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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걸음_이건용
미술

2,000원

마감

2014-06-24 ~ 2014-12-24


전시행사 홈페이지
www.mmca.go.kr/exhibitions/exhibitionsDetail.do?menuId=1010000000&exhId=201403060000059#



달팽이걸음








2014.06.24 - 2014. 12.14

경기도 과천시 광명로 313 (막계동) 국립현대미술관 제 1원형전시실





이건용 달팽이걸음 1979


전시소개

본 전시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부분은 < 신체항> < > 연작 등의 초기작들과 함께 1980년대 초의 < 무제> 연작 등 조각과 설치의 형태를 띤 작품들을 주로 소개하는 < 관계의 시작> 이다. 두 번째 부분은 < 신체드로잉> 연작을 중심으로 하여 퍼포먼스와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그 흔적을 중요한 구성요소로 삼는 회화작품들을 보여주는 < 신체적 회화> 이다. 세 번째 부분은 < 장소의 논리> < 달팽이 걸음> 등 중요한 퍼포먼스 작품들의 기록물과 함께 일상과 삶에 대한 작가의 관심이 배어나는 회화, 설치, 영상작품을 한데 모아 보여주는 < 예술도 소멸한다> 이다.

 

 

1. 관계의 시작

작가 이건용의 초기작품은 과연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근원적인 물음에서부터 출발한다. 회화란 무엇이며 조각이란 무엇인가? 미술품의 본질이 무엇이며 어디에 자리하는가에 관해 새삼스럽게 되물어보는 과정에서 작가는 먼 옛날, 과거의 시간 속으로 상상의 여행을 떠나본다. 이러한 생각의 실험을 통해 깨닫게 되는 것은 그림이 평면 위에 그려진 환영이며, 조각이란 자연물에 가한 인공적인 손길의 흔적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의 재발견이다. 작가에게 있어 이 재발견의 순간은 예술이 다시 탄생하는 순간에 다름 아니다.


때로는 전혀 미술품같이 보이지 않는 의외의 사물들이 예술작품으로 제시되기도 하는 현대미술의 세계에서, 어떤 사물이 ‘작품’이 된다함은 그 사물과 전시 공간,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관람객들이 존재한다는 상황에 달려있게 된다. 전시실의 환경 속에서, 이건용의 ‘작품’과 관객은 관계 맺기를 시작하며, 이 관계의 시작을 통해 작품은 태어난다. 그리고 이렇게 태어난 작품들을 통해 관람자는 자연과 인간의 행위, 그 사이의 관계에 대한 사유와 명상 속으로 빠져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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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항> 1971년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한국미술협회전에서 처음 발표된 이후 1973년에 파리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제8회 파리국제비엔날레에 진출하여 이목을 끌었으며, 이후 긴 세월동안 여러 전시에서 선보인 설치작품이다. 본 작품은 흙에 뿌리내린 나무를 정방형의 지층과 함께 떠내어 전시장에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상태의 작품으로, 관람객들로 하여금 인공적인 전시실의 환경 속에서 자연 상태 그대로인 듯 보이는 나무의 커다란 본체와 마주하며 직접 대면하게 만든다. 이러한 만남은 언뜻 매우 생경한 느낌을 통해 충격효과를 이끌어내면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그리고 회화이면서 동시에 설치작품의 성격을 지니는 < > 연작은 회화가 평면위에 그려진 환영이라는 기본적인 명제를 다시 한번 확인시키면서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재미와 묘미를 더한다.
 

 

