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홈 | 매거진정글 | UCC정글 | PLAY정글 | SITE갤러리 | 디자인북 | 공모전 | 전시행사 캠퍼스정글
정글홈 정글매거진 홈
스페셜 디자인담론 포커스앤리뷰 이슈앤칼럼 피플 DStudio 월드 디자인나우 오픈리포터
프로덕트 그래픽 브랜드 디지털미디어 스페이스 아트앤패션 북리뷰 지금업계는 B캐스트
개인 기업    
   
전체보기
기업 뉴스 관리
미니언즈, 참치 캔이 되다..

Help
문의함 | FAQ | 서비스안내


전세가가 오르면 전세민은 다른 거주지를 찾아 ‘떠나거나’ 인상된 세를 어렵사리 ‘지불해야’만 한다. 이러한 현상은 먹고 자고 쉬는 주택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과거 버림받았거나 발전이 미약했던 도시의 개발로 임대료가 오르고 결국 해당 지역에 터전을 마련하고 있던 이들이 임대료 상승을 감당하기 힘들어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은 이미 수년 전부터 우리의 삶에 도드라진 현상이 됐다. 디자이너를 포함한 예술가들은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한 공장 밀집지역 등에 모여 살아왔다. 하지만 이들의 활동으로 해당 지역의 분위기가 바뀌고 상권이 형성되면서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는 예술가들은 어느 부류보다 가장 먼저 마을을 떠날 수밖에 없게 된다.

이같은 예술가들의 이동성은 도시재생과 문화적 가치의 존속이라는 양 측면에서 고찰해볼 필요가 있다. 과연 우리 사회는 도시와 예술가의 공존이 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없는 것일까?


기획 및 취재 ㅣ 매거진정글 편집부
디자인 ㅣ 임애라
제1회 떠나지 않고 머물 권리 (11/10/2015)
제2회 예술가여, ‘멋있게’ 쫓겨나라 (11/24/2015) 



우리 모두는 따뜻한 둥지를 원한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니 여기저기 떠돌지 않고 한 곳에 쭉 머물며 지낼 수 있는 온전한 나의 공간이 더욱 절실해진다. 계절이 바뀌면 이동하는 철새들도 때가 되면 다시 돌아와 제 집을 찾는다. 이렇게 ‘공간’은 인간, 동물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중요하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안락하게 머물 곳을 찾아 정착하거나, 혹은 내가 몸 비비고 살던 그리운 그곳에 돌아갈 권리가 있는 걸까.

에디터 | 최유진(yjchoi@jungle.co.kr)

철새와 둥지, 찬바람은 공교롭게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정들었던 공간을 떠나야만 하는 이들의 처지를 더욱 딱하게 만든다. 떠나야 하는 이들은 어딘가에 둥지 틀고 살며 자신의 시간을 쌓아온, 그렇게 그 지역이 ‘뜨게’ 만든 이들이고 떠나 보내는 자는 그들이 머물렀던 거처의 진짜 주인이다. 2배의 임대료를 받는 것은 고사하고 무조건 재계약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건물의 소유자인 ‘주인’이 나가라니 나가야겠지만 왠지 굴러들어온 돌에 쫓겨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단순한 자격지심 탓일까.

‘나쁜 놈’, ‘좋은 놈’을 따지듯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을 논할 수는 없다. 당장 눈앞에 ‘돈’ 보이니 내가 건물주라 해도 좀 더 돈을 버는 방법에 힘을 싣고 싶을 터. 하지만 그 과정에 생겨나는 문제는 분명 그저 그렇게 넘어갈 문제는 아니어 보인다.

젠트리피케이션
네이버 지식백과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을 ‘구도심이 번성하면서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이르는 용어’라 설명하고 있다. 영국의 전통적인 중간계급을 뜻하는 ‘젠트리(gentry)’에서 파생된 말로 영국의 사회학자 루스 글래스(Ruth Glass, 1912~1990)가 1964년 도심의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했다. 노동자들의 거주지에 중산층이 이주해오면서 이로 인해 지역 전체의 구성과 성격이 변하는 현상을 가리키며 처음 사용했다고. 낙후 지역에 외부인이 들어와 지역이 다시 활성화되는 현상을 뜻했지만 최근에는 외부인이 유입되면서 본래 거주하던 원주민이 밀려나는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쓰인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두고 분명하게 돈을 돌게 하는 긍정적인 흐름으로 바라보지만 이러한 사회적 현상은 누구에게는 삶을 더욱 고되게 하는 불쏘시개가 되기도 한다.

