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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는 아트디렉터로, 유저는 자신의 제품을 연출하는 연출가로 역할 변신을 보여주는 이러한 모듈화된 커스터 마이징의 움직임이 디자인 산업 전반에 걸쳐 꽤 오랫동안 시도되어 왔으며, 이는 보다 발전적 양상으로 우리 생활 속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2013-11-07)
디자인, 이게 정말 최선입니까?

꼭 필요한 제품이지만, 디자인이 썩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우리는 머릿속으로 새로운 구성과 디자인을 잠깐이나마 그려본다. 기존의 제품 안에서 선택의 폭을 넓히는 차원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제품, 혹은 디자인이 딱 알맞게 나와준다면, 유저들은 주머니를 조금 더 헐어서라도 소장가치가 있는 ‘무언가’를 얻길 원한다. 디자이너는 아트디렉터로, 유저는 자신의 제품을 연출하는 연출가로 역할 변신을 보여주는 이러한 모듈화된 커스터 마이징의 움직임이 디자인 산업 전반에 걸쳐 꽤 오랫동안 시도되어 왔으며, 이는 보다 발전적 양상으로 우리 생활 속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에디터 ㅣ 김미주 (mjkim@jungle.co.kr)

대부분의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만을 위한 제품 혹은 세상에 몇 개 존재하지 않을 특별한 것을 원한다. 새벽같이 줄을 서도 구매하기 힘든 각 브랜드 컬렉션의 한정판이 비싼 가격임에도 불티나게 팔리고, 유저의 사용환경에 맞는 오더-메이드 가구나 자전거, 전자제품 등 산업전반에 걸쳐 출시되는 ‘레어템(쉽게 찾기 힘든 아이템)’은 없어서 판매가 힘들 정도로 구매욕을 자극한다.

이는 단순히 소유 욕구를 자극하는 측면에서 한 걸음 물러나 개개인을 위한 구조적 맞춤 방식의 디자인이 소비자의 구매 심리를 자극하는 양상으로 변화하고 있다. 심미적인 부분에서 소비자를 만족시키고 기능적인 부분에서 사용자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자 하는 노력이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변화들은 기술진보와 함께 열린 디자인으로 발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모토로라에서 지난달 28일 선전포고한 아라 프로젝트(Ara Project)가 이러한 가능성을 증명한다. 딱히 필요 없는 기능을 갖췄음에도 시장에 출시된 표준화 모델이기에 대부분 있는 그대로 울고 겨자도 먹으며 사용해야 했던 휴대폰도 이제 나의 활용도에 따라 맞춤 제작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을 중시하는 실용적이고 ‘정말’ 스마트한 휴대폰으로 기대되는 이 프로젝트의 특징은 완제품이 아닌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다양한 구성이 가능한 본체 중심의 모듈화된 구조에 있다. 휴대폰의 하드웨어를 지탱하는 본체 프레임(endoskeleton) 안에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여분의 배터리, 키보드 또는 새로운 디스플레이를 필요에 따라 더 추가할 수도, 사용이 필요 없는 부분은 뺄 수도 있다. 이는 곧 휴대폰 자판을 열심히 눌러 망가지고, 디스플레이에 금이 가더라도 혼자서 알아서 척척 잘 갈아 끼워 넣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프로젝트는 모바일 소프트웨어 시장에만 국한됐던 열린 디자인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아라 프로젝트가 제공하는 플랫폼은 개발자들에게 어떤 제약이나 장벽 없이 열려있어 언제나 변화의 시도가 가능하며 혁신적인 제품으로의 가능성을 열어둔다.


휴대폰의 모듈화뿐 아니라 가구에서도 사용자를 위한 열린 디자인을 찾을 수 있다. 집에서나 혹은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책상이 본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지 않았다면, 누구나 한번쯤 구상해 봤을 자신만을 위한 새로운 조합을 보여주는 데스크가 그것이다.

사용자의 패턴이 정형화되지 않았음에도 같은 위치의 서랍장, 미동도 않는 선반 길이 조절의 어려움은 이 가구에선 도무지 찾을 수 없다. 사용자의 연령이나 직업, 성별, 공간의 특성에 따라 구조를 달리하는 가구는 본인의 필요에 따라 요리조리 가감과 교체가 가능하다. 눈에 보이는 곳에 정리가 필요한 업무방식을 선호한다면, 선반을 추가해 작업대를 레벨을 달리해 완성할 수 있고, 보이지 않는 곳에 물건의 정리가 필요한 사용자는 본인이 원하는 위치와 수량에 따라 서랍을 추가해 설치할 수 있다. 본인이 원하는 구성을 미리 생각해 주문하고, 모듈화로 가능성을 열어두는 가구 디자인은 형태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사용자의 뜻대로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가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데스크뿐 아니라 우리가 사무실내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파티션 또한 마찬가지로 모듈화 시킨다면, 자신의 업무공간을 획일화된 분위기에서 좀더 감각적으로 환기 시킬 수 있지 않을까? 특히 동료간 높은 파티션으로 업무 분위기가 위축된 곳이라면 높이를 달리하거나 밝은 톤의 컬러로 변화를 줘서 색다른 공간으로 변신을 꾀할 수 있다. 업무공간 이외 상공간과 주거공간에서도 독립된 공간을 요할 땐 이런 모듈화된 디자인의 파티션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

건축 분야에서도 거주자를 위한 커스터 마이징을 보여준다. 건축 과정의 특성상 건축주의 의견을 십분 반영하기 힘들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내부 구조에 모듈화를 도모한 디자인은 공간 안에 구성원의 삶을 그대로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정형화되고 움직임이 없는 고정된 옹벽이 답답해 집안에서 조차 자유로움을 느끼지 못했다면, 이제 공간을 좀더 유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외부 구조 강도를 높이는 대신 내부 구조용 기둥을 1개만 설계해 바닥과 천장을 선행 시공하는 공법은 방의 구조를 열어두고 거주자의 특징에 따라 바꿀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방식은 기존 완성된 주택에 몸만 들어가서 거주하는 방식이 아닌 기능상 내구성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내부 디자인의 변화를 거주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모듈화할 수 있도록 제작한 건축방식으로 더 ‘잘’ 살기 위한 집으로서 열린 디자인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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