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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공간을 감싸고 다양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댄 플래빈의 빛은 때론 심플했고 때론 아름다웠으며 또 웅장했다.  (2018-02-27)
웅장한 빛, 변화하는 시공간

 


 

빛이 공간을 감싸고 다양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댄 플래빈의 빛은 때론 심플했고 때론 아름다웠으며 또 웅장했다. 그 빛이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형광등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가장 놀라웠다. 

 

전시장 전경. (좌)〈Untitled (to Christina and Bruno), 무제(크리스티나와 브루노에게)〉, (우)〈Untitled (to Barbara and Joost), 무제 (바바라와 요스트에게)〉, 1966, 1971 ⓒ 롯데뮤지엄

전시장 전경. (좌)〈Untitled (to Christina and Bruno), 무제(크리스티나와 브루노에게)〉, (우)〈Untitled (to Barbara and Joost), 무제 (바바라와 요스트에게)〉, 1966, 1971 ⓒ 롯데뮤지엄

 

 

빛은 제한이 없고 변화무쌍하다. 댄 플래빈은 이러한 빛을 가지고 공간을 캔버스로 삼아 변화하는 새로운 시공간을 창조하고 우리 시각문화에 새로운 시작을 이끌었다. 

 

1963년부터 산업소재인 형광등을 전시장에 설치하고 오브제이자 회화적 효과를 내는 색채로서 형광등의 가능성을 실험하기 시작한 그는 여러 개의 형광등을 반복적으로 배치, 빛에 의해 공간이 생성되고 소멸되는 환영을 만들어 냈다. 

 

그는 10가지 색채의 상업용 형광등과 평생 파랑, 초록, 핑크, 보라, 노랑, 흰색으로 만들어내는 4가지 색채를 사용했고 하나의 원형과 네 개의 서로 다른 길이의 일직선 형태의 형광등으로 작품을 제작했다. 

 

〈Untitled, 무제〉, 1969, Pink and yellow fluorescent light 243.8 x 10.2 x 25.4 cm ⓒ 롯데뮤지엄

〈Untitled, 무제〉, 1969, Pink and yellow fluorescent light 243.8 x 10.2 x 25.4 cm ⓒ 롯데뮤지엄

 

 

댄 플래빈의 ‘빛에 의해 변화하는 시공간’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롯데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다. 롯데월드타워 7층에 문을 연 롯데뮤지엄의 개관전으로 롯데뮤지엄과 뉴욕의 디아 아트파우데이션이 함께 기획한 전시다. ‘댄 플래빈, 위대한 빛’은 댄 플래빈의 예술적 궤적을 보여주는 14점의 초기작품을 선보인다. 

 

그의 작품들은 공장에서 제작된 규격화되고 단순화된 재료를 사용해 작가의 흔적을 제거하고 모듈화하는 미니멀리즘(Minimalism)의 장르 안에서 설명되지만 다른 작가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독창성을 지닌다. 형광등을 공간에 설치, 관람자가 직접 그 공간을 경험하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전시장 전경, (좌)〈무제(셜리와 제이슨)〉, (우)〈무제〉, 1969 ⓒ 롯데뮤지엄

전시장 전경, (좌)〈무제(셜리와 제이슨)〉, (우)〈무제〉, 1969 ⓒ 롯데뮤지엄

 

 

그의 실험정신은 작품의 제목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그는 ‘무제’라는 작품 제목에 자신에게 영감을 준 예술가나 철학자, 주변 사람들의 이름을 넣어 관람자들에게 네러티브를 생성하는 해석의 과정을 부여한다. 

 

그의 작품들은 전시장 벽면 혹은 모서리, 중앙에 설치되어 공간을 새롭게 구성한다. 전시장은 그의 작품들로 인해 또다른 공간으로 태어난다. 

