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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유_마술적 현실
미술

무료

마감

2012-10-23 ~ 2013-06-09


전시행사 홈페이지
www.moca.go.kr

《몽유_마술적 현실》전에 출품된 국내작가들의 작품들이 제55회 베니스 비엔날레(2013. 6.1 ~11.24.) 기간 중 베니스 중심에 위치한 LIGHT BOX에서 새롭게 구성되어 전시될 예정입니다. 따라서 본 전시는 3월 24일(일요일) 종료됨을 알려 드립니다. 관람객 여러분의 양해를 구합니다.

 

“‘예술’은 현실과 상상의 날선 경계 위에서, 무표정한 ‘현실’의 껍질 뒤에 숨어있는 미지의 존재가 지닌 보들 한 속살을 들춰내는 창조적 행위이다. ‘예술가’는 현실에 발을 딛고 서서, 상상의 공간 속으로 머리를 비집어 넣은 호기심의 화신이며, 과학적 객관성으로 무장한 완고한 ‘현실’의 틈을 비집고 쪼개는 쐐기와 같다.

 

“현실의 무미함을 조롱하는 ‘마술(상상)’과 마술의 허무함을 비웃는 ‘현실’은 공존하기 어려운 존재들이다. 그러나 이 둘은 종이의 양면처럼 서로의 존재로 인해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되는 불완전한 존재들이다. ‘현실’이 사라진 상상은 공허하며, ‘상상’이 없는 현실은 삭막할 뿐이다.

 

《몽유_마술적 현실》전은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으로 구성된 특별 주제 전시로 물리적인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현실과 비현실’, ‘꿈과 실제’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다양한 내용과 형식의 52작가 65점의 작품으로 구성되어있다.

이번 전시의 관객들은 어느 날 갑자기 토끼 굴로 뛰어들어 신비한 여행을 떠나는 ‘엘리스’처럼 시공의 경계를 뛰어넘는 ‘시간여행’의 주인공으로 초대 받게 된다. 그 곳에서 관객들은 현실과 상상이 뒤섞인 비밀스러운 공간 속을 ‘몽유(夢遊)’하며, 수많은 사물들이 주인공이 되어 자신들의 이야기를 펼치는 ‘그림자 연극’에 동참하게 될 것이다.

 

1. 시간여행자 Time Traveler

우리는 흔히 현재를 간과하고, 과거를 후회하며, 미래를 기대하는 어리석음을 반복한다. 우리 곁을 스치는 시간은 항상 변함없다. 다만 끊임없이 시간을 정의하고 소유하려는 변덕스러운 욕망이 존재 할 뿐이다.

천정에 매달린 수 십 개의 ‘비밀의 추’가 인도하는 통로를 지나, 강렬한 빛을 내뿜는 기계 생명체를 마주하는 순간 ‘이상한 세계’로의 여행이 시작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각기 다른 시간을 가리키는 ‘12개의 시계’는 절대 시간이 지배하는 현실에서 온 여행자를 혼란에 빠뜨린다. 상상의 나라에서 툭 튀어나온 듯 한 거대한 숫자들이 끊임없이 시간을 쫓는 인간의 조급함을 조롱하듯 무심히 널브러져 있다. 시공의 경계가 뒤섞인 일상의 소음이 스멀스멀 흘러나오는 수십 개의 스피커들이 끊임없이 속삭인다.

 

2. 그림자 연극 Shadow Play

넓게 개방된 원형전시실은 다양한 사물들이 등장하는 ‘그림자 연극’의 무대이다. 벽면 위를 부유하는 검은 그림자들의 율동, 거대한 망치를 들고 있는 검은 거인, 뿔 달린 짐승의 해골이 끊임없이 덜거덕거리는 이상한 기계장치, 검고 흰 점박이 무늬를 지닌 ‘집 지키는 개’, 잡다한 플라스틱 오브제를 뒤집어쓰고, 빛나는 알전구를 둘둘 감고 서있는 빛나는 스탠드 등 각양각색의 작품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품은 채 무언의 연기를 펼치고 있는 무대 위의 배우들이다.

이들은 신화와 전설, 현실과 환상, 시공의 경계를 허물고 자유롭게 소통하며 여행자들과의 대화를 시도한다. 세상 모든 ‘존재’의 분신이자 시공을 연결하는 메신저인 ‘그림자’와 함께하는 한 편의 거대한 연극이 펼쳐진다.

 

3. 엘리스에게 To. Alice

서로 등을 맞댄 4개의 ‘자폐적인 문’을 지나 들어선 공간에는 일상 속에 숨겨진 초현실적인 풍경이, 알 수 없는 기대와 흥분, 불안과 환영의 이미지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이상한 나라로 여행을 떠났던 엘리스의 흔적을 쫓는 여행이 시작된다.

움직이는 모든 것들이 사라진 적막한 놀이공원의 풍경이 괴이하다. 어색한 화장으로 감춰진 소녀들의 불안과 호기심의 눈동자가 관객의 시선과 교차하고, 눈코입이 사라진 소녀의 무서운 침묵이 공간을 채우고 있다. ‘금붕어의 복수‘가 펼쳐지는 침실의 풍경은 한 여름 밤의 악몽처럼 황홀하다. 머리 둘 달린 쌍둥이 인간의 무언의 진술(陳述)이 무대위에서 펼쳐진다. 수 십 개의 잘려진 손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날개의 스펙터클은 그 자체로 잔혹한 아름다움의 화신이다.

 

4. 몽유, 몽유 Dream Walking

어둠이 빛을 베어 먹는 시간, 고단한 현실의 숲을 헤쳐 나온 육체가 숨을 고르는 순간, 우리의 영혼은 또 다른 곳으로의 여행을 시작한다. 이곳은 순간과 영원이 결합된 초시간이 지배하는 곳, 상상가능한 모든 희로애락이, 불안과 공포가 함께 소용돌이치는 세계이다.

시간이 멈춘 듯 혼잡한 인파 속에 미동 없이 꼿꼿이 서있는 ‘바늘 여인’의 뒷모습이 서서히 흐른다. 투명하게 반짝이는 은빛 해안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 숨겨진 거대한 대공포와 수면 위를 유영하는 잠수함의 디젤엔진 소음이 알 수 없는 불안과 긴장을 유발한다. 야간 투시경에 비친 핏빛 풍경의 황홀함 뒤엔 비무장 지대의 처절한 위태함이 숨겨져 있다.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가 교묘하게 뒤섞인 환상적인 풍경의 세계.

벽면 위에 떠있는 신비로운 둥근 빛의 뭉치가 작은 손짓에 반응하며 변화무쌍한 빛의 물결을 일으킨다. 저 멀리 산봉우리 위에서 어슴푸레 떠오르는 새벽의 기운이 현실로 돌아가야 할 순간임을 말해준다. 빛이 어둠을 내쫓는 시간, Good Mor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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