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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쪼록 메리 크리스마스!

제1회 2016 크리스마스 광고, 당신의 선택은? (11/25/2016)
제2회 산타클로스를 믿을 나이는 지났으니까 (12/5/2016) 
제3회 한국인에게 빨간색이란? (12/9/2016) 
제4회 전시, 네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해봤어 (12/15/2016) 
제5회 크리스마스는 분위기지 (12/21/2016) 


 


 

크리스마스의 색은 단연 빨강이다. 그런데 이 빨간색은 우리 한국인과 꽤 밀접한 관련이 있다.

 

4년에 한 번 대한민국이 빨개질 때 (사진제공: 문화체육관광부)

4년에 한 번 대한민국이 빨개질 때 (사진제공: 문화체육관광부)

 

 

빨간 돼지저금통

먼저 저금통이 돼지의 모양을 하게 된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돼지를 다산을 상징하는 동물로 생각한 것에서 비롯됐다. 복스러운 돼지가 부를 가져다준다는 것. 그렇다면 왜 하필 빨간색일까? 선명하고 확실한 이미지의 붉은색은 예로부터 ‘신용’과 ‘복’ 또는 ‘깨끗한 마음을 전달’하는 의미로 많이 사용됐다. 신원을 보증하는 인주와 행운을 비는 부적에 붉은 계열의 색이 주로 쓰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집에 빨간 돼지저금통이 없어서 그렇게 돈이 안 모였나 싶기도 하다. 

 

그나마 조금 예뻐진 듯

그나마 조금 예뻐진 듯

 

 

붉은 악마

서포터즈로서 붉은 악마의 모태는 1990년대 PC통신 하이텔의 ‘축구 동호회’지만, 붉은 악마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된 건 1983년 멕시코 세계 청소년 축구대회다. 당시 한국 팀은 깜짝 4강에 진출했고, 외신들은 붉은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들을 ‘붉은 악령(Red Furies)’라고 칭했다. 이 표현이 국내에 번역되는 과정에서 ‘악령’이라는 비호감 용어 대신 ‘악마(devils)’로 바뀌었다. 그러다가 2002년, ‘Be the Reds’가 박힌 붉은 티셔츠와 함께 4,700만 국민은 모두 붉은 악마가 됐다. 

 

빨간 마후라

머플러 아니고 마후라. 빨간 마후라는 대한민국 공군 파일럿의 상징이다. 1951년 강릉기지에서 김영환 장군이 형수의 새 치마 색깔이 예뻐서 자투리 천을 얻어다가 머플러로 둘렀다는 것이 통설이다. 이후 1964년 신상옥 감독은 동명의 제목으로 영화를 만들었는데, 한국 공군 조종사들의 전우애와 사랑이 주제다. 영화의 주제곡이었던, 역시 동명의 <빨간 마후라>는 후에 정식 군가로 인정받았다. 참고로 2012년 8월 개봉한 <R2B: 리턴 투 베이스>는 위 작품의 후계작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결과는 예상대로 폭망.

 

빨간 내복

원래 내복은 그 성질상 밝고 깨끗한 느낌이 어울리는데 유독 우리나라는 빨간 내복이 내복 시장을 주름잡았다. 없이 살았던 그 당시 빨간 염색약이 많이 남아서 그랬다는 설도 있고, 거칠고 싼 옷감이기 때문에 섬유 표면이 균일해 보이려면 그나마 빨간색이 가장 적당해서 궁여지책으로 그랬다는 설도 있다. 이외에 우리나라에 내복이 대중적으로 소개된 1960년대 신앙촌에서 나온 엑슬란 내복의 색이 (하필) 빨간색이었기 때문에, 이때부터 빨간 내복이 내복의 대명사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빨간약

“넘어졌구나. 빨간약 바르자”, “머리 아프니? 빨간약 바르자”​. 온 국민의 만병통치약이 존재하던 시기가 있었다. 흔히 ‘빨간약’으로 불리는 머큐로크롬은 상처의 소독과 치유뿐만 아니라 환자의 심리적인 부분까지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 정열을 상징하는 빨간색은 그 자체로 상처 부위를 완화시켜주고 충혈된 부위를 풀어주는 데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머큐로크롬은 수은 함유 문제로 인해 이후 포비돈 요오드로 대체됐는데, 엄밀히 따지면 이건 갈색에 더 가깝다.

