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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마음에 동화 하나씩을 품고 살아간다. 아기자기한 이야기에 단단하게 얼었던 마음이 사르르 녹고 따뜻해 지는 걸 보면.  (2017-12-20)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누구나 마음에 동화 하나씩을 품고 살아간다. 아기자기한 이야기에 단단하게 얼었던 마음이 사르르 녹고 따뜻해 지는 걸 보면. 

 

긴장으로 딱딱하게 굳어버린 어깨를 편안하게 풀고 현실의 무게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은 순간, 어른들을 위한 어른 그림책 독립출판사 ‘체리씨북’은 한순간이라도 쉴 수 있는 여유를 찾아주는 책을 선보인다. 

 

‘디자인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심재인씨’가 어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소한 일상 속 감성적인 이야기들에 대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검은 심〉, 〈초록 도깨비 마리몽〉, 〈체리씨네 잡화점〉 등 지금까지 세 권의 책을 만들었다. 그중에서도 만화책의 형태로 되어있는 〈체리씨네 잡화점〉은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책으로 수채화 느낌이 물씬 풍긴다. 

 

곰곰씨와 재인씨가 소섬에서 살아가는 이야기 〈체리씨네 잡화점〉

곰곰씨와 재인씨가 소섬에서 살아가는 이야기 〈체리씨네 잡화점〉


 

체리씨북은 작은 독립 출판사로, 소소한 일상에 대한 이야기 혹은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어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그림으로 그리고 글로 써 책을 만든다. 

 

전북 군산에 거주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심재인씨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책을 만든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디자인과 그림을 모두 좋아해서 두 가지를 다 할 수 있는 책을 만들게 됐다. 디자인과 그림 각각에서 부족한 부분을 서로 다른 영역에서 채워가며 작지만 단단한 책을 만들고 있다.

 

아직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진 독립 출판사지만 마음을 톡톡 건드리는 체리씨북의 책들이 궁금해졌다.

 

Q. 어떤 책들을 만드시나요? 어떻게 독립 출판을 하게 되셨나요?

A. 저는 어른들에게도 아직 꺼지지 않은 자신만의 동화가 있다고 생각해요. 가끔은 그게 상처가 되어 다가오기도 하고, 가끔은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행복해지기도 하잖아요. 그런 어른 동화를 그리고 있어요. 출판사라 말하기엔 너무 작아서 쑥스럽지만, 처음엔 책을 만들고 나서 집 근처에 있는 책방에 찾아가 책을 보여드리는 것으로 시작을 했어요. 원래부터 동화책이나 그림책을 좋아해서 그냥 꿈에 나왔던 느낌을 따라 그림을 그리다가 그걸 좀 엮어 보니 책이 되더라고요. 그런 것들을 근처에 있는 책방들에 가져가면서 시작을 했던 것 같아요. 책방의 지인을 만나 조금씩 더 만들고 팔기 시작을 했고 출판사라는 이름까지 붙이게 됐습니다.

 


 

Q. 체리씨북 책들의 특징은? 

A. 저희 책은 아주 짧고 가벼워요. 웬만한 가방 속엔 쏙 들어갈 크기로 만들었어요. 그냥 여행을 갈 때나, 쉬고 싶을 때, 지하철을 탈 때 읽히는 책이면 좋겠어요.

 

Q. 지금까지 선보이신 책은 어떤 책들인가요?

지금까지 나온 책은 〈검은 심〉, 〈초록 도깨비 마리몽〉, 〈체리씨네 잡화점〉 등 세 권인데요, 〈검은 심〉은 뾰족해진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는 사람을 연필에 빗대어 표현한 책이에요. 가장 짧고 작지만 가장 무거운 내용이 들어있어요. 뾰족해진 자신의 마음이 연필처럼 툭 부러질 수 있다는 그런 내용이에요.

 

뾰족해진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는 사람을 연필에 빗대어 표현한 책 〈검은 심〉

뾰족해진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는 사람을 연필에 빗대어 표현한 책 〈검은 심〉


 

〈초록 도깨비 마리몽〉은 제가 ‘마리모’라는 해양 식물을 사고 너무 귀엽고 행복해서 만든 책이에요. 주인이 행복하면 둥둥 떠오르는 마리모가 어느 날, 주인의 떨어진 마음을 만나 일어나는 일들을 그림으로 그리고 글로 풀었어요.

