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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정글에서는 일러스트레이터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여기에는 작품관부터 먹고 사는 이야기까지 모두 담겨있습니다. 첫 번째 주자는 젊은것을 그리는 젊은 것, 백구십칠입니다. (2018-02-09)
내 손끝의 청춘, 백구십칠(N0_197)

 


 

디자인정글에서는 일러스트레이터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여기에는 작품관부터 먹고 사는 이야기까지 모두 담겨있습니다.

첫 번째 주자는 젊은것을 그리는 젊은 것, 백구십칠입니다.

 

그림을 보고 가슴이 두근거린 건 오랜만입니다. 왠지 모를 설렘과 흥분, 붉어진 두 뺨. 

한참을 넋을 놓고 바라보았습니다. ‘나도 저들처럼 청춘이 있었나?’ 아련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젊은 세대에게는 나의 이야기를, 삶이 팍팍한 어른들에게는 청춘을 떠올리게 하는 백구십칠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백구십칠(N0_197) 작가

백구십칠(N0_197) 작가


 

작가명을 백구십칠이라고 읽는 게 맞나요? 키가 백구십칠은 아닌 거 같고(웃음) 무슨 의미인가요?

다들 키가 백구십칠인 줄알았다고 하시더라고요. 백구십칠은 훈련병 번호였어요. 작가명으로 실명을 쓰고 싶지 않아서 고민하다가 정하게 되었습니다. 어감이 좋기도 했고요. 사실 디자인만 하다가 군생활 중 그림을 다시 그리게 됐다는 이유도 약간 있는 것 같아요.

 

일러스트레이터를 가 되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나요? 

그림을 그린 건 오래되었어요. 미대 디자인과를 졸업하고 그쪽에서 일하기도 했어요. 2016년에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에 처음 관람을 갔어요. 그전에는 디자인 관련 페어나 전시만 가다가 일러스트페어를 가보니 다른 세상이더라고요. ‘나도 그림을 그리고싶다’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많은 자극을 받았죠. 

 

Rollin

Rollin'ⓒN0_197


 

그라폴리오에 ‘젊은것들 그립니다’라고 쓰여 있어요. 작품 콘셉트가 궁금해졌어요.

원래는 ‘청춘을 그린다.’고 하려고 했어요. 처음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 참가했던 시기에 청춘 XX, 청춘 OO 같은 청춘 마케팅이 심했어요.

그래서 일부러 그 단어를 피하고자 ‘젊은것들’이라고 썼어요. 나름 재치를 부린 건데 웃고 가시는 분들이 많아서 다행이었어요. 사실 콘셉트라는 것이 명확하진 않아요. 제가 좋아하는 걸 그려요. 제 취향이 시각적으로 표현된 그 자체라는 것만 알아주셨으면 해요.

 

인생네컷ⓒN0_197

인생네컷ⓒN0_197



그림을 보면 일상에서 접해봤을 만한 상황, 인물이 많아요. 작품의 영감은 어디서 받으세요?

영화나 음악의 영향을 많이 받기도 하고 인스타그램에서 유행하는 걸 주제로 그리기도 해요. 하지만 가장 큰 건 밖에서 본 사람입니다. 여기 저기 돌아다니다가 보게 되는 사람 중 인상적인 사람의 모습이나 분위기들을 제 나름대로 재해석해서 그릴 때가 많아요.

 

만화는 아니지만, 스토리를 지닌 그림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런 셈이죠. 주로 등장하는 세 명이 있어요.

 

H.S.FⓒN0_197

H.S.FⓒN0_197



그럼 이름도 있겠네요.

네, 알려지진 않았지만, 여자는 하니, 얼굴에 점이 있는 남자가 노을, 다른 남자는 진홍에요. 이름에 큰 의미는 없고 잘 어울리는 이름으로 지었어요.? 

 

삼각관계인가요?

그렇다고 할 수 있어요.

 

ThursdayⓒN0_197

ThursdayⓒN0_197


 

이 세 사람 그림이 유독 가슴을 설레게 해요. 청춘 영화처럼요. 그리고 진홍의 태닝 자국은 섹슈얼한 느낌도 들게 해요.

제가 하얀 피부보다 건강미가 느껴지는 사람을 좋아해요. 어떻게 보면 저 자신을 미화시키는 걸 수도 있어요. 제가 반바지 입는 걸 좋아해요. 어느 순간 친구들이 찍어준 사진을 보니 반바지 라인으로 선이 생겼더라고요.

