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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음과 마주하는 경험 사동 30번지 - 양혜규 개인전
광고/그래픽/편집 마감

2006-08-19 ~ 2006-10-08




● 전시명: 사동 30번지 - 양혜규 개인전
● 장소: 인천광역시 중구 사동의 30-53번지 (비어있는 민가)
● 일시: 2006년 8월 19일-10월 8일
● 프레스 오픈일시: 2006년 8월 19일 오후 2시-3시
● 기획: 김현진 (연락처: 018 241 9013 / hyunjin99@gmail.com)
● 후원: 인천문화재단

독일을 중심으로 주로 유럽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여온 작가 양혜규의 국내 첫 개인전이 큐레이터 김현진과의 협업으로 오는 8월 인천의 한 민가에서 열린다. 작가는 국내에서 그간 아트선재센터의 블링크 전(2002), 에르메스 미술상 전(2003), 부산 비엔날레(2004) 등을 통해 작업을 선보여 왔으나 개인전은 이번에 처음으로 열리게 된다. 양혜규의 이번 전시는 그간 주로 해외에서 활동하면서 자국을 떠나있는 (외국의) '타자'로써 자신이 경험해온 삶 속에 놓인 정서와 사유로부터 출발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한국 미술계의 중심지를 벗어나 인천의 사동에 위치한 버려진 한 작은 가옥에서 마련된다. 사동은 인천 내에서 조차 주변화 된(타자화 된) 지역으로 집은 사동의 좁은 막다른 골목에 간신히 형체를 유지한 채 남겨져 있다. 벽지가 내려앉고 지붕에 군데군데 구멍이 난 채 망가져 있는 이 집은 오랜 시간 동안 사용되지 않은 흔적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 즉, 집으로서의 유용성은 사라진 지 오래고, 그 기능적인 혹은 사회적인 존립을 한참 벗어나 있다.



이러한 사동집의 장소성은 이번 작가의 작업과 전시의 담론을 구성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사동집은 서서히 소진되어가면서도 존재의 독특한 아우라를 형성해내고 있는데, 사동집의 생태적, 존재적 상황은 시간과 역사를 빗겨난 하나의 멜랑코리아적 공간으로 집약될 수 있다. 이러한 집의 형상과 현재를 바로 작가는 사회와 일상의 모든 판단의 잣대를 적용해 낼 수 없는 절대적 장소로써 관찰하며, 이러한 공간 속에 작가 자신을 반영해 내고 있다.

작업은 작가가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보다 자유롭게 전개되었는데, 주로 사동집의 생태적 특성으로부터 얻어진 빛과 반사, 관조와 수용 등의 개념을 바탕으로 작업을 시도하였다. 예를 들어 순간적으로 강한 빛을 내는 스트로보 라이트로 일종의 정지상태를 연출하거나, 종이접기라는 1차원이 3차원으로 변모하는 오묘한 작은 공간의 생성들을 집약하는 방법론을 취하거나, 그 집을 중심으로 한 특정한 풍경을 살펴보면서 쉬어갈 수 있는 전망대를 외부 장독대에 마련하는 등. 집의 외관과 그 아우라는 유지하되 내부로 들어가면서 관객들이 차차 새로운 발견과 경험의 깊이를 더할 수 있도록 작업들이 설치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사동집에 대한 섬세한 해석을 시도하는 양혜규의 이번 작업들은 그간의 개인적 경험과 인식에 존재하는 "은유적 홈리스/ 상징적 고향 "이라는 측면과 ‘멜랑코리아’에 대한 일련의 미학적 반영(反省, reflection)으로 살펴볼 수 있다. 이미 개인 주택을 이용한 전시의 예들은 있어왔으나, 이번 양혜규 개인전은 단순히 집이라는 매개를 통한 장소 특정적 설치나 공공 프로젝트를 목적으로 하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작가는 사동집 속에 집약되어 있는 그 장소성의 다층적인 의미망에 대해 심도있는 접근을 보이면서 자신의 특유의 사유적 측면을 드러내고 있고, 이것이 이번 전시의 차별점이 될 것이다. 전시는 작가의 관조적 시선과 타자적 존재로써의 주체에 대한 확장된 성찰을 통해 완성될 것이며, 나아가 관객에게 오늘날의 비정주적 삶의 근본적 의미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한편, 전시 기간 중 따로 관리자 없이 관객 스스로가 전시장 문의 자물쇠 번호를 열고 정해진 관람 시간 없이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관객 또한 은밀하게 전시의 여정을 함께 나눌 수 있다. 전시장을 찾는 관객들은 "낯설음과 마주하는 경험"을 나누어 가지게 될 것이며, 동시에, 후미진 도시 일부를 새로이 경험할 것이다. 끝으로 이 전시를 찾아가는 과정이 타자가 또 다른 타자의 고향을 방문하는 하나의 상징적 여정이자, 아직 밝혀지지 않은 타자들의 공동의 존재적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 되길 기대한다.





작가 양혜규(1971년 서울 생)는 현재 베를린과 서울에 거주하면서 활동 중이며, 서울대학 조소과와 프랑크푸르트 미술학교 일명 ‘슈테델슐레’를 졸업했다. 현재 유럽을 중심으로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데, 2002년 유럽의 젊은 작가들이 참여하는 주요 비엔날레인 마니페스타 및 2004년 광주 비엔날레, 부산 비엔날레에 참여했고, 올 해 10월 상파울로 비엔날레 참가를 앞두고 있다. 최근 네델란드의 유트레히트시의 BAK에서 개인전 언이븐리를 개최했으며, 네델란드의 데 아펠, 독일 헷센주 주립 미술관, 독일 ZKM 등등 다양한 기관과 유수 유럽 미술관에서 개최된 그룹전에 참여했다. 국내에서는 아트선재의 2002년 블링크, 2003년 에르메스 미술상 전, 2004년 믹스막스 전 등을 통해 소개되었다. 작업과 이론적인 활동을 병행하면서 국제 워크샵 및 심포지엄에도 참가하거나 기고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우적(Friendly Enemies)의 멤버로 “마돈나 루이자 베로니카 치치오네”라는 잡지를 발간하고 있다.






김현진은(1975년 홍성 생) 아트선재센터(2001-2003)와 네델란드 반아베 미술관 Vanabbe Museum 객원 큐레이터(2005), 2005년 이스탄불 비엔날레 큐레이토리알 어시스턴트 등을 거쳐 현재 독립 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 홍익대학교 예술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스웨덴 말뫼 크리티컬 스터디즈 프로그램을 마쳤다. 리얼리티 바이츠(대안공간 루프, 2002), 상하이 양광찬란 전(상하이 비즈아트센터 2003), 마니팩쳐 전(아이슬랜드 리빙아트스페이스, 2004) 거기에서 하얀 김이 피어나고 있다(상명여대 전시장, 2004),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국내, 독일, 스웨덴 비디오 상영, 2003-2005), 밝힐 수 없는 군중Undeclared Crowd(반아베 미술관, 2006) 등의 전시를  기획했다. 양혜규, 김장언, 이주요와 함께 우적의 멤버로 “마돈나 루이자 베로니카 치치오네”라는 잡지를 발간하고 있으며, 인사미술공간의 객원 큐레이터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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