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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사물을 예쁘고 보기 좋게 하는 것’이라는 설명은 이제 디자인의 순기능을 설명하기엔 부족해 보인다. 사회는 변화했고 사람들의 지각도 달라졌다. 시각을 넘어 오각을 자극할 수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인간의 심리와 정서까지도 아우르는 것이 이 시대의 디자인의 역할이다. 우리는 더욱 많은 것을 디자인에 원하고 있다. 그 이유는 디자인이야말로 사람을 변화시키고,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원동력을 지닌 것이기 때문이다. 디자인이 보여줄 새로운 가능성은 분명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 줄 것이다. 디자인은 무엇을 추구해야 하며 우리는 디자인에 무엇을 바라는가. ‘Design Decade'는 한해를 마무리하며 앞으로 그 존재감이 더욱 커질 디자인들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디자인, 디자인이 품는 새로운 가치들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기획 및 진행 | 미디어정글 편집부
디자인 | 이가영
제1회 호흡하는 디자인, 사람들의 감성을 열다 (12/2/2010) 
제2회 모두를 위한 디자인, 사람을 향하다 (12/9/2010) 
제3회 우리 모두를 위해 가장 시급한 일, 윤리적 디자인 (12/16/2010) 
제4회 서비스디자인,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 내다 (12/23/2010) 
제5회 디자인, 당신에게 거는 기대 (12/30/2010) 



하나의 개념이 정착하기까지는 끊임없는 트랜스 포밍이 전제되어야 한다.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디자인 개념인 서비스디자인도 그러하다. 오직 스타일만이 최우선이던 디자인의 한계를 넘어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는 디자인이 제시되고 있는 지금, 서비스디자인의 인식은 지금도 계속 진화 중이다. 단순히 ‘서비스를 디자인하여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것’이라는 정의를 넘어서서 ‘사용자의 행동변화를 이끌어내는 디자인’으로의 전환이 바로 그것. 2010년 지식경제부에서 진행하는 서비스디자인 프로젝트의 책임연구원 SD. Lab의 최미경 소장을 만나 프로젝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들을 들어보았다.

에디터 | 이은정(ejlee@jungle.co.kr)
사진제공 │ SD. Lab

국내에서 처음 발간된 서비스디자인 분야 전문서인 ‘서비스디자인 시대’의 공저자이기도 한 최미경 소장은 KTF에서 CI/BI 매니저로 일하던 시절, 처음으로 서비스디자인이라는 개념을 접했다. 회사의 특성상 고객들에게 제공할 무형의 서비스에 대해서 늘 고민하던 그녀에게 이 개념은 색다르지만 흥미진진한 주제였다고.

“KTF에 근무하던 시절, 가장 고심했던 부분이 고객과의 만족스러운 터치포인트를 어떻게 찾아가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와 함께 ‘서비스디자인 시대’를 공저하신 표현명 본부장님께서 당시 늘 강조하시던 말씀이 바로 ‘디자인 경영’이라는 개념입니다. 우리는 무형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인데 이걸 어떻게 디자인화시킬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죠. 당시 저의 모든 고민이 바로 디자인이었어요. 그러다가 접하게 된 개념이 바로 서비스디자인입니다.”

최미경 소장이 책임연구원을 담당하고 있는 지식경제부의 서비스디자인 연구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 redesign’ 프로젝트는 크게 세 가지의 가설을 바탕으로 진행되고 있다. 다양한 조사방법을 통해 사용자를 집중적으로 관찰하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업을 통해 디자인 결과물을 완성하는 ‘서비스디자인 방법’이 복잡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이 그 첫 번째이고 단순나열식의 고지서 디자인을 서비스디자인 개념의 시각정보 디자인으로 개선함을 통해 정보의 질과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이끌어낸다는 점이 그 두 번째이다. 더불어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 디자인의 시각정보 체계를 ‘서비스디자인적 방법’을 통해 개선하여 에너지 절약이라는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이 그 세 번째.