 

〈The Diagonal of May 25, 1963 (to Constantin Brancusi) 1963년 5월 25일의 사선 (콘스탄틴 브랑쿠시에게)〉, 1963, Fluorescent light and metal fixtures, 180.3 x 177.8 x 11.4 cm ⓒ 롯데뮤지엄

〈The Diagonal of May 25, 1963 (to Constantin Brancusi) 1963년 5월 25일의 사선 (콘스탄틴 브랑쿠시에게)〉, 1963, Fluorescent light and metal fixtures, 180.3 x 177.8 x 11.4 cm


〈The Nominal Three (to William of Ockham), 유명론의 셋 (윌리엄 오캄에게)〉, 1963, Fluorescent light and metal fixtures, 243.8 x 10.2 x 12.7 cm, 243.8 x 20.3 x 12.7 cm, 243.8 x 30.5 x 12.7 cm ⓒ 롯데뮤지엄

〈The Nominal Three (to William of Ockham), 유명론의 셋 (윌리엄 오캄에게)〉, 1963, Fluorescent light and metal fixtures, 243.8 x 10.2 x 12.7 cm, 243.8 x 20.3 x 12.7 cm, 243.8 x 30.5 x 12.7 cm ⓒ 롯데뮤지엄 

 

 

노란 빛을 내뿜는 〈1963년 5월 25일의 사선 (콘스탄틴 브랑쿠시에게)〉는 댄 플래빈이 처음으로 형광등 하나만을 사용한 작품이다. 사선형태를 브랑쿠시의 〈끝없는 기둥(Endless Column)〉와 연관시켜 보여주고자 한 이 작품을 통해 노란 형광등은 공간으로 무한히 확장되는 새로운 예술 작품으로 탄생했다. 

 

작품이 설치되는 공간을 고려한 최초의 작품인 〈유명론의 셋 (윌리엄 오캄에게)〉은 각각 한 개, 두 개, 세 개의 형광튜브로 이루어진 세 그룹의 형광등이 수직 방향으로 공간을 분할하며 설치되어 있다. 점진적으로 늘어나는 배열을 통해 더 많은 형광등이 공간 전체로 확장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이 작품은 공간으로 확장되는 복잡한 작품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전시장 전경, 미니멀리즘 아티스트 명언 리플렛 ⓒ 롯데뮤지엄

전시장 전경, 미니멀리즘 아티스트 명언 리플렛 ⓒ 롯데뮤지엄

 

 

전시장에서는 댄 플래빈을 비롯해 여러 미니멀리즘 작가들의 명언도 전시되어 있다. 마음에 드는 글귀는 한 장씩 떼어갈 수도 있다. 

 

〈Untitled (to you, Heiner, with admiration and affection), 무제 (당신, 하이너에게 사랑과 존경을 담아)〉, 1973, Fluorescent light and metal fixtures, 121.9 x 121.9 x 7.6 cm each of 58 ⓒ 롯데뮤지엄

〈Untitled (to you, Heiner, with admiration and affection), 무제 (당신, 하이너에게 사랑과 존경을 담아)〉, 1973, Fluorescent light and metal fixtures, 121.9 x 121.9 x 7.6 cm each of 58 ⓒ 롯데뮤지엄

 

 

전시장의 분위기를 압도하는 작품은 하나의 전시공간을 온전히 초록빛으로 뒤덮은 〈무제-당신, 하이너에게 사랑과 존경을 담아〉다. 큰 규모를 자랑하는 작품이자 가장 복잡한 작품 중 하나로 1.2미터짜리 형광등 348개가 60센티 간격으로 큰 전시공간 중앙을 가로질러 설치되어 있다. 작품이 전시된 공간 안으로 발을 들여놓는 순간 미처 알지 못했던 또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그의 작품세계가 ‘혁명’이라 불리는 것은 기존의 예술 규범을 넘어서는 시작이자 현대미술, 음악, 건축 등 예술뿐 아니라 삶의 방식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의식의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빛에 의해 유기적으로 변화하는 공간의 경험, 댄 플래빈의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느낄 수 있는 이번 전시는 4월 8일까지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롯데뮤지엄(www.lottemuseu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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