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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가구는 인간 삶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내어 왔다. 지나온 형태와 쓰임을 살펴보면, 그 시대와 지역의 생활양식이 어떠하였는지 들여다 볼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우리네 일상과 함께 호흡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을 풍성하게 메워주는 디자인, 가구. 매거진정글에서는 이 일상의 디자인, 가구를 5월 특집의 주제로 가져왔다. 여기서 선보이는 가구와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은 조금은 더욱 특별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그 특별함 속에는 기능적, 예술적 미학과 더불어 사람을 위한 배려가 진심으로 묻어난다.

기획 및 진행 | 매거진정글 편집부
디자인 | 임보경


제1회 한 사람만이 만들 수 있는 가구 (5/8/2012) 
제2회 가구를 만드는 특별한 방법 (5/23/2012) 
제3회 가구 예술을 하는 디자이너 (5/25/2012) 



어렸을 때 갔던 동네 만물상에는 없는 것이 없었다. 만물상 아저씨는 뭐든 물어보기만 하면 금세 필요한 물건을 찾아주곤 했었다. 그리고 가게 앞에 있는 넓은 평상에는 동네 사람들이 오고 가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길종상가를 찾아갔을 때 잠시 그때의 만물상 생각이 났다. 오래된 물건, 그림, 가구 등 다양한 물건들이 있을 뿐 아니라, 부탁만 하면 원하는 가구를 만들어주는 길종상가의 관리인 박길종씨가 있었기 때문이다. 박길종씨가 만드는 가구는 가구를 의뢰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맞춰 제작된다. 특이한 컬러와 모양은 일상 속에서 쉽게 만나볼 수 없는 특별함을 선물한다.

에디터 | 정은주(ejjung@jungle.co.kr)

길종상가 안에는 상가 사람들의 손길이 가득 담겨 있다. 박길종씨가 만든 가구부터, 전속 화가인 송화백의 그림과 김다만씨가 고른 오래된 물건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 물건들은 자연스럽게 상가 안에 배치되어 있어 사람들이 직접 경험하고 구입할 수 있게 했다. 그 중에서도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박길종씨가 만든 특별한 가구들이다. 의자와 테이블이라는 것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지만, 무엇을 갖고 어떻게 제작을 했을지 궁금증이 생겨난다. 이러한 특별함 때문에 때로는 그의 가구와 그의 제작 방식을 두고 재활용 아티스트라거나 환경 보호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으로 오해하기도 한다고. 하지만 그에게는 버려져 있는 낡은 의자, 조명 모두 목재가게에서 파는 나무와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모든 것이 가구를 만드는 재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박길종씨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한 후 우연히 공방에서 일한 것이 계기가 되어 가구를 제작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의 가구를 보면 자유롭고 위트가 느껴진다. 전공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사각형이나 직사각형의 고정된 틀을 버릴 수 있었고, 다양한 소재와 컬러를 바탕으로 가구를 제작할 수 있었다.

가구는 실생활에 꼭 필요한 제품이니만큼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무난한 디자인의 것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의 가구를 보면 우리가 얼마나 틀에 박힌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를 알 수 있다.

영감을 받아 가구를 제작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의뢰인을 위한 맞춤형 가구를 제작해서 일까? 그는 가구를 만들 때 기능성을 가장 많이 고려한다. 이를 위해 그는 꼭 의뢰한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가구가 들어갈 공간을 방문해본다고 했다. 혼자서 디자인과 제작을 도맡아서 하고 있기에 제작기간이 오래 걸리지만 이 과정은 절대 잊지 않는다. 그 사람이 가진 직업부터, 어떤 손을 쓰는지 등 그 사람을 이해한 다음 만들고 있다. 아마 그의 가구가 다른 공장에서 나오는 가구들과 다른 점은 외형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이런 세심한 배려의 차이가 아닐까.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의뢰인과 박길종씨 사이의 신뢰일 것이다. 비교적 제작기간이 길고, 중간 과정을 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업을 기다려주고 믿어주기 때문에 의뢰인과 의견 다툼이 생길 일이 없다. 그것 때문에 작업에 그 역시 작업에 몰두할 수 있었다.

그의 독특한 가구 디자인은 어디에서 영감을 받는 것일까. 그는 이태원 동네 골목길에서 발견한 의자들과 집에서 그 답을 찾는다고 했다. 전문가의 손길을 거치지 않아 투박하지만 자유로운 느낌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이 사느냐에 따라 집의 외형이 변하는 모습도 인상적이라고 했다.

박길종씨는 한 사람만을 위한 가구를 만드는 일이 물리적인 시간과 돈보다도 자신이 느낀 경험을 나누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한 사람을 위해 만드는 특별한 가구이기도 하지만, 그가 아니면 만들 수 없는 전세계에 하나뿐인 가구이다. 가구의 형태를 그대로 베껴서 만들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안에 담겨 있는 배려와 감각은 어느 누구도 따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는 가구를 만드는 일과 더불어 상가의 전체적인 관리와 기획 등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에게 경제적인 어려움은 없냐는 질문을 해 보았다.

“언제까지고 가구 제작 의뢰가 들어올지는 알 수 없을 것 같아요. 저보다 잘 만드는 분들도 많고 하니까. 그래서 지금은 이것을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요. 돈도 분명히 중요하지만 돈만 벌려고 했다면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없었을 것 같아요. 즐거운 일을 하니까 이렇게 할 수 있었어요.”

앞으로 그의 가구는 그의 시간과 경험에 따라 앞으로 다양하게 변화할 것이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건 시간이 지나고, 형태가 변할지라도 그의 가구는 그만이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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