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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몽마르뜨 언덕이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절로 들게 하는 곳이 있다. 오래 전 예술가 몇몇이 모여 창작의 불시를 태우면서 많은 예술가들이 모여들었던 곳. 비록 지금은 현대 예술가들이 그 맥을 잇고 있지는 않지만, 여전히 근현대 예술가들의 창작과 삶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곳. 바로 성북동길이다.  (2012-07-03) 
성북동 그 집

‘서울의 몽마르뜨 언덕이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절로 들게 하는 곳이 있다. 오래 전 예술가 몇몇이 모여 창작의 불시를 태우면서 많은 예술가들이 모여들었던 곳. 비록 지금은 현대 예술가들이 그 맥을 잇고 있지는 않지만, 여전히 근현대 예술가들의 창작과 삶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곳. 바로 성북동길이다.

에디터 | 구선아 객원기자
사진제공 | (재)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



한성대입구역부터 시작하는 성북동길을 따라 오르면 심우장을 짓고 조선총독부를 등진 채 지조와 신념을 지킨 만해 한용운의 흔적과 수연산방이라 불리는 집을 짓고 소설쓰기에만 매달렸던 상허 이태준. 그리고 사별한 아내가 그리워 같이 살던 집터에 현재의 운우미술관을 지은 1만원짜리 세종대왕 영정의 도안을 그린 운보 김기창과 그의 아내 근대미술여성화가 우향 박래현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그 곳엔 일제강점기 온 재산을 바쳐 우리 문화재를 지켜 간송미술관을 건립한 간송 전형필과 아쉽게도 집터 표석만 남은 영화 취화선으로 더욱 유명해진 조선말기 화가 오원 장승업, 동양사상을 서양 현대음악기법과 결합하였다는 평을 받는 작곡가 윤이상, 민족문학의 정수를 보여준 시인 조지훈의 집 그리고 소설가 구보 박태원과 화가 김환기, 미술사가 김용준의 흔적도 만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꾸준히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계절마다 여러 문화행사를 여는 나름 유명한 집이 있다.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서서’와 ‘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의 저자 혜곡 최순우의 옛집이다. 혜곡은 1945년 개성시립박물관 근무를 시작으로 1949년 국립박물관 박물감으로 승진 발령되었고 1974년 국립중앙박물관장에 취임하여 평생을 박물관인으로 보내면서 한국 예술과 전통을 대중적 이해와 보급을 위해 많은 글을 남겼다.


최순우 옛집은 1930년대에 지어져 1976년부터 작고할 때까지 살았던 곳으로 '최순우 옛집‘ 출연으로 2004년 (재)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이 설립되어 보전, 관리하며 일반인에게 개방하였고 시민문화유산 1호 그리고 2006년 등록문화재 제268호, 서울시 박물관 제29호로도 등록되었다. 경기지방에서 많이 보이는 ‘ㄱ자형’ 안채(연면적 62.46㎡)와 ‘ㄴ자형’ 바깥채(바깥채 39.46㎡)로 된 열린 ‘ㅁ자형’ 집으로 전통한옥의 구조와 특징은 살리되 부엌과 화장실 등이 개량되고 유리와 함석 등과 같은 새로운 재료가 사용되었으며 표준화된 목재가 사용된 도시형 근대 한옥의 모습이다.



혜곡이 직접 쓴 ‘두문즉시심산’ 현판이 걸린 안채는 전시공간으로 혜곡의 대표 저서와 사진, 시간의 때가 묻은 가구가 전시되어 있고 바깥채 동편은 사무공간으로, 서편은 평소 자원활동가들이 활동하는 공간으로 사용되거나 5월 시민축제, 10월 특별전 기간에는 전시실로 사용되고 있으며 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과 최순우 옛집의 정보 등을 안내하는 사무국으로도 쓰이고 있다. 가끔은 안채를 내주어 기획전시가 열리기도 한다. 또한 작은 우물이 자리한 ‘ㅁ자형’ 안마당과 안채 뒤쪽에 ‘ㅡ자형’으로 구성된 뒷마당에는 나무와 돌들과 석상들이 어우러져 한국 정원의 자연스럽고 소박한 모습을 볼 수 있다.