어쨌든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젠트리피케이션은 가난한 예술가들이 모였던 파리의 몽마르트르 언덕이 세계적인 관광지가 된 것이나 젊은 예술가들이 자리 잡기 시작해 소호거리가 유명해진 것, 많은 아티스트들의 모여 살기 시작한 덕에 브루클린이 ‘아티스틱’한 동네가 돼버린 그러한 현상들이다. 이곳들은 모두 처음엔 노후했지만 예술가들이 자리를 잡고 살기 시작하면서 문화적으로 뚜렷한 색을 지니게 되고 그 덕에 유명해지고 화려해졌다.

젠트리피케이션에 ‘등 떠밀리는’ 과정
그렇다면 젠트리피케이션은 예술가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어떠한 과정으로 지역이 뜨고 예술가들은 이동하게 되는 것인지 그 과정을 살펴보자.
가난한 작가들은 저렴한 임대료를 찾아 버림받거나 황폐한 지역, 낙후된 지역을 찾아 작업실을 차리고 그곳에서 작업 활동을 펼친다. 점차 지역의 작가군이 형성되면서 그들은 각자의 활동뿐 아니라 지역 예술축제를 열기도 한다. 그러한 예술활동은 지역과 함께 주목을 받는다.

영리 추구가 아닌 작가들의 공생을 목적으로 하는 복합문화공간을 통해 문화지역으로 주목 받는 경우도 있다. 작가들의 이익뿐 아니라 프로젝트 기획 등을 통한 전시 활동 등 일반인들에게도 볼거리를 제공하는 이러한 공간들이 한두 곳만 모여도 그 지역은 빠르게 입소문을 탄다. 큰 욕심 없이 조용한 곳에서 동네사람들 상대하려고 자리한 작은 카페들도 늘어나는 구경꾼들에 바빠진다. 이러한 공간들을 전하는 각종 SNS를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자연스럽게 유동인구가 많아지고 낙후됐던 지역은 변화를 맞이한다. 건물주들의 마음에도 변화가 찾아온다. 사람들의 관심 밖이었던 동네가 어느 날 문화예술지역으로 매체를 타고 주목을 받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그를 증명하고 있으니 임대료는 슬슬 튀어 오를 준비를 한다. 임대계약 만료가 다가오면 건물주들은 2배 이상에 달하는 임대료를 요구하거나 재개발 혹은 자신의 가게를 내기 위해 재계약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임대인들과 임차인들의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두리반’, ‘작은나무’, ‘테이크아웃드로잉’의 일들이 다 그러한 예다.

가난한 예술가들의 입장에서 2배이상 뛰는 임대료는 어떻게 해볼 수 없는 노릇이니 결국 다른 곳, 더 싸고, 더 낙후된 곳을 찾는다. 2배의 임대료를 감당하겠다고 마음을 먹어도 2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계약기간이라면 상황은 또 달라진다. 임대료를 마련하고도 이렇게 짧은 계약기간, 또 다가올 이사가 두려워 아예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이사를 가서 둥지를 틀고 새롭게 잘해보자는 뜻으로 벽화를 그린다. 벽화를 그리면 ‘예술동네’가 된다는 말도 있다. 지역이 알려지고 임대료가 오르고 작가들은 또 짐을 싼다. 홍대에서 상수동으로 상수에서 문래동으로, 연남동으로, 성수로, 해방촌으로 작가들은 옮기고 또 옮긴다. 지금 자리한 곳의 임대료가 또 오르면 작가들은 어디로 갈까. 이들의 움직임도 걱정스럽지만 이들이 머물렀던 곳이 ‘개발’ 이라는 이름으로 제 색을 다 잃고 하나같이 비슷한 모습으로 변해가는 것도 참 안타깝다. 이러다 서울 구석구석이 모두 다 똑같은 ‘문화예술지역’이 되진 않을까 하는 염려도 든다.

문화 예술에 힘입어 유명해진 동네
마포구_ 홍대앞, 상수동, 연남동, 연희동, 망원동

홍대앞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논할 때 대표적으로 꼽히는 곳이다. 홍대 미대와 수많은 미술입시학원들, 화방, 피카소 거리가 있던 홍대앞은 미술의 거리로 대표되는 곳이었다. 실로 많은 작가, 디자이너들이 홍대앞에 작업실을 차렸고 색깔 있는 밴드들의 공연과 음악을 들으러 가기 좋은 개성 있는 클럽들, 허름한 술집들이 자리하며 젊은이의 거리가 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낭만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 브랜드 음식점과 커피전문점, 블로그를 장식하는 맛집, 수많은 옷가게들이 자리를 메웠다. 옛날엔 그저 집 몇 채 있었던 작은 골목길도 ‘금싸라기’가 됐고 그나마도 빈 곳이 없을 정도다. 홍대앞에 작업실이 있는 작가는 ‘가진 자’로 평가되고 이제 홍대앞은 먹고 놀고 쇼핑하기에 완벽한 조건을 갖춘 곳으로 자리매김했다.

