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의 놀랍도록 세밀한 조각을 지나 좌대를 내려 오기도하고 신체의 일부만을 묘사하는 로댕의 작품이 한때 조각의 새로운 패러다임 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자연스레 새것이 오래된 것으로 변하면서 신선함을 잃어가면서 다른 대안을 찾아 나서는 작가들이 생겨났다. (2013-02-13)

조각의 새로운 패러다임

미켈란젤로의 놀랍도록 세밀한 조각을 지나 좌대를 내려 오기도하고 신체의 일부만을 묘사하는 로댕의 작품이 한때 조각의 새로운 패러다임 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자연스레 새것이 오래된 것으로 변하면서 신선함을 잃어가면서 다른 대안을 찾아 나서는 작가들이 생겨났다. 공간을 차지하고 가만이 있는 조각의 본질적인 개념을 전복시키며 움직이는 조각을 만들기 시작했고, 하이테크놀로지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듯 바라보는 사람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작품이 흥미를 끌고 있다.

에디터 | 김윤 객원기자 (cosmosstar00@naver.com)


‘중력과 시간’은 움직임을 연상시킨다.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움직임은 중력을 벗어나 존재할 수 없다. 시간은 사물의 변화를 인식하기 위한 개념으로 우리는 움직임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인지하게 된다. 우리는 ‘움직이는 조각’이라는 부제로부터 ‘키네틱아트(Kinetic Art)’를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다. 키네틱아트는 1950년대 후반부터 활발해진 미술경향의 하나로 작품 그 자체가 움직이거나 작품 속에 움직임을 표현한 예술작품을 일컬으며 대부분 확장된 의미에서 조각의 형태로 나타난다. 칼더(Alexander Calder)의 ‘모빌(Mobile)’은 키네틱 예술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 작품 중 하나이다.

움직이는 물체에 반응하는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는 키네틱조각은 확실히 생동감이 느껴진다. 미디어의 발전으로 탄생한 비디오아트를 발전된 모습을 키네틱아트라고 정의 내리 기도 한다. 작가의 예술적 의도를 드러내기 위한 수단으로써 ‘미술’에 있어서 ‘움직임’의 기능과 역할에 주목하여 ‘움직임’이 작품에 부여하는 미학적 ‘의미’를 고찰하고, ‘움직임’과 다양한 ‘매체’를 통해 중력과 시간을 시각화•공간화 한 작품들을 살펴보자.

작품은 5개의 전시실로 나뉘어 전시되고 있으며, 움직이는 조각전과 함께 백남준 기념전시실(상설)을 통해 백남준의 비디오작품을 볼 수 있다.



박종영(Jongyoung Park)은 목각(木刻) 마리오네트(Marionette)를 통해 복합적인 키네틱 아트를 보여준다. 마리오네트란 원래 실을 이용하여 사람이 조정하여 인형을 움직이는 방식이다. 박종영은 인형에 줄을 연결하는 원래의 방식에 전기 동력을 이용하여 움직이게끔 설계하였다. “지배자 되어보기(Being Master)”라는 주제 아래 박종영의 마리오네트 시리즈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한편 자연스럽게 버튼을 누르게 되는 현상을 통해, 사회로부터 무의식적으로 지배당하고 통제당하며 자아를 상실해 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알렉산더 칼더의 ‘모빌’이 자신의 스승이라 말하는 최선호(Sunho Choi)는 모빌을 통해 ‘움직임’에 대한 생각을 시각화 한다. 작가는 모빌을 통해서 단순한 오브제의 움직임 보다는 시간의 움직임, 다시 말해 생명의 흐름을 통해 순환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별처럼(Like Stars)’은 대나무, 아톰인형, 투명한 렌즈 등을 소재로 하여 독특한 조형미를 선사한다.



노해율(Haeyul Noh)의 ‘무브리스(Moveless)’는 하부에 무거운 중심을 잡고서 서 있는 오뚝이의 형상을 하고 있다. 이 작품은 기계 동력이 아니라 사람들이 임의적으로 가하는 힘의 크기와 방향에 따라 다른 속도와 움직임을 표출하게 된다. 거기에 내부 조명이 반짝이면서 시각적 움직임을 더한다. 스러졌다가 바로 다시 일어나는 작품을 보면서 삶에 지친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 같다. 스스로 발생시킨 운동 에너지를 보고 느끼면서 생의 활력을 얻게 되고, 시각적 경험은 더욱 드라마틱한 기억으로 그 공간과 시간을 저장하게 된다.