혜곡의 글을 보면 이 작지만 아름다운 집을 떠오르게 하는 글들이 많다. 특히나 그의 대표 저서인 ‘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 에서는 안채에 앉아 문을 활짝 열어 놓고 담벼락 옆 길과 뒷마당을 보면서 쓰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크고 작고 간에 돌들이 지닌 이러한 아름다움에는 투(透), 누(漏), 수(瘦)라고 부르는 세 가지 요소가 깃들인다 하고 돌에서 이러한 아름다움의 조화를 발견하는 것은 돌을 상완하는 선비들이 지닌 마음과 눈의 한 자세라고도 한다.
말하자면 돌에는 어디로도 통할 수 있는 오솔길이 있음직한 아름다움이 살고 있으니 이것이 ‘투’의 미요, 돌은 그 어디에도 눈이 있어서 그 어느 면에도 소홀히 외면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깃들여 있으니 이것이 바로 ‘누’의 미요, 돌은 고고하게 솟아나서 오랜 풍상에 부대낀 조촐하고 메마른 아름다움을 지녔으니 이것을 일러서 ‘수’의 미라고 하는 것이다.
이 세가지 아름다움이 때로는 함께, 때로는 홀로 자연스럽게 그 아름다움을 가눌 때 돌은 그 주인의 사색 속에서 숨 쉬는 아름다움으로 나날이 자라나고 돌의 주인은 침묵하는 돌의 의지에 마음을 지긋이 의지하고 어지러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다. -혜곡 최순우 ‘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 중



또한 툇마루에 앉으면 자연을 관조하며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삶을 반영한 한옥의 아름다움을 새삼 느낄 수 있다. 개폐가 자유로운 창호를 열면 공간의 경계도 자유로워지고 확장된다. 또한 물소리, 새소리, 풀벌레소리, 바람소리 그리고 사람소리가 함께한다. 우리 한옥은 정원보다는 마당의 개념이 크다. 다양한 삶의 행위가 일어날 수 있도록 일부 공간을 비어둔다. 최순우 옛집 마당에서도 문화행사가 자주 열린다. 지난 5월, 6월에도 이야기와 음악이 함께 했다. 또한 '자연과 휴식'을 주제로 보름달이 뜨는 밤, 간단한 식사와 공연, 쉼을 즐길 수 있는 '꽃 쉼'이 매달 1회씩(7/12) 개최하고 있으며 7월에는 이충렬 작가가 쓴 혜곡의 평전 <혜곡 최순우, 한국미의 순례자>이 출판되어 출판기념회(7/6)와 저자 강연(7/6, 7/7)이 열린다.



수년이 지난 지금 혜곡은 없지만 그가 남긴 아름다운 글과 아름다운 이 집을 통해 우리 문화유산의 아름다움을 모두가 지키고 모두가 함께 하였으면 하는 마음을 가져본다. 근대 한옥은 물론 전통 한옥들도 높다란 건물에 그 자리를 내어주는 요즘 재개발 걱정 없이 근현대 예술사를 흔든 그들의 흔적과 이렇게 아름다운 우리의 집들이 계속 그 자리에 있기를 바래본다.

얼마나 많은 아름다운 주택들이 무지 속에 아름다운 생명을 빼앗겨 가고 있는지 우리나라 민간주택의 아름다움이 반드시 재평가 받을 앞날을 믿는 까닭에 그리고 본질적인 아름다움이란 고금에 변함이 있을리 없고 전통적 민족문화의 미적 요소는 흉내로써 다르지 못한다는 시민들의 각성이 낡은 서울집들의 아름다움을 잘 가꾸어 가게 될 것을 의심치 않는 마음이다. -혜곡 최순우 ‘최순우 전집, 4’



*내셔널트러스트란?
시민들의 자발적인 자산기증과 기부를 통해 보존가치가 높은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확보하여 시민의 소유로 영구히 보전하고 관리하는 시민운동을 의미한다. 이 운동은 산업혁명을 통해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룩했던 영국에서 1895년 시작되었다.

http://nt-heritage.org
http://cafe.naver.com/ntchf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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