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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진의 은 재개발 지역을 소재로 점차 사라지는 기억을 표현한 작업이다.  (2018-06-08) 
기억을 좇는 사진 실험

 


 

유영진의 <The Weathering>은 재개발 지역을 소재로 점차 사라지는 기억을 표현한 작업이다. 순간을 정지시킨 사진을 이용해 움직이는 이미지를 나타내고자 하는 그의 작업은 모호한 이미지를 계속 좇고 있다. 

 

The Weathering_43x60cm_Pigment print, Acetone_2018

The Weathering_43x60cm_Pigment print, Acetone_2018


 

사진가 유영진은 얼마 전 송은아트큐브에서 열린 개인전에서 기존 작업을 확장시킨 <The Weathering, 풍화> 시리즈를 공개했다. 그는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사진 매체를 통한 이미지 실험을 해왔다. 사적인 공간을 다뤘던 <NOWHERE>시리즈에 이어 이 작업은 주변 재개발 지역의 건물들을 담고 있다. 그러나 거기에 그치지 않고 사진의 일부를 지워내는 행위를 더했다. 사진 표면 유제가 녹고 흘러내리는 변용된 이런 이미지는 작가의 기억과 사진 매체의 기록성에 관한 호기심에서 비롯된 실험이다. 

 

The Weathering_43x60cm_Pigment print, Acetone_2018

The Weathering_43x60cm_Pigment print, Acetone_2018


 

 

기억을 이미지화 하는 법

 

작품에 등장하는 곳은 서울의 북아현동과 폴란드 그단스크의 어느 재개발 지역의 풍경이다. 재개발 지역에 대한 관심은 사라질 장소에 대한 그리움이나 연민 같은 감정이입에서 생긴 것은 아니다. 그저 평범했던 동네가 이런저런 문제로 폐허가 되고 방치되면 누군가에게 새로운 의미가 부여된다는 게 흥미로웠다고 한다. 이렇듯 그는 삶 속에서 마주하는 공간들을 다르게 보고 관찰한다. 무심코 지나치면 보이지 않을 새로움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런 중에 작가는 사진의 가장 기본적인 성질인 기록성에 질문을 던진다. ‘과연 사람들이 촬영할 때 보고 느낀 장소와 사진 속 이미지는 같은 것일까?’, ‘당시 보았던 그 장소의 풍경과 기억이 온전히 사진에 담길 수 있을까?’ 같은 의문이 그것이다. 

 

아무리 매일 가는 장소라도 사진처럼 명확하게 이미지를 담아낼 수는 없다. 그게 가능하다 하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머릿속에 남아있는 이미지는 변질되고 부분부분 사라지게 된다. 이 모호한 인간의 기억과 망각의 과정을 시각화한 실험이 바로 <The Weathering>이다. 거의 모든 촬영은 2013년부터 2014년에 걸쳐 이루어졌다. 그러나 촬영된 이미지에 아세톤을 이용한 후반 작업이 더해져야 완성되기에 최종 완성된 이미지는 그의 기억에 달려 있을 수밖에 없다. 작업 방식은 붓에 아세톤을 묻혀 사진 표면을 닦아내는 식인데, 이미지 속 장소를 떠올렸을 때 희미해진 부분을 문질러 지워낸다. 

 

어느 시점에 후반작업을 진행하느냐에 따라 다른 모습이 되는 셈이다. 작품을 보면 확연히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2014년 작품은 형태의 경계가 흐릿하게 남아있는 것에 비해 근작인 2018년 작업에서는 소멸된 기억을 반영하듯 대상의 외곽 라인이 더욱 눈에 띄게 무너져서 건물과 배경이 뒤섞여 있다. 아세톤 액체가 흘러내리는 자국을 그대로 작품에 포함시킨 점도 흥미롭다. 작가가 전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회화적 요소들이 얼핏 드러난다. 유영진은 “같은 사진이어도 후반작업을 하다보면 똑같은 이미지가 나올 수 없다. 바로 그 점이 재미있다.”라고 말한다. 

 

The Weathering, 62x75cm, Pigment print, Acetone, 2014

The Weathering, 62x75cm, Pigment print, Acetone, 2014


 

꿈틀거리는 사진

 

이 작업에 착수한지 6년의 시간이 흘렀다. 작업을 시작하고 진행하고 생각이 변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좀 더 꿈틀거리는 이미지를 만들고 싶어졌다. 그가 느낀 기억의 이미지는 끊임없이 뭉개지고 지워지는, 마치 유연하게 꿈틀대는 액체와 같았다. 기억이 정지되어 있지 않는 것처럼 이미지 역시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처럼 표현하고 싶어진 것이다. 

 

결국 유영진에게 사진작업은 분명하지 않은 어떤 이미지를 좇는 과정으로 보인다. 재개발 지역은 더 이상 다루지 않지만 도시 환경 안에서 마주하는 공간과 사물에 대한 작업은 계속 이어갈 생각이다. 또한 사진을 매체로 하지만 다양한 표현을 가미한 이미지 실험 역시 마찬가지다. 유영진의 사진은 지금도 새롭게 탄생할 이미지를 향해 꿈틀거리고 있는 것 같다. 

 

유영진 주로 도시의 풍경을 촬영하고 편집 단계에서 그 이미지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며 사진 매체에 대한 탐구를 지속해왔다. 8월에 있을 전시를 앞두고 현재 새로운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중앙대학교 사진학과를 졸업했으며, 최근 개인전 <We’re No Here>을 송은아트큐브에서 개최했다.

 

에디터_ 박윤채

디자인_ 서바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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