하광석(Kwangsuk Ha)은 ‘리얼리티(Reality)’ 시리즈를 통해 실재와 허상의 간극을 부각시킴으로써 실재의 의미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물에 비친 달은 잔잔한 수면 위에서 더욱 아름다워 보이지만 그것은 실재가 아닌 허상이다. 뉴테크놀로지는 이러한 허상을 더욱 실재처럼 만들고 있는데, ‘리얼리티-일루전(Reality-Illusion)’은 달과 나무가 어우러진 풍경을 담은 영상을 투명한 돔형 유리수조에 비추어 전시장 벽면과 천장에 투사시킴으로써 환상적인 공간을 연출한다. 움직이는 영상과 수조의 물이 일렁이면서 수시로 변화하는 푸른 빛 풍경은 어딘가에 있을 듯한,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으로 추억의 회로를 자극하면서 보는 이로 하여금 관조와 몰입을 유도한다. 작가는 이처럼 지극히 개념적인 주제에 대해서 유머와 위트, 추억과 향수와 같은 요소를 가미함으로써 관객이 공감하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오롯이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활용된 전시실은 자연스레 몽환의 세계에 빠져들게 만든다.



천민정(Mina Cheon)은 정치(Politics)와 팝아트(Pop Art)를 결합한 ‘폴리팝(Polipop)’이라는 신조어로 대변되는 다양한 작업을 보여준다. 폴리팝은 현대의 다양한 매체를 복합적으로 사용하면서 팝아트의 특징인 원색의 강렬한 이미지와 정치라는 무거운 주제를 가볍고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코리안아메리칸인 작가의 ‘춤추는 오바마(Dancing Obama)’는 현대 국제사회의 정치와 팝 문화의 대표 아이콘인 미국 대통령 오바마를 주제로 한 여러 작업 중 하나인데, 작가는 오바마를 폴리팝의 아이콘이자 핵심 주제로 채택하였다. 이 작품에서 실제 신장(height)에 맞춰 제작된 오바마 입상(立像)은 턴테이블 위에서 느리게 회전하고, 영상 속 오바마 캐릭터는 미국 드라마를 통해 유명해진 ‘우가차카 노래에 맞춰 추는 아기춤’을 추고 있다. 우스꽝스러운 캐릭터와 춤동작으로 표현된 오바마는 기념비적 조상(彫像)을 통한 정치적 우상화를 풍자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3개의 화면을 통해 중첩, 분열되는 캐릭터 애니메이션은 팝문화가 재생산, 일상화되는 모습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최종운(Chongwoon Choi)의 ‘수직의 바다(Vertical Sea)’는 대자연의 신비를 형상화하면서 이를 대면한 인간의 욕망과 경외 등의 감정을 환기시킴으로써 인간과 자연의 관계성을 표현한 작품이다. 벽면에 길게 늘어진 은빛 실 커튼은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밤바다와 같이 적막하고 고요하다. 멀리서 바라보는 이와 같은 풍경은 자연의 경이로움을 대면한 듯 평온하면서도 알 수 없는 긴장감을 유발한다. 작품 앞으로 가까이 다가서면 잔잔히 들려오는 파도소리와 함께 파동이 일기 시작하다가 급기야 굉음을 동반하면서 실 커튼이 크게 요동친다. 그러다 어느 순간 다시 잠잠해지면서 황폐함과 허무함이 밀려온다. 이처럼 최종운은 시각, 청각, 촉각 등 공감각적인 자극을 통해 감정을 극대화시키며, 관객은 짧은 순간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게 된다.



신정필(Jungphil Shin)은 기성 제품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오로지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 자신이 만들고 자신만이 그 사용법을 아는 유일한 물건’을 제안한다. ‘공수래에 물건담기’, ‘부러진 시간접착제’, ‘시간감각 연장’, ‘외로움 증폭장치’ 등과 같이 형상, 이름, 기능의 상관관계가 모호한 물건들은 사회 통념으로는 해석될 수 없는 엉뚱한 것들이다. 즉 작가는 사람들이 그것을 언어화하거나 기호화할 수도, 가치를 환산할 수도 없게 만듦으로써 타인이 소유할 수 없는 물건을 만들어낸다. 관객은 바닥에 놓인 그 ‘것들(things)’을 자신만이 규정한 방법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 거기에 어떠한 이름을 붙이는가 또한 자신 마음대로이다. 신정필의 ‘것들(Things)’은 관객의 참여를 통해 획일화되지 않은 무수한 물건들로 재생산되고 위치를 옮겨가기도 하면서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변화한다. 이와 같은 작업을 통해 작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품의 생산과 소비를 통해 형성되는 지배관계, 그 관계에서 결정되는 사회적 계급과 권력의 문제에 대해 경계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1970년대 이후 다양한 미디어 아트로 확장되고 있는 키네틱 아트의 명맥을 짚어보는 이번 전시는 모빌과 마리오네트에서부터 라이트 아트, 인터렉티브 아트까지 조각, 설치, 영상 등 총 30여점이며 오는 3월 31일까지 소마미술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참고자료
http://www.somamuseu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