 

오늘날의 빨간약은 이런 모양이다

오늘날의 빨간약은 이런 모양이다

 

 

빨간 고무장갑

국내에서는 1976년부터 고무장갑을 생산해오고 있다. 고춧가루가 많이 들어가는 한국 고유의 김치 문화 때문에 처음엔 빨간색 고무장갑만 생산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1985년엔 핑크색, 1993년엔 상아색 장갑도 내놓았다. 김치를 많이 담그는 대형 음식점이나 구내식당에서는 빨간색을, 가정에서는 핑크색을 주로 쓴다. 호텔이나 고급 음식점에서는 상아색을 선호한다. 빨간색 고무장갑을 본 적 없는 외국인에게 혐오감을 줄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다.

 

고무장갑은 빨강이지

고무장갑은 빨강이지

 

 

빨간 새우깡과 초코파이

‘손이 가요 손이 가 새우깡에 손이 가요~’라는 로고송과 함께 45년간 대한민국 과자계를 장기 집권하고 있는 새우깡의 봉지는 빨간색이다. 일반적으로 붉은 계열의 색은 식욕을 왕성하게 한다. 빨강은 공복감을 불러일으키고 소화작용을 돕는 색이기 때문이다. '초코파이 情'의 포장도 빨간색이지만, 그 이유는 조금 다르다. 사실 처음엔 파란색이었다. 제품 광고의 주 콘셉트인 ‘정(情)’에 따뜻하고 정감 있는 이미지의 빨간색이 적격이라는 판단에서 교체했다고 한다.

 

보기만 해도 정이 느껴진다

보기만 해도 정이 느껴진다

 

 

빨간펜

‘빨간펜으로 이름을 쓰면 죽는다’라는 미신이 있었더랬다. 두 가지 설이 존재하는데, 첫 번째는 계유정난이다. 반정을 일으킨 세조가 방명록에 반대파의 이름을 빨간색으로 표시했는데 모두 제거당했다. 이후 빨간색으로 이름 적는 것을 기피하게 됐다는 것. 두 번째는 6.25 전쟁이다. 당시 국군에서는 사망한 병사의 이름에 빨간 줄을 쳤고, 전사 통보서에도 이름을 빨간색으로 기입했다. 이때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죽은 사람의 이름을 붉은색으로 썼고, 빨간펜 미신으로 이어졌다는 설이다.

 

미신은 미신일 뿐

미신은 미신일 뿐

 

 

빨간 곤룡포

곤룡포는 왕이 입는 옷이다. 당시 중국 황제의 곤룡포가 세계의 중심이라는 의미에서 황색이었고, 우리나라 왕은 그 다음 색인 붉은색을 입었다. 사실 붉은색은 강력한 생명력을 표현하고 양기의 충만함을 의미하기 때문에 왕이 입기에 안성맞춤이다. 그럼에도 색 중의 으뜸은 황색인지라, 나중에 고종 황제가 대한제국을 선포하면서부터 우리나라 왕도 황색 곤룡포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대신 붉은색 곤룡포는 황태자의 용포가 되었다. 

 

볼빨간 사춘기

대한민국의 음악 듀오이며, 2016년 4월 데뷔했다. 멤버는 안지영과 우지윤이고, 둘 다 경북 영주 출신이다. 팀에서 우지윤은 부끄러움이 많다는 이유로 ‘볼빨간’을, 안지영은 사춘기 소녀처럼 행동한다는 이유로 ‘사춘기’를 맡고 있다. 데뷔 앨범 <Full Album RED PLANET>의 수록곡 <우주를 줄게>가 2016년 9월 역주행하면서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Mnet <슈퍼스타K 6>에 4인조 그룹으로 출연한 바 있다.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록 밴드 ‘다섯손가락’의 1집 음반에 수록된 곡으로, 멤버 이두헌이 어느 수요일 날 첫사랑 여인을 위해 작곡했다. 왜 하필 빨간 장미를 수요일에 주라는 걸까? 조선간호대학교 김유정 교수는 “빨간색이 주는 강한 인상은 프러포즈의 성공 확률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수요일은 일주일 중 가장 우울한 요일이다. 감정이 가장 배고파하는 요일인 수요일에 고백하는 것이 좋다. 비까지 내린다면 분자 운동이 활발해서 장미 향기가 더욱 진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빨갱이

빨갱이는 공산주의자를 비하할 때 주로 사용한다. 북한과 대치 중인 특수한 정치 상황 때문에 한국인에게 빨갱이는 꽤 오랜 기간 금지어이자 속어였고, 덩달아 빨간색 역시 그다지 선호하는 색이 아니었다. 하지만 2002년 월드컵 당시 붉은 물결이 한반도를 휩쓴 바 있고, 2012년엔 대한민국 우파의 대표 정당이 상징색으로 빨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제 색깔로 정치 성향을 나누고 특정 계층을 조롱하는 것은 좀 무의미한 일이 돼버렸다.

 

 

에디터_ 추은희(ehchu@jung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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