“지금까지의 디자인이 스타일 위주였다면 요즘은 지식융합 디자인의 중요성이 많이 이야기되고 있지요. 하지만 전혀 다른 분야의 전문가인 수학자나 철학자가 어느 시점에서 그 연구에 투입될 수 있는 지는 아무도 몰라요. 들어오고 싶어도 들어올 위치가 없는 거죠. 하지만 서비스디자인에는 다른 분야와의 협업이 가능한 프로세스가 존재합니다. 그러한 요소들을 검증하기 위해서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공공서비스의 여러 가지 분야에서 좀더 광범위하게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고 이해도 가능한 무언가를 하고 싶었어요. 이를 위해 서비스디자인적 방법이 유효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지요. 공공의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는 화두들, 이를테면 범죄예방, 의료환경 개선 등 여러 가지 내용 중에 ‘에너지 절약’을 주제로 잡았고 짧은 시간 안에 이 방법이 유효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고지서 디자인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작은 내용이지만 이 것을 통해서 큰 문제까지 핸들링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최미경 소장을 중심으로 한 연구팀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기에 앞서 철저한 리서칭 작업을 진행했다. 가장 선행되어야 할 것은 표본집단을 선정하는 일. 에너지 절약이라는 중심적 가치를 꾸준히 가지고 갈 수 있는 중산층 이상의 아파트 세 곳이 표본집단으로 선정되었다. 이어진 작업은 기존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를 분석하는 일이었다. 모든 고지서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사항은 의미를 알 수 없는 숫자들의 나열과 뒷면에 도배된 광고들. 시선의 흐름에 따라 적절하게 배치되어야 할 중심사항들은 제각각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있었다.

“기존 청구서 분석을 마친 후 처음 했던 작업은 에너지 절약과 관련된 국내외의 서비스디자인 방법들을 리서칭하는 일이었습니다. 영국 같은 곳은 직접 가서 사례들을 살펴보고 취재와 촬영을 진행했지요. 사람들은 보통 자기가 얼마나 에너지를 쓰고 있는지를 몰라요. 영국에서는 서비스디자인을 통해 에너지 사용량을 5~15% 정도 줄인 사례가 있지요. 고지서 프로세스 같은 경우는 보통 네 가지로 나뉩니다. 과정 자체가 매우 중요했어요. 발견을 통해 프로젝트와 관련된 모든 이해관계자가 육하원칙에 입각한 사용자 맵을 만들었습니다. 이런 방법들을 통해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어요. 이렇게 얻어진 아이디어들을 가지고 가상의 사용자, 페르소나 모델들을 만들었습니다. 이 사람에게 어떠한 디자인 개념을 적용시킬지를 고민하고 실천 가능한 디자인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거기서 다시 저희가 만든 평가 프로그램을 넣어서 그 방법이 얼마나 유효한지를 검증했죠. 함께 진행된 것이 워크샵 작업입니다. 심리학자, 인류학자, 마케터, 디자인전문가, 기자, 작가까지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 직접 고지서를 받아볼 사용자까지 함께 워크샵을 통해 작업을 진행했어요. 어떤 식으로 에너지를 쓰고 있는지 패턴을 분석하고 가장 중심이 되는 사용자를 리서치 하여 고객 여정맵을 그리고 심지어는 디자인까지 함께 진행해보았습니다. 더불어 사람들이 에너지를 어떻게 쓰는지를 다양한 방법으로 시각화시켰지요. 그 짧은 기간에 이 내용과 관련하여 공모전도 개최하기도 했고요. 이어서 가상의 사용자를 선정, 우리의 디자인을 통해서 그의 행동에 어떠한 변화가 일어날 지에 대해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서 사용 제한이 가능하도록 했지요. 이번 주에는 선호도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이런 식의 서비스디자인 기획이나 진행은 아마 처음일 듯싶어요.”

국내에서도 서비스디자인의 사례들은 종종 보고되고 있다. 인간적인 의료서비스를 표방하고 있는 제너럴 닥터나 현대카드 에어라운지 등이 바로 그 것. 하지만 최미경 소장은 서비스디자인에는 단순히 ‘디자인된 서비스’ 이상의 그 무엇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IDEO나 엔진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서비스디자인 중심 에이전시입니다. 하지만 이들에게 실제로 그 서비스디자인을 통해 어떤 효과를 봤는지 물으면 보통 그건 용역범위가 아니라고 이야기합니다. 요즘 진행하고 있는 디자인정책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비판을 합니다. 단지 외관만 바꾼 채 예산낭비만 하고 있다고. 저는 디자인에는 꼭 스타일이 있어야 한다고 봐요.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그 디자인을 통해 사용자의 행동이 어떻게 변화하느냐인 것입니다. 국내의 서비스디자인 사례들을 보면 단순히 장사 안 되는 곳의 서비스를 디자인적으로 개선해서 매출을 높였다라는 식의 이야기가 많은데 그건 서비스디자인이 아닙니다. 단지 새로운 비즈니스 개념일 뿐이죠. 서비스디자인이란 기본적으로 사용자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조금 재미있고, 조금 흥미롭고, 조금 트렌디한 것이 서비스디자인일 수는 없어요. 또한 해외에서 서비스는 정말 많은 비용이 들어야 하는 항목인데 우리나라에서 서비스는 탕수육 시키면 따라오는 군만두 같은 존재에요. 디자인을 비롯한 서비스는 공짜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죠. 이런 인식부터 개선되어야 합니다. 단지 옷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융합된 전문지식을 디자인화 시키는 방법들을 밟아가는 것이 바로 진정한 서비스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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