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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문화를 이야기 함에 있어 우리는 ‘쉼(休)’의 요소를 끊임없이 강조한다. 편안하고 안락한 쉼의 공간에서, 이를 제공하기 위한 유일한 공공의 ‘작업’ 공간인 주방은 현대사회에 사는 우리에게는 이미 익숙한 풍경이 됐지만, 쉼을 이야기하는 곳에서도 이렇듯 늘 작업에 적합한 시스템을 갖춰야만 한다고 여겨진다. 우리는 언제부터 부엌의 시스템 형태에 익숙해진 것 일까. (2014-04-08)
우리는 언제부터 주방에 공을 들였을까

주거문화를 이야기 함에 있어 우리는 ‘쉼(休)’의 요소를 끊임없이 강조한다. 편안하고 안락한 쉼의 공간에서, 이를 제공하기 위한 유일한 공공의 ‘작업’ 공간인 주방은 현대사회에 사는 우리에게는 이미 익숙한 풍경이 됐지만, 쉼을 이야기하는 곳에서도 이렇듯 늘 작업에 적합한 시스템을 갖춰야만 한다고 여겨진다. 우리는 언제부터 부엌의 시스템 형태에 익숙해진 것 일까. 할머니가 사용하던 아궁이도 풍로도 아닌 부엌 가구 안에 삽입된 레인지가 익숙해진 건 언제부터인지 현대 산업디자인의 흐름 속 부엌 디자인에서 살펴 볼 수 있다.

에디터 ㅣ 김미주 (mjkim@jungle.co.kr)
자료제공 ㅣ 금호미술관


우리는 언제부터 고개 숙여 불을 지피던 아궁이 대신 조리대에 익숙해진 것 일까. 한국영화의 전성기라 불리는 50~60년대 영화 속에 숫하게 등장하는 주거공간을 살펴보면 유독 주방만큼은 크게 낯설지가 않다. 허리를 숙이지 않고도 등장인물들이 음식을 조리하고 대화를 하는 것을 보면 지금과 흡사한 서구 부엌의 형태가 60여년 이전부터 존재해왔다고 추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때부터 우리 부엌의 모습은 언제부터 어떤 디자이너 혹은 건축가의 영향을 받은 것 일까?

주방의 주된 역할이 식기를 보관하고 음식을 조리하는 단순한 기능의 공간을 넘어, 1920년대에 들어서 부엌은 곧 효율성을 살린 ‘작업장’으로 해석되며, 본격적인 변화의 양상을 보였다. 현재의 표준화된 주방의 원형이 된 프랑크푸르트 부엌은 1926 새로운 프랑크푸르트라는 주거 건축프로그램을 위해 비엔나 여성 건축가 마가레테 쉬테 리호스키(Margarethe Schüttte-Lihotzky)가 디자인했다. 이 오리지널 부엌 디자인은 현재의 주방가구와 같이 붙박이 형태의 수납공간을 가진 일체형으로 다세대 주택에서 발견할 수 있는 표준화 모델이다. 이는 곧 주택 전시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지며 세대를 거슬러 우리에게 익숙한 부엌 풍경의 오리지널리티를 보여준다.

프랑크푸르트 부엌을 시작으로 기능성과 효율성을 찾은 디자인은 보다 시스템 공학적인 시선으로 기술적인 전문화를 모색한다. 사용자를 위한 동선 설계와 가구의 높이와 너비는 최적화된 수치로(60cm) 표준화되어 부엌 디자인이 인간공학과 연결되며 시스템적인 형태로 나타나게 되는데 이는 포겐폴 부엌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각각의 유닛으로 구성되어 사용자가 원하는 방식대로 일자 또는 ‘ㄱ’자로 조합이 가능하며 이는 주택의 구조가 각기 다른 주방의 형태에 따라 적용 가능하도록 기능적인 고려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또한 주방에서 전기 가전제품이 상용화되면서 공학적인 편리함과 아름다움을 접목시켜 가전 디자인에 질적 가치를 높인 브라운 사의 제품이 등장했다.


경제적 부흥에 대중문화가 급속도로 확산되던 지난 1960년대 팝(Pop)한 색감과 누구나 사용하기 편리한 플라스틱 소재는 시스템가구와 더불어 주방 안에 활기를 불어넣어 줬다. 특히 과거 주부들의 홈 파티 방식으로 판매되어 반향을 일으켰던 타파웨어가 이 시기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플라스틱 소재뿐 아니라 열에 강한 내열유리로 만들어진 파이렉스와 코닝웨어 또한 주방에 쌓아 올릴 수 있는 편리한 수납기능으로 주방문화 전면에 등장했다.

주방의 위생개념이 당연시 되는 지금과 달리 부엌의 효율적인 조리공간인 작업을 기능적 면모만을 보이던 추세에서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시도가 80년대 이후 나타났다. 청결함을 강조하듯 알루미늄과 스테인레스가 대거 부엌가구에 등장하면서 마치 병원의 수술실을 연상시키는 스타일을 보여줬고, 이는 필요에 따라 떼어내고 조합해 첨단 양식을 보여주는 불탑(Buthaup)의 제품에 시각적으로 잘 나타나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양식을 드러내는 주방문화 내부에는 많은 건축가와 디자이너의 실험적인 형태와 창의력이 곳곳에 시도됐다. 현재까지도 스테디 주방용품 브랜드로 꼽히는 북유럽 디자인의 덴스크와 WMF, 로젠탈 등은 작은 주방용기에도 구조적인 모던한 미감으로 대중에게 사랑 받고 있다. 실험적인 시도로 다양한 형태의 프로토타입 주방들은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기존의 형태에서 벗어나 조형미로 시각적 아름다움을 주방에 이입하고 커뮤니티 방식을 도입하는 등 끊임없는 독창성을 발휘해 생활 속의 디자인의 실재(實在)를 보여주고 있다.

20세기 시스템 부엌의 변천과정을 시대순으로 담은 'KITCHEN'전은 현재 금호미술관 전관을 통해 살펴볼 수 있으며, 작은 주방용기에서부터 시스템 키친까지 주방문화 속에 담긴 다양한 디자인 철학을 조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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