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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화와 도시화로 눈 한번 깜짝할 새에 새로운 건물들이 생기고, 동시에 낡고 낡은 건물이 사라지는 일이 빈번한 요즘이다. 반세기 훨씬 전에 지어진 근대건축은 오죽할까. 존립과 철거라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거나 이미 새 생명을 얻어 재탄생된 근대건축물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2014-10-10)
한국근대건축의 어제와 오늘

상업화와 도시화로 눈 한번 깜짝할 새에 새로운 건물들이 생기고, 동시에 낡고 낡은 건물이 사라지는 일이 빈번한 요즘이다. 반세기 훨씬 전에 지어진 근대건축은 오죽할까. 존립과 철거라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거나 이미 새 생명을 얻어 재탄생된 근대건축물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건축물부터 우리와 호흡하며 새롭게 탄생한 건축물, 앞으로 변화의 위기를 맞이할 근대건축물들을 통해 우리는 근대건축의 동시대 현 주소를 확인할 수 있다.

에디터 | 박유리(yrpark@jungle.co.kr)
사진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장소의 재탄생: 한국근대건축의 충돌과 확장’전은 올해 아시아에서 최초로 개최됐던 ‘2014 서울 도코모모 세계대회’를 계기로 근대건축이라는 콘텐츠에 흥미를 느낀 국립현대미술관과 도코모모코리아(한국근대건축보존회, 유네스코 산하에 있는 근대문화유산을 지키는 단체)가 공동으로 기획, 주최한 전시다.

근대 사회의 건축물을 총칭해 우리는 흔히 근대건축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범위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봐야 하는지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다. 많은 학자들로부터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일본강점기에 지어진 건축물도 근대건축으로 봐야 하는지 등 그 의견이 분분하고, 그와 관련된 자료를 소장하고 있는 아카이브 기관 또한 많지 않다는 것이 현실이다. 국립현대미술관과 도코모모코리아는 ‘장소의 재탄생’라는 타이틀로 정하고, 근대건축으로 태어나 제 기능을 잃고 죽어가던 건물들이 어떠한 계기로 다시 살아나고 재생되는지 그 모습들을 보여주는 전시의 방향을 풀어낸다. ‘근대건축’ 선정기준은 국립현대미술관 측이 1999년에 개최한 ‘한국근대건축 100년’ 전과 도코모모코리아가 본 전시의 프리뷰 전시로 열었던 ‘개항, 전쟁 그리고 한국근대건축’전에 출품됐던 작품들 바탕으로 이뤄졌다.

‘충돌과 확장’이라는 큰 주제 하에 ‘사라진 기억’, ‘풍경의 재현’, ‘주체의 귀환’, ‘권력의 이양’, ‘연결될 미래’란 섹션으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연대기적으로 근대건축을 설명하기 보다는, 각 건축물에 근대건축 각자에 담긴 시간과 사건을 통해 충돌과 확장의 순간들을 포착해나간다. 전시장은 옛 것을 보관하고, 기억을 저장하는 ‘열린 수장고’ 형태로 구성돼 20여점의 건축물과 2,000여점의 아카이브 자료를 누구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

전시의 인트로(Intro) 격인 ‘사라진 기억’ 섹션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근대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태생 자체가 불손해 강제 퇴출된, 수탈의 본거지 조선총독부 건물과 건물의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해 혹은 경제적인 이유로 더 이상 부가가치를 창출해낼 수 없어 사라진 스카라 극장, 화신 백화점, 국도극장 등 근대건축의 소멸을 신문기사, 건물 조망도 및 평면도 등 각종 자료들을 통해 접할 수 있다.