2. 신체적 회화

다양한 매체를 구사하는 이건용의 예술 속에서 회화는 퍼포먼스와 긴밀한 관계를 맺는다. 그림이란 기본적으로, 그리는 이가 행한 육체행위의 결과이다. 20세기 후반 들어 여러 작가들이 그림을 기존의 방법과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그려내는 시도를 해왔다. 잭슨 폴록은 화면을 바닥에 뉘어놓은 채 그 위에 물감을 뿌리기도 했고, 루치오 폰타나는 화면에 예리한 구멍을 내기도 했으며, 일본 구타이 그룹의 작가 무라카미 사부로는 온 몸으로 화면을 통과하며 찢어낸 흔적으로 그림을 그려내기도, 이브 클랭은 타인의 신체를 붓 삼아 몸으로 물감을 찍어내어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이건용은 다시 한번 색다른 시도를 통해 새로운 그림 그리기를 보여준다. 전통적으로 그림은 그리는 이가 화면을 마주 대하면서 그려낸 결과로 나온다. 왜 화면을 마주보면서 그려야만 하는가? 작가는 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화면 뒤에서, 옆에서, 화면을 등지며, 또 화면을 뉘어놓은 채 이러한 제한조건 속에서 남겨지는 신체의 흔적을 그림 속에 담아낸다. 이와 같은 퍼포먼스의 결과로 빚어진 이미지들은, 사상 유례 없이 혁명적으로 독특한 회화언어를 개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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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드로잉> 연작은 바로 이러한 방법론을 구사한 회화언어를 통해 탄생한 작품들이다. < 신체드로잉 76-1> 은 화면 뒤에서 앞으로 팔을 내밀어 그 팔이 닿는 데까지 선을 그어나가 완성시키는 작품이다. < 신체드로잉 76-2> 는 화면을 몸 뒤에 세워두고 팔을 몸 뒤쪽으로 뻗어 선을 그어나가면서 자연스럽게 몸의 궤적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 신체드로잉 76-3> 은 화면을 몸 옆에 두고 팔을 앞뒤로 둥글게 뻗어가며 선을 그어나가 만들어낸다. < 신체드로잉 76-4> 는 화면을 탁자위에 올려두고 팔을 부목에 묶어 움직임을 제한한 뒤 단계별로 묶음을 풀어나가면서 선을 그어나가 완성한다. < 신체드로잉 76-5> 는 화면을 바닥에 뉘어놓은 채 양다리 사이로 선을 그어나가 그려낸다. < 신체드로잉 76-6> 은 화면을 앞에 두고 양팔을 좌우로 크게 뻗어 선을 그려가는 작품이다. < 신체드로잉 76-7> 은 화면을 바닥에 두고 어깨를 축으로 하여 반원형의 선을 그어나가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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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드로잉 76-8> 은 화면 앞에서 온 몸을 축으로 삼은 채 커다란 원의 형태를 그어나가는 작품이다. < 신체드로잉 76-9> 는 화면 앞에 서서 양팔을 동시에 좌우로 몸부림치듯 뻗으며 선을 그어 완성하게 된다.

작가는 이러한 몇 가지 유형의 드로잉 방법론을 여러 가지 이미지와 병치시키거나 중첩시켜 다양하게 변형해낸다. 이러한 이미지의 변주는 지속적으로 진화, 발전하여 오늘날에도 다양한 회화작품을 생성한다.

 

3. 예술도 소멸한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금언은 우리에게 매우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건용은 이를 뒤집어 “인생은 짧고 예술도 짧다”라고 도발적으로 선언한다. 사실 이건용의 작품 중 많은 것들이 행위로 이루어져 있어 작품의 실체가 그 행위를 수행하는 시간동안만 존재할 뿐, 이후에는 사진이나 영상 등의 기록물, 또는 그 흔적을 담은 잔재들로만 남아있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하지만 “예술도 짧다”라는 작가의 진술은 이렇듯 작품이 지니고 있는 한시적인 성격을 가리킬 뿐만 아니라, 삶과 예술이 유리된 게 아니라는 작가의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예술은 전시실의 벽면에만 있는 게 아니라, 바닥에도 있고, 천장에도 있으며, 우리가 매일 매일 살아나가는 일상, 그 행위 하나 하나에도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모습들이 담긴 이야기는 때때로 작가의 작품 속에 내용으로 직접 담기기도 한다. 삶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자연 그리고 예술과 이어지는 관계를 통해서 다양한 작품으로 형상화되며, 이는 천천히 꾸준하게 그려지는 궤적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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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걸음> 1979년 상파울로 비엔날레에서 처음 발표된 작품으로, 작가의 대표적인 퍼포먼스 작품이다. 자연 속 달팽이의 느린 걸음을 통해 디지털 시대 문명의 빠른 속도를 가로질러 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발표 당시에는 당대 권력에 의해 상처받은 작가의 신체를 연상하게도 만들었던 작품이다. 누가 뭐라 하건 느리면서도 꾸준한 걸음을 달팽이처럼 걸어간 뒤에 남는 궤적은 작가가 평생 일구어온 삶과 작품세계를 연상하게도 만든다. 그리고 < 장소의 논리> 1975년에 처음 발표, AG》전에서도 소개된 바 있는 작품이다. 신체의 움직임에 따라 장소의 명칭이 달라짐에 주목하도록 하여 장소와 신체의 관계를 새삼스럽게 바라보도록 만들고, 그 후에는 그러한 논리가 실제 삶의 비논리성과 맞닿도록 함으로써 언어와 예술의 관념성을 극복하며 삶의 진면목과 만나도록 이끄는 퍼포먼스이다.

이러한 퍼포먼스 외에도 작가의 여러 대형회화 및 설치작품들은 사회와 삶에 관한 문제들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이건용 신체드로잉 < 천사들> 1997



이건용 신체드로잉 < 76-1 > 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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