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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월 30일까지 한국국제교류재단 갤러리에서는 ‘네덜란드에서 온 새로운 메시지: 네덜란드 건축/디자인’ 展(이하 네덜란드 건축/디자인 전)이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1990년대 이후 세계적 관심을 얻는 네덜란드의 건축과 디자인을 소개하는 한편, 이들이 보여준 작업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사회, 문화적 관점에서 함께 조망한다. (2013-09-03)
새로움에서, 다시 새로움으로

오는 10월 30일까지 한국국제교류재단 갤러리에서는 ‘네덜란드에서 온 새로운 메시지: 네덜란드 건축/디자인’ 展(이하 네덜란드 건축/디자인 전)이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1990년대 이후 세계적 관심을 얻는 네덜란드의 건축과 디자인을 소개하는 한편, 이들이 보여준 작업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사회, 문화적 관점에서 함께 조망한다.

네덜란드의 건축과 디자인이 전하는 새로운 메시지는 ‘창조된 무엇이 아니다. 기존의 것을 다시 보고 다른 무언가를 발견하는 것, 그리고 이를 실행에 옮기고 실천하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과 형식을 갖춘 디자인은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사회와 문화 속에서 어떤 맥락으로 자신만의 생명력을 갖게 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다. 이는 네덜란드의 건축과 디자인이 던지는 질문이자, 모든 건축과 디자인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 할 수 있다.

에디터 | 정은주(ejjung@jungle.co.kr)
자료제공 | 한국국제교류재단 갤러리


이번 전시는 크게 RE:USE, RE:MIND, RE:SEARCH, RE:NEW, RE:MARK 등 총 다섯 가지 섹션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특히 전시의 섹션을 잇는 단어로 선택된 ‘RE’는 새로운 메시지와 어우러져 긴장감과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RE:USE 섹션에서는 기존 건축물에 다른 공간을 증축한 12개의 건축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역사적인 배경이나 현재와 과거의 시간이 조응하는 작업들은 도심의 대형미술관과 소규모 주거 단지에 이르기까지 그 스펙트럼도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기존 건축물을 증축한다고 하면 다소 소극적인 입장과 해석에 머물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 말은 기존 건축물의 맥락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현대적이면서 모던한 해석해야 하는 재사용 건축이 그만큼 어렵다는 말이기도 하다. 지나치게 기존 건축가의 생각을 따르거나, 자신만의 해석으로 작업을 이어간다면 결국 어느 쪽도 만족시킬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성공적으로 해낸다면, 건축의 영역을 그만큼 확장할 수 있게 된다.


‘분커 599’는 네덜란드 군사 경계선 상에 남아 있는 700여 개의 벙커 중의 하나였다. 어느 누가 이 육중한 건물을 반으로 자를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었을까. 랜드스케이프 아키텍츠의 로날드 리트벨트와 경제학자인 에릭 리트벨트는 이를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실제로 벙커를 반으로 가름으로써, 콘크리트의 안과 밖을 훤히 드러냈고 이와 동시에 잘린 공간을 가로지르는 긴 나무 길을 만들기도 했다. 과감한 발상에서 시작한 이 작업은 형태적인 측면에서도 놀랍지만, 벙커가 건설될 당시의 역사적 인식과 네덜란드의 방어 시스템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사로잡았다.


‘암스테르담 시립 근대미술관’에 대한 논란은 마치 서울신청사 논란을 떠올리게 한다. 두 건축물 모두 역사적 건물의 증축이었지만, 기존 건축물과는 다른 독립적인 형태로 인해 많은 의아함을 자아냈다는 점이 그러하다. 물론 ‘암스테르담 시립 근대미술관’의 경우 이러한 논란 속에서도 형태의 대담함이나 과감한 건축 재료의 사용 등에 있어 그 혁신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자세히 살펴보면 기존 건축물의 맥락과 전혀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오히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내부의 모습-기존 건물의 장엄한 계단실과 방, 자연채광, 흰색을 중요시했던 실내 벽의 역사적인 변화 등-을 건축물의 형태로 풀어내 놀라움을 안겨준 작업이었다.

RE:MIND 섹션에서는 디자인이 삶과 사람들의 행동에 변화를 불어넣는 과정에 대해 그리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네덜란드 디자인은 ‘더치디자인(Duth Design)’이라는 이름으로, 미니멀하고 실험적이면서 동시에 사용자와의 교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러한 독자적인 디자인 방식에는 네덜란드의 디자인 교육이 있다. 그래픽 디자인, 인테리어 디자인, 패션 디자인, 제품 디자인과 같은 일반 학제 영역이 아닌, 시장, 포럼, 랩, 아뜰리에로 나누어져 있어, 새로운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낸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작업들은 네덜란드 디자인의 산실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디자인 아카데미 아인트호벤의 지난 3, 4년 사이의 졸업생들의 이뤄낸 성과들이다.


“목소리가 큰 사람은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 수 있지만, 가장 매혹적인 대화가 이루어지는 순간은 뜻밖에도 상대방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일 때다.”

길게 이어진 원형 의자의 끝과 끝에 두 사람이 앉는다. 그리고 아주 작은 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정도의 거리감이라면 속삭이는 것이 아니라 크게 말해도 이야기가 잘 들릴까 말까 싶지만, 예상외로 두 사람의 대화는 끊기지 않는다. ‘속삭이는 의자’는 이렇듯 시끄러운 말과 소음 속에서 진정한 대화를 나누는 방법은 서로의 진솔한 목소리임을 보여주고 있다. 데니스 반 데르 사르는 의자를 디자인한 것이 아니다. 사람들과 새롭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디자인으로 제시한 것이다.


냉장고는 우리가 음식을 보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냉장고 때문에 에너지와 식재료 낭비되고 있는 상황을 간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냉장고 없이 음식을 보관하는 법’은 어쩌면 선언적이고 헤프닝 같기도 하지만, 농부와 선조들에게서 시작된 지식을 디자인으로 옮기는 시도는 자못 진지하다. 여러 개의 나무 선반 안에는 과일, 향신료, 뿌리채소, 계란 등의 재료가 담겨 있다. 형태가 비슷하다고 느끼게 될지 모르지만, 담고 있는 재료에 따라 디테일이 조금씩 다르다. 당연하게 생각하던 관념을 벗어 나면서 시작된 이러한 실험은 상용화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할지 몰라도 디자인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대목이다.

건축과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그 나라의 문화적 배경과 사람들의 생활패턴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전시에서는 건축과 디자인을 다룬 섹션 외에도 네덜란드와 한국의 사회, 문화, 경제적 차이를 인포그래픽으로 보여준 RE:SEARCH, 전시 작품 이미지를 엽서 형식의 타이포그래피로 관객들의 참여를 필요로 하는 RE:NEW, 지난 20여 년간의 네덜란드 건축 연감을 비롯해 디자인 전시 참여 작가들의 추천작으로 꾸며진 여러 책들을 열람할 수 있는 RE:MARK로 나머지 섹션을 구성했다.


한편, 이번 전시에서는 전시 작품 외에도 전시장의 디자인도 눈길을 끌었다. RE:USE 섹션에서는 실제 건축물의 사진은 상대적으로 작은 크기로 인화해, 모형에 더욱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이는 여러 건축 전시에서 실제 건축물 사진을 크게 배치해 놓은 것과는 반대되는 일로, 건축물의 형태가 만들어진 과정과 디테일을 전하고 싶었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전시 작품을 구분하고, 사람들의 동선을 만드는 구조물은 그 자체로도 아름다운 조형물이자, 작품과도 한데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 전시에 대한 몰입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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