홍대앞에서 예술가들이 추구했던 그 작가적 감성은 합정동과 상수동으로 넘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상수동에 예술가들이 자리를 잡고 스튜디오를 오픈하고, 그들의 작업실을 구경하는 사이 이곳은 홍대앞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변화했다.
연남동과 연희동은 홍대앞과 상수동의 맥을 잇는 곳이다. 한적한 것이 좋아 이곳에 자리를 잡은 문화예술인들에게 변화가 어떨지 모르겠지만 어느새 이곳은 문화 꽤나 ‘한다’는 사람들이 비교적 조용한 문화예술적 감성을 드러내고 싶을 때 찾는 ‘명물’이 됐다. ‘연트럴파크’라는 별명은 경의선숲길의 개방 후 붙게 된 연남동의 별명이다. 동진시장, 플레이스 막&막사 등을 통해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곳이 됐고 어느새 관광객들로 붐비게 됐다.

망원동의 커뮤니티 카페 ‘작은나무’는 높아진 임대료를 내지 못해 쫓겨날 뻔했던 일화로 매스컴을 탔던, 젠트리피케이션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곳이다. 성미산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출자를 해 마을기업이 된 이곳은 8년간 자리를 지켜왔다. 계약기간 만료 후엔 건물주의 재건축 계획으로 인해 2배 이상 뛴 임대료와 관계없이 재계약을 할 수 없었지만 건물주가 재건축일정을 2년 뒤로 미루면서 위기를 넘겼다고. 작은나무 카페는 단순히 젠트리피케이션의 현상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세입자가 직접 정성을 들여 공간을 꾸미고 상권을 만든 것에 대한 권리 즉, 그들이 만든 유·무형의 자산에 대한 권리를 주장한 매우 중요한 사례로 꼽힌다.

종로구_ 인사동, 삼청동, 북촌, 서촌, 대학로
인사동은 골동품, 화랑, 표구, 전통 공예품, 전통 찻집과 음식점들이 많이 몰려있는 지리적,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곳으로 1988년 서울시에 의해 ‘전통 문화의 거리’로 지정됐다. 인사동은 서울을 대표하는 관광지이자 외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곳 중 하나로 내·외국인할 것 없이 늘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전통문화보단 made in china 라벨을 달고 있는 관광상품들과 액세서리, 각종 브랜드 매장들과 패션잡화가게들이 즐비한 곳이 됐다.

시끌벅적한 인사동을 피하고 싶었던 사람들이 삼청동을 찾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삼청동도 순식간이 혼잡해졌다. 가회동, 안국동, 계동, 재동과 함께 북촌이 삼청동에 포함되는데 옛 정취가 살아있는 한옥 건물들 사이로 작은 공방과 갤러리들이 자리했던 삼청동에도 수많은 카페들과 음식점, 브랜드 매장, 각종 액세서리와 잡화, 옷 등을 판매하는 숍들이 들어섰다. 그래도 한옥의 보존으로 북촌의 색깔을 느낄 수 있어 다행스럽다.

경복궁 서쪽마을을 일컫는 서촌은 북촌에 비해 ‘아직’ 조용하다. 겸재 정선과 추사 김정희, 화가 이중섭과 이상범, 시인 윤동주와 이상이 살았던 서촌에는 효자동, 창성동, 통인동, 누상동, 누하동, 옥인동, 청운동, 신교동, 궁정동이 포함된다. 이곳에 있는 한옥들은 대부분이 ‘개량 한옥’으로 예부터 예술가들이 많이 살았다고 한다. 북촌보다 조용하고 골목 옛 정취와 분위기가 좋아 이곳에 작업실을 내는 예술가, 작가, 디자이너들도 있고 옛 공간을 활용한 전시공간, 예술 프로젝트 등 문화적인 움직임을 통해 골목길 구석구석이 문화예술지역으로 알려지면서 임대료가 올라가고 있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선 아직 시작단계에 있다.