근대건축물 중에서는 관공서처럼 당대 중요했던 역할을 했던 건물들이 많다. 시인 이상의 시에도 나왔듯 서울역처럼 도시의 구심점이기도 하고, 도시유람의 목적이자, 도시의 랜드마크이기도 했던 근대건축물들이 발전해가는 기술과 상업화로 인해 사라질 위험에 처하기도 하고, 반대로 그 모습 그대로 유지 혹은 복원되기도 한다. ‘풍경의 재현’ 섹션은 경성역 건물 그대로 재현한 문화역사서울284, 일민미술관으로 탈바꿈한 동아일보 사옥, 서울시립미술관으로 재탄생한 대법원, 명동예술극장 등 과거의 풍경을 그대로 재연해 그 시대에 살았던 이들에게 추억을, 젊은 세대에게는 시대상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근대건축물들을 소개한다.

그 중 명동예술극장은 문화 중심지였던 명동이 상업중심지로 바뀜에 따라, 극장이 가지고 있던 문화적 기능이 잃었던 케이스였는데, 10년 간 당대 문화예술인들의 노력에 의해 그 기능이 회복한 좋은 사례다. 극장의 파사드를 그대로 복원한 것뿐만 아니라 명동이라는 도시가 본래 갖고 있던 이미지를 되살렸다는 점에서 풍경의 재현이라는 섹션을 제대로 살려냈다고 볼 수 있다.

‘주체의 귀환’ 섹션에서는 근대건축의 소멸과 함께 무명의 건축가의 이름과 되살아난 그들의 작업을 살펴볼 수 있다. 무명에 가까웠던 나상진이라는 건축가를 어린이대공원 꿈마루를 통해 발견함과 동시에 조성룡이라는 건축가가 부각된 사례나, 정수장 혹은 버려진 건물에서 정영선이라는 조경사와 조성룡 건축가의 손에 의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건축물 1위로 환생한 선유도 공원 등은 무명의 건물이 유명의 건물로 다시 태어났음을 보여준다. 이는 곧 주체가 돌아왔음을 나타내며, 근대문화유산에 가치를 부여하는 주요한 주체 중 하나가 건축가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이외에도 과감하고 새롭게 바꾸되 잊혀진 건축가였던 차경순의 흔적을 담은 중앙대학교 우남 도서관, 유유산업 건물에서 건축가를 위한 유일한 박물관으로 탄생한 ‘김중업박물관’, 주체인 김수근 건축가의 흔적을 담은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 등의 재탄생 순간을 만나볼 수 있다.

‘권력의 이양’ 섹션에서는 본래 수탈의 기지로 지어졌거나 지배권력의 지원기구로 탄생했던 건물에서 국민에게 열린 공간으로 재탄생한 근대건축물들을 다룬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과 인천아트플랫폼,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등이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이 건축물들은 지배집단의 유지와 지원을 위해 세워진 건물들이기에 옛 도심의 가장 좋은 장소, 신문물을 받아들이기 좋은 영토의 최전선인 항구 요지 등에 위치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러한 건축물들이 대중을 위한 열린 문화공간으로 재탄생 됨에 따라, 일반 시민이 도시 중심부를 점유하게 되고, 이는 곧 권력이 국민들에게 이양됐음을 보여주는 지표가 됐다.

전시의 아웃트로(Outro)에 해당하는 ‘연결될 미래’는 도시정비를 위해 도입된 최초의 주상복합 건축이지만, 존립과 철거의 찬반에 놓인 세운상가와 당대 최고층 건물이었던 삼일빌딩, 알루미늄 커튼 월로 외부를 마감한 명동 성모병원 등 당대 랜드마크로 등장했지만, 변화의 조짐이 보이지 않거나 곧 변화의 위기를 맞고 있는 건축물들을 살펴본다.

근대건축의 생성과 소멸, 재탄생 과정을 당시 발행됐던 엽서, 신문, 영상 등 다양한 대중매체 속 자료와 미공개 건축 도면, 지도, 스케치 등 전문자료 등을 제시하는 이번 전시는 9월 23일부터 12월 14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8전시실에서 열린다. 본 전시를 통해 한국 근대건축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보고, 보존 및 활용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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