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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세계와 묘하게 닮아있는 그림책 속 세상과 등장인물의 모습은 우리의 지친 마음을 어루만져 주기도 하며,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안내해주기도 한다. (2016-12-27)
그림책으로 우리를 돌아보다

 

 

우리는 험난한 세상을 버텨야 한다는 핑계로 마음속 외침을 지나치고, 원래 사회는 냉정하다는 말에 현혹되어 소중한 것을 무시한다. 심지어 남이 다쳐도 상관없다는 듯이 이기심, 욕심, 분노 등의 감정을 마음껏 표출할 때도 있다.

 

우리를 위한 마음 check, 그림책 전시 포스터 (사진 제공: 아트스탠드)

우리를 위한 마음 check, 그림책 전시 포스터 (사진 제공: 아트스탠드)

 

잘못된 방향을 가리키는 세상 속에서 지쳐가던 사람들은 이를 해소하기 위한 여러 방법을 찾았다. 최근 인기가 올라간 그림책도 그중 하나다. 그림책을 어린아이만 읽는 책이라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알고 보면, 그림책만큼 우리 사회를 꾸밈없이 순수한 시선으로 표현한 책은 없다.


현실 세계와 묘하게 닮아있는 그림책 속 세상과 등장인물의 모습은 우리의 지친 마음을 어루만져 주기도 하며,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안내해주기도 한다. 때로는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모습을 재치 있게 표현함으로써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게 한다.

서울 언더스탠드에비뉴 아트스탠드에서 열리고 있는 ‘우리를 위한 마음 check, 그림책’ 전에서는 마음을 위로하고, 반성하게 만드는 그림책들을 만나볼 수 있다. 단순히 벽에 원화를 거는 전시가 아니라, 앉아서 천천히 책을 읽을 수 있는 ‘그림책 도서관’ 같은 전시다.

종이로 만든 나무 아래서, 종이 의자에 앉아 종이 그림책을 읽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종이로 만든 나무 아래서, 종이 의자에 앉아 종이 그림책을 읽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국내 그림책 출판사인 노란 상상, 봄봄, 사계절, 여유당과 함께 한 이번 전시는 아이보다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 가득하다. 그림책의 일러스트에 마음이 끌려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내용에 공감하고, 각박한 삶 속에서 잊고 있었던 소중한 가치를 깨닫게 되면서 가슴 한편이 아련해진다.



전시장 벽에는 〈나는 초록〉, 〈나무집〉, 〈파란분수〉 등 9권의 그림책의 일러스트가 전시되어 있다. 전시장 중앙에는 그림책 영상이 상영된다. ‘우리를 위한 마음 check, 그림책’ 전은 책·그림·영상 등 다양한 방법으로 그림책을 즐길 수 있는 전시다.

전시장 벽에는 〈나는 초록〉, 〈나무집〉, 〈파란분수〉 등 9권의 그림책의 일러스트가 전시되어 있다. 전시장 중앙에는 그림책 영상이 상영된다. ‘우리를 위한 마음 check, 그림책’ 전은 책·그림·영상 등 다양한 방법으로 그림책을 즐길 수 있는 전시다.

 

그러나 우리의 마음이 움직인 가장 큰 이유는 아름다운 그림 때문도 아니고, 따뜻한 이야기 때문도 아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그림책의 ‘시선’ 때문이다. 전시장에 비치된 그림책은 독자에게 순수함을 강요하거나, 바르게 살라고 훈계하지 않는다. 그저 우리를 제삼자로 만들어 현실과 닮아있는 책 속 세상을 객관적으로 보도록 만들 뿐이다.


속해있는 세상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나왔을 때, 비로소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한다. 그림책은 우리에게 그 방식을 알려준다. 전시는 12월 31일까지 열린다고 하니, 그림책을 읽으며 올 한 해를 마무리해보는 것은 어떨까. 어쩌면 그림책 속에서 올해 당신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를 위한 마음 check, 그림책’ 전에서 발견한 그림책

#01.


어느 날, 바다에 빨간색 물고기가 감기에 걸렸다는 소문이 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던 물고기들도 소문을 믿고 빨간색 물고기를 피한다. 다음에는 노란색 물고기, 그다음에는 파란색 물고기가 감기에 걸렸다는 소문이 돌고, 하나둘씩 물고기들이 사라진다. 알고 보니 이 모든 건 물고기를 잡아먹는 아귀의 거짓말이었다. 처음에는 독특한 이야기에 빠져들지만, 책을 읽을수록 소문에 좌지우지하는 현대인의 모습이 떠올라 얼굴이 빨개지고 가슴이 뜨끔하다.


#02.


엄마가 바라보는 세상은 너무 험난하다. 엄마는 앞으로 이 세상을 살아갈 아기가 걱정된다. 하지만 아기는 넓은 세상을 자유롭게 뛰어놀고 싶다고 말하며, 걱정하는 엄마를 포옹한다. 책의 마지막, 엄마와 아기가 맞잡은 손과 ‘모든 기쁜 것은 여기에 있어요.’라는 글은 마음을 울린다. 대체 뭘 그리 걱정했을까. 아이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건 손을 잡아주고 안아주는 것인데 말이다. 막막한 세상에서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나 고민하는 부모에게 추천한다.


#03.


태어날 때부터 남들과 달랐던 노란 새는 날개가 짧아 날 수는 없지만, 훌륭한 손재주가 있다. 그러나 자유롭게 세상을 날아다니는 친구들이 부러웠던 노란 새는 하늘을 나는 기계를 발명하여 세상을 여행하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여행에서 만난 다른 친구들에게 자신이 발명한 기계로 도움을 주기도 한다. 남들보다 부족하지만, 자신만의 능력으로 행복을 찾고 남에게 도움까지 주는 노란 새의 모습을 보며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04.


용을 무찌르지 못하고 성으로 돌아온 다르다넬 왕은 아무도 환영하지 않는 모습에 실망한다. 그래서 이제부터 마음대로 살기로 한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다르다넬 왕은 하나씩 자신을 옭아맸던 겉치레를 벗어낸다. 왕관 대신 중절모를 쓰고, 말 대신 자전거를 타고, 화려한 복식 대신 편한 평상복을 입는다. 결국, 다르다넬 왕은 누구보다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궁을 나와 여행을 떠난다. 주변 시선에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찾아가는 다르다넬 왕이 우리에게 말하는 것 같다. “남들 따윈 신경 쓰지 마! 진정한 행복은 너만이 아는 거야!”


#05.


평화롭던 농장에서 양들이 불만을 터뜨리며 파업을 선언한다. 이에 양치기 개들은 파업으로 인해 자신들의 일자리를 잃을까 걱정한다. 파업 당일, 행진하던 양들과 이를 막은 양치기 개들 간의 싸움이 일어나지만, 주변 동물들은 구경할 뿐이다. 승자 없이 상처만 남은 싸움이 끝나자, 한 지혜로운 돼지가 모두 만족할 의견을 제시하고, 목장은 행복한 일상으로 돌아간다. 현대 사회의 파업 과정을 고스란히 닮은 동물들의 파업은 웃기면서도 씁쓸하다. 현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동물들은 파업을 ‘평화롭게’ 해결했다는 것이다.


에디터_ 허영은(yeheo@jungle.co.kr)
자료제공_ 언더스텐드에비뉴 아트에비뉴, 사계절, 봄봄, 노란상상, 여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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