강남구_ 가로수길
신사동 가로수길도 ‘예술가의 거리’라 불리던 때가 있었다. 1990년대 그래픽 회사와 화랑이 많았던 시절에는 그랬다. 하지만 현재 가로수길에서 예술가의 흔적을 찾기란 쉽지 않다. ‘비싼 동네’ 가로수길은 똑같은 물건이라 해도 고급지게 하고 비싸게 하는 마법의 힘을 지녔다. 물론 최근 눈에 띄게 늘어난 드러그스토어(drugstore)의 제품들은 다른 지역의 물건들과 가격이 같지만 말이다. 가로수길은 이제 ‘뷰티 로드’라 불리지만 편집숍, 고급카페, 유명 맛집들도 많다.

영등포구_ 문래동
문래동은 철강소가 자리했던 곳이지만 홍대앞, 성수동 등에서 많은 예술가들이 찾아왔고 문래동 창작촌이 됐다. 문래예술공장이 자리하고 있고 철공소의 비주얼과 작가들의 공간으로 공존하는 이곳은 예술지역으로 이름이 나면서 카페와 음식점들이 들어섰다. 저렴해서 작가들이 찾았던 이곳 역시 임대료가 2배가량 올랐고 그나마 이젠 들어갈 공간도 없다고 한다.

용산구_ 경리단길, 해방촌
지난해만해도 경리단길이 그렇게 많이 회자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너나 할 것 없이 경리단길을 경험하기 시작했다. ‘먹방’도 한몫하면서 유명 셰프가 있는 레스토랑, 한 끼에 몇 만원은 거뜬히 넘는 레스토랑이 즐비한 이곳은 꼭 한번 가봐야 할 곳이 됐고 음식 좀 먹고, 브런치 좀 하는 사람들이 자주 드나드는 곳이 됐다. 이태원에서 시작된 상권은 한남동과 경리단길, 해방촌까지 뻗어간다.

과거 해방촌은 서울에서 가장 낙후된 곳 중 하나로 인식됐었다. 그러나 몇 해 전부터 해방촌 페스티벌 등의 문화행사, 작가들의 오픈 스튜디오가 열리면서 이곳은 새로운 문화예술 지역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외국냄새 물씬 나는’ 레스토랑과 펍, 카페 등이 자리하면서 변화를 맞이했다. 해방촌은 이제 이제 낙후된 지역이 아닌, 자유로운 예술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됐고 이곳 역시 유명세에 따라 임대료가 점차 오르고 있다.

성동구_ 성수동
성수동은 과거에 공장과 주택이 많았던 곳이자 수제화거리로 잘 알려진 곳이다. 작은 카페들과 공방들로 인해 ‘제2의 연남동’, ‘제2의 경리단길’, ‘서울의 브루클린’이라 불리기도 한다. 봉제, 원단, 포장 상점 등으로 인해 제품디자이너들에게 좋은 작업환경이 되고 있는 이곳에는 타 지역에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겪고 이곳으로 거처를 옮겨온 예술가들도 있었다. 간헐적으로 예술 문화행사가 열리는 대림창고, 보부상회 디자인 협동조합 등의 등장으로 점차 알려졌지만 보부상회는 높아진 임대료에 1년만에 이주하게 됐다.

젠트리피케이션, 피할 수 없다면
테이크아웃드로잉 한남은 ‘강남스타일’로 소위 대박을 쳤던 싸이를 다시 한 번 주목받게 했다. 건물주인 싸이가 자신의 공간을 자신의 의지대로 사용하겠다는 것이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테이크아웃드로잉은 이에 ‘저항’했다. 사회적인 문제를 공론화하고자 ‘한남포럼’을 열었고 이는 실험적인 미술전시공간으로서의 가치를 자본의 힘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저항의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테이크아웃드로잉이 지난 10년간 삼청동, 성북동, 혜화동 그리고 한남동으로 오기까지 같은 일이 반복됐다는 것이 무엇보다 안타깝다. 합의금과 재건축후 입점이라는 합의로 마무리된듯하지만 테이크아웃드로잉은 아직도 SNS를 통해 공적 권리와 이용자들이 만든 공간의 가치, 이용자들의 권리 등에 대해 전하고 있다.