옷 안에 숨겨진 피부와 드러나서 검게 그은 피부의 경계, 이런 부분에서 섹시함을 느꼈던 거 같아요. 그래서 그림을 보는 분들도 이런 부분에서 설렘을 느꼈으면 했어요.

 

S & FⓒN0_197

S & FⓒN0_197


 

주로 사용하는 도구는 뭐에요?

W사 태블릿을 씁니다. 안녕 마트에서 제일 싼 제품으로 샀어요(웃음). 손으로도 그리고요. 최근에 작업한 작품은 손 그림 위에 컴퓨터로 작업했어요. 그래서 손작업에서 느껴지는 아날로그적인 감성도 담겨 있죠. 

 

영향을 받은 작가가 있나요?

영감까지는 아니지만 좋아하는 작가는 있어요. 꼬리(kkori) 작가예요. 많은 일러스트페어 부스 중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고 작품이 좋았어요. 꼬리 작가의 그림을 보고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마음을 굳혔던 거 같아요.

 

Leather RED VerⓒN0_197

Leather RED VerⓒN0_197


 

앞에서 잠깐 언급이 되었는데, 일러스트 페어에 참가한 계기가 있을까요?

친한 교수님 디자인 회사에 취업할 기회가 생겨서 면접을 보러 갔어요. 그때 면접관 중 한 분이 “일러스트레이터가 될 거면 지금 빨리 시작해라.” 라고 하셨어요. 그 날 저녁, 바로 참가신청을 했어요. 

 

결단력이 빠르시네요. 그만큼 열정이 있었던 것 같아요. 참가 기준은 없었나요?

특별한 기준은 없고, 작업한 그림 5점 정도를 제출하면 되는 거였어요. 그려 놓은 포트폴리오가 있어 제출했어요.

 

제가 작가님을 처음 뵌 것이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일러스트페어W에서 였어요. 그 날 관람객이 상당히 많았어요. 재밌는 일도 있었을 것 같아요.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많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둘째 날 오셨던 여성 관객이에요. 큰 캐리어를 가지고 다니시는 분이었는데, 제 그림을 보자마자 달려왔어요. 눈을 크게 뜨며 “뭔데 이렇게 저를 설레게 하죠?”라고 말하고는 손거울을 하나 사 갔어요. 지금도 정말 생생하게 기억에 남네요. 

또 전시장이 먼지도 많고 건조해요. 그래서 목이 상당히 말라요. 한 관객분이 밀크티를 사다 주셨는데 정말 가뭄에 단비 같았어요.

 

witchⓒN0_197

witchⓒN0_197


 

페어에 참가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여름 페어가 끝나고 슬럼프가 왔었어요. 웹툰도 그렸었는데 반응이 없었어요. 주목을 못 받으니깐 조금 힘들더라고요. 

하지만 겨울 페어가 끝나고 뭐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페어에서 제 그림을 좋아하고 지지해 주시는 분들을 만나니깐 힘이 났어요. 그래서 다양한 행사에 참여해서 많은 분을 만나고 싶어요.

 

요즘 일러스트가 젊은 층에 인기에요. 페어도 다양하고 관람객도 많죠. 하지만 인기와 열정만으로 살 수는 없어요. 경제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은 없나요?

지금 당장은 가족들과 살고 있어서 큰 어려움은 없어요. 일단 상품제작, 행사 참가 하는 데 드는 비용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을 정도의 수입은 있습니다. 그다음이 문제긴 하죠.

꾸준하게 활동하다 보면 좋은 기회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준비 중인 프로젝트나 작품이 있나요?

일러스트 북을 계획 중이에요. 제작비가 여의치 않아서 크라우드 펀딩으로 진행할 거 같아요.

 

이제 시작하는 단계잖아요. 앞으로 사람들에게 어떤 작가가 되고 싶나요?

짝사랑 같은 작가로 기억되면 좋을 것 같아요. 설레기도 하고 아프기도 한 느낌.

 

정글과 그사이(그림 그리는 사람들 이야기) 두 번째 이야기는 명민호 작가입니다.

 

에디터_ 김영철(yckim@jungle.co.kr)

사진제공_ 백구십칠

그라폴리오_ m.grafolio.com/creator/326664

블로그_ blog.naver.com/ckj2031

인스타그램_ www.instagram.com/no_197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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