들의 모습은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다. 복장의 형식은 비슷하지만 오로지 실루엣만으로 담백하게 표현되는 남녀의 분위기. 많은 사람들이 미래지향적, 아방가르드, 올드스쿨의 멋을 외칠 때 홍승완은 그냥 순수하게 기본으로 돌아가길 원했던 것이다.

베이직하다고 해서 홍승완 특유의 위트를 빼놓지는 않았다. 심플한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가 디자이너로서 인정받을 수 있었던 ‘정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모든 이야기를 빼놓더라도 언제 홍승완의 코트를 2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겠는가. 옴펨과의 조우가 무신사와 회원들에게 클래식이 가진 완숙미를 더해주길 기대해본다.

관련링크 : 옴펨 무신사 스토어 store.musinsa.com/homf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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