반면 연남동에는 높은 임대료로 인한 예술가들의 ‘강제이주’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 있다. ‘어쩌다 가게’는 임대료 상승으로 인해 예술가들이 공간을 떠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5년간 월세를 동결시킨 복합 편집매장으로 8개의 숍과 작업실 등이 입점해있다.
예술인들의 삶을 개선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하는 ‘연희작가자치협동조합’은 지금까지 많은 곳이 그랬던 것처럼 이곳이 ‘상품화’되는 것에 반대한다. 작가들이 마을의 주민으로 지내면서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을 통해 삶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기 때문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의 부정적인 현상을 막기 위한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움직임도 있다. 서울시는 상가임차인 보호를 위한 조례안 입법을 예고했으며 법무부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성동구는 문화 예술인들로 인해 잘 알려지게 된 성수동을 지속가능발전구역으로 지정, 컨테이너를 개조한 박스 숍을 통해 ‘대안 상가’를 조성하기로 했다. 쫓겨난 가게들을 위한 공간으로 식당과 카페, 문화공방 등 50여 가게로 조성된 ‘아틀리에길’ 상인들이 우선적으로 입주하게 된다.
중구 만리동에 있는 만리동 예술인 협동조합형 공공주택(Mallidong Artists Cooperation, 막쿱)은 서울시와 LH주택공사가 지은 장기 임대주택이다. 미술, 건축, 영화, 문학, 음악 분야에서 활동하는 29가구의 예술가들이 거주하는데 최장 20년까지 머물 수 있다. 막쿱의 예술가들과 함께 만리동에선 다양한 문화예술행사가 개최된다. 11월 7일에는 막쿱, 만리동 마을 축제 ‘이상한 달동네 판타지’가 열리기도 했다.

‘당인리발전소’로 더 잘 알려진 토정로는 서울화력발전소 인근 지역이다. 조용한 주택가에 작지만 특색있는 가게들이 하나 둘 자리하면서 사람들의 입소문을 탔다. 당인리발전소는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중부발전이 ‘당인리 문화창작발전소 조성 협약’을 맺으면서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2017년까지 열병합 방식으로 가동 중인 4, 5호기를 폐쇄하고 외관은 보존하되 내부를 전시 및 공연장으로 꾸며 그 공간을 당인리 문화창작발전소로 꾸미는 것. 장소의 역사성을 살려 2020년 개관을 목표로 하는 이곳은 ‘한국판 테이트모던’을 꿈꾸며 예술가들에게 저렴한 활동공간을 제공하고자 한다. 지난 5월에는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5일간의 □□실험실’이 진행되기도 했다.


젠트리피케이션을 문제 삼는 것은 아마도 ‘부’ 보다는 ‘가난’과 가까운 이들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이 문제되는 것은 ‘빈익빈 부익부’ 혹은 ‘배고픈 예술가의 삶을 더욱 고달프게 한다는’ 흔해빠진 말 때문만이 아니다. 해외와는 확연히 다른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을 언급하는 것이 시기상조라면 지금까지 간과해온 공간에 대한 가치, 그 가치를 만든 노력과 그에 대한 인정, 그리고 이 모든 것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에 대해 생각이라도 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젠트리피케이션화 된 몇몇 지역의 획일화된 모습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안타까운 점이다. 어느 지역에서든 볼 수 있는 똑같은 브랜드의 매장들은 ‘틀린그림찾기’처럼 지역의 고유한 모습과 공간의 특색의 발견을 어렵게 한다.
'문화'가 일으킨 ‘문화적’인 공간을 문화를 대신한 자본이 온전히 이끌어 갈 것인지에 대한 큰 염려 이전에 ‘남들이 보시니 참 좋더라’를 모토로 취향을 선택하는 것은 아닌지, 문화예술을 대하는 우리 스스로의 태도를 점검하는 작업도 필요할 것 같다.
<저작권자 ⓒ 디자인정글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개인 블로그 및 홈페이지 등에 게재시, 디자인정글의 승인 후 해당 기사의 링크를 표시해야 합니다.
상업적 용도(법인 및 단체 블로그, SNS 등 포함)는 어떠한 경우에도 전재 및 배포를 금지합니다.

위에 명시된 가이드에 따르지 않을 경우, 이에 따른 불이익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기타 기사 게재에 관하여 정글 관리자에게 문의 주시기 바랍니다.

※ 외부필자에 의해 작성된 기고문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페이스북에 퍼가기  트위터에 퍼가기  미투데이에 퍼가기 

  1  
구 댓글 확인




디자인정글㈜ | 주소: 서울시 서초구 반포대로 94(남양빌딩 2층) | Tel 02-2143-5800 | Fax 02-585-6001 | 잡정글 02-2143-5858
대표이사 : 황문상 |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신명석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현주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247 | 등록일/발행일 : 2010년 5월 28일 | 제호 : jungle(정글) | 발행인/편집인 : 황문상
사업자등록번호 119-86-15169 | 통신판매업 신고번호 제 2012-서울강남-03289 | 직업정보제공사업 신고번호 : J1200320140043
Copyright Design Jungle Co.,Ltd. All Rights Reserved.
제1회 떠나지 않고 머물 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