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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결국 스타일로 기억된다. 남들과 다른 디자인은 자신만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방법이며, 그것이 성공한다면 독특한 스타일이 되어 모든 사람들에게 전달될 것이다. 한 사람의 디자인을 정의하는 것도 이렇게 어려운 일인데, 한 나라의 디자인을 정의하는 것에는 더 큰 어려움이 따른다. 그리고 무조건 남들과 다르다는 것 외에도 디자인을 대하는 태도와 방식도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2012-09-03)
폴란드의 디자인을 소개합니다

디자인은 결국 스타일로 기억된다. 남들과 다른 디자인은 자신만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방법이며, 그것이 성공한다면 독특한 스타일이 되어 모든 사람들에게 전달될 것이다. 한 사람의 디자인을 정의하는 것도 이렇게 어려운 일인데, 한 나라의 디자인을 정의하는 것에는 더 큰 어려움이 따른다. 그리고 무조건 남들과 다르다는 것 외에도 디자인을 대하는 태도와 방식도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UNPOLISHED-폴란드의 젊은 디자인 展’이 지난 8월 8일에서 30일까지 한국국제교류재단 갤러리에서 열렸다. 국내 관객에게 다소 생소한 폴란드의 디자인을 소개하는 이 전시는 스스로의 디자인을 정의하는 그 태도와 방식을 특히 눈여겨 볼만 했다. 혹자는 폴란드의 디자인을 알 수 없다고 했고, 혹자는 그것이 폴란드의 스타일이라고도 했다.

에디터 | 정은주(ejjung@jungle.co.kr)
자료제공 | 한국국제교류재단


이번 전시에서는 폴란드의 3, 40대 젊은 디자이너들의 18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전 세계를 순회 중인 이 전시는 폴란드의 디자인을 알리고자 기획되었다. 큐레이터인 아그니 슈에카 야콥슨 치엘레츠카는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으면서 폴란드 디자인의 정체성에 대해서 확답을 하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고민과 질문 속에서 폴란드의 디자인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를 위한 작품이나 디자이너 선정에서 우리는 다른 나라와는 차별화된 폴란드 디자인의 가장 특징적인 요소들을 찾아 나섰는데 매회 준비를 할 때마다 이런 질문에 직면했다: 우리가 증명하려는 것이 무엇인가? 폴란드 디자인과 다른 디자인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폴란드 디자인은 고유한 특색이 있는가? 그에 대한 답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는 것이다.”


각 나라만의 정서와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대부분 그에 맞는 유명 디자이너와 제품들을 섭외한다. 그렇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일반적으로 디자인이라고 했을 때 떠올리는 그래픽 디자인이나, 산업 디자인 제품을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소재였고, 디자이너라기보다 아티스트의 느낌을 떠올려볼 수 있는 제품들이 주를 이뤘다. 참여 디자이너들도 해외 언론에서도 주목을 받는 디자이너가 있는가 하면 신진 디자이너라고 부를 수 있는 디자이너까지 폭넓게 구성되었고, 이곳에서 각자의 철학과 개성을 드러내는 제품들을 선보였다.

이들의 작업 방식은 최근의 디자인 산업과 다소 차이가 있다. 제작 환경의 편리함에 기대지 않으면서, 각각의 제품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생동감을 불어 넣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꽃병으로 보이는 group vase는 자세히 보면 여러 개의 유리관을 가공해 만들어 공예 작품이라고 해도 될 만큼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외형적인 면에서 화려한 아름다움을 추구하기보다는 다양한 꽃들을 한 자리에 두어서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마음 는 그 자체로서도 아름다운 제품임을 보여준다.


어느 곳에서건 펼쳐 바람을 넣기만 하면 사용할 수 있는 BLOW SOFA 아이디어와 실용성 모든 면을 만족시킨다. 어렸을 때 보던 포대 자루 두 개를 이어놓은 것 같은 단순한 모양이지만, 오히려 익숙한 데에서 오는 편안한 느낌 때문에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캠핑장이나 집 안 모든 곳에서 같은 편안함을 주는 이 소파는 ‘이것이 과연 가구가 될까.’하는 고정관념을 깨트리는 제품이다.


한편 CORES는 과연 독특한 디자인제품은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는가를 질문한다. 일반적인 사기그릇에 깨진 흔적으로만 보이는 무늬는 디자이너가 남긴 로고이다. 그릇은 보통 제품 밑바닥에 로고가 붙어 있지만, 입구에 자신의 치아로 로고를 표현한 것이다. 이 독특한 제품은 사용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동시에 과연 우리가 흔히 독특하다고 부르는 디자인이 사실은 얼마나 정형화된 틀 속에 있는지도 알려준다.


유럽에서도 이미 많은 호응을 얻고 있는 아제 디자인의 MESSY table cloth는 얼핏 보기에 이것이 식탁보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복잡한 무늬들이 널려 있다. 막 식사를 마친 것과 같은 형태를 보여주는 이 식탁보는 식탁보 아래로 널린 실뭉치들을 통해 대부분의 인테리어 소품은 잘 정돈되고 깔끔한 것에 비해 그것과 반대되는 식탁보 문양은 사람들의 흥미를 끌었다.


DBWT 의 ONION lamP는 불을 밝히는 조명으로서의 기능보다 디자인의 아름다움을 전한다. 재활용 소재들을 겹겹이 둘러 있기에 빛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은 아니지만 은은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손으로 직접 이어 붙이는 제작 과정을 상상해볼 수 있는 것도 제품의 재미를 더해준다.

‘Un polished’라는 제목의 의미는 다듬어지지 않은 이라는 말이다. 이곳에서 만나본 제품들은 정형화되거나 매끈하게 다듬어지지 않은 것들이 많다. 원재료의 투박한 느낌을 살리고 있는 제품들도 많으며, 오히려 재료나 제작 과정을 달리하면서 다양한 의미를 추구하는 것들도 찾아볼 수 있었다. 또 다른 의미로는 ‘polished’는 폴란드의, 폴란드 사람의 라는 의미를 갖는다. 폴란드 사람의 것이 아니라는 언어 유희적인 제목도 흥미를 끈다.

이들의 디자인을 소박함이나 투박함이라는 단어로 정의 내리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다. 어떤 스타일임을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오히려 그것 자체가 자신만의 디자인이 된 폴란드 디자인의 장점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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