 

‘마리모’라는 해양 식물을 사고 너무 귀엽고 행복해서 만든 책 〈초록 도깨비 마리몽〉<br>

‘마리모’라는 해양 식물을 사고 너무 귀엽고 행복해서 만든 책 〈초록 도깨비 마리몽〉


 

마지막 〈체리씨네 잡화점〉은 주인공인 곰곰씨와 재인씨가 소섬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로 서로의 소박한 꿈과 조용한 일상을 즐기며 행복을 찾아가는 책입니다. 재인씨라는 소녀가 자신의 꿈이었던 집을 사서 그 안을 따뜻하게 채워 나가는 이야기에요. 자신만의 따뜻한 공간인 줄 알았던 그 집이 점점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며 더 행복한 공간이 되어가는 이야기입니다. 이 책에서는 현대의 사회인들이 가장 바라는 꿈인 ‘내 집 장만’을 동화처럼 풀어냈습니다.

 

Q. 〈체리씨네 잡화점〉의 배경이 제주의 우도라고 들었는데요?

A. 네, 저는 제주도를 참 좋아해요. 이번에도 우도에서 한 달 동안 살고 왔었거든요. 〈체리씨네 잡화점〉의 배경이 된 그 집은 우도에 있을 때 너무 좋아했던 집을 그림으로 표현한 거예요. 대학시절 우도에서 생활했던 추억을 잊지 않기 위해 일기를 블로그에 게재도 하고 있어요. 언젠가 〈체리씨네 잡화점〉 2권이 나온다면 대학시절 우도에서의 이야기가 녹아들어 갈 거 같기도 해요.

 

〈체리씨네 잡화점〉은 수채화 느낌이 풍기는 만화책 형식의 책이다.

〈체리씨네 잡화점〉은 수채화 느낌이 풍기는 만화책 형식의 책이다.


 

Q. 어떤 책을 만들고 싶으세요? 체리씨북만의 색깔은?

A. 저는 ‘행복한 책’을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사람의 내면적인 모습이나 행복에 관한 주제를 가지고 다가가려 합니다. 어떻게 보면 유치해 보일 수도 있지만 계속 읽고 싶은 책을 만드는 게 목표예요. 읽었을 때, 그냥 ‘재미있는 책이네’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과 딱 맞아서 몇 번이고 다시 보고 싶은 그런 책을 만들고 싶어요. 작지만 단단한 노오란 행복한 책이 체리씨북의 색깔이라고 생각해요.


Q. 책 외에 굿즈 등도 제작하시나요?

A. 〈체리씨네 잡화점〉을 너무 좋아해서 혼자 굿즈를 만들었는데, 또 캐릭터에 빠지는 책이 생기면 다른 멋진 굿즈들도 만들어 보고 싶어요. 지금은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까 엽서나 크리스마스 카드를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곰곰씨로 만들 생각입니다.

 

〈체리씨네 잡화점〉 굿즈

〈체리씨네 잡화점〉 굿즈


 

Q. 일러스트 작업을 하면서 자신의 뜻대로 책을 만든다는 건 참 멋진 일인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일이기도 할 텐데요, 조언 한 말씀해 주신다면? 

A. 거창하게 들리셨을 수도 있지만, 경제적인 부담이 있어서 투잡을 갖는다고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물론 저는 지금 제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어서 행복하고 또 행복합니다. 그림을 그리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은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지방 국립대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어요. 그래서 배움에 대한 갈증도 컸고, 그래서 더 무모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학교에 다닐 때, 교수님들은 저에게 “주관이 너무 뚜렷해서 부러질 수 있어”라고 하셨어요. 한 번쯤은 구부리고 들어갈 줄도 알아야 한다고요. 그런데 그렇다고 포기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저도 아직 성공이란 것을 해본 적이 없어서 모르지만, 이 순간 행복하면 할 만 한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게 나에게 근본적으로 행복한 것인지 생각해보고 매달려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이래서 안 될 거야’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일단 해보고 겪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Q. 체리씨북은 어디에서 만날 수 있나요?

A. 지금은 군산에 있는 작은 책방들에서 판매되고 있고 SNS나 이메일로 주문을 받고 있어요. 2018년 1월부터는 정식으로 홈페이지와 온라인에서 판매할 예정이에요. 

 

Q. 내년도 계획과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A. 내년에는 체리씨북을 작은 책방 곳곳에 더 많이 입점시키고 싶어요. 요즘 생각하고 있는 주제로 책도 한 권 낼 예정이고요. 저의 가장 큰 꿈은 ‘우도에 내 집 장만’입니다. 집을 짓고 그곳에서 책을 쓰고 팔며 하루하루 보내는 것이 저의 가장 큰 목표예요.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체리씨북(www.intagram.com/zebb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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