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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픽사의 감독이자 프로듀서인 존 래스터는 애니메이션 제작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 세 가지를 첫째도 스토리, 둘째도 스토리, 셋째도 스토리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그만큼 스토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인데 사실 그렇게 거대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위해선 스토리만큼 중요한 것들이 많다. (2011-04-08)
빼꼼이 유럽으로 간 이유는?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픽사의 감독이자 프로듀서인 존 래스터는 애니메이션 제작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 세 가지를 첫째도 스토리, 둘째도 스토리, 셋째도 스토리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그만큼 스토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인데 사실 그렇게 거대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위해선 스토리만큼 중요한 것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리는 왜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로 중요한 것이어야 할까?

글 | 박재옥 애니메이션 감독(okyi98@naver.com)
에디터 | 이은정(ejlee@jungle.co.kr)

어린 자녀를 둔 부모나 애니메이션 분야 종사자라면 한번쯤 ‘빼꼼’이란 캐릭터를 들어봤을 것이다. ‘빼꼼’은 약간 심술궂은 북극곰으로써 뭔가를 항상 열심히 하지만 실수를 저지르고 마는 좌충우돌 캐릭터이다. 1분 분량의 스팟 애니메이션으로 시작된 ‘빼꼼’시리즈는 임아론 감독과 김강덕 프로듀서의 만남으로 시작된 RG스튜디오에서 탄생하였다.

이후 ‘빼꼼’은 2004년에 스페인 BRB 인터네셔널, EBS, 프랑스의 M6의 투자를 받아 TV시리즈로 제작되었고 2007년엔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빼꼼의 머그잔 여행'이 개봉되기도 하였다. ‘빼꼼 TV시리즈‘는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 전역에서 방영되었으며 중국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또한 최근에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DVD판권이 팔리는 등 그 재미와 가치를 세계 여러 곳에서 인정받고 있다.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은 ‘뽀롱뽀롱 뽀로로’가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유럽 시장에서의 인지도는 ‘빼꼼’도 그에 못지않다고 말할 수 있다. RG스튜디오가 그렇게 작은 규모의 회사이면서 이 정도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스토리의 힘이 막강했기 때문이다. 적어도 스토리에 모든 것을 거는 기업 정신은 픽사에 비견될 수 있을 정도이다.

부천 만화 영상 진흥원에 입주해있는 RG스튜디오는 방문 첫걸음부터 열기가 느껴졌다. 임아론 감독은 회의실에 스토리보드를 늘어놓고 애니메이터들과 회의에 여념이 없었다. RG스튜디오의 애니메이터들은 스토리를 만드는 스토리텔러이기도 한데, 자신이 맡은 부분의 스토리보드를 직접 연출하고 임아론 감독 및 다른 애니메이터들과의 의사소통을 통해서 발전시켜나간다. 얼핏보면 각본을 스토리보드로 만드는 일반적인 제작방식과 같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상당부분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포스트잇으로 나열된 스토리보드는 단순히 각본을 시각화하는 것이 아니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틀은 잡혀져 있지만 세부적인 아이디어는 애니메이터 자신의 것으로서 하나하나 만들어나가며 스토리를 발전시킨다. 스토리보드로 시각화된 이미지는 각본보다 한 눈에 스토리를 점검할 수 있고 떼었다 붙였다 하면서 즉각적으로 스토리를 수정이 가능하므로 감독이나 다른 애니메이터들과의 의사소통 또한 매우 용이하다.


이런 제작 방식은 픽사를 비롯한 미국의 여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사용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RG스튜디오의 고유의 것이라고 하기는 힘들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우선 스토리에 대한 감각이 있는 애니메이터들이 다수 있어야 한다. 픽사에서 가장 고액의 연봉을 받는 이들이 이 스토리 부서에서 일하는 이들인데 대부분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경험이 있으면서 그림도 잘 그리고 연출력이 뛰어난 이들로 구성이 된다. RG스튜디오에서는 이런 스토리보드 아티스트 역할과 3D 애니메이터의 역할을 한사람이 모두 진행한다. 환경의 열악함에서 기인하는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자신이 직접 그린 스토리보드를 직접 애니메이팅하면서 더 강한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렇게 개성이 강한 크리에이터들을 통솔할 수 있는 감독이 있어야 한다. 이야기는 언제나 산으로 갈 수 있지만 그렇다고 다그치기만 할 수도 없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다. 이런 어려운 역할을 RG스튜디오에선 임아론 감독이 이끌고 있다. 그는 이야기의 전체를 보면서 애니메이터의 좋은 의견을 수용하고 이야기와 맞지 않는 것은 덜어내면서 완성이라는 목표를 향해 항해를 해나가는 선장인 것이다.

‘뽀롱뽀롱 뽀로로’의 성공 이후로 국내 TV시리즈 시장이 커지고 많은 작품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정작 그 작품을 누가 연출한지는 모르는 ‘작가의 부재’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이런 스타일의 캐릭터와 이런 스타일의 이야기가 성공할 것이라고 떠들어대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 스토리로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 고민한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 작품들이 끊임없이 양산되고 있다.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반복될 수 있을까?

RG스튜디오는 ‘빼꼼’이 등장하는 또 다른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 아무도 깃발을 꼽지 못한 미지의 영역, 극장판 애니메이션. 매년 극장에서 개봉하는 ‘도라에몽 시리즈’처럼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빼